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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츠키, Glide를 들었는데, 다음 노래 추천으로 드뷔시가 뜨길래 틀었다. 드뷔시를 튼다는 건,,,, 에너지가 앵꼬일 때는 할 수 없는 일,,,, 감성에 젖기로 한다는 것도 어느 정도 즐길 에너지가 있을 때 가능,,,,
그렇다. 에너지가 생겼다. 오늘 아침 5시에 눈이 떠졌을 때 몸으로 느꼈다. 오늘은 된다! 이런 느낌. 나았다! 와 비슷한 느낌인듯. 나에게 하는 다짐 28473째 같은 다짐... 무리하지 말자... 무리긴 한데 버틸 수 있을 수도??? 라고 생각하지 않기. 못 버팀. 3일을 무리하고, 4일을 개고생함. 이게 다 무슨 소용??? 그치만 이번엔 별 수 없이 일정을 했어야 하긴 했지만... 담부턴 이렇게 하지 않기로 해....
할 말은 많지만, 우선 며칠을 미룬 수영을 간다. 걷고, 숨차고, 씻고,,,,, 이런 기본적인 움직임을 하기 위해. 아, 새로 산 수영복과 장비를 써보고 시픈 마음도 있지만.
뭘 할까.
는 정말 건강할 때나 할 수 있는 고민이라는 걸, 너무나 느낀 4일이었다구.
+ 오늘의 노래
영화에 깔리면, 일단 잊을 수 없는 장면을 만들어내겠다는 감독의 의지가 느껴지는. 그래서 관객인 나는 옳다구나 하고 빠질 수밖에 없는.
드뷔시
https://youtu.be/NPYOgtZ6tnEhttps://youtu.be/NPYOgtZ6tnE
221210 여행은 무엇인가 (1) | 2022.1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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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01 38개가 30개 되는 세상 (2) | 2022.12.01 |
221121 기쁨의 총량이 슬픔을 희석해 (1) | 2022.11.21 |
221117 연초는… (0) | 2022.11.17 |
221110 광주극장 안과 밖 (1) | 2022.11.11 |
근황
토요일에는 호주에서 온 ㄱㅁ햄, ㅎㅈ언니를 만났다.
만남 장소는 (요리와 술이 맛있는 여기서) 일시정지
가니까 호주 울룰루 그림이 그려져 있었음… 나중에 2차로 간 집에선 호주 야구 중계를 하고 있었고… 호주가 따라다니는 ㄱㅁ햄
아이코스 잃어버려서 사려고 보니, 신제품이 나왔고! 맘에 드는 칼라가 나왔는데! 서울 부산 오프라인 판매만 해서 합정에 있는 오재한테 부탁했었다. 그걸 이날 받았다. 신제품,,, 훈증력 좋아서 ㅈㄴ맛있음!!!
그래서 계속 ㄱㅁ햄이랑 같이 나눠 피웠다.
2차 마치고, 죽겠어서 노래방 가자고 꼬심
그렇게 3년 만에 파티파티 노래방
ㅋㅋㅋㅋㅋㅋ 포즈 ㅋㅋㅋㅋㅋ 뭐죠??? ㅋㅋㅋㅋㅋ 멋쟁이 포즈 점수 드립니다ㅋㅋㅋㅋㅋ
이날 서울 가느라 가게 문 닫을 거였는데 예빈햄이 가게 운영해보겠다고 했다. 맡길 땐 재밌겠다 싶었는디 막상 당일이 되니까 당황 부상 막막함이 덮쳐오던 내 초초보 시절이 떠올라 걱정이 되는 거임. 너무 힘든 일을 맡긴 거 같았음ㅠㅠ 그래서 덜 힘들기를 기원했는데, 어찌하여 예빈햄이 해냄….! 오 노동 천재 아님??? 근데 노동 부분 천재는 뭐가 조음??? 일복????? ㅠㅠ
암튼 결국 4차 감… 노래방 작전 대실패… 순대국밥 한 그릇을 꼭 먹어야겠다는 ㄱㅁ햄 기다리는 중에, 기매태는 길에 누워서 한숨 잠…
겨우(?) 헤어지고, 혼자 사는 ㅈㅈㅇ이네 집에 가서 잤는데, 큰 집에 혼자 있었을 ㅈㅈㅇ이가 쥰내 쓸쓸했을 거 같아서 마음이 짠했다. 그치만 이내 꿀잠 잠.
일요일엔 영인이 돌사진 찍어주러 아침 일찍 ㄷㅈ햄네 갔다. 가니까 아침으로 잔치국수를 줬다 ㅋㅋㅋㅋㅋㅋ잔칫날엔 국수래ㅋㅋㅋㅋㅋㅋㅋㅋ 클리셰에 충실한 분ㅋㅋㅋㅋ 웃김
돌잔치 갔는데, 영인이가 계속 울어서 울음의 돌잔치를 치렀다.
돌잔치 사진사룩
마치고, 선파랑에서 ㄷㅈ햄 집까지 걸어갔는데, 좋았음. 햇빛하고 풍경이 아직 가을이었고, 아기는 자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얘기 나누며 걷는 길. 아침에 ㄷㅈ햄이 내려준 드립커피 담은 텀블러를 내 가방에 담아뒀는데 걸을 때마다 얼음소리가 짤랑짤랑 났다. 걷다가 숨이 차고, 열이 오를 때쯤 같이 나눠 마셨다.
ㄷㅈ햄네서 한숨 자고, 시켜준 참치회에 소주 마시고 집에 왔다. 세로라는 소주를 처음 마셔봄. ㄷㅈ햄이랑 담타하러 옥상을 종종 올랐는데, 거기서 내려다보는 종로 밤정경이 쓸쓸했다. 왜 뭘 보든 쓸쓸함이 따라다님??? 대상이 그런 게 아니고, 내 마음이 그런 것일 듯… ㄷㅈ햄도 내가 피는 아이코스를 사기로 했다.
