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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거나 수영을 하고 있다.

 


주로 걷는다. 걷는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숨이 차오를 뿐이다. 숨이 차면 힘들 뿐이다.

나무에 꽃피고 잎나는 변화를 보면서 걷는 건, 거대한 개념이랬다. 상담쌤이. 내게도 시간이 흐르는데 여기도 시간이 흐르네. 하는 연결감. 여긴 시간이 흐를수록 변화하네. 하는 우리의 차이. 걸으면서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느끼는 건, 우울증으로 정지된 나를 다시 움직이게 일깨운다고 했다. 연결감. 그런 게 일어났는가. 아직 모르겠다. 다만 꽃을 보면 기분이 좋다. 세상에 아름다운 게 다행히 아직 유지되고 있단 걸 확인한다.




아까 어느 구간에선 새가 규칙적으로 울었다. 도시에서 듣는 날카로운 울음소리와는 달라 안심이 됐다. 좋은 일이다. 새 좋아하는 친구가 생각나 집에 와서 새도감이 가득 들은 보드게임 윙스팬을 샀다.


걸으면 힘들 뿐인데, 내일도 걷자고 생각하는 건 날씨가 좋고, 햇빛이 따뜻하고, 숲에 꽃이 피기 때문이다. 연결되고 싶은 쪽으로 가고 싶은 것이다. 내일도 거길 가서 진짜 여길 또 왔네. 하고 싶은 것이다. 이렇게 걷다 보면 어느 쯤엔 심박수 180을 넘지 않고도 수월하게 도달하는 몸이 되는지 확인하고도 싶다. 걸으면 뭐가 좋을까 싶어서 망설이는 걸 그만두고, 걸으러 나가는 내가 돼보고 싶다.

 

 

내일은 걸으면서 이장혁, 봄을 들어야지. 그래서 < 작은 벌레들은 깨어나, 아무도 몰래 집을 짓고. 주어진 만큼의 날들을 위해 힘을 다해 싸우네. 그리고 난 다시 자전거를 꺼내 봄이 오는 언덕을 향해 페달을 밟아> 이 가사를 들어야지.


 

 

 

 


+ 오늘의 노래


이장혁, 봄

바람이 불어오고
철새는 날아가고
그대는 없는 봄에 난 흠뻑 취해
할 일도 잊어가네

작은 벌레들은 깨어나
아무도 몰래 집을 짓고
주어진 만큼의 날들을 위해
힘을 다해 싸우네
그리고 난 다시 자전거를 꺼내
봄이 오는 언덕을 향해 페달을 밟아

