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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2.23
- 2021.02.16
의자에 앉아서 파컷 렌더링이 완료되길 기다리다가(컴퓨터를 했다가는 렌더링 완료만 늦어질 뿐) 친업이 생각나 일어나서 친업을 했다. 지난 수요일에 했던 친업의 강렬함에 마음을 쏙 뺏김. 팔에 존재하는 모든 근육을 써서 내 몸을 들어 올리는 자극이 쫌 쩐다. 재작년부터 지금까지 목표가 맨몸 친업이라서 친업에 도움이 된다는 보조운동을 뜨문뜨문하고는 있었지만, 정작... 친업을 해보진 않았다. 아마 아직 못한다는 생각에 본격적인 건 겁이 난 듯. 그러다가 지난주 (풀업 밴드 5단계를 다리에 걸치고) 친업을 해본 건데 3개까지는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집에서 방금 같은 환경으로 해봤는데 안 됐다. 5단계 밴드에 4단계 밴드까지 껴서 했다. 모양새가 좀 꾸지지만 그래도 이렇게 하니까 친업이 됐다. 6회씩 4세트를 하고 났는데도 렌더링이 한창이길래 케틀벨 10킬로를 안아 들고 런지를 10회 3세트를 했다. 우울감이 자주 밀려든다. 우울감은 아마 소화시키지 못한 상실이 쏟아져 나와 생기는 반응일 것이다. 뻔한 말이지만 이 기분을 전환할 때 운동이 도움이 된다. 조만간 배운 대로 명상을 해볼 예정이다. 영화 <세상의 모든 계절>도 볼 생각이다. 얼마 전 술자리를 같이 한 분께서 내게 도움이 될 것 같다고 그랬다. 상실을 어떻게 소화시켜야 할지 정말 모르겠다. 그래서 도움 된다고 하는 건 다 해보려고 한다. 사실 피꼬막 무침에 소주나 마시고 싶다. 오 렌더링 끝났다.
20210325 지금 뿐이던 사람이 끝을 생각하게 된 상태에 관하여. (0) | 2021.03.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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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22 잘 정돈된 스산함 (0) | 2021.03.22 |
20210321 테리 이글턴을 읽으며 드는 잔상 (0) | 2021.03.21 |
20210320 rainbow (0) | 2021.03.21 |
20210316 가게에서 있었던 일 (0) | 2021.03.20 |
나는 확실히 이것도 가능하고 저것도 가능할 수 있다고 양립을 열어놓는 이론이 좋다.(이런 쪽에서 테리 이글턴 선생 너무 좋아해...내 새로운 애선생)
누군가 한 가지를 두고 이거 진짜야, 가짜야? 라고 묻는다. 답은 진짜 거나 가짜 거나 할 것이다. 그러나 어쩌면 진짜인 동시에 가짜일 수도 있다. 어쩌면 애초에 진짜인지 가짜인지 판단할 가치조차 없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질문을 받으면 진짜인지 가짜인지 중에서 결정해야만 한다는 오류에 빠져 그 안에서 답을 찾으려고 할 것이다.
우리가 무엇을 탐구하고 답을 찾아가려고 할 때, 아니 이런 거 다 떼고, 단지 한 인간을 사랑해서 그를 이해해보려 애를 쓸 때 내가 가장 해야 할 일은 그를 단정 짓지 않는 것이다. 얼마든지 우린 변화할 수 있고, 이미 수시로 변화하는데. 실패하지 않기 위해 선명하지 않은 그를 파악하려 하느니 그저 시시각각 그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를 바라보는 게 어떨지. 오늘은 어떤 온도의 어느 기상상태인지를 조금 미리 짐작해보는 정도로 우산을 준비하거나, 두툼한 겉옷을 준비하고서 오늘을 같이 걸으러 가보는 것. 확실한 판단을 해야 한다는 강박은 대상을 이해하기도 전에 단정해버리는 맹점을 만든다. 판단은 중요하다. 그러나 빠르게 도착하는 경주에 참여할 필요는 없다. 산책을 오래 하고, 대신 나를 위해 너를 위해 겉옷이나 커피를 챙겨서 나서자.