기차 타러 갈 때 ㄷㅈ햄이 통인시장까지 데려다줬다. 그래서 또 같이 걸었다. ㄷㅈ햄 만나면 많이 걷게 되는데, 그게 좋다. 일상을 그렇게 만드는 ㄷㅈ햄을 따라 하고 싶다. 근데 막상 하려면 귀찮음…
거마비 얼마 안 넣었다. 하는데 거마비가 뭔데요?? 하니까 넌 왜케 애가 무식하냐고 놀렸다. 그치만 모르는 걸 아는 척 넘어가는 게 더 노잼이니까 물어보는데요??? 그런 내 모습은 멋짐. 하니까 그건 또 그렇치. 하고 인정해줌.
버스 타고 서울역 가는 길에, 예전에 쓰던 가사를 완성했다. 술이 가사에 좋네.
집에 와서 거마비 열어보니까 30만 원이나 넣어줘서 “뭘 이렇게 많이 줬어요!!!!!! 고객 감동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하고 답장함.
오늘은 월요일. 할머니는 투석을 일주일에 두 번 받으심. 근데 투석관이 막혀서 그걸 교체하러 인근 병원으로 옮기는 걸 면회 겸 도우러 왔다. 사실 삼촌이 가시기로 했는데 오늘 출근해야 할 거 같다고 하셔서, 네 제가 갈게요~~~~ 흔쾌히 대답한 게 삼촌한테 감동이었는지, 내가 그렇게 바로 대답했다고 삼촌이 고모한테도 말했다. 대답은 흔쾌하게.
누워계신 할머니 머리카락이 짧아져 있었다. 고모가 잘 어울리신다며, 진작 저렇게 짧게 짜르고 다니셨어도 좋았겠다고 하셨다. 할머니는 평생 줌마 빠마머리로 사셨다.
앰블런스를 타고 다른 병원으로 이동하는 중에 수시로 할머니 머리를 쓰다듬었다. 할머니 뒤통수가 동그랗게 이뻤다. 우리 할머니는 뒤통수도 이쁘네. 하고 말했지만 할머니의 대답은 없었다. 이젠 못 알아보셔도 눈물이 나고, 슬프고 그러진 않는다. 사람은 별 거에 다 적응하는구먼.
할머니 무사히 관 교체하시고, 요양병원으로 다시 모셔다 드림. 할머니랑 빠빠이 하고 점심을 먹기로 했다. 고모가 새로운 걸 자꾸 먹어 버릇 하고 싶다고 하신 게 생각나 고모한테 근처에 있는 베트남 식당에 가자고 했다. 요양병원에 주차해둔 차를 두고 걸어서 같이 식당에 갔다. 껌승을 주문했다. 껌승에 오이가 없는 건 배신임… 오이랑 너무 잘 어울린다. 고모도 맛있게 드셔서 좋았다.
고모랑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할머니 병원에 계신지, 네 달 후면 1년이네요. 하니까 고모가 할머니 댁에 가면 달력이 4월로 걸려 있다고 했다.
고모 : 할머니 댁은 정리할 것만 정리하고, 나머지는 그대로 뒀다. 근데 할머니가 쓰시던 양념통 세 개를 고모가 쓰려고 가져왔어. 근데 기분이 이상하더라.
나 : 잘하셨어요. 그걸 할머니도 좋아하실 거예요.
고모, 나 … 껌승을 앞에 두고 움ㅠㅠ
고모랑 헤어지고 기차 타고 대전에 오는데. 햇빛에 좌석 손잡이가 자기 색은 지우고, 노랗게 빛나는 게 좋았다.
원래라면 내려서 택시를 탔을 텐데, ㄷㅈ햄 영향을 받아서 걸었다. 그러다가 목척교에서 글씨 선생님을 만남. 선생님이 난간 쪽으로 가서 물을 보고 계시길래 옆에 가서 인사드리고 뭐 보시냐고 물어보니까 물고기 구경하신대. 같이 구경했다. 물엔 생각보다 물고기가 많았다. 몰랐네…
선생님이 여기서 사는 물고기는 맛이 이상하다고 사람들이 그렇대더라고 했다. 물이 안 좋아서 그런가 봐요. 하니까 그렇치, 바다랑은 또 다르고. 하셨다.
이 물고기를 먹어본 사람이 있다니… 오리도 잡아다가 먹는대. 오리는 어떻게 잡냐니까 물고기 잡으러 들어갔을 때 체로 잡는대…… 아……
물고기가 물 표면으로 올라오면 햇빛이랑 부딪혀서 반짝 빛나고 그랬음…
걸어와서 화장실 가려고 가게 잠깐 들렀는데, 신청곡 뭐 들어왔나 궁금해서 보다가 예빈햄의 눈물을 봤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손님의 미안해하지 마세요^_^ 도 보고ㅋㅋㅋㅋㅋ 다 귀여워 ㅋㅋㅋ
슬픔이 기쁨을 덮치면 다시 기쁨이 슬픔을 덮친다
+ 오늘의 노래
아까 앰뷸런스에서 할머니 들려드린, 할머니가 좋아하는 노래. 내가 어렸을 때 이 노래 배우고 싶다하셔서 들으면서 가사를 따고 노트에 적어드린 적이 있음
신신애, 세상은 요지경
221201 38개가 30개 되는 세상 (2) | 2022.12.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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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25 드뷔시 (0) | 2022.11.25 |
221117 연초는… (0) | 2022.11.17 |
221110 광주극장 안과 밖 (1) | 2022.11.11 |
221109 심심... (2) | 2022.11.09 |
아이코스 잃어버려서 연초로 돌아갔는데 넘 맛있어
근데 눈매워 자꾸만 눈물이 나…..