미칠 듯 꽃은 피고
슬픈 저녁이 찾아오고
우린 저마다의 식탁에 앉아
쓸쓸히 밥을 먹지

할 말이 많았는데
항상 난 머뭇거렸었어
어쩌다 그대를 만난다해도
건넬 수 없는 말들

미쳐가는 봄밤 그댄 또 어디서
나도 없이 잘도 지내고 있는 건지
그리고 난 여기 부는 바람 속에
쓰라렸던 지난 겨울의 탄식들을 씻어가


https://youtu.be/FZeFve5jP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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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궁이가 생각났다. 그건 우리 집 마루에서 바라보면, 대문 나가기 전 왼쪽에 놓여 있었다. 거기서 할머니는 소에게 줄 여물을 삶거나, 사료에 먹다 남은 음식을 모아 넣고 개죽을 쑤거나, 밭에서 캔 나물을 찌거나 하셨다. 할머니가 뭘 삶냐에 따라 마당에 퍼지는 냄새가 달랐다. 마루에 앉아서 햇빛 쬘 때, 마당에 빨래를 널 때, 등하교하러 대문을 지나 방으로 들어가는 길에 그 냄새를 맡았다. 아궁이를 땔 때 보통은 나무 태우는 흰 연기가 나는데, 어느 날은 매캐한 검은 연기가 났다. 할머니가 엄마 옷가지를 태우고 계셨다. 사진도 태우고, 물건도 태웠다. 그걸 보고 달려 나갔지만, 엄마의 일로 슬픈 표정을 보이지 말잔 이상한 결심을 했던 나는 내가 지을 수 있는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 그 어색한 표정으로 호기심이라는 듯 할머니한테 이건 왜 태우는 거냐고 물어봤다. 사실은 화가 나서 따지고 싶었던 것 같다. 그치만 내색할 수 없었다. 할머니는 사람이 하늘나라에 가면 그 사람이 썼던 물건을 태워 하늘로 같이 보내주는 거라고 했다. 그리고 나머지는 성아가 마저 태워라. 하시고 방으로 들어가셨다. 좋은 일을 내게 넘기는 것처럼 하셨기 때문에 나는 그 말을 철썩같이 믿고, 엄마가 찍힌 사진들을 이어 마저 태웠다. 주로 독사진이거나, 아빠랑 찍은 사진이었다. 타들어가는 사진을 다시 얼른 꺼내들고 (불을 끄고)다시는 볼 수 없는 걸 보는 듯 한참 보기도 했다. 그러나 태우는 걸 멈출 수 없었다. 할머니가 시킨 일이었다. 그리고 이걸 태워야 엄마나 외롭지 않게 지내실 거 같았다. 태울 수록 마음이 아파 엉엉 우는데 쪼끄만 동생이 와서 언니 뭐 해 하고 옆에 앉았다. 응, 엄마 물건을 태워야 하늘나라에서 엄마가 이걸 쓴대. 동생도 같이 태우면서 울었다. 나는 다시 태연한 척 했다. 엄마 지갑을 태웠던 차례가 유독 기억에 남는다. 숭고한 일을 하는 어른처럼 엄마 지갑을 들고 그 안에 꼽혀진 것들을 기억하려고 하나씩 빼서 한참씩 바라본 다음 태웠다. 엄마 주민등록증을 볼 땐 주민번호를 외워보려고 숫자를 몇 번이나 읽었다. 엄마 물건이 불 속으로 사라질수록 엄마가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나도 다시는 기억 못 하겠지. 나도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매일 엄마가 차고 다니던 시계를 태울 차례가 오자 이건 태우지 말자. 동생에게 말하고 내 호주머니에 넣었다. 엄마 증명사진도 호주머니에 넣었다. 이거면 됐다고 생각하고, 나머지는 마저 다 태웠다. 그러고나서 할머니 다 태웠어요 하면서 저녁 밥 짓는 부엌으로 들어갔던가. 증명사진은 어디론가 사라졌고, 엄마 시계는 내가 학창 시절에 소중하게 여긴 걸 모아둔 작은 파란색 박스 속에 들어있다. 이 얘기는 지난 개인상담 때 하려다 못 했던 말이다. 이 얘기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 속에 다시 집어넣었다. 그러다가 오늘 사랑의 역사를 읽다 다시 꺼내 쓴다. 나는 누가 죽으면 다시는 그렇게 무자비하게 태우지 않을 것이다. 그날 태웠던 게 구체적으로 어떻게 생겼던 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궁이에서 나던 검은 연기보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겨우 날 위해 남긴 시계만 기억할 수 있다. 그것만 남았다. 그리고 지금 읽는 사랑의 역사가 그때 기억을 꺼내줬다. 내 사랑의 역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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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올려보니까 재밌길래 다시 해보는 식물일기 1년 성장기ㅋㅋㅋㅋㅋ 기대는 금물 ㅋㅋㅋㅋㅋ





2203 무늬 싱고니움은

그니까 아름다웠던 무늬 싱고니움은.....
 







1년 후) 2303 무늬 싱고니움

잎 없이 줄기만 너무 길어져서 잘랐다.....
이렇게 심긴 상태로 비루하게 남았고, 남은 줄기는 수경으로 갔음.
힘내라 넌 싱고잖아~~~~~~

 




2203 필로덴드론 실버스워드.

요만했던 애가~~~~~




1년 후) 필로덴드론 실버스워드

분갈이도 안 해줬는데, 이렇게 무럭무럭 자라줬다.
내가 너를 사랑해!!!

 
 



2203 아스파라거스 팔카투스

데려왔을 때 무성하게 떡잎을 달고 있던 얘는

 
 
 


1년 후) 2303 아스파라거스 팔카투스

떡잎은 벗어내고, 키가 자라고 있음. 요즘 길쭉하게 새 줄기를 내는데, 너무 기특해.
이게 바로 봄인가 봐????
 



여기 중간에 (아직 잎은 거의 없지만) 길쭉하게 자라는 새 줄기가 보임???
본인이 아스파라거스인 걸 기억해 내고 드디어 자라나고 있음….

 
 
 



2203 론데리 파티타임
 
잎이 매력 터지는 너
이렇게 예뻤구나????

 
 
 
 


1년 후) 2303 룬데리 파티타임

파티타임이 끝났는지… 줄기만 길어짐.
댕강 자르고, 윗 줄기는 수경으로 돌렸다ㅠㅠ 잘 자라줘 다시ㅠㅠㅠㅠ 다시 파티 열어줘 ㅠㅠㅠㅠㅠ

 



2203 코르딜리네 핑크 다이아몬드

21년 9월에 데려와서 수경으로 뿌리 받아내고 식재한 모습
 

 
 


1년 후) 2303 코르딜리네 핑크 다이아몬드

달고 있던 묵은 잎은 한 장 남기고 다 떨군 후, 새잎을 미친 듯 쭉쭉 내고 있음.
얘 베트남 길거리에서 봤는데, 진짜 이뻤음.
우리 집에서도 부탁해 홍죽아(다른 이름)

 



2203 싱고니움 밀크 컨페티

화분 작은 거 보임??? 잎은 더 작음….




