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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산동에는 병원 갈 때만 간다. 병원은 둔산동인듯???

철저 투철한 자본주의 땅에서 그냥 두면 번진다는 편평 사마귀를 뺐는데(목부분). 사실 편평 사마귀와 닭살을 구분할 수 없고... 그냥 빼주세요 했는데 빼보니 38개를 뺐다. 첨 시작할 땐 쌤두 10-20개 정도?? 뻴 거 같은데요? 하셨고, 내게 남아있는 적립금(결제할 때 일정 금액을 넘게 결제하면 적립금을 준다길래 10만 원 더 결제해서 적립금이 20만 원 쌓인 상황)을 소진할 겸(막상 적립했으나 쓸 곳이 없음...) 오케이하고 시작했는데 38개를 뺀 것이다. 쌤이 (이 부분에서만 작은 목소리로) 1단위는 빼고 카운터에 말해줄게요.... 랬는데, 정말 30개만 결제되었다. 둔산동에 있는 피부과에서 에누리라니... 좀 생소하고, 겨울인데도 꽃봉오리를 달고 있는 바질처럼, 척박한 자본주의 땅에 아직 소생하는 인류애를 느낌. 그리고 적립금 다 털음. 아 담주에 피부과 가는 것도 끝이다. 마흔 기념으로 열심히 관리했다.




오늘 현수좌도 만나고 왔다. 모든 환자를 기억하실리 없다는 생각에 "저번 달엔 이랬는데, 이번 달엔 이래요"하고 비포 애프터를 꼭 말씀드리면서 상담을 한다. 근데 현수좌는 이전의 내 상태를 알고 있단 표정으로 들으심. 정말 자상한 쌤이다. 널 기억하고 있어. 하는 표정으로 내 얘길 들어준다는 게. 그리고 또 경과가 좋아서 치료가 잘 되어가고 있다는 믿음을 준다. 믿음을 지니고 치료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난 정말 러키 휴먼!

올해 초 번아웃을 겪은 후, 얼마나 오랜 시간 지지부진하게 회복하며 허덕이고 살았는가. 다시는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내 얘기에서 이런 다짐이 느껴지셨는지 현수좌는

쌤 : 번아웃을 겪고 난 후에 더 좋아지시는 경우가 많아요. 전엔 내 몸을 아끼기보다는 할 일을 하는데 소진하고, 나보다 주변을 더 신경 쓰셨다가도. 번아웃이 겪으면 힘드니까^^ 그 후엔 내 몸부터 돌보시는데, 그러신 거 같아요, 잘하고 있음^^

나 : ㅇㅇ 무리는 안 하는 선에서 하게 됨요.

쌤 : ㅇㅇ 굿굿.

오늘은 고마움이 쳐올라와서 선생님 고맙습니다. 선생님 덕분이에요. 하고 인사를 드렸는데, 현수좌가 "훌륭하게 치료에 임하시니까 좋아진 거죠. 저는 거기에 숟가락만 살짝 올렸음^^" 하고 겸손한 면모마저 보이셨다. 정말 흠잡을 곳 없는 쌤... 오늘 약 용량이 줄었다. 해피~~~~




김수한무님이 여행을 떠난 주말 자리에 서울에서 윤아름이 왔다(어릴 때 친구들은 왜 성까지 붙여서 부르게 되는지) 얘는 할 일 없어서 도와줄 수 있다더니 자기 할 일 짊어지고 대전까지 왔네??? 우정 뭐임??? 인간이 안 죽고 살고 싶게 만드는 중요 장치네..... 초등학생 때부터 중고딩 다 같은 학교 친구고, 고등학생 때 미술학원도 같이 다녀서 붙어있기는 많이 했지만, 그렇다고 단짝은 아니고 또 같이 노는 친구들이 전혀 안 겹쳐서 이틀 동안 같이 있던 건 거의 처음인 듯. 결혼 안 한 친구가 있는 게 얼마나 축복인지... 만나서 추억팔이만 하는 게 아니고, 계속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 갈 수 있는 관계일 수 있으니까. 그건 축복이지 ㅇㅇ.