일하면서 자꾸만 집에 가고 싶었는데,
참고 일한 결과,
지금 앉아있는 손님들이 넘 사랑스럽네…
있길 잘했네…
내 10대 20댈 같이 빛내준 친구가 오늘 생일이라, 아까 피부과에 누워있으면서 쓸 편지내용 다 생각해뒀는데, 현생 살다보니 힘들어서 안 썼네…
이렇게 한발자국 또 멀어지는 나의 옛친구…
왜케 레즈친구들 게이친구들 오면 가슴 찡하고 이뿌지… on the floor 틀었다 그래서… 당신들을 위한 내 헌정곡이야 애두라…
아 눈매워 ㅠㅠ
+ 오늘의 노래
Perfume genius, on the floor
https://youtu.be/ln4S83JeY2Y
I’m trying
노력하는 중이라고
But still I close my eyes
하지만 여전히 눈을 감아버리지
The dreaming
꿈을 꾸네
Bringing his face to mine
바로 그가 얼굴을 내게 갖다 대는 꿈
Out the door
문 밖으로 나와
I just want him in my arms
그저 그를 꼭 안아주고 싶어
I just want him in my arms
그저 그를 꼭 안아주고 싶어
221125 드뷔시 (0) | 2022.11.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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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21 기쁨의 총량이 슬픔을 희석해 (1) | 2022.11.21 |
221110 광주극장 안과 밖 (1) | 2022.11.11 |
221109 심심... (2) | 2022.11.09 |
221023 노후준비를 얘기하는 친구들과 내가 (0) | 2022.10.23 |
광주극장 안은, 거기서 보고 듣고 일어나던 일들은 마치 내가 내 트위터 탐라에, 페미니즘 모임에, 미학 스터디에 놓인 기분이 들게 하더라… 내가 믿는 걸 다 같이 믿고, 내가 지키고 싶은 걸 다 같이 지켜내고파 하는 거. 내 진실이 진짜 세상의 진실 같은 그런 거…
근데 광주 극장 밖을 나오니까 그냥 밖이더라… 그렇게 옹골차게 차오르던 감동이(심지어 울었는데) 사사사 흩어지더라.
인더 그루브 안에 그루브는 없었음… 그래도 맨하탄 양이 많아서 조았음… 가짜체리두 조았음…
한마음 포차 사장님이 그러는데, 손님이 다들 외지에서 온대. 오래된 실내포차를 채운 사람들은 바로 외지인,,, 그게 너무 웃겼음,,, 오사카 놀러 갔을 때 유키한테 ‘유키가 어렸을 때부터 먹던 라멘집 데려가 줘’ 해서 갔는데, 가보니 구글 리뷰 대맛집이길래 오 유키 소울 라멘집 유명한 곳이네?? 했다. 근데 유키가 “내 소울 라멘집 아니야, 거긴 맛 별로야. 여긴 관광객이 좋아하는 라멘집이야, 관광객들! 여기서 먹어” 함ㅋㅋㅋ 현지인 없는 라멘집에 앉아 외지인들 사이에서 오오 현지 맛은 이런 거군 하면서 먹다가 당했던 기억이 났음ㅋㅋㅋㅋㅋ
광주극장 안과 밖의 갭은 말이지… 정말 옆집우주 <갈림길에 선 여자들> 연극처럼 말이지… 나를 갈림길에 선 여자로 만들었음. 충돌이 계속 일어나고, 기분이 여기로 저기로 헤집어짐. 한마음에서 만난 분이 윙크를 하고, 미안해요 할수록 좀 슬퍼졌다. 그래서 달달한 옥수수가 먹고 싶어 졌고, 숙소로 가는 길에 (옥수수가 없어서)콘스프를 샀지만 산 것만으로도 언제든 포근한 달달함을 쥘 수 있단 사실에 (귀찮기도 했고) 괜찮아짐ㅋ 그래서 안 먹고 그냥 잤음. 기분은 기분 낸 것만으로 충족이 되나 보지…
예빈은 잘 때 기도하는 것처럼 모은 두손으로 뺨을 베고 자더라. 동화 속에 나오는 주인공이 잘 때 장면 같았음. 이르게 눈이 떠져서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았다. 소리가 생각보다가 커서 곤하게 자는 예빈을 깨울까봐 걱정이 됐다. 근데 방에 와보니 별로 안 커서 괜찮았음. 트위터 보는 동안 물이 가득 받아져서 몸을 담구고 챙겨간 책을 읽었다. 에피소드 2개 정도 읽으니까 더워서 답답했다. 몸을 간단하게 씻고, 욕조 물을 비웠다. 몸이 데펴져 얼굴에 땀이 났다. 그러고 나니까 어제 일들이 담담해졌다. 침대에 누워 광주 여성 영화제에서 준 달달한 백설기 떡을 먹고, 한숨 더 잤다.
핑퐁게임 볼처럼 여기저리로 충돌이 통통통 난무했던 광주행이었네. 일정한 반응만 일어나는 일상에선 확실히 벗어난 것. 그래서 재밌었다.
연극 얘기 쓰고 싶은데, 다음에 쓸게… 영어 숙제해야 해…
221121 기쁨의 총량이 슬픔을 희석해 (1) | 2022.11.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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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17 연초는… (0) | 2022.11.17 |
221109 심심... (2) | 2022.11.09 |
221023 노후준비를 얘기하는 친구들과 내가 (0) | 2022.10.23 |
220913 은채가 있는 나날 (부제: 위기에서 탈출한 나) (1) | 2022.09.13 |
가만 앉아 웹툰을 읽어도, 돌아다니며 밀린 일을 해두,,, 심심한 게 풀리지 않아서 블로그를 기웃 거렸는데 예빈햄 글 올라왔길래 읽고 심심이 풀렸다. 그치만 이제는 집으로 가고 싶다... 지금 시간은 12시 56분.... 4분이 날 초조하게 해.... 아 오늘 예빈 햄 술 안 줬네... 까비...
221117 연초는… (0) | 2022.11.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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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10 광주극장 안과 밖 (1) | 2022.11.11 |
221023 노후준비를 얘기하는 친구들과 내가 (0) | 2022.10.23 |
220913 은채가 있는 나날 (부제: 위기에서 탈출한 나) (1) | 2022.09.13 |
220903 우ㅣ기에 처한 암헝그리 (1) | 2022.09.03 |
ㄹㅁ가 갑자기 몇 달만에 전화와서는(얜 원래 갑자기 전화함) 노후 준비는 하고 있냐?? 라고 묻더니, 주변에서 하고 있는 경제적인 노후 준비 방법을 몇 가지 읊었다. 그러고 너도 잘 맞을 거 같으니까 이 방법 해봐~ 하고 끊었다. 그러고 며칠은 심란했다.