1년 후) 2303 싱고니움 밀크 컨페티

화분도 커지고, 잎도 많이 내고 있다~~~!
잎 한 장이 손바닥 만한 미래의 너를 기대해~~~!

 
 



2203 필로덴드론 베멜하

데려와서 처음 식재했을 때 모습이군. 뽀짝하구만.

 



몇 주 후에 신하늬한테 선물 받은 화분에 옮겨 심은 모습.
화분 넘 이뿌징~~~~~~




1년 후) 2303 필로덴드론 베멜하

그리고 지금! 너무나 잘 자란 모습!! 하하하하하하
정말 고맙다. 내 너만은 물 잘 챙겨줬재~~~~~
보람이 있구만. 잎이 몇 개여




2203 필로덴드론 그린 벨벳

진한 색깔에 반해서 데려온 애.
오자마자 새잎을 냈음.




1년 후) 2303 필로덴드론 그린 벨벳

하…….. 진짜…… 식물은 이 맛에 키우나 봐.
얼마 전에도 새잎 냈다.



너무 이쁨 ㅠㅠ

 
 



2203 에피프레넘 피아텀

얘는 크면 잎이 손가락처럼 갈라진다는데??????
그래서 일단 데려옴.
근데 어느 세월에 그런 잎을 보여줄지 감도 안 옴.

 
 
 



1년 후) 2303 에피프레넘 피아텀

여전히 잎 모양은 그대로지만??????
잎도 커지고, 덩쿨 식물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음?!??

 
 
 



2203 히메 몬스테라

잘 자란다고 그래서 데려옴.
이쁘다아아 아

 
 
 
 


1년 후) 2303 히메 몬스테라

잎 개수는 비슷한데, 길어지고 커짐



오오 이쁘다잉

 
 
 
 



2203 필로덴드론 미칸

처음 데려왔을 때 잎이 풍성했네????? 반성 ㅠㅠ

 
 



1년 후) 2303 필로덴드론 미칸

잎은 적어지고, 줄기가 길어졌을 뿐…
얘도 잘라서 수경으로 돌릴까 고민 중….




다음 식물 일기도 기대해죠~~~~~~!
끗~~~~~~~!






and



내가 그렇게 못 해줬는데!!!!!!
1년 동안 잘 자라준 녀석들 중에
두 녀석 공개~!

 

분갈이 하면서 얘네들 때문에 감동 좀 해짜나...

 

 

 


22년 3월 필로덴드론 버럴막스

 


사진에 보이는 큰 잎은 탈락돼서, 오른쪽에 보이는 작은 두 잎이 성장했다고 보면 되는데……

 

 



1년 후) 23년 3월 필로덴드론 버럴막스

 


버럴막스 뽀대를 갖추고 있음… 귀엽다 얘두라……



 

 

 


22년 4월 이름 아무리 찾아두 모르겠음….

 

 

 

 



1년 후 ) 23년 3월

 

 



원래 넌…. 덩쿨처럼 자라는 거니????
이름 모르는 애 토끼귀 잎모양이 귀욤….




더 쓰기 귀찮으니까 끗~!

 

 

 

 




and

 


 
분갈이를 해버렸네 ???? *^^*
 


수태봉 못생겨서 치워버리고 싶던 싱고 분리해서 줄기만 남은 건 수경으로 가고, 뿌리 쪽은 심었다.
내 수박이.... 흙 파보니까 내가 물 자주 줘서 뿌리 녹았더라잉ㅜㅜㅜㅜ 수박이도 수경으로 갔다. 
 
가게에서 화분 떨거지들 데려와야 하는데.... 화분 없어서 아직 분갈이할 게 잔뜩..... 뭐 슬슬 하면 되겠지. 
 
작은 화분에 심은 게 잘 살더라. 큰 화분에 심은 작은 화초 파보면 ㅋㅋㅋㅋ 뿌리 ㅋㅋㅋ 왜케 없엉 미안하다ㅋㅋㅋㅋㅋㅋㅋ 다 작은 화분으로 옮겼다. 그릇에 맞게 살라고 하는 말 있잖아. 그런 것임 ㅇㅇ...
 
뿌리파리 두둔지 찾아내고 싶었는데, 오늘 분갈이 한 것 중엔 없네.... 아니 우리 수박이 뿌리파리한테 당한 거 아녀??? 아니지... 무른 줄기들 생기는 거 보면 과습이지ㅠㅠㅠㅠㅠ
 


이제 청소기 돌려야 하는데.............. 좀 눕고 싶네???
 
화초 이름들 다 까먹어서 다시 외워야한다.....
 

 
 

and

 

 

41세에 10세에 돌아가신 엄마 얘기를 한다는 게 어색하지만, 정확하게 엄마의 죽음을 겪은 내 얘기를 하는 거지만. 