욜탱에서 기매태가 떠나고, 은채, 예빈, 윤아름이가 기꺼이 내 구원자가 되어 욜탱을 도와주고 있다. 축복이다 정말. 38개가 30개가 되는 마법이 내 일상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군. 대해피~~~~




세명하고 일하면서 재밌는 게, 다 집중하는 부분이 달라서 욜탱에 머물면서 주력하는 부분도 다르다는 게 흥미롭고 재밌음ㅇㅇ 게다가 거기에 따라 욜탱이 확확 바뀜ㅋㅋㅋㅋㅋ 그런 변화를 보면서 일하는 게 즐겁다. 익숙한 패턴에 새로운 게 소생함. 은채는 재배열하는 걸 좋아함. 제대로 된 위치를 찾아 거기에 두는 것이다. 새로운 질서가 생기고, 그걸 고대로 따르는 게 좋았다. 예빈은 분위기를 만듦. 예빈 특유의 분위기로 사람들하고 교류를 하는데, 내가 하던 것과 달라서 재밌다. 공간이 달라진달까. 윤아름은 보이는 곳은 깨끗해야 한다며 열심히 닦았다. 의자도 닦고, 서빙 트레이도 닦고, 얼룩이 보이면 닦고. 닦기 천재임. 그래서 윤아름이 떠난 후 윤아름이 닦아둔 곳을 보면 반짝여서 웃었다.




기매태는 3주 일하더니, 10년 후에 집 지을 궁리를 하기 시작함. 친구들한테 나중에 땅 사서 옆에 두 세채 지어서 같이 살자는 얘기도 했다. 왜 그런 생각을 하냐고 했더니, 나이 먹으면 누가 떠날 텐데 서로 옆에 있어줄 수 있잖아요. 도와줄 수도 있고. 그 얘길 듣는데 찡했다. 얘는 그런 생각도 하네. 싶은 게. 난 30분 후에는 뭘 할까. 그런 생각만 하는데. 그건 너무 먼 미래잖아...



사람이 있어야 한다. 옆에. 요즘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 혼자 사는 건, 다 맞춘 퍼즐 같다. 그걸 다시 헝클 사람도 필요하고, 새롭게 조립해 줄 사람도 필요하다. 그러다 퍼즐을 몇 개 잃어버리기도 하고, 그걸 찾아주고.... 잃어버린 자리는 비워두기도 하고..... 38개가 30개가 되는... 그런 일들을 같이 만들 사람들이.




아까 병원 볼 일 다 끝내고, 아 개 추운 데 갈까 말까 하다가 노아 2주기의 의미로 꽃을 옆에 놔주고 싶어서 사러 갔다. 내가 고른 걸 포장하던 사장님이 이건 실아카시아예요. 그랬다. 아 얘가 실아카시아구나. 이름을 배웠다. 나는 아카시아를 좋아하는 듯??? 하는 생각도 하고. 파란 꽃두 샀다. 노아 줄. 근데 많네... 하다가 파란색을 좋아하는 라하 사장님이 생각났다. 좀 줘야지^^ 하고 즐거워짐.



산 걸 들고 택시를 탔는데, 기매태한테 전화가 왔다. 근데 고양이들이 앵 앵 우는 소리가 들리는 거 아님?? 난리 나게 울음ㅋㅋㅋㅋㅋ 왜 그러냐고 했더니 밥 달라고 그런대. 기매태는 어제 거길 떠날 거여서 오늘 줄 밥을 안 남겨 놨대. 어캄. 여튼 대화를 듣던 택시 아자씨가 고양이 얘기를 꺼냈다. 키우면 이쁜데 하루에 청소를 두 번 해야 해서 힘들다는 그런 이야기. 그러다가 저도 고양이를 키웠는데, 2주기라 꽃 사가요. 그런 얘길 하다가, 그래도 애들이 키우면 이쁘죠. 하루 종일 봐도 이쁘고. 우리만 좋아하고. 그런 얘길 듣는데 눈물이 났다.



그치만 혼자 여행을 떠난 예빈을 보면서, 살면서 혼자 그 정도로 오래 혼자 여행을 가본 적 없다는 생각도 했다. 그런 시간도 필요하네. 그치만 그렇게 떠난 여행지에서도 사람을 만나야 재밌어지겠지???? 다 만나려고 하는 일 같다. 여행도, 병원도, 일도, 꽃집도, 택시도, 사는 거 자체가. 사람을 만나야 색이 섞이고, 그게 또 빈 퍼즐 자리를 채운다. 잃어버리는 것도, 채우는 것도.... 사람이야......