ㄱㅇ이가 몇 주째 맴돌아서 아침에 카톡을 했다. 네 생각이 나는 아침이라고 보냈다. 그걸 시작으로 간단하게 카톡 몇 번 주고받다가 나 지금 출근해서 답장 못 할 수도…라고 하길래 이따 한가할 때 통화하자고 했다. 그렇게 오후쯤 ㄱㅇ이한테 전화가 왔고, 요즘 읽었던 책이 너무 좋았고 읽으면서 내 생각을 했다고 보내준다고 했다. 오 책이 어땠길래? 하고 물으니, 요즘 늙음에 대해 (정신적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노후 얘기가 나와서 야 ㄹㅁ도 전화 와서 노후 준비는 하냐고 묻더라 하니까, ㄱㅇ이가 걔는 경제적 노후 준비 얘기지?? 그랬다ㅋㅋㅋㅋㅋㅋㅋ 어 맞아 100프로 경제 얘기. 그랬더니 나는 늙음에 대한 마음 준비인데 걔는 참ㅋㅋㅋㅋ 하면서 걱정만 하는 게 아니라 대안도 얘기했을 건데ㅋㅋㅋㅋ 그래서 어어어 ㅋㅋㅋㅋㅋ하면서 한참 웃음.
ㄱㅇ이가 “그럼 넌 뭐야?? “ 그래 난… 뭐지??? 하고 고민하고 있는데 ”넌 여전히 현재만 생각해??” 그랬다. 그러네…. “응 나는 현재 중에서도 지금만 생각해” 하니까 “정말 신기해. 안 불안해????” 그랬다. “어, 난 태평해~~~ 생각이 안 나 그쪽으론” 하고 대답하니, 야 우리 만나자. 만나서 얘기해. ㄹㅁ 데리고 한 번 갈게 너네 가게로. 그랬다.
ㄱㅇ이는 10년 전엔 내가 상담이 잘 맞을 거 같다며 내게 애니어그램을 소개해줬고, 당시에 나는 정말 애니어그램에 푹 빠져 살았다. 요 근래 상담받으면서 ‘아 나도 상담하면 잘할 거 같은데, 재밌고’ 그런 생각을 하다가 10년 전 ㄱㅇ이의 혜안에 놀래곤 했는데 얘네들은 내가 선명하게 보이나. 몇 년에 한 번씩 적절하게 나타나 내게 없는 면을 찌르고, 내게 있는 면을 건져낸다.
책을 보낸다더니, 네 권이나 보냈다. 얘는 참…. 하면서 가슴이 감동으로 웅장해졌다. 내가 “바보야 바보….” 하고 있으니 기매태군이 “그러게 바보네, 누나 책 안 읽는 줄도 모르고 네 권이나 보내고… ” 그랬다…. 이 자식이….
ㄱㅇ이가 20년에 걸쳐 총 네 번이나 책을 보내줬네. 얘는 참…. 하는 생각이 들면서 좀 아득해진다. 우리는 서로를 가슴 어디쯤에 두고서 살아가네.
ㄱㅇ이가 “요즘 동료는 있는데, 친구가 없어. 너처럼 아침에 카톡으로 ‘네 생각이 나는 아침이다~~‘ 이런 거 동료한텐 안 보내는 말이잖아. 좋다 네가 있어서” 그랬다. 야 나도 좋아. 아침에 생각나는 친구가 있어서~~~ 그럴 껄. “아 그러게?“ 하고 만 게 아쉽다.
221110 광주극장 안과 밖 (1) | 2022.11.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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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09 심심... (2) | 2022.11.09 |
220913 은채가 있는 나날 (부제: 위기에서 탈출한 나) (1) | 2022.09.13 |
220903 우ㅣ기에 처한 암헝그리 (1) | 2022.09.03 |
후 (0) | 2022.08.31 |
영화 사이드 웨이 장면 (그냥 이미지를 넣고 싶어서 넣음. 내가 좋아하는 장면임)
지금까지 겪은 변화를 쭉 적어볼까.
🎾 치료 전
🍊기본 상태 : 머리에 안개가 낀 것처럼 매일 뿌옇고 멍하다.
🍊수면 : 자고 일어나도 피곤하고, 그러니까 잠에서 못 깨고 늦게 일어나고. 늦게 일어나니까 늦게 자고.
🍊일상 : 할 일도 기억이 안 나서 놓치고, 기억이 나는 할 일은 미루고, 매일 늦고, 그러니 매일 할 일에 쫓겨서 살고, 방 정리 당근 못하고 살았음.
🎾 치료 시작 후 반년
🍊기본 상태 : 미쳤음. 갓생. 다들 이렇게 사는 거였음???
🍊수면 : 아침에 눈이 떠짐. 자고 일어나면 개운함. 일찍 일어나서 움직이니까 밤에 일찍 잠.
🍊수면 시 생겨난 단점 : 근데 자다가 깨는 일이 생기기 시작. 두 번은 깸. 새벽에 깨서 뭘 먹는 일이 생기기 시작
🍊일상 : 할 일이 생각남. 바로 수행하기도 하고, 여전히 미루기도 함. 덜 늦음. 할 일을 하긴 하니까 방 정리가 어느 정도 되어있고, 시간이 남는 일이 생기기 시작. 남는 시간에 지인들이 생각나서 내가 먼저 연락하는 일이 생김.(원랜 시간에 쫓기니까 누가 생각나서 연락하고 그런 일이 없었음. 나중에 연락해야지 하고 까먹음) 모르는 곳에 (단순하게 식당 영업하는지 같은 거 물어보러) 전화하는 걸 못했는데 전혀 어렵지 않게 되었다.