20210322 잘 정돈된 스산함 (0) | 2021.03.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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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22 렌더링 (0) | 2021.03.22 |
20210320 rainbow (0) | 2021.03.21 |
20210316 가게에서 있었던 일 (0) | 2021.03.20 |
20210314-16 횡계-강릉(2) (0) | 2021.03.18 |
그의 부고가 가슴 아프다. 나는 그를 모르고 그의 죽음의 이유를 모른다. 그러나 모른다고 죽음이 비극이라는 걸 모른 체 할 수는 없다. 온몸으로 느끼는 그의 죽음. 그가 부른 노래를 즐겨 들으며 지내던 시절이 있었다. 그가 세상에 남길 노래를 지었을 때, 세상은 그에게 어떤 대답을 해줬을까. 아니 세상의 맥락이자 함수인 나는 어떤 대답을 해줬을까. 세상은 딱 온갖 더러운 욕망이 쏟아져 나와 수채 구멍으로 흘러들어 가는 오물 같다. 볕이 비치면 오물에도 반짝이는 윤슬이 생길 것이다. 볕이 그의 노래였다면 오물이 비쳐낼 수 있는 아름다움은 그 정도였을 것이다. 대답의 부재가 너무 크다. 비가 내린 공기 중에 볕이 마주치면 무지개가 생겨나듯, 우리가 마주쳤을 때 좀 더 괜찮은 대답이 생겨났다면. 그렇게 조금 더 살만한 곳이었다면 살아서 더 오래 더 그의 노래를 들려줬을 텐데. 영원한 평안 속에 잠들기를 깊이 명복을 빈다.
20210322 렌더링 (0) | 2021.03.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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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21 테리 이글턴을 읽으며 드는 잔상 (0) | 2021.03.21 |
20210316 가게에서 있었던 일 (0) | 2021.03.20 |
20210314-16 횡계-강릉(2) (0) | 2021.03.18 |
20210314-16 횡계-강릉 (0) | 2021.03.17 |
가게에 자주 오는 친구들 중에, 슬릭을 좋아해서 ㅁㅂㅈ에 슬릭 왔을 때 거기서 마주쳤던 친구가 있다. 그 친구가 두 달 전 밤 12시쯤 와서 술 한 잔씩 쭉 마시고 갔던 날이 있는데, 떠난 자리를 보니 파란색 담배 한 갑이 놓여 있었다. 빈 건가? 열어보니 라이타가 끼워져 있고 담배가 빼곡했다. 아이고 아까운 것... 담에 오면 줘야겠다 하고 책장에 뒀다. 그러다가 시간이 흘러 엊그제 온 것이다. 얼굴을 보자마자 오앙 내가 선물 줄 테니까 잠깐 있어봐요 하고 담배를 짠! 가져다줬는데 어?? 제꺼 아닌데요?? 그래서 어엇? 내가 뭘 잘못 기억한 건가 둘 다 3초 정도 멍 때리는데 친구가. 아! 아아......(부끄러운 듯) 제가요.. 술에 취하면.... 담배를 살 때가 있어서요......... 그랬나 봐요.... 그랬다.(악 귀여워!!!) 친구는 이거 혹시 필요하신 분께 드리면 안 되겠냐고, 찾아주셔서 고맙다고 그래서 내가 담배가 꼭 필요해 보이는 사람이 나타나면 그러겠노라고 했다. 그리고 시간이 좀 지나서 화장실 다녀오는 길에 내게 "사장님! 조금 전에 기억났어요. 제가 샀던 걸.... 너무 창피해요 고맙습니다" 그랬다. 나는 아니 뭐가 창피해요. 술 마시면 흥에 넘쳐서 아님 슬퍼져서 이래저래 그럴 수 있죠 그랬다. 진짜 귀여워서 꼭 안아주고 싶었는데 간신히 참음... 왜 귀엽지 하고 생각해보니 잠시 이탈했다가 다시 자기 궤도로 돌아온 여정을 보게 되어서. 문득 자유로웠던 때를.
20210321 테리 이글턴을 읽으며 드는 잔상 (0) | 2021.03.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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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20 rainbow (0) | 2021.03.21 |
20210314-16 횡계-강릉(2) (0) | 2021.03.18 |
20210314-16 횡계-강릉 (0) | 2021.03.17 |
20210317 방문 (0) | 2021.03.17 |
출발
선길문 Benji 앨범 자켓과 닮은 풍경에 간만에 선길문을 들었고, 여지없이 좋았다.
횡계에 왔다.
진태원을 이틀 도전했는데 두 번 다 실패... 진태원은 탕수육 맛집이라고 알려져 있고 제법 특이하고 맛있지만. 그보다는 조금 배에 들어가면 소화가 잘 될 거 같은 조금 얇은 하얀 면발의 슴슴한 짜장면이 좋다. 호로록하면 정말 황홀하게 맛있다. 하지만 긴 대기 행렬로 대실패인데 짜장면이 무슨 소용이냐 흑흑.