 

10세의 내가 해소하지 못한 감정이(10세의 아이는 뭘 할 수 없으니까) 41세의 내게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걸 발견할 때, 사람의 마음에 대해 생각할 수밖에 없어진다. 그니까, 시간 상 다 지나간 얘기인데, 마음엔 여전히 이어지는 이야기라는 걸 이제야 선생님께 말하던 도중에 발견한다. 그때 내가 포기한 걸 여전히 포기하고, 그때 내가 미뤄둔 건 여전히 미뤄진 것을. 

 

엄마의 죽음에 10세의 내가 못했던 '애도'를 41세의 내가 선생님과 앞으로 얘기하면서 하기로 했다. 그게 어떻게 이뤄질 지 아직 전혀 모르겠고, 애도로 어떤 영향을 받을지도 모르겠지만. 애도를 하기로 한 것만으로도 슬픈지도 몰랐던 마음이 나아진다. 그리고 내가 좀 가엽네...

 

엄마의 죽음에 첫째 딸인 내가 애도를 하고 나면, 계시지도 않은 엄마가 좀 더 행복해질까?? 아마도 33세쯤에 세상을 떠났을(정확히 모름) 엄마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엄마는 행복하지 않았을 거 같아서, 마음이 아픈 것 같다.(잘 모르겠다) 그리고 할 수 있는 것도 없다. 그러나 지금의 내가 상담 중에 엄마 얘기를 하고, 다시 기억하고, 다시 아파할 수 있고, 해본 적 없는 애도를 하는 게 엄마를 행복하게 해 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 나는 어떤가??? 사실 엄마가 아니고, 아마도 나를 행복하게 해 줄 일인가 봐. 

 

상담은 정말 굉장한 것,,, 어떤 게??? 절망했던 줄도 몰랐던 장소로 가서(이것만으로도 굉장한데) 새로이 회복하게 한다는 게.

 

 

 

 

and

 
 
 
 
 
 
감정보듬교실에서 매일 느낀 기분을 적는 숙제를 주셔서 그걸 매일 하는데, 기매태가 집에 있는 날엔 ‘기쁨’에 적는 숫자가 크다. 그런 줄 몰랐었고, 그런 내가 귀여움.
 
 
 
빈햄이 ㅇㅌ에서 일하는 게 좋다고 했다. 안도 동시 정말 기뻤고 웃겼다. 담날 그런 말을 왜 술 마시고 하냐고ㅋㅋㅋ 놀렸더니 쑥스러븐게. 라고 답했다. 그런 빈햄이 귀여움.
 
 
 
빈햄이 쓴 가사 졸라 좋다.... 마음 속에 담아놓고 오래 익혀 써냈을 가사를 읽으니 행복감이 덮으면 체온이 2도 상승되는 따뜻한 담요처럼 찾아와 내 온 몸을 덮음, 빈햄이 써서 소중함.
 
 


빈햄이랑 같이 먹으면 맛있겠다 싶어서 김밥을 말았을 뿐인데(어디서 파는 음식이 아니라 만들어야 해서 만든 건디), 그 과정이 재밌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요즘 종종 간단한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요리가 재밌다니, 귀찮아서 손 놓고 있던 일이 다시 재밌어지는 거 소중함. 
 

 
 
빈햄이 ㅇㄹㅌㄱ를 떠나는 때를 생각했다. 떠나는 일은 같이 있었으니까 생긴다. 떠나면 어쩔 수 없이 슬프겠지. 같이 있는 게 좋았던 만큼이나 생기겠지. 그래도 같이 하지도 않았고, 그래서 떠나는 일도 없는 것보다는 훨씬 좋다. 그런 슬픈 만족감. 
 
 
 
 


덩치 레코오드 졸리 좋다. 초반인 줄 알고 구입했는데 2판이라는 비틀즈 LP로 예스터데이를 틀어 주셨다. 신나게 말하던 중에 예스터데이가 나왔고, 아 너무 끝내줘서 나도 모르게 말을 멈췄다. 모두 귀 기울여 예스터데이만 들었다. 살면서 한 400번은 들었을 노래인데, 그동안 접어둔 부채로 부채질했구나. 쫙 펼친 부채로 일으키는 바람을 맞는 것처럼, 소리 하나하나가 쫙 펼쳐진 스펙트럼을 느끼며 한음 한음 음악을 들었다. 음악을 좋아하는 친구, 음악을 좋아하는 나, 음악을 좋아하는 싸장님. 음악뿐인 공간에 음악뿐인 순간에 음악.
 
 
 
택시를 같이 타고 대흥동엘 가는 길이었다. 높이가 낮아진 오후 태양빛이 택시 안으로 눈부시게 들어왔다. 앞자리에 앉은 ㅇㄷ님이 올해 중순에 정규를 낼 건데, 모아보니 9곡이라고 했다. 그 중에 ㅇㄹㅌㄱ 곡도 있다고 했다. 카카오톡으로 노래를 보내주셔서 이어폰을 꺼내 눈 감고 들었다. 햇빛이 주황색으로 보였다. 노래는 첨부터 끝까지 같은 멜로디가 이어지는데, ㅇㄷ님이 어디에 머무냐에 따라 멜로디가 다른 기분이 됐다. 그랬을 ㅇㄷ님을 생각하니, 마음이 찡했다. 그리고 ㅇㄹㅌㄱ가 음악으로 영원히 남게 됐다. 주황색으로 스며든 감동. 
 