🍊미루는 습관의 변화 : 별 거 아닌 일은 바로 수행하지만, 좀 부담되는(집중이 필요한) 일에서는 미루는 습관이 여전히 남았다. 정신과 선생님이 그건 그동안 ADHD으로 살면서 수행 전에 하던 심리적 습관이라 그렇다고.
🍊🍊정신과 쌤의 해법 : 집중이 안 되니까 굉장한 에너지를 발휘해야만 일을 시작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일을 시작하는데 엄청난 에너지가 준비되어야 했고, 그 때문에 부담을 느꼈던 건데, 이젠 집중이 되니까 가볍게 시작해도 된다는 걸 기억하라고 했음.
그리고 만약 미루고 있는 일이 청소라면 ADHD는 완벽하게 책장 밑 먼지까지 싹 닦은 청소를 떠올리며 청소를 시작하려고 하기 때문에 완벽하게 청소를 마쳐야 한다는 부담이 오는 건데, 오늘 바닥에 떨어진 쓰레기만 모아 버리자~~~~ 하고 청소를 시작해도 청소라고 했음. 한 걸음만 걸어보자, 하고 시작하라고.
운동하려 가야 한다면 1시간 동안 내가 해내야 하는 운동과 거기에 필요한 에너지를 생각하지 말고, 운동 센터에 입장만 하자. 가서 10분만 하자. 하고 가라고 했음
🍊 ADHD 약 : 아침에 일찍 눈을 뜨게 하고, 낮에 수행하게 하고, 밤에 피곤해서 일찍 곯아떨어지게 함. 건강한 수면 패턴이 생김. 약효가 피크를 찍을 땐 심박수가 빨라지고, 약간 불안한 느낌을 받음. 점심에 식욕이 없음. 새벽에 자다 깨는 일이 생기고, 그때 식욕 폭발. 집중이라는 게 바로 되기 시작. 일 할 때 이런 순서로 착착 진행하면 되겠군 하고 머리에서 정리가 자동을 되기 시작. 실수가 현저하게 줄어듦. 까먹는 일이 현저하게 줄어듦. 여유 시간이라는 게 생김. 덜 늦게 만듦. 확실하게 할 일을 기억하고 지시하는 업무자가 생겨서 뇌에 계속 보고를 해주는 기분. 할 일이 기억나고, 내가 왜 해야 하는지 동기부여를 받고, 집중력이 존재하니 자연스럽게 수행하게 되는 나..... 너무 놀라워
🎾 치료 시작 반년 후~ 1년
🍊기본 상태 : 슬슬 갓생에 적응을 한 건지, 밤에 잘 때나 침대에 누웠고 종일 할 일을 빠릿빠릿 찾아서 하던 나는 슬슬 침대에 다시 누워 낮잠을 자기도 하고, 이전엔 할 일을 착착했다면 미루는 일이 더 생김. 왜냐고..... 그리고 중간에 개인사에 힘든 일이 있어서 나는 엄청난 무기력을 겪게 되는데.... 얼마나 무기력했냐면 빨래만 널어도 지쳐서 한 시간 누워있어야 했음. 당연히 일도 겨우 하거나, 못하고. 평소에 하던 운동을 하면 3일간 몸살을 앓고, 진땀이 났음. 누워 있으면 안 아픈데 움직이면 몸살처럼 아팠음.
🍊🍊무기력에 대한 정신과 쌤 해법 : 피검사도 해보고, 쉬어보기도 하고,,, 별 거 다 해보다가 진료 날이 되어서 병원에 가 한풀이(?)를 했는데 쌤이 진단이 나왔다고.... 불안이 높아져서 그렇고(불안을 느끼진 못했는데!!!) 그대로 뒀다면 공황장애로 왔을 수 있다고 하심. 약 처방 받았고, 햇빛 보고 오래 걷기. 일기를 쓰고, 그 쓴 일기를 남의 일기 읽는 것처럼 읽어 보면서 내 상태에 공감해보라고 했음. 이게 좋은 게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해소되는 게 있다고. 두가지 다 효과가 있었다.(즉빵 있는 건 아니고 차츰 좋아짐)
🍊수면 : 자다가 깨는 건... 그리고 깼을 때 뭘 먹는 일은 여전했음. 그러나 치료 전과 비교하자면 천배는 잘 일어나고, 백배는 개운했음.
🍊🍊수면에 대한 정신과 쌤 해법 : 먹고 자는 건, 100프로 몸에 비축하겠다는 것이므로 정말 비효율적인 식습관이라는 걸 기억하라고 했음. 저녁을 든든하게 먹고, 일단 깨지 않고 자도록 치료를 해보자고 했음. 약이 늘었다.(자기 전 먹어야 하는 약이 생김)
🍊체중 : 어느덧 정신 차리고 보니 10키로가 늘었음.
🍊🍊체중 증가에 대한 정신과 선생님 해법 : 약 때문이 맞다고 약을 바꿔주심. 한 달에 1키로씩 뺀다고 생각하고 천천히 다이어트를 해보라고 했음. 하지만 무기력으로 인해 운동 불가 상태였기 때문에 약을 바꾸고도 2키로가 증가했고, 감소는 없다고 한다.....
🎾 치료 시작 1년 후 ~ 1년 2개월 차(현재)
🍊기본 상태 : 처음 치료 시작할 때(~6개월)의 갓생은 사라짐. 그러나 어느 정도 무기력도 사라져서 점차 일상을 되찾고 있는 중. 활력이 다시 생기고 있음. 조금 덜 눕고, 할 일을 더 한다. 햇빛 보고 걷는 게 정말 효과가 있었다.
🍊미루는 습관의 변화 : 아침에 일어나서 해야 하는 (미루고 싶은) 일들을 왜 해야 하는지, 하면 얼마나 기쁜지를 적어보니까 스스로 납득이 되어서 할 일을 수행함. 시작만 해보자. 하고 시작하는 다짐을 1년 넘게 하니까 (여전히 한 걸음만 걸어보자.라는 마음을 까먹고 부담감에 휩싸일 때가 있지만) 그래도 이전보다 시작을 잘 함. 시작만 하면 염려했던 것보다 수행을 잘 해내는 나를 기억함. 그런 식으로 미루는 습관을 점점 줄이고 있음.