대신 박찬욱 사인과 오만 유명인의 싸인이 붙어있는 집으로 오삼불고기를 먹으러 갔다. ㄱㅁㅌ는 오삼불고기 볶을 때 배추 들어가는 거랑 반찬으로 나온 배추 무침, 쌈으로 나온 배춧잎.. 온통 배추인게 싫고,,, 가격이 비싸다고 투덜거렸다. 나는 맛있게 먹었는뎅....
건강해라 고양아
도로를 달리다가 언덕 위에 겁니 큰 기념비가 세워져 있길래 가봤더니,,,,
고속도로 준공 기념비라고... 박ㅈㅎ 때 세운 거구만 하면서 기념비 옆면을 보니 친히 글씨를 직접 쓰셨다고... 뭐 경치 좋은 곳에 세워 놔서 경치 구경은 잘했다.
약수 없음
아직 눈이 잔뜩 있더라 대관령. 올라온 김에 산맥을 따라 걸어볼까 싶었는데 바로 포기했다. 위험해...
???
경포 벚꽃잔치가 취소되었다네요. 잠시 후에 내용이 변해서 그때 알았는데 무려 모니터로 된 (디지털) 전광판이었다.
색 좋다. 세상엔 Le Corbusier color apartment 처럼 건물에 색감이 더 많아야 한다고 생각해. 훌륭하네 부영아파트.
테라로사 사천점에서 커피 마시고 길 건너면 있는 바다에 가서 해 지는 거 봤다. 가게 마감하고 나면 이런 풍경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서 마음이 불구덩이 같았는데, 막상 보니까 특별나지 않았다. 근데 동쪽이라 해가 바다로 안 지더라... 내가 살던 대천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
사람 발자국이랑 개 발자국이랑 같이 놓인 걸 보니까 착한 걸 본 기분이 들었다
다리 길이ㅋㅋㅋㅋㅋㅋㅋ 동해 바다는 수심이 깊어 보여서 무섭다고 호들갑. 해변 모래가 피부에 안 달라붙는다고 신기방기라며 만져보는 (대천 해수욕장은 모래가 조개껍질 부서진 거라 한번 만지면 피부에 엄청 붙는다) 대천 사람 1,2. 그래도 바다 좋더라. 여기 살면은 바다 보면서 러닝하고 좋겠다 싶었다...
ㄱㅁㅌ가 나 번쩍 들었는데, 어렸을 때 아빠가 나 들고 높이 올려주던 기억이 생각났다.
차 타고 해변 따라서 계속 달리다가 멈추고 나만 편의점 다녀왔는데 ㄱㅁㅌ가 매트 깔고 바다를 보고 있었다. 쪼끄만 하다.
강릉 시내로 나와서 가려고 검색해놓은 책방, 술집 다 실패하고,,, 뭐냐,,, 이러고 있는데 저 멀리에 심상치 않은 초록 간판이 보여서 가보니 가게 이름이 바그다드 카페. 가게 이름이 이러면 안 들어갈 도리가 없다. 속수무책이 돼서 들어갔습니다...
저도 그럴 것 같네요...
사진으로는 한산해 보이지만 테이블이 다 차있었다. 평일인데! 사랑받는 가게구나. 사장님 혼자 운영하고 계셔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속으로 선배님하고 불렀다.) 안주로 황태 한 마리를 주문했는데 진짜 맛있어서 허겁지겁 다 먹었다.
스피커는 JBL 4312a(욜탱꺼는 4312b라서 부러웠심) 앰프는 마란츠였다... 구입하고 싶던 조합이라 보기만 해도 즐거웠다. 근데 스피커 고음이 약하고 저음이 뭉개져서 얘네도 세월 못 이기고 나이 먹었구나 싶었지만 그것마저 솔직해서 좋았다.
화장실이 겁니 특이했는데(내부 구조, 인테리어 모든 게) 벽면에 from 바그다드 사장님께. 제가 한때 정말 좋아했었어요... 어쩌고... 하고 쓰여있었다.......
덩쿨나무 잎이 가게 벽면을 덮는 계절에 또 오고 싶다. 해피~~~~
아파트에 캐슬, 파라곤 같은 이름 안 붙여서 좋다. 오뚜기 아파트엔 ㅅ 모양 다홍색 지붕도 있었는데 넘 귀여움...
다음 날
가려고 주차장으로 내려가 차에 탔다가 편지를 남기고 가고 싶어서 나만 다시 숙소에 들어가서 잘 지내다가 간다고 친구한테 편지를 썼다. 한 달에 한번 이곳에 온다니까 한 달 후에 읽어보겠지??
잘 지내다가 갑니다
마지막 식사는 황태회관에서 황태 미역국. 제법 맛있었음. 가자미 없는 가자미식해가 반찬으로 나왔다. 그렇다면 가자미는 누구에게 가는지...
