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느 봄꽃보다 오래간다.
비가 세차게 온 후에도 여전히 고대로 달려있다.
향기도 제법 난다.
이팝나무라는 이름은 아빠랑 2005년도쯤인가 같이 청계천을 걸을 때 피어있었고, 아빠가 꽃잎이 밥알처럼 생겼다고 이밥->이팝으로 불린 나무라고 얘기해 줘서 처음 들었다. 주렁주렁 달린 꽃잎을 보며 밥을 떠올렸을 선조들의 배고픔을 느꼈다.
오늘은 어버이날… 여느 때라면 느지막한 시간에 할머니께 전화를 드렸을 텐데, 할머니가 안 계시니까 갈길을 잃었다. 아빠가 계시지만, 이런 걸 챙기는 사이는 아니다. 그러다 기매태 엄빠께 연락을 드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미 밤중이네? 그래서 그냥 말아버렸다. 아니… 이미 늦은 시간이라 잘됐다고 생각했다.
아까 신청곡으로 들어온,
Silly silky, fill my holes를 듣다가 이어서
Portishead, glory box,
이상은, hold me를 틀은 게
혼자 좋아서 낄낄거린 일…
그렇게 하루가 가고 있네.
여행 가기 전까지 틈만 나면 영화관 가서 깜깜한 공간에서 혼자 밝게 빛나는 스크린을 응시하며 영화관 의자에 몸을 폭 기대고 시간을 보내고 싶다. 이건 전주 영화제에 다녀온 후에 생긴 증세(+해피엔드 보고 계속 사랑을 뿜는 ㄷㅂ의 얘기 덕에)
올해 무주산골영화제도 하루쯤은 꼭 다녀와야지…
비행기에서 볼 영화도 미리 다운받아서 가야지……
이래놓고 집에 가면, 이혼숙려 보다 잘듯…
+ 오늘의 노래
이상은, Hold me
이 노랜, 2001년도엔가 폐업정리하는 레코드 가게 잡다한 테이프더미를 뒤적거려 떨이 가격으로 산 ‘도시락특공대’ 에서 들었다. 연주에 심하게 섞여있는 불협이 내 마음을 뛰게 해서, 도마동에 있던 반지하 자취방 뚱뚱한 아이보리색 모니터가 올려진 책상 앞에 앉아 계속 반복해서 들었다. 그때 20살이던 내게 세상은 불협 그 자체였는데, 불협… 그게 음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큰 위안을 받았던 거 같다. 지금 들어도 좋을까 했는데, 여전히 심하게 좋다는 게 미스테리이자, 오늘의 아름다움… 이네……
https://youtu.be/thd0bK8Sk8A?si=Id7un2pivuBO1_2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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