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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하게 낭만있음
아까 밤 10시쯤 걸려온 영상통화에서 ㄷㅂ이가
동국대 축제 전야제 밤풍경을 보여주며
오늘 내가 이뻐보인다고
오늘 축제서 빈지노 노랠 많이 들으며 놀았다고
나한테 받는 영향이 정말 많다고
내가 있어서 행복하다고 그러면서
행복해 ! 하고 밤하늘에 대고 크게 소리쳤다
행복해 !
행복해 !
자꾸 소리쳤다
그래서 나도 내가 있는 밤하늘에 대고 같이
나도 ㄷㅂ이가 있어서 행복해!
행복해 !
를 크게 외치다가 전화를 끊었다.
전화하던 와중에 만나기로 한 친구들에게 당도했는지
금세 친구들에게 둘러쌓인 ㄷㅂ이는 친구들을 보여주다가
친구들에게 인사를 흔들리는 화면으로 받다가
갑자기 외치는 ㄷㅂ이의 행복해 ! 에
마음이 크게 부풀고, 울컥하고, 시원해졌다
그런 밤이 잠깐 왔다가 지나간 것으로,
살아있다는 게 기분 째지고,
그런 밤이 잠깐 왔다가 지나간 것으로,
2025년 5월 28일 밤 10시 25분을 기억한다.
영원히 내 곁에 있지 않아도,
잠깐 왔다가 지나가는
그니까
순간이라는 게,
번뜩임이라는 게,
사랑의 형태같다는 생각이 드는
늦봄의 밤.
2분 32초.
250617 2025 Dmz 락페 다녀온 다다음 날 (6) | 2025.06.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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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610 상담 받은 내용 휘발되기 전에 휘휘 쓴다 (0) | 2025.06.10 |
250527 상담받고난 직후의 인간은 (2) | 2025.05.27 |
250525 까먹을까봐 급하게 적는 거 (1) | 2025.05.25 |
250525 부랴부랴 (0) | 2025.05.25 |
(이 짤 구도 넘 좋음. 화면에 인간을 작게 잡아서, 마치 서가의 책, 가구와 다름없게 배치된 것이) *짤과 일기 내용은 관련 거의 없움…
상담센터 문을 열고 들어갈 때만 해도, 평형대 위에 한 다리로 올라서서 마구마구 흔들거리던 내가
상담을 받고 나온 직후엔 전혀 흔들림 없이 침착하게 균형을 잡고 서있는다.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온 균형 잡기 도인처럼…
1시간 안에(10만 원) 이렇게 될 수 있다니… 인간은 참… 이렇게 영향을 잘 받으면서, 영향받는 데는 또 방어적이다…
그치만, 택시 타고 단골카페에 들러 사장님과 수다 떨다 보면 얄팍하게도 고사이에 다시 균형을 잃어가겠지….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은 가서 균형 잡고 와야 함.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은 필테에 가서 근육균형도 잡고 와야 함…
이래야 몸균형 마음균형 완성!! (하루정도…………)
방금 상담 끝나고, 담타하고 택시를 탔는데 기사님이 가다가 주차된 차를 조금 쳤다.
평소라면 마음이 존내 쓰이고, 내 맘도 무겁고 그랬을 텐데,
좀 전에 쌤이 내게
“성아 씨가 마주치는 사람들은 성인이에요. 길 잃고 비 맞은 개도 아니고 반드시 돌봐야 할 미성년자도 아니고. 성인. 자기 삶은 자기가 알아서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
이라고 해준 직후기 때문에, ‘기사님이 잘 알아서 해결하시길 깊게 바랄 뿐….’ 하는 마음뿐이다. 지금만큼은 나도 세상사에 흔들리지 않는 균형왕….
택시 내리기 직전에야 조금 추스르시고, 대처도 마치신 기사님이 내게 사고경위를 간단하게 전하셨다. 나도 역시 걱정을 하던 터라, 별문제 없이 잘 해결되셨으면 좋겠다고 인사를 건네었는데. 기사님이 날 돌아보며 인자한 표정으로 “네, 그랬으면 좋겠네요. 고맙습니다. 오늘 건강한 하루 보내세요~~” 하셨다. 택시 운전석 앞엔 모서리가 많이 닳은 명심보감 책이 놓여 있었다. 나는 이만 카카오택시 별점 만점 드리러 간다.