ㅁ 덕에 드럽게 여행 안 가는 우리가 내 생일 겸 사귄 지 15년 된 기념 겸으로 간 여행이 이룩되었다는 사실을 기념하며 글을 마칩니다~~~~ 방금 집에 왔는데 바다 보러 가고 싶어 지면은 어떡해~~~~~ 집에 와서 청바지 벗는데, 바지 밑단 접어놓은 곳에서 해변 모래가 쏟아졌다. 아련....
+ 들은 음악
이 순서대로 들었는데, 선길문~비상은 횡계로 가는 새벽에 들었고, 횡계에서 돌아오는 저녁~러브이즈노이즈는 횡계에서 떠나 집으로 가는 길에 들었다. 새벽과 낮에 듣는 음악 편차가 일교차만큼 크다.
유튜브에만 있어 아쉬운 Jens lekman, Pocketful of money 는 Cause 다음에 들었다. 맘에 드는 흐름이어서 감정이 더욱 고조되는 감이 있었음.
20210320 rainbow (0) | 2021.03.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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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16 가게에서 있었던 일 (0) | 2021.03.20 |
20210314-16 횡계-강릉 (0) | 2021.03.17 |
20210317 방문 (0) | 2021.03.17 |
20210226 정월 대보름이면 달이 다섯 군데 뜨는 강릉 (0) | 2021.02.27 |
친구가 갑자기 자기가 계약한 서브 아파트를 쓰라고 했다. 세상에 서브 아파트가 뭐냐고 물어보니까, 네 사람을 모아서 한 사람당 한 달에 15만 원씩 내고, 돌아가면서 1주씩 그 집을 쓰는 거랬다. 이번 주에 자기들이 쓰는 주라서 쓰라고 그랬다. 얘는 어렸을 때도 갑자기 낯설게 하고 그랬다. ㅁ를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을 앞두고 학교 도서관에서 처음 만났다. 도서관에 오는 애들이 없어서 하복을 입은 우리 둘만 있었다. 도서관엔 나는 놀러 왔고, ㅁ는 공부하러 왔다. 자를 들고 자기 허벅지를 때려가면서 공부를 했다. 공부에 있어 비장함이라고는 없던 나는 그 모습에 진짜 놀랬다. 그 광경의 강렬함에 공부할 때 나도 내 허벅지를 꼬집고 그래 봤지만, ㅁ의 비장함 같은 건 따라 품을 수는 없었다. 어디서 온 건지 모르니까. 그러다가 중3 때 전교 회장 선거가 열렸고, 국사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회장 선거 나가볼 사람 지원해라 그래서 나가볼까? 하고 지원했는데, 알고 보니 ㅁ도 지원했던 것. 내가 회장이 되고, ㅁ는 부회장이 됐다. 당선 발표가 난 직후 ㅁ가 교무실에 가서 회장이 아니면 의미가 없으니 사퇴하겠다고 했단 얘기를 어디서 전해 들었다. 울었다는 얘기도 들었다. 눈치가 보였다, 나는 부회장 해도 되는데... 그치만 그 말을 하면 ㅁ가 더 자존심이 상할 거라서 모르는 척을 했는데. ㅁ는 그만두지 않고 다행히 부회장을 해주었다. 그리고 훗날 내게 그때 사퇴하려고 했던 거 아냐고 물어봤다. 안다고 대답하니까 내게 미안하다고 했다. 나를 무시하려던 건 아니었다고. 그 모습에 또 놀랬다. ㅁ랑 교무실에 자주 갔는데 쌤이 “ㅅㅇ야 너도 ㅁ처럼 해놀 거 다 해놓고 놀아라. 너는 놀기만 하잖아, 쟤는 할 거 다 하고 너랑 노는 거다.” 그랬다. 쌤... 나도 그러고 싶은데 못 하는 건데요. ㅁ는 고등학교 올라가서 단전호흡에 다니고, 내게 만화 그려서 보여주고, 자기 집에 놀러 오라고 그래서 놀러 가고 그랬는데 갑자기 어느 날 전학 갔다. 그걸 이틀 전인가 교실에서 선생님이 말해서 알았다. 나도 울고 ㅁ도 울었다. 나는 ㅁ에게 ‘편지할게.’ 그랬는데 한 번도 안 했다.