+ 오늘의 노래

한밤중에 잠을 깨어보면 깊은 어둠 속에서.. 꿈결에 보던 너의 모습이 나를 부르고 있네.. 넝쿨처럼 너를 향하는 마음 이젠 어쩔 수 없어 등불을 켜고 달래 보아도 시간만 흘러가네 어쩌다 잠이 깨어서 이렇게 그리워하나


신촌 블루스, 한 밤 중에

https://youtu.be/lHx7cPYbAK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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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앞에 잔잔하게 파도가 치고, 오후 햇빛이 모래알 위에 부서져 내려앉아 있었다. 그 모래 위에 네가 왼팔을 배고 아무렇게나 누워 있었다. 나는 네 머리맡에 앉아서 저 멀리 파도와 햇빛과 모래 알갱이와 네 헝클어진 머리칼과 네 손을 보았다. 네 손가락의 구부러진 곡선 위에 내 손가락을 얹었다. 나도 모르게 그런 거라 떨려 바로 떼려다가 떼기 싫어서 되려 꼭 쥐었다. 너도 내 손가락을 꼭 쥐었다. 무슨 뜻일까. 다섯 번 정도 꼭 쥐다가 손을 떼고 좀 걸었다 온다고 하고 훌훌 일어났다.

 

걷고 있는데, 그 사이에 네가 어딘가에 적은 글이 내 눈에 보였다.(꿈의 장점) 글엔 내 마음을 알 것 같을 때 그게 아닌 듯, 관심이 없다는 듯 내가 휙 가버린다고 했다. 그래서 모르겠다고 써있었다. 읽으면서 나도 네가 그런데 라고 생각했다.

 

해가 지려고 해서 마음이 급해졌다. 네게 가서 우리 이 마을 오래된 학교를 찾아서 도서관에 가보지 않을래? 하고 말했다. 네가 기분좋게 모래를 털고 일어났다. 도서관에 도착했을 땐 조금 있으면 사라질 짙노란 햇빛이 창문살을 피해 나무 바닥 위로 길게 내려앉아 있었다. 너는 그 위에 엎드려 누웠다. 네 옆엔 네가 책장을 보다가 휙 휙 빼든 책이 여러 권 놓여 있었다. 우리 너머 책장 앞에 도서관 관리 쌤이 바닥에 앉아 등을 보이고 책을 정리하고 계셨는데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 엑스트라 같이 보였다. 나는 네 앞에 앉아 네가 빼든 책을 봤다. 너는 뭘 읽고 싶던 걸까. 책이 궁금한 게 아니고 책에서 니가 보려고 했던 걸 읽고 싶었다. 하지만 봐도 잘 모르겠고 나에겐 관심 없고 책에 관심 있는 너를 보다가 책을 잡고 있던 네 손을 잡고 너를 봤다. 

 

 

 

그러고 꿈에서 깼다. 꿈이 뭐 이러지..... 너무 설레서 다시 잠에 들지 못했다.

 

짙노랗던 햇빛 톤, 슬로우 모션으로 일렁이며 햇빛에 부딪쳐가던 사물들이(물 위에 윤슬, 모래알, 책장, 나무 바닥) 빛에 노랗게 덮인 네가 너무 좋아서 뭐로든 어떻게든 다시 만나러 가고 싶다 거긴 꿈이니까 헝클고 싶은 대신 바람에 흔들리는 네 머리칼을 바라만 보는 거 말고, 들킬까 봐 거리 두느라 머리맡에 조심히 앉는 거 말고, 말고 네 옆에 아무렇게나 뎅구르르 누워서 네가 보는 책을 같이 보고 싶다 궁금해하지만 말고 어느 대목이 좋았어? 하고 묻고 싶다 그러다가 손을 뻗어 책만 보는 네 눈을 시샘이 난다는 듯 내게 돌리고 온종일 네 생각을 한다고 말하고 싶다 공기 중이 울리게 소리를 내서 말하고 내리쬐는 햇빛처럼 내보이고 싶다 온종일 네가 좋다고 밤이 오면 마음이 터질 것 같아 어쩔 줄 모르다가 울었다고 나 온통 너라고 너는 내가 그러냐고

 



 

+ 오늘의 노래

 

어쩌다 잠이 깨어서 이렇게 그리워하나

 

 

 

이정선(신촌블루스), 한밤중에

youtu.be/Qa3-k8LpRg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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