🍊운동 : 을 회복하면서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유산소는 아직 미루기 때문에 시작을 못하고 있는데, 러닝 친구를 구했기 때문에 할 수 있다!(라고 본다!) 근력 운동은 필라테스와, 요가로 하고 있는데 조금 더 욕심이 나지만 일단 요가나 빠지지 말고 가자......
🍊🍊이제 알아볼 것 : 처음 치료 시작하고 6개월은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고, 이후 6개월~ 1년은 무기력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기간이었다. 선생님이 조증 가능성이 있어 보이니, 이건 차차 알아보자고 하셨다. 조증을 지니고 있다면 치료가 좀 달라진다고.
🍊🍊🍊🍊🍊🍊 뭔가 다시 시작이라는 기분이 든다. 약이 늘었다가 줄었다가, 평생 낫는 것도 아니고, 뭐가 딱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여전히 우울증 약을 함께 복용하지만 새로운 문제점이 생기면 문제 원인을 보면서 수정해나가는 나. 정신과 센세를 한 달에 1번 10분여 남짓 만나 대화를 하는 것만으로도 깨달음이 생기고, 해결 방법이 생긴다. 나를 더 관찰하게 되고, 그만큼 나를 더 제대로 이해하는 여정. 일이 생기면, 상담을 통해 - 관찰을 통해 받아들이고, 해소하는(먹으면 소화하고 남은 건 똥으로 싸버리는) 반복 속에서 그것만으로도 훌륭한 일상이 아닌가. 이전의 삶보다 더욱더 진한 삶이 아닌가. 하며 치료가 즐겁고, 지금의 내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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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면 Mitski, Glide 를 튼다. I wanna be 라고 부르는 첫 소절부터 뻑이 간다. 이내 나도 멜로디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하루가 각자의 멜로디가 겹쳐 하모니를 이루었으면 한다. 그건 요라텡고 노래를 듣기 시작했을 때부터 생각한 로망인데 (요라텡고는 단순한 멜로디를 루프로 돌려 반복하는데, 반복되는 드럼과 베이스의 루프 안에서 기타가 그 멜로디로 낼 수 있는 모든 노이즈를 생성한 후 다시 원래의 각자의 멜로디로 돌아오기 때문에 그 아름다움에 뻑이 가는 것. 노이즈가 그 멜로디 안에서 최대로 내는 벗어남이라는 게 사람을 미치게 한다 *증거 영상 https://youtu.be/gYF4wbyrNyY ) 요라텡고는 그걸 사운드로 말하는 쪽이고, Mitski, Glide 는 직접 가사로 말하는 쪽이라 더 짜릿하다. 왜 더 짜릿하지? 사운드보다 글이 더 상위의 와닿음인가??? 아니면 단순히 영화의 영향인가... 그건 모르겠네 아직.
은채의 멜로디가 내 일상에 들어온 지 6일? 7일? 이 되었다. 내 멜로디에 은채 멜로디가 겹쳐져 내는 하모니가 생각한 것보다 더 아름답다. 매일매일이 다르고, 맬맬 같다. 어느 때는 각자의 멜로디에 서로의 사운드가 증폭되고, 각자의 멜로디에서 사운드가 터져 버리기도 한다. 노이즈가 만들어내는 붉은 노을. 그 석양을 매일 바라보며 감탄한다. 왜일까? 왜 이렇게까지 종종 얘기를 나누다가 눈물이 나고, 깨닫고, 웃을까. 저절로 되는 것에서 원인을 찾는 건 정말 어려운 일.... 그냥 그렇게 됐는 걸….?
주로 내가 해서 좋았던 걸 펼치고, 은채가 그걸 흡수해보는 쪽이다. 이따금 은채 리듬을 내가 타기도 하고. 그렇게 만들어져 가는 일상을 음악으로 담는다면, 그림으로 담아둔다면 좋을 텐데. 역부족이라 일기를 쓴다.
어제저녁엔 벼르던 요가를 갔다. 원랜 은채 요가를 내가 등록하고, 남은 요가 횟수를 내가 쓰려고 했는데 쌤이 등록을 받더니, 그냥 친구는 내가 있는 동안 같이 오는 걸로(무료로) 하라고 했다. 두 번이나 그렇게 말하셔서 어쩔 수 없이(우헹) 그렇게 하기로 했다. 다니는 요가원은 사람을 한번 죽게 했다가 다시 살려 보내주는 미친 강도인데, 은채가 와서 그런지 반쯤만 죽여주셨다.(배려 감사)
사실 출발하기 전에 몸이 개 무거워서 가지 말까..... 하는 고민을 좀 했다. 원래 이 고민이 시작되면 안 가버리는 나인데,,,,, 우리 같이 있는 동안 할 수 있는 건 시도해보는 쪽으로 해보죠. 하고 출발했다. 는 게 매직이다. 진짜. 원래 은채도 몸이 이 정도로 힘들면 안 가는 쪽을 선택한대. 근데 우리는 갔다. 왜냐고.
하고 나왔는데, 은채가 좋았다고 해서 안도했다. 근데 좋았던 거에서 마친 게 아니고ㅋㅋㅋㅋㅋㅋ 늘 앞으로 구부정하게 말려있던 은채 상체가 계속 반듯하게 서있는 것 아닌가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하루하고, 아니 한 시간하고 달라지냐고ㅋㅋㅋㅋㅋ 그동안 쭉 그렇게 살았던 관성은 어디로 갔냐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박에ㅋㅋㅋㅋㅋㅋㅋ 가기 전과 확실하게 달라진 은채를 보면서 우리가 주고받는 영향에 감명받았다. 기꺼이 영향을 주고, 기꺼이 받는 과정에 서본 적이 있던가. 이건 이상향에 있는 건데. 오늘 아침 10시 반 수업도 가쟈고 하고 잠들었는데, 은채는 못 일어나고 있고 나는 일기를 쓴다. 이 상태를 노이즈라고 부르고, 다음에 어떤 멜로디가 이어질지 궁금해하는 걸 하고 있다. 그래서 이것마저 재밌고 좋다.