 
 

어제 ㅅㄹ님하고 ㅇㅎ님하고 맛있다고 소문만 들었던 감자골에 가서 식사를 하고 나오는 길에 노란 호박 식혜 한 병을 샀다. 살 때 반쯤 얼어있던 식혜가 오늘 아침엔 다 녹았다. 잘 흔들어 한 잔을 따라 마셨는데 어제 맛봤을 때랑 다르게 호박앙금이 진하게 담겨서 맛이 황홀했다. 그런 생생한 단맛.
 
 
 
 
생생한 단맛들....이 한 잔 꽉 채워지면 그걸 쭉쭉 마시면서 지낸다. 나 우울증 치료 완료인가 봐....
 
 
 
 
+ 오늘의 노래
 
요조, 모과나무
 
너는 오늘 아침 그 많은 나무들 사이를
보이지도 않게 자꾸 왔다 갔다 하며
나를 찾아보세요
이 담장 너머에
약을 올리면서
아름답네
 
나는 달리던 발걸음을 멈추어 서서 음
고개를 들고 두리번두리번하다가 흠
아이고 못 찾겠네
대체 어디에서
이렇게도 고운 모과 향기가
 
 
어디선가 날아오는 오래전 내가 주문했던 소원
 
 
멈추지 말고 계속 달려나가야지요
떠미는 바람의 마음도 나는 듣는 둥 마는 둥
마냥 멈춰 서서
아이고 못 찾겠네
대체 어디에서
모과 향기가
 
 
어디선가 날아오는 오래전 내가 주문했던 소원
 
 
 
 

https://youtu.be/0EBgpAEvjw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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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한가했던 수요일, 일찍 마치고 술자리에 갔다. 술집 이름은 추억 만들기. 도착하니 일행들 눈이 반쯤 풀려 있었다. 기분 좋은 고양이가 짓는 표정처럼. 늦게 합류한 걸 만회하려고 소맥을 연거푸 마셨다. 나도 금세 취했다. 일행들이 핸드폰으로 음악을 틀고 있어, 누구 폰에 스피커를 연결한 거냐고 물으니 사장님이 노래 틀어서 들으라고 자기 폰을 주셨다고. 신박해... 사장님은 노래가 맘에 든다고 조명을 낮추시더니 춤춰! 라고 하고, 디제이처럼 소리가 커졌다 작아졌다 해서 돌아보니까 컨포넌트 오디오 앞에서 볼륨 기를 돌리고 있고. 늦게 들어온 내게 밥 먹었어? 하시더니 조금 남은 밥을 따뜻하게 돌려주시고, 경계라고는 없이 훌쩍훌쩍 뛰어넘는 공간에서 몸이 풀려 옆 일행 어깨에 기대기도 했다, 크게 웃기도 했다, 다른 옆자리 일행이 내 접시에 올려준 소세지를 집어 먹고 눈웃음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다 이런 공간에서도 풀리지 않는 마음이 거슬려 이제 집에 가고 싶다고 크게 말했다. 노래방에 가고 싶다는 일행을 두고 다들 짐을 챙겨 일어섰다.
 
다음 날 일어나니 몸이 그리 무겁진 않은데, 마음이 어질러져 손에 잡히는 게 없이 시간만 흘렀다. 이건 술 때문이다. 술이 그동안 온전했던 마음을 헤집어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 오늘은 문을 못 열겠다. 아 진정 이것이 술의 중력이구나. 
 
가게 간 김에 미뤄둔 정리를 하다가, 펜을 사러 에스닷에 갔다. 웃긴 펜들을 샀다. ㄷㄷㄹㄷ 문이 열려 있길래 인사나 할 겸 들렀다가 최승자 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 산문책을 발견하고 첫장을 넘겨 읽었다. 
 


'20대 중간쯤의 나이에 벌써 쓸쓸함을 안다. 깨고 나면 달콤했던 예전의 쓸쓸함이 아니고 쓸쓸함은 이제 내 머릿골 속에서 중력을 갖는다. 쓸쓸함이 뿌리를 내리고 인생의 뒤켠 죽음의 근처를 응시하는 눈을 갖는다. 어떤 거대한 힘에 의해 보이지도 않게 조금씩 망가져가고 있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 '다시 젊은이란 열차를' 첫 줄
 
이만큼 읽으니 어젯 밤 술로 조금 망가진 내가 이 책을 안 살 도리 없단 걸 깨닫고, 결제를 했다. 사장님이 그동안 쌓아둔 포인트로 결제를 해줬다. 다시 가게로 가는 길에 성심당 부띠끄에 들러 슈크림이 가득 들은 작은 케잌을 하나 샀다. 이런 게 필요한 날이다. 까닭 없이 쓸쓸해진 이 마음을 달랠 수 있을까 하는 희망으로 케이크를 사는 날. 먹어보니 소용은 없었지만.
 