끗
250610 상담 받은 내용 휘발되기 전에 휘휘 쓴다 (0) | 2025.06.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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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529 늦봄의 밤은 (0) | 2025.05.29 |
250525 까먹을까봐 급하게 적는 거 (1) | 2025.05.25 |
250525 부랴부랴 (0) | 2025.05.25 |
250521 아….. (0) | 2025.05.21 |
이번 발리 여행에서 재밌었던 게 자꾸 떠오르는데, 나라는 성질상 곧 까먹을 거라는 알기 때문에 급하게 적는… 이야기…
쥐뿔도 모르고 애들이 ‘발리로 와~’ 그래서 간 것 치고는 여행지에 깊숙하게 들어갔다 왔다. 그 이유는
ㅇㅂ은 여행 가기 전에 늘 그 나라의 작가책을 읽거나, 역사책을 읽고 가는 아이임. 그래서 그 애가 거기에 대해 말하는 걸 듣고, 가는 길을 따라가면 그 장소에 있는 의미가 저절로 생성된다. (그중 일부만 따라갔고, 시도하려다 실패하기도 했는데도…) 그러니까 ㅇㅂ은 이미 그 나라 자체에 깊숙하게 들어가는 쪽.
ㅇㅊ는 마주치는 현지 사람들에게 깊숙하게 들어가는 아이임. 그냥 허투루 마주친 순간을 흘려보내지 않는다. 심지어 상대가 자기에게 말을 자아내도록 마음을 뽑아내는 쪽.
ㅎㄴ에겐 발리라는 건 우리와 함께 할 꺼리를 만들어주는 장치일 뿐, 그 애가 주목하는 건 같이 있는 사람들과 일어난 일, 그 일이 만든 파장에 흥미가 많다. 같이 웃고 얘기 나누는 걸 좋아하는데, 아무래도 발리라는 장소의 따뜻한 기온과, 현지 사람들의 온정, 맛있는 음식, 여행지의 편의와 활기,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는 급변하는 날씨 같은 게 마음을 열고 함께하기에 제격이라 그걸 만끽한 쪽.
그럼 나는 뭐냐…. 나는 이 친구들이 깊숙하게 들어간 지점들을 따라 들어가며 노니다가 자주 감탄한 쪽…..
그리고, 존나 백인이 싫어짐… 이제까지 접한 백인작품들까지 지긋지긋해짐… 동시에 발리인이 좋아짐…. 그냥 그렇다는 것, 그니까 백인이 하는 요가수업은 가짜고, 발리인이 하는 요가수업은 진짜 같았다. 사실 그 가짜진짜 판별이 사실인진 모른다. 그저 내가 그런 쪽으로 기울었다는 게 느껴진다….
(일단) 끗….
250529 늦봄의 밤은 (0) | 2025.05.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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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527 상담받고난 직후의 인간은 (2) | 2025.05.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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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519 날짜를 잊고 (0) | 2025.05.19 |
어느 팟캐를 듣는데, 서점을 6년 운영하면서 매일 서점일지를 썼고, 그걸로 책을 냈다는 얘길 들었다. 좀 전엔 ㅁㄱ님의 평론가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나도 내 직업에서 일어난 일을 간단하게라도 적어보길 시작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 번에 책을 낸다고 생각하면 그 두터운 분량의 글이 내게서 나올까 막막해지지만(책낼생각은 없지만, 예를 들자면…) 매일 조금씩 기록해 보면 이야기가 쌓일 것이다. 그니까 8년 차 뮤직펍 운영자는 이제라도 부랴부랴 해보고 싶어 지네… 그러고 나니 지나간 (잊혀진)이야기들이 너무 아까워…..
그니까 내가 기억 못 한 얘기들은, 손님들이 기억할 테니까, 10주년에는 손님들의 이야기를 받아서 모아 보고픔.