그러다가 대학생 되고 자기 교대 갔다고, 여름방학에 기숙사 빼기 전에 놀러 오라고 그래서 자전거 8시간인가 타고 놀러 갔다. 그 날은 월드컵 개막식 날이었다. 엄청 거대한 행사가 국가에서 시작하고 있었고, 자취방에서 그 광경을 브라운관 티비로 보던 나는 가슴이 뻐렁쳐서 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이 일었다. 그래서 동네 자전거포에 가서 중고 기어 자전거를 5만 원에 사서 ㅁ에게 지금 갈게 전화하고 청주로 달렸다. 무섭고 힘들어서 죽는 줄 알았다. 폴더폰 네이트에 접속해야 볼 수 있는 지도를 보면서 겨우겨우 갔다. ㅁ에게 도착하니까 내게 삼겹살을 사줬다. 그걸 먹고 ㅁ 기숙사 이곳저곳에서 얘기 나누고, 잤다. 그렇게 며칠 동안 거기에 묵었다. 사실 얘기보다는 잠을 더 많이 잤다. 정말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잠은 ㅁ가 만들었다는 음악 감상 동아리방 쇼파에 누워서 음악 틀어놓고 푹 자는 맛이 젤 좋았다. 어느 날 밤에는 기숙사 옥상에 있는 세탁실에 갔다. 세탁물을 돌려놓고 옥상 ㅅ<-삼각 지붕에 올라가 같이 누워서 얘길 나눴다. ㅁ가 누우면 기분 좋다고 해서 좀 무섭지만 누워봤는데 좋았다. 살면서 지붕에 누워 볼 일은 없을 텐데, 별이 많이 보이네, 같은 생각을 하면서 말없이 있기도 했다. 다 놀고 집에 갈 땐 자전거는 버리고 갔다.
그 밖에 여러 가지로 (지인 중 채식을 최초로 했다던가, 그래서 다니던 대학원 학생식당에 시위해서 채식메뉴를 만들게 했다던가, 예상 너머로 빨리 결혼을 하고, 경매를 겁나 공부해서 집을 저렴하게 사고, 자기가 가르치는 학생을 데리고 털게 이동 연구를 해서 그 자료로 대전에서 열리는 과학 박람회에 오던 날 나를 초대한다던가 하는 내가 모르는 세계로 자꾸 가있어서) 나를 놀라게 하던 ㅁ가 이번엔 서브 아파트로 연락을 한 것이다. 원래라면 부담스러워서 안 갔을 텐데, 여행도 가고 싶고 흔쾌히 베푸는 호의가 고마워서 갔다.
숙소는 횡계에 있었다. ㅁㅌ가 운전을 하고, 나는 옆에 앉아 음악을 틀었다. 강원도는 도로 주변으로 산이 첩첩이 있어서 대전과 완전 다른 곳을 달리고 있다는 감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해가 뜨기 전에 출발했는데, 숙소에 가까워질 때쯤엔 해가 뜨고 있었다. 어스름한 풍경을 달리며 듣는 노래는 진짜 끝내주네. 감탄이 나왔다. 음악이고 커피고 접하는 시간과 장소가 언제냐가 맛을 좌우한다. 고불고불한 도로를 타고 달리는 중에 음악을 듣다가 이따금 눈물이 났다. 패닉 기다리다와, 미안해가 유독 그랬다. 따라 부르다가 눈물이 나서 목이 메었다. 널 기다리다 혼자 생각했어. 떠나간 넌 지금 너무 아파 다시 내게로 돌아올 길 위에 울고 있다고. 이 노래가 이렇게 슬펐나??? 낯설었다. 해가 지는 바다에 앉아서 언젠가는을 부르는데 ㅁㅌ가 젊음이 너무 지나가버린 기분이 든다고 그랬을 때에도 눈물이 났다. 젊은 날에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 하지만 이제 뒤돌아보니 우린 젊고 서로 사랑을 했구나. 눈물 젖은 음악은 추억에 남는다. 이렇게.
떠날 시간이 와서 ㅁ가 카톡으로 알려준 대로 방을 정리했다. 안 시킨 청소기 먼지통도 비우고, 전자레인지 문, 냉장고 문, 싱크대 서랍들 손 닿는 부분에 맺힌 손때도 닦았다. 얻어 쓴 침구는 베란다 햇빛 속으로 들고 가 털고서 챙겨간 바디 향수를 몇 번 뿌린 후 잘 접어 원래 있던 옷장에 넣었다. ㅁ한테 잘 있다가 간다고 전화했는데, 다음에 또 놀러 오라고 그랬다. 얘는 왜 이럴까. ㅁ를 가까이에서 보며 지내는 건 아니라 자세한 건 볼 수 없지만, 멀리서 얘가 긋는 삶의 궤도를 보고 있자면, 삶이 이런 길로도 갈 수 있는 거구나, 하면서 그제야 지나간 궤적을 짐작해보게 되는 것이다. 자꾸만. 그런 얘기를 떠나기 직전에 부엌 식탁에 앉아서 편지에 적었다. 다 쓴 편지는 이불을 접어둔 옷장 안에 넣어놨다.