자본주의 이데올로기로 보면 오늘도 망한 날이지만, 어제 기웃거린 문구점과, 서점과, 제과점과 가게를 정리한 점을 마음대로 이어가며 오늘을 그려대고 있다. 괜찮다. 출근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다. 하기로 한 몇 가지 일을 하고 출근한다면 꽤 괜찮은 날이 될 것이다. 이 글을 다 쓰고 나면 이불속으로 숨어 들어갈까, 맘에 드는 시간을 만들어 갈까. 뭘 해도 구애받지 않기로 결심할까. 술의 중력을 거슬러 깨어나고 싶은데. 
 
 
 
 
 
 
 
+ 오늘의 노래
 
못, 카페인
 
그 자리에 앉아 낙서를 했지
종이 위에 순서 없이 흘린 말들이 네가 되는 것을 보았지
 
난 숨을 참아 보다가 눈을 감았다가 또 손목을 짚어도
내 심장은 무심히 카페인을 흘리우고 있었지
 
늘 깨어 있고만 싶어 모든 중력을 거슬러
날 더 괴롭히고 싶어 더 많은 허전함을 내게
 
하루는 그리 길지도 않고 지루하다 할 것도 없는데
난 더 이상 기다리지도 않는데 난 더 이상 기다리지도 않는데
 
 

https://youtu.be/AE45kkZSXz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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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ADHD 사람이 정신과 가서 약을 먹는데, 개인상담을 할 필요가 있을까???? 여러분?????

답 : 필요 있다 있어!!!



그렇게 쓰는 성인 ADHD 사람의 개인심리상담 3회 차 후기. 개봉박두….!




최근에 쓴 글을 보면 아시겠지만, 내 치료 과정의 기복은 이랬음.



🎾 치료 전

오후 3-4시쯤 일어남. 그래도 잠이 안 깸. 브레인 포그 상태에 점령당해서 멍함. 활력이 없음. 겨우 몸을 일으켜서 일하러 감. 일하기 전에 문 열기 더럽게 싫음(미루기 시전). 6시에 열어야 하는데 미루다가 7-8시에 문을 염….. 이래놓고 스트레스받음…

마감 후 힘이 남아 돔. 당연. 낮에 힘을 안 썼고, 아무것도 한 게 없음. 잠자기 싫음. 일 마치면 새벽 2-3시. 잠들기 아까움. 아침 6-7시에 잠듦. 반복.

하루라는 게 없음… 그냥 살았음…




🎾 치료 후 7개월 동안

진단받고, 약 먹으니까 아침에 깸. 왜 깨냐. 일어나면 해야 할 일이 생각나서. 움직임. 브레인 포그 없음. 머리가 알아서 돌아감. 낮에 할 일을 하다가 제시간에 문 열러 감. 마감하고 나면 존내 피곤함. 바로 잠. 아침에 일찍 일어남. 반복.

일이 수월해짐. 왜냐,,, 할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듦. 전엔 브레인 포그로(머리가 뿌옇고, 무기력함) 뭘 할 수가 없었는데, 브레인 포그 걷힘. 머리가 맑음. 할 일을 하니까 사는 게 좋음. 낮에 체력 다 씀. 그러니까 밤에 바로 자는 것도 행복함…



🎾 치료 7개월째 닥친 위기

번아웃 올 일이 있었음. 번아웃 당하면 체력이고, 정신력이고 다 고갈돼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음. 하던 운동 중단, 할 일 중단. 겨우 생계만 이어감. 회복까지 6개월 걸림.




🎾 치료 후 번아웃 회복한 13개월째부터 16개월째까지

아니 쓰벌. 여전히 아무것도 할 수 없음. 뭘 하려는 충동이 일어나면 동시에 눈앞에 관문이 다다다다다 10개가 생기는 기분. 바로 침대에 누워버림. 치료 후 7개월 때처럼 돌아갈 수 없음. 다 못하겠고, 이겨낼 수도 없음…. 되다가 안 되니까 쥰내 답답.




🎾 새해가 찾아옴.. 그 결심으로 다른 수를 써보자고 시작한 개인 상담

이대로는 못 살겠음. 내 힘으로는 도저히 나아질 수 없음. 그래서 정신과에 이 얘기를 하고 메디키넷 30에서 40으로 증약을 함. 그리고 개인 상담을 감.

개인 상담에서 알아낸 것. 지금 겪는 미루는 증상이 ADHD증상으로만 보기엔 너무 강함. 다른 요인이 있음. 번아웃을 겪게 한 사건이 내 PTSD를 건드림. 그 이유로 우울증이 심해졌고, 여전히 무기력해서 못 하는 것임.