은채가 있으니까 예빈을 자주 본다 그것도 좋다. 자꾸 일상에 잘 없던 좋아하는 멜로디가 들려오는 것이다. 셋이 같이 있음 또 다른 하루가 된다. 그 둘이 같이 앉아있는 걸 보면 그 부분에 사랑스러운 컬러가 공기 중에 노을처럼 펼쳐져 있다. 그걸 바라보는 것만으로 아름다운 시간이 되어 버린다. 어느 영화보다도 좋다. 왜냐면 평평한 2d 스크린 표면에 맺히는 게 아니라 여기 3d 공간에 실제로 있기 때문. 만질 수 있는 실제함을 무엇도 이길 수 없다.
은채가 오기로 하고 왔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내 삶에 놀라움이 생긴 것인데, 시간마다 놀라움이 생길 줄은 몰랐던 나는 계속 웃어 버린다. 덜 지치고, 더 가득한 일상. 이렇게 좋은 것만 가득해도 되는 것인가. 그런 건 사랑하는 밴드가 무대에 서있는 공연장에서 공연하는 2시간가량의 시간에나 있는 일 아닌가. 굳이 영화를 보지 않아도, 공연장에 가지 않아도, 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새로운 사랑이 시작되지 않아도, 위드를 하지 않아도 그니까 러닝타임이 끝나고 나면 종료되는 잠시의 행복을 찾아 떠나지 않아도 되는 상태. 게다 종일 이어지는 즐거움. 그래서 자주 나도 모르게 은채랑 같이 살고 싶다고 말하게 된다. 사실 은채도 (아직 긴 시간이 남았지만)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니까.....
정훈이가 왔던 날엔 은채는 정훈이한테 질문을 많이 했고, 정훈이는 길게 대답을 해줬다. 그걸 옆에서 듣던 난, 참 좋은 질문과 좋은 대답이네 하면서 한 마디를 한 마디를 꼭꼭 씹어 먹으며 들었다. 근데 다음 날 둘은 자기들이 나눈 대화를 거의 기억을 못 했고(엄청 취했을 때 하는 대화의 무용함에 대하여) 그래서 내가 굳이 복기해줬는데 다시 말했다고 전 날의 이야기가 그대로 살아나는 것은 아니었으나 둘의 기억에서 조금씩 소생되는 부분은 생겨났다. 그것도 재밌었다.
어느 밤엔 피곤해서 나 먼저 자러 들어갔고 기매태는 목조 주택을 스케치업으로 그리고 있었고, 은채는 몸을 꼼짝 못해서 자러도 못 들어가고 의자에 그냥 앉아 있겠다고 했다. 그러고 시간이 세시간 쯤 흘렀나??? 잠에서 잠깐 깼는데 레드핫칠리페퍼스 노래가 들리는 것 아닌가. 엥??? 이 시간에??? 하고 거실로 나가봤는데 은채가 뻑이 가서 공연 영상을 보고 있었고, 기매태는 어느 부분이 끝내주는지 관람 포인트를 얘기해주고 있었다. 그 옆에 앉아서 음악을 듣는데, 뭐 이런 밤이 있나 싶었다. 우리는 계속 다른 끝내주는 음악을 틀어갔고, 계속 뻑이 갔다. 그러다가 해가 떴다. 마지막은 위에 링크를 남긴 요라텡고 노래를 내가 틀었는데, 기매태는 자기가 좋아하는 노래가 아니라고 바로 관심이 떠나서 이만 자러 들어간다고 갔고, 은채와 나는 15분이나 되는 노래를 들었다. 다 듣고 담배를 피러 일어났고, 피면서 은채는 음악을 듣다가 한 세번쯤 숨을 참았다고 했다. 명절 영업을 내리 5일이나 한 날 밤에 음악만 듣다가 해가 뜨는 걸 보고 잠들다니.
그러고 다음날 아침에 일어난 은채는 레드핫 can't stop을 핸드폰으로 틀어 듣더니, 스피커로 노래를 듣고 싶다고 그랬다. 같이 거실로 나와서 파라솔, 베개와 천장을 들었다. 그러고도 한참을 또 음악을 찾아들었다. 완태, 추락한다를 쓰게 된 날에 대해서 얘기할 땐 같이 울었다. 그러다가 유준이가 와서 유준이가 트는 재즈를 들었다. 은채와 나는 종종 노래 제목을 핸드폰으로 검색해 노래를 저장했다.
그렇게 일상이 가고 있다. 삶을 돌아볼 때 꼭 생각이 날 시간 안에 살아있는 중이다.
+ 오늘의 노래
파라솔, 베개와 천장
조금은 어수선한 날이었네 건물에는 사람이 많았고 모두 서로에게 부딪혀가며 좁은 길을 열심히 걸었네 그렇게 몇 시간을 걸었던가 한두 명씩 보이질 않았고 모두들 어딜 갔나 생각할 때 내가 고장 난 것을 알았네 불안은 언제나 머리에 숨어 웃어보려 할 때 내 속에 스며 참기 힘든 생각에 둘러싸여 베개와 천장 사이에 떠있네
그 후로 많은 날이 지났어도 몸이 말을 듣지를 않았네 결국 난 어느 곳도 갈 수 없는 저 작은 방의 화분과 같았네 불안은 언제나 머리에 숨어 웃어보려 할 때 내 속에 스며 참기 힘든 생각에 둘러싸여 베개와 천장 사이에 떠있네 불안은 언제나 머리에 숨어 웃어보려 할 때 내 속에 스며 참기 힘든 생각에 둘러싸여 베개와 천장 사이에 떠있네
https://youtu.be/MPCkqAvYty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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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처한 나를 위해 쓰기 시작하는 일기.