(급하게) 끗
(왜냐.. 지금 서울 가는 기차인데, 오늘 할 세미나 책을 어서 부랴부랴 읽어야 함… 근데 발리 다녀온 얘기도 부랴부랴 쓰고싶어서 마음이 부랴부랴함… 인생이 부랴부랴 임…)
250527 상담받고난 직후의 인간은 (2) | 2025.05.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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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525 까먹을까봐 급하게 적는 거 (1) | 2025.05.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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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509 몇년 째 보는 집앞 감나무 (0) | 2025.05.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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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어케 지나고 있는지를 감지하지 않고 여행을 다니고 있다. 방금은 ㅎㄴ방 입구 계단에 앉아(도착했지만 ㅎㄴ씻는 소리가 나고 아직 열리지 않는 입구)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햐얀(약간 눈부심) 나비가 내 곁을 지나갔다.
여기선 많은 게 지나간다. 스쿠터, 사원, 염원했던 거대한 나무들(내가 한국에서 거금을 주고 얻는 작은 모종화분이 너무 우스워지는…) 인센스, 개, 서양 사람들… 발리 사람들… 친절, 미소, 매연, 관광객을 위한 상품들, 향신료 냄새…
나도 지나고 있다.
지나고 있다.
근데 아깐 체크아웃을 남겨놓고 담배를 피다가 음악을 듣다가 풍경을 보다가 째끔 울었다. 왜인지는 모르고(어리둥절)
지나는 중에도 피어오르는 게 있다는 것만 알고 있다… 아직 뭔지는 모른다… 아니, 째끔 아는 거 같기듀….
우붓에서 오전 7시에 하는 요가를 마치고 말미에 사바하사나 할때 들은 노래인데, 오 알러뷰 할때 너무 좋아서 죽을뻔 함. 심장을 부여잡았음(상상으로…) 쑥스러웠으나 이대로 이 노랠 보낼 수 없어서 선생님한테 물어봐서 노래 잡아왔다.
https://youtu.be/7YX8RKszHMU?si=F7VrIMUHnNuqs4Cu
250525 부랴부랴 (0) | 2025.05.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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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521 아….. (0) | 2025.05.21 |
250509 몇년 째 보는 집앞 감나무 (0) | 2025.05.10 |
250508 이팝나무꽃은 (4) | 2025.05.08 |
250507 집에 가는 길에 (0) | 2025.05.07 |
올해도 잎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어, 볼 때마다 기특하고 마음이 환해진다. 그러다가….
꽃이 폈던가?
라는 생각에 미치자, 전혀 생각나지 않아서 내가 이걸 늘 본다고 여겼는디, 사실 뭘 보며 지냈던 건가 싶어졌다.
250521 아….. (0) | 2025.05.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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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519 날짜를 잊고 (0) | 2025.05.19 |
250508 이팝나무꽃은 (4) | 2025.05.08 |
250507 집에 가는 길에 (0) | 2025.05.07 |
250506 부처님 오신날 전날 (4) | 2025.05.06 |
여느 봄꽃보다 오래간다.
비가 세차게 온 후에도 여전히 고대로 달려있다.
향기도 제법 난다.
이팝나무라는 이름은 아빠랑 2005년도쯤인가 같이 청계천을 걸을 때 피어있었고, 아빠가 꽃잎이 밥알처럼 생겼다고 이밥->이팝으로 불린 나무라고 얘기해 줘서 처음 들었다. 주렁주렁 달린 꽃잎을 보며 밥을 떠올렸을 선조들의 배고픔을 느꼈다.
오늘은 어버이날… 여느 때라면 느지막한 시간에 할머니께 전화를 드렸을 텐데, 할머니가 안 계시니까 갈길을 잃었다. 아빠가 계시지만, 이런 걸 챙기는 사이는 아니다. 그러다 기매태 엄빠께 연락을 드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미 밤중이네? 그래서 그냥 말아버렸다. 아니… 이미 늦은 시간이라 잘됐다고 생각했다.
아까 신청곡으로 들어온,
Silly silky, fill my holes를 듣다가 이어서
Portishead, glory box,
이상은, hold me를 틀은 게
혼자 좋아서 낄낄거린 일…
그렇게 하루가 가고 있네.