이 사실을 알게 되니까… 아 나 하기 힘든 상태라 못하는 거구나. 수긍이 되었음. 수긍이 되니까 이상하게 할 수 있어짐. 응???????????? 이게 되네????? 관문이 10개에서 1~2개로 줄어듦. 이 정도 관문은 넘을 수 있음. 그래서 하게 되었음.





🎾 개인 상담 3회 차

2회 차 때 내가 밤에 먹고 자고, 자다 깨서 먹는 게(약 먹고 나서 시작된 새로운 증상) 공허함 때문이라는 걸 알았음. 근데 공허한 건지, 배가 고픈 건지 구분을 못 하는 거였음. 야식을 먹지 말자! 고 막는다고 야식을 멈출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하심.(맞음ㅇㅇ) 왜냐면 감정은 억누른다고 억눌러지는 성질이 아니라고 하셨음. 선생님이 : “그러면 우리 공허함을 실제로 채울 수 있는 걸 해볼까요?? 뭘 하면 충족되고 안정이 되세요???” 하심. 모르겠다고 하니까 그럼 이번 주에 뭘 하면 채워지는지 느껴보자고 하셨음. 근데 저번처럼(내가 무기력하단 걸 깨달으니까 할 수 있게 된 것처럼) 이번에도 내가 공허해서 먹는다는 걸 아는 것만으로도 야식을 멈출 수 있게 되었음. 거의…. 내가 지금 진짜 배고픈가?? 아님 공허해서 음식(자극)으로 채우려고 하는 건가??? 생각해 보게 되었음. 이게 관찰하기래. 관찰을 하다 보면 충동이 어느 정도 가라앉는다고 하심. 오오…..

오늘 3일 차에 다녀왔고, 지금 하고 있는 걸(무기력을 계속 느끼기보다 수행하면서 얻는 좋은 감정 : 성취감, 개운함, 기쁨 등등 을 느껴보면서 상승세를 갖는 것, 야식이 먹고 싶을 때 진짜 배고픈지를 살피면서 정말 원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 지속하면서 몸에 체화를 해보자고 하심. 이걸 하려면, 호흡으로 하는 안정화 작업도 배워야 하고, 관찰하고 그걸 써보기, 정말 내가 느끼는 게 맞는지 팩트체크, 반대로 행동하기 등을 배워야 함. 이건 지금 수업에서 배우고 있는데, 대전에 있는 윌로우 상담센터에서 감정보듬교실이란 수업을 열어서 가르쳐 주고 있음. 이걸 병행하는 중! 대전 사람들에게 이 심리상담센터를, 감정보듬교실을 추천해~~~~~





성인 ADHD 약으로도 한계가 있다면, 개인 심리 상담을 추천해~~~~ 정말 나아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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ㅊㅁ 결혼식에 가서 만난 친구들을 기매태가 차에 태우고 집에 데려다줬다. 달리는 길에 고릴라즈를 듣다가 기매태가 이랑 가족을 찾아서를 틀었다. 기매태가 이랑 노래를 틀다니. 내가 놀래니까 가끔 들어요. 그랬다. 키우는 고양이를 쎄게 때렸던 것. 부분이 나오면 노아를 쇼파에다 쎄게 던졌던 게 생각난다고 말했다. 다음 노래로 잘 듣고 있어요. 를 틀었다. 뒷자리에 앉아 매태가 앉은 의자 오른쪽면에 왼쪽 뺨을 기대고서 들었다. 
 
잘 듣고 있나요 어떤 시간에 어떤 순간에 왜 이 노래를 듣고 있나요 아무것도 아닌 질문밖에는 없는 이 노래를 또 듣고 싶나요 어떤 시간에 어떤 순간에 왜 이 노래를. 부분이 나올 때 눈물이 찔끔나서 코를 훌쩍였다. 왜 이 노래를ㅠㅠ 하고 묻는 게 너무 좋다고 생각했다. 가사에 토끼선생 얘기가 나올 땐 글씨 선생님이 놀러 오셔서 하신 얘기를 떠올렸다. 
 
글씨 선생님 : 토끼가유. 빠르기로 유명한데, 거북이가 토끼를 이기자너유. 토끼도 방심하면 거북이가 토끼를 이기는 거여. 허허 세상엔 반드시 뭐가 맞다는 게 없는 거 가터유. 거북이도 열심히 하면 토끼를 이기기도 하는 거니깨. 허허허.
 
선생님이 그런 얘기를 해주시는 게 좋다. 라고 생각하는데 토끼 선생두 내 평생 쫓기고 숨어 마음 졸이는 하루하루인데라며 이랑이 신세한탄을 한다.  
 