정신과 쌤이 회복을 위해서는
1. 설렁설렁 살기(쉬는 건 무기력이 아니라, 회복이다)
2. 햇빛 보면서 많이 걷기
3. 잘 자기
4. 일기를 쓰고 그 일기를 제삼자의 눈으로 객관화해서 다시 읽기
이런 것들을 하라고 했다.
1번은 시도하고 있고, 2-3번은 잘 안 하게 되어서 이제라도 하려는 중.
뭘 쓰지.
은채가 곧 온다. (내가 가게를 혼자 운영하기 어려운) 시기도 그렇고, 은채가 스스로 온다는 움직임도 그렇고 여러 가지 좀 말이 안 되게 놀라움..... 그냥 놀라움. 인생은 알 수가 없고, 알 수가 없는 일 중에 살아가고 싶게 하는 일들이 생긴다는 것이... 알 수가 없다는 걸 긍정하게 하는 듯. 새로운 바람이 불 거라고, 그리고 나아질 거라고(사실 안 나아져도 되는뎅, 즐거울 거니까) 생각해. 재밌게 지내야지.
기매태가 오전에 가게에 가서 외부 등 달고, 집에 와서 같이 밥 먹구 피곤하다구 자고 있다. 기매태 잘 때 만지면 짜증을 빡 내는데 매번 웃긴다. 그리고 자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다. 가끔 자고 있는 기매태를 보다가 귀여워서 쓰다듬으면 자다가 엄청 놀랜다. 그럴 때 내가 '니 옆에 있는 사람이 나일 텐데 뭘 그렇게 놀래. 안심해' 하면 응 하고 다시 자는데, 그럴 땐 묘한 기분을 느낀다. 경계심 많은 생명체가 내 옆에서 마음을 놓고 편하게 잘 때 느끼는 감정을 부르는 이름이 있으면 좋겠다. 노아는 경계심이 없는 고양이였는데 (여행 가느라 집을 비우면 친구들이 와서 밥을 줬는데 그러면 옆에 와서 귀여운 포즈로 눕거나 앉는다고) 그래도 어느 순간이던 자세를 흩트리지 않는 고양이였다.(였다라고 쓰는데 바로 슬프네) 이상한 포즈는 없었다. 언제나 우아하고 단정했다. 그런 노아가 내 베개에 올라와 웅크리고 자면 그렇게 행복했지. 그럴 때만 느끼는 감정이 있다. 기매태가 자는 모습에서도 느끼는 그런 것. 어느 정도 이상 같은 공간에서 시간을 보냈을 때에 만들어지는 그런 것. 뭐라 부를까. 어느 나라에는 이걸 부르는 이름이 있을 것 같아. 호주에 가서 다양한 나라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면 이 상태를 설명하고 부르는 이름이 그 나라에 있는지 묻고 싶어졌다.
여기까지 쓰니까 기분이 좋아지고, 피로감이 뿌옇게 덮인 구름이 바람에 걷어지듯 걷어진다. 이게 일기의 효능???
가게 문을 여느라 쓰는 에너지 때문에 이렇게 피로하진 않을 텐데. 할머니가 병원에 계시고, 의식이(과거 기억이) 없는 것, 쇠약해지신 것,,, 그런 것에 계속 마음을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내게 할머니는 엄마와 비슷하다. 미성년 때 유일한 나의 보호자, 그리고 내 안위를 누구보다도 걱정하는 사람, 늘 "성아가 건강하고 행복만 하면 할머니도 행복하다~~~~ 사랑해~~" 하고 전화를 마치던 소중한 사람. 그리고 내게 소중한 사람 중 가장 나이가 많아 세월이 흐르는 걸 두렵게 만든 사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 내는 사람, 나보다 날 아끼던 사람. 그런 분이 그 기억들을 잃고 누워있다. 평소엔 안 나던 눈물이 흐르네... ㅠㅠ 할 수 있는 게 없는 상태라 나는 여기서 내 할 일을 하면서 그 전과 다른 변화 없이 지내지만, 사실 거대한 상실 속에 있는 중인 듯.... 힘든 게 당연하네. 그치만 할머니는 내가 건강하고 행복만 하면 할머니도 행복하다고 하셨자늠??? 잘 지내고 싶고, 잘 지내야 한다. 그러려면 회복을 해야지. 쌤이 말한 1-4를 잘해야지.
여기까지 쓰니까 동기부여가 되네??? 이게 일기의 효능이라면, 내가 3일 동안 누워서 쉬던 것보다 훨씬 효과가 좋은데???
앞으로도 많은 일정이 있고, 하고 싶다. 내 일정엔 내가 하고 싶은 것들로만 채워져 있고, 그래서 하고 싶다. 그러려면 체력 대필요... 사실 체력보다는 신경을 과사용하지 않는 게 젤 중요하다. 나는 일에 돌입하면(좋아하는 상황도 마찬가지) 내 상태를 감지하지 못하고 최대의 몰입을 한다. 성의를 다한다. 그러고 싶어서 그러는 거니까 괜찮은 거라고 생각했는데, 몰입도 좀 줄여야겠단 생각을 하게 됐다. 덜 즐겁자가 아니라, 음... 넘치지 말자는 말일까?? 물을 끓일 때 끓는 걸 내버려 두면 물이 닳잖아. 딱 끓을 정도만 하자.
뭘 쓰지 해놓고 많이 쓸 수 있는 게 개 놀랍네.
월요일엔 내 중학생 때부터 친구인 남주 아기들 두 돌 기념사진을 찍어주러 간다. 사실 다녀와서 너무 지치면 어쩌지가 걱정이었는데, 이제는 덜 두렵다. 체력 분배를 좀 할 줄 알게 되는 중이라는 것. 그리고 은채가 온다는 것이 큰 북돋음이 된다. 분명 8월보다는 나은 상태다. 이해력도 실행력도. 오 괜찮네. 위기에 처한 나, 화이팅!(힘내라는 게 아니라 코어를 잡고 몸을 일으키라는 의미에서)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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