여행 가기 전까지 틈만 나면 영화관 가서 깜깜한 공간에서 혼자 밝게 빛나는 스크린을 응시하며 영화관 의자에 몸을 폭 기대고 시간을 보내고 싶다. 이건 전주 영화제에 다녀온 후에 생긴 증세(+해피엔드 보고 계속 사랑을 뿜는 ㄷㅂ의 얘기 덕에)
올해 무주산골영화제도 하루쯤은 꼭 다녀와야지…
비행기에서 볼 영화도 미리 다운받아서 가야지……
이래놓고 집에 가면, 이혼숙려 보다 잘듯…
이 노랜, 2001년도엔가 폐업정리하는 레코드 가게 잡다한 테이프더미를 뒤적거려 떨이 가격으로 산 ‘도시락특공대’ 에서 들었다. 연주에 심하게 섞여있는 불협이 내 마음을 뛰게 해서, 도마동에 있던 반지하 자취방 뚱뚱한 아이보리색 모니터가 올려진 책상 앞에 앉아 계속 반복해서 들었다. 그때 20살이던 내게 세상은 불협 그 자체였는데, 불협… 그게 음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큰 위안을 받았던 거 같다. 지금 들어도 좋을까 했는데, 여전히 심하게 좋다는 게 미스테리이자, 오늘의 아름다움… 이네……
https://youtu.be/thd0bK8Sk8A?si=Id7un2pivuBO1_2W
250519 날짜를 잊고 (0) | 2025.05.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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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509 몇년 째 보는 집앞 감나무 (0) | 2025.05.10 |
250507 집에 가는 길에 (0) | 2025.05.07 |
250506 부처님 오신날 전날 (4) | 2025.05.06 |
250501 영화 숨비소리 후기(스포있다 애두라) (0) | 2025.05.01 |
3일 전부터 테미 삼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아카시아 꽃 냄새가 난다.
오늘은 자전거 열쇠를 잃어버려서 걸어오느라 더 오래 맡았다는 내가 찾은 슬픈 와중에 순기능 한 가지…
250509 몇년 째 보는 집앞 감나무 (0) | 2025.05.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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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508 이팝나무꽃은 (4) | 2025.05.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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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501 영화 숨비소리 후기(스포있다 애두라) (0) | 2025.05.01 |
250429 가는 중 (2) | 2025.04.29 |
부처님 오신 날 전날은 뭐냐. 엄마 제삿날이다.
근데 그걸 매년 까먹는다. 부처님 오신 날 담날이던가? 그러면서 가늠을 해야 아 전날이지. 그런다. 달력을 안 보고 사는 자영업자 최씨는(=나) 음력으로 치루는 부처님 오신 날을… 알 길이 없으므류… 엄마 제삿날을 며칠 전에야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동생한테 문자 했는데, 동생은 다담주인줄 알고 있었음… 아 유전자…..
그치만, 으레 하듯 동생이 음식을 준비하고, 난 느지막이 일어나 중앙시장에 들러서 전, 떡 같은 걸 사고, 먹고 싶은 게 있음 더 담는 식으로 검정봉지 보따리를 몇 개를 만들어 들고 동생네로 갔다.
기차표가 매진이라(무려 황금연휴였음..) 기매태가 데려다준다고 그래서 매태 옆자리에 앉아, 나오는 노랠 따라 부르다, 풍경이 유난히 좋으면 찍다 한참 잠들고서 깨니 서울 대교를 건너고 있었다. 아 서울이네… 싶은 그런 풍경.
아빠한테 카톡 하니, 바로 출발한다고 하셨다. 원랜 주저하다 오시는 편이라 잔소리 장착하고 있었는데, 순순히 오신다고 그래서 기분이 이상했다.
가족이 동생 집에 다 모였다. 다 모인 건 1년 만이다. 엄마가 모이게 했다는 기분이 들어 아직 엄마의 영향력 아래 있는 느낌이었다.
제사 준비를 하는데, 아빠가 이제 내년이면 70이라는 얘길 하시다, 성아가 몇 살이지? 그러셔서 저요? 43이요. 하니까, 아직도 애기같은데 43살이야? 하고 웃으셨다. 아빠 눈에 내가 애기로 보인다니…. 기분이 이상했다.