나 : 어제 예빈이 위져 하트송s 를 틀었는데, 내가 이 노래 찡한데!! 하니까 예빈이 이 노래 좋더라고, 가사가 정말 좋다고 그랬어. 예빈이랑 같이 들으면서 예빈이 해주는 가사 해석을 들었거등?? 가사가 자기가 듣고 자랐던, 좋아한 뮤지션 얘기를 하는 노래래. 91년도에 아무것도 재밌는 게 없을 때 룸메가 일로 와서 새로 나온 이 앨범을 들어봐라고 했대. 그 노래 코드가 자기의 사슬을 끊게 했대.  
 
이 얘기를 하는데, 눈물이 또 찔끔 나왔다. 
 
Back in 1991
I wasn't havin' any fun
Till my roommate said
"Come on and put
A brand new record on"
Had a baby on it
He was naked on it
Then I heard the chords
That broke the chains
 
 
 
 
어젠 글씨 선생님한테 일을 소개시켜 드려서, 선생님이 7만 원을 버셨다. 물어보지도 않고 까페 입구에, 다방 영업 중이라고 쓰셨다. 우리한텐 새로운 충돌 같았던 문구는 선생님는 본인 시대의 까페를 적은 것뿐이고. 선생님 시대를 살면서 느꼈던 걸 고스란히 전하는 성생님 얘기는 우리에게 와서는 흥미로운 얘기가 된다. 선생님은 우리에게 와서 왜 이런 이야길 하시는 걸까. 잘 듣고 있나요 어떤 시간에 어떤 순간에 왜 이 노래를 듣고 있나요 아무것도 아닌 질문밖에는 없는 이 노래를 또 듣고 싶나요 어떤 시간에 어떤 순간에 왜 이 노래를. 왜 이 얘기를.
 
개인 심리상담을 2회차 받으면서, 내가 매일 밤 야식 먹는 행동을 하게 하는 심리 작용이 공허함에서 온다는 걸 깨달았다.
 
선생님 : 공허함은 야식으로 채워지지 않죠? 자극으로 순간만 채우는 거예요. 그치만, 야식의 결과가 당신을 불행하게 하니까 멈춰야 해요. 하지만 '야식 먹는 걸 멈추겠다'는 결심은 절대 통하지 않을 거예요. 그 결심은 공허함을 억누를 뿐. 감정은 억누른다고 멈춰지는 성질이 아니니까. 우리 공허함 자체를 채워볼까요? 그럼 나아질 거예요. 그럼 어떤 게 당신을 채우나요? 어떤 걸 했을 때 충족되나요??
 
선생님 질문에 처음으로 대답하지 못하고. 모르겠어요. 라고 대답했다. 선생님은 나를 충족하게 만들 자원이 내게 아주 부족하다고 했다. 그럼 앞으로 찾아볼까요? 뭘 하고 났을 때 충족되는 기분이 들면, 그걸 기억해 두면서 앞으로 만들어보는 거예요. 여러 가지 다양하게.
 
혼자서는 도저히 찾을 수 없을 거 같아서 트위터에, 인스타에 어떨 때 충족되냐는 질문을 올렸다. 가깝고, 먼 (많은)친구들이 자기만의 방법을 들려줬다. 아주 다양했다. 그중엔 내가 하던 행동도 있었고, 머리 빗기요. 같이 생각하지도 못한 것들도 있었다. 그 많은 메세지를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한번에 읽었다. 이야기들을 읽는데, 날 위해 공들여 적어줬다는 게 느껴져 눈물이 났다. 이야기 말미엔 내가 잘 지냈으면 좋겠다고 했다. 친구들에게 내게 들려줄 이야기가 저마다 있다는 게 좋았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답장을 했다. 해볼게요. 내게 이야기해 줘서 고마워요. 잘 들었어요. 하고.
 
어떤 친구는 저도 알고 싶어요. 라고 답장을 했다. 내가 받았던 답을 모아서 보내줬다. 답장엔 고맙다고, 해보면서 후기를 전해주겠다고 했다. 후기를 꼭 듣고 싶다고 답장을 했다. 이야기 듣기. 내 충만함이 거기에 있구나. 고 생각하면서.
 
잘 듣고 있나요 어떤 시간에 어떤 순간에 왜 이 노래를
듣고 있나요 아무것도 아닌 질문밖에는 없는 이 노래를
또 듣고 싶나요 어떤 시간에 어떤 순간에 왜 이 노래를.
 
 




 

 

+ 오늘의 노래

Weezer, Heart Songs

 

  

a song comes on the radio and now people go "This is the song"
 

These are my heart songs (these are my songs)
They never feel wrong (never feel wrong)
and when I wake for goodness sake these are the songs I keep singing (these are my heart songs)
These are the songs I keep singing (they never feel wrong)
These are the songs I keep singing (these are my heart songs)
These are the songs I keep singing
These are the songs I keep singing
 
 
 
https://youtu.be/1jsPFXnVyLw

 
 
 + 추신

글쓰기 완료하고 카톡을 보는데 ㅇㅈ이 이런 이야기를 내게 해줬다 ㅠㅠ 나 울엉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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