+ 오늘의 노래
패닉, 기다리다
https://youtu.be/rjeDvcHOr9Y
20210316 가게에서 있었던 일 (0) | 2021.03.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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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14-16 횡계-강릉(2) (0) | 2021.03.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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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26 정월 대보름이면 달이 다섯 군데 뜨는 강릉 (0) | 2021.02.27 |
20210222 이동 (0) | 2021.02.23 |
ㅂㅅ님이 방문하셨다. 어느 때처럼 갑자기 방문하셨다. 그리고 밖에서 술을 마시다 간다고 하셔서 나를 곤란하게 했다. 지금 온도는 영상 2도. 안엔 좌석이 꽤 비어있다. 밖의 스피커 사운드는 무척 구리다. 역시 이것저것이 신경 쓰인다. 그래서 한번 더 안에서 드시길 권했는데 타고 온 자전거가 밖에 있어 그 옆에서 드신다고 하셨다. 사실 매번 곤란한 티를 내며 안에서 드시길 권해도 밖에서 드셨으므로 이건 꺾을 수 없는 부드러운 완고함이다 하며 맥주를 밖으로 내어드렸다. 곤란하긴 하지만 이런 쪽으로 고집스러운 사람을 만나면 재밌는 게 더 강하다. 어떤 상황으로 흘러갈 지 모르므로.
작업실로 떠났던 ㅁㅌ를 불렀는데 ㅂㅅ님이 왔다니까 바로 쪼르르 왔다. 둘이 하는 얘기를 엿듣고 싶어서 손님들이 다 나가시자마자 나도 그 옆으로 갔다. 추웠다. 근데 술 생각이 나서 얼음잔에 스위트 베르무스를 조금 따라 가지고 나가 마셨다. 작업 얘기가 한창이었다.
ㅂ : ㅁㅌ씨는 어떤 곡을 만들고 싶어요?
ㅁ : 전에 오셨을 때 해주신 얘기를 듣고 나니, 역시 방향을 뚜렷하게 잡아야 할 거 같아서 팀원들이랑 우리 딱 정하자. 어느 밴드의 어느 앨범이 좋은지 구체적으로 표현해야 안다. 하고 얘기 나눠서 잡아놨는데, 곡 작업하면서 자꾸 방향이 바뀌더라고요.
나 : 맞아, 얘네는 지금 꽂힌 밴드로 자꾸 변해요.
ㅂ : (캐치한 듯) 아아, 지금 대답해주신 건 제 생각으로는 편곡 쪽의 대답이고요. 제 질문은 ㅁㅌ씨가 곡으로 하고 싶은 말이 뭐냐는 것이었어요.
나 이때... 너무 뻔한 표현인데, 영화 속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 뭘 그리고 싶냐고 질문한 건데, 어떤 물감으로 그릴 거라고 대답하고 있었다는 게 우리가 빠진 맹점이었다. ㅂㅅ님은 우리가 그 맹점을 직접 바라보게 하고 있었다. 그건 자기가 못 돼서 그렇다고 하시는데 민망한 동시에 재밌어서 죽을 뻔했다. 그래서 내가 방금 영화같았다고 하니까 자기가 영화과에 나와서 그렇다고 하셨다. 네....
ㅁㅌ는 좀 생각해보더니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이 뭔지 모르겠다고 했고, ㅂㅅ님은 ㅁㅌ씨는 자기를 못 꺼내는 거 같아요. 그랬다. 자기가 다니던 영화과에 왔다면 꺼내 주려고 엄청 공격을 했을 거라고 그랬다. 다른 학번도 다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다니시던 과는 그랬다고. 그리고 시간이 좀 걸리는 일 같다고 하셨다. 본인도 사실 시간이 걸렸는데 생각해보면 겁을 먹어서 그랬던 거 같다고. 그리고 요즘 쓰게 된 일기가 도움이 된다고 했다. 나는 자기를 꺼낸다. 는 말이 재밌다고 생각하면서, 저는 조금 딴 얘긴데 글을 트위터에도 쓰고, 블로그에도 쓰고, 인스타에도 쓰고, 일기도 쓰는데. 어디에 쓰냐에 따라서 글이 달라지더라고요. 라고 했다.
ㅂ : ㅅㅇ님은 수필은 쓰시는 데에는 자연스러우실 거 같아요. 그러니까 소설 써보시면 어떠세요?
나 : (엥? 자연스러운 쪽으로 쓰는 게 맞는 것 아닌가??!!) 저... 소설은 생각해본 적 없는데용!