엄마 제사를 하는 도중에 잠시 방에 들어가 있는 시간이 있는데(엄마 식사하시라고) 방이 작아서 동생과 아빠가 가깝게 앉았다. 동생이 쓴 동화책을 보고 아빠가 좋아하고, 동생을 기특해했다. 아빠가 동생 뺨을 살짝 쓰다듬었다. 그 낯선 모습에 또 기분이 이상했다.
제사를 마치고 둘러앉아 식사를 했다. 동생이 장만한 음식과, 내가 사 온 음식을 번갈아 먹고 있는데 아빠가 가려고 하셨다. 아니 아빠 5분만 있다가요. 마저 먹고 전철역까지 배웅이라도 하게요. 하니까 다시 앉으셨다.
아빠가 얘길 하시는데, 나는 얘긴 안 듣고 아빠 목소리가 참 좋네. 아빠 연세가 많네. 그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기억해두고 싶어서 동생 핸드폰을 달라고 해서 아빠를 동영상으로 잠시 찍었다. 아빠가 엄마 영정 사진을 보며, “엄마 사진이 아름답네, 성아 엄마가. 노란 옷까지 입어가지고. 아빠가 좋아하는. 노란색이 행복한 색깔이라고 그러더라고. 성아 성은이가 엄마처럼 아름답네” 그랬다.
아빠를 배웅하는데, 아빤 종로에 사는 게 너무 좋다고 그랬다. 뭐가 그렇게 좋냐고 물으니, 좋아하는 게 다 있다고 했다. 좋아하는 백석시인, 피천득 시인도 종로에서 살았고, 중요한 문화행사도 종로에서 열리고, 궁궐을 산책할 때마다 계절을 만난다고 했다. 궁궐을 걸으면서 거기있는 나무를 세고, 쓰다듬는다고 했다. 그 말을 듣는데, 할머니 주공아파트 주변을 할머니 따라 산책할 때가 생각났다. 할머니는 걸으며 단지 나무들을 쓰다듬으면서 “예쁘다 예쁘다”하셨다. 그러다 젤 크고 곧은 나무 앞에 서서는 그 나무를 꼭 안아줬다. 얠 보면 큰아들 같아서 안아준다며 몇 번이고 쓰다듬고 토닥이며 “사랑한다~~”고 말하셨다. 아빠는 할머니가 그런 줄도 모를 텐데, 그건 나만 아는데…… 근데 할머니처럼 나무를 세고, 쓰다듬네… 기분이 정말 이상했다.
전철역에 도착하자, 아빠랑 악수를 나눴다. 애교 많은 동생은 악수하고 나서 아빠를 안아줬다. 아빠가 바로 발걸음을 안 떼고 우릴 봤다. 그래서 나도 아빨 안고 토닥토닥했다. 아빠가 검지 손가락 등으로 동생 뺨과 내 뺨을 두세 번 부볐다. 우리가 예쁜가보다. 아빠는 에스칼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면서 우리가 안 보일 때까지 몇 번이나 돌아봤다. 아빠가 안 보이자 우린 바로 동생 집으로 걸어갔다. 동생한테 농담을 던지고 같이 웃었다. 그건 아무도 모르게 좀 울고 싶었기 때문에….
동생 집에서 나와 ㅅㅎㄴ네를 갔다. 술을 좀 마시다가 거실로 나와 담배를 피는데, ㅅㅎㄴ가 지금 읽고 있는 이상 문학상 책이 좋다며, 대상 수상작이 너무 좋다고 몇 번을 말해서 그 자리에서 읽었다. 마침 또 아빠 얘기였고, 소설을 다 읽고 또 한참을 울었다.
언제 또 아빠를 볼까. 그런 생각을 했다. 생이별한 사람처럼 마음이 아팠다. 현실은 맘만 먹으면 언제든 아빨 볼 수 있지만…. 내가 안 보러 가는 거지만….. 그래두…… 그런 날이었다.
끗
250508 이팝나무꽃은 (4) | 2025.05.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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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507 집에 가는 길에 (0) | 2025.05.07 |
250501 영화 숨비소리 후기(스포있다 애두라) (0) | 2025.05.01 |
250429 가는 중 (2) | 2025.04.29 |
250427 헹 (0) | 2025.04.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