ㅂ : 오랜 연애를 하는 애인은 자기 자신을 꺼내지 못하는 사람이고, 주인공은 애인을 꺼내 주고 싶어 하는 이야기... 재밌을 거 같은데. 가게에 오기만 하면 이상한 노래만 신청하는 손님 이야기. 재밌을 거 같은데??
나 : 그러네???
ㅂㅅ님은 자전거 타시고 가셨다. 재밌다와 재밌을 거 같은데?? 를 내게 남기고, 마시던 맥주도 남기고. 그리고 나는 일단 이 얘기를 써둔다. 자극받아서. 목요일 ㅇㅈㄹ공연을 같이 보기로 했다. 곧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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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 대보름이 뜨는 밤에는 바닷가를 걷고 싶어 진다. 자꾸 움직이는 바닷물 끝자락을 따라 걷고 싶다. 하늘에 떠있는 과하게 크고 밝은 달을 보다 바다 위에서 물결치는 달을 보다 하면서 걷고 싶다.
정월 대보름 하면 기억에 남는 달 이야기가 있다. 과거 강릉에 처음 놀러 갔던 날, 여행도 할 줄 모르던 때라 종착지를 정해두지 않고 그냥 걸어 다녔는데, 몇 시간을 걷다가 해 질 때쯤 해서 어느 마을 입구에 멈췄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분위기였다. 마을 입구에는 정월 대보름 맞이 쥐불놀이 행사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고, 저 멀리 논에 사람들이 꽤 모여서 하얀색 간이 테이블 위에 비닐 깔고 놓인 음식들을 먹고 있었다. 그 옆에는 상당히 크고 높은 짚더미가(한 3m 높이?) 고깔 모양으로 쌓여 있었는데 그만한 규모를 살면서 본 적이 없어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걸 이따가 태운다고?? 싶고, 태우면 어떤 광경이 되는지 상상이 되면서도 안 됐다. 짚으로 만든 노끈이 트리 전구 장식처럼 짚더미를 감고 있었다. (조선식 트리 같은 뉘앙스...) 노끈엔 소원을 적은 종이를 끼웠다. 사람들은 천 원짜리를 끼워두기도 했다. 더 큰 효능을 바라고 끼운 듯하다. 사람 마음은 참 신기하다. 영험함이 돈과 이어져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신자유주의의 영향일까, 유전자에 배인 토속신앙일까. 나도 가서 시간이 지나면 뭐라고 썼나 기억에 남지 않는 소원을 적어 끼우고 음식이 놓인 테이블을 기웃거렸다. 낌새를 눈치챈 마을 주민께서 저리 가면 음식이 차려져 있으니 먹고, 이따가 짚 태우는 걸 보고 가라고 했다. 눈치 좋은 오지랖 사람 최고. 알려주신 곳으로 가서 이렇게 공으로 먹어도 되나 약간 눈치를 보며 음식을 먹고 나서 사람들이 하는 쥐불놀이를 먼발치에서 구경하면서(내향인 습성) 불 피우는 시간이 오길 바라며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그때 양푼 주전자를 든 아저씨가 우리에게 다가와서 막걸리 한 사발 하라고 했다, 강릉 막걸리 안 마시고 가면 강릉 온 거 헛것이라고 하면서. 원래도 처음 가는 동네에 가면 그 동네에서 만드는 막걸리를 마시는 걸 좋아해서(모든 지역엔 그 지역 이름이 붙은 막걸리가 존재한다. 그중 제조일과 유통기한 간극이 한 달 이내인 것을 마셔야 한다. 그게 생막걸리이기 때문에....) 마시고 싶다고 대답했다. 아저씨는 종이컵에 막걸리를 따라주면서 기가 막히게 맛있는 안주를 띄워 줄 테니 잠깐 따라오라고 했다. 아저씨는 조금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따라 올라갔다. 아저씨가 저 멀리를 가리키며 저기 저기가 바다라고 했다. 바다가 가로로 길고 두껍게 그어놓은 파란 선같이 보였다. 그리고 가까운 곳을 가리키며 여기는 경포대 호수라고 했다. 내가 바다인 줄 알았다고 하자 약간 무시하는 뉘앙스로 에 강릉에 왔으면 경포대는 알아야지 그랬다. 강릉 대보름에는 달이 다섯 군데 뜬다고 하셨다. 달 하나는 하늘에(같이 하늘을 봤다) 하나는 저기 바다 위에(역시 같이 봤다), 또 하나는 경포대에(같이 말했다) 또 하나는??? 이 막걸리 잔에ㅋㅋㅋㅋㅋ 그럼 또 하나는 어디냐, 바로 님의 눈동자에 뜨지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아저씨 갑자기요ㅋㅋㅋ 갑자기 닥친 달 낭만. 내 흥을 돋웠다ㅋㅋㅋㅋ 과연 정월 대보름의 밤이군 하게 되는 상황. 막걸리 잔에 달 띄우고 님 눈동자에 뜬 달을 보면서 마시는 게 최고의 안주라며 다섯 개 달을 다 본 다음에 쭉 마시라고 하셨다. 강릉 사람들은 정월 대보름에 경포대에서 그렇게 마신다며. 미쳤다ㅋㅋㅋㅋㅋ
소방차가 여러 대 도착해서 짚더미 근처에 주차되었다. 이제 하이라이트 행사를 시작하는 분위기였다. 꽹과리, 장구 같은 걸 치고 이장처럼 생기신 머리 희끗한 분이 뭘 읽기도 하다가 마을 사람들 몇 명이 짚더미 주변을 돌며 노끈에 끼워진 돈을 뺐다. 돈도 태우나?? 궁금했는데 그럴 리 없었군. 짚에 불을 붙였다. 짚더미 전부에 불이 붙자, 불 높이는 짚더미 1.5배 높이로 솟았다. 치솟다는 단어를 이럴 때 쓰는 거구만. 살면서 이렇게 거대한 불덩이를 본 적이 있던가? 절대 없지. 생각보다 무서웠고 좀 오바 아닌가 싶었던 소방차 꼭 필요했고, 바람이 세차게 불어 불이 흔들리면 더 무서워 그때마다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그러나 동시에 신비하고, 아름다웠다. 마음을 홀라당 뺏겨버렸다. 이 광경을 본다면 불을 신으로 모셨을 과거 인간의 심경을 현재의 인간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말 그대로 눈을 떼지 못하고 계속 바라봤다. 보면서 아까 적은 소원을 다시 한번 마음속으로 말해보기도 하고(그렇게 하면 더 영험해질 것 같은 기분), 평생 잊지 못하겠지? 내년 정월 대보름에 또 오고 싶다. 같은 생각을 하면서 봤다. 짚이 다 타기 전에 고속버스 막차 시간이 다 되어서 떠나야 했다. 아쉬웠다. 택시를 타러 도로가로 나가면서도 자꾸 뒤돌아 불덩이를 바라봤다.(그날 사진을 올리고 싶은데 사진이 싸이월드에 있다... 싸이월드가 사라진 현재 찾을 수 없다는 이야기)
이후 정월 대보름에 강릉에 다시 간 적은 없고 행사 이름도 모르기 때문에 여전히 그 행사를 하는지는 모르겠다, 그치만 우연한 경험치고 굉장했던 그 일로 정월 대보름을 좋아하게 됐다. 일 년 중에 제일 크게 뜨는 달을 기념하는 일은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 언젠가는 꼭 정월 대보름 밤에 달을 보면서 해변을 걷다가 해안가 어느 쯤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잔을 꺼내 들어 술을 담고 달을 띄워서 마시고 싶다. 일행에게 여기에 지금 달이 네 개 떠있는데 알고 있냐고 말하면서.
+ 오늘의 노래
달 관련 제일 좋아하는 노래.
오늘에야 비로소 사랑한단 말을 들었네
하지만 왜 더욱 허전한지 몰라
기다렸던 만큼의 기쁨을 느끼지 못했네
그리고 왜 더욱 허전한지 몰라
사랑한다고 말하지 마세요 단지 아픈 마음의 위로일 뿐
이상은, 달
www.youtube.com/watch?v=R0LbT739ZUs
20210314-16 횡계-강릉 (0) | 2021.03.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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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경치 좋은 곳으로 이사 왔는데 안 놀러 오냐고 열 번 조른 친구 ㄷㅈ네 놀러 왔다. 이사 오면서 장만한 올드 오디오 장비를 내게 하루빨리 자랑하고 싶어서 그러는 건데, 이렇게나 꼴 보기 싫은 모습을 누가 나한테 대놓고 보여 주나ㅋㅋㅋㅋ싶어 하며 웃는 게 또 꿀잼이라 놀러 가기로 했다. 사실 나는 가게 문 여는 것도 있고 1박 2일만 놀러 가고 싶었는데, 놀러 오려면 3박 4일은 있다가 가야지 그래서 2박 3일 머무르기로 했다. 근데 그러하던 친구는 3일 전에 술 마시고서 스피커에 웅- 하는 노이즈 끼는 거 짜증 난다고 이거 저거 해보다가 앰프를 태워먹었다... 그래서 내 가게에 있는 올드 앰프를 가져오라고 그랬다. 정말 귀찮은 스타일이다... 귀찮다를 스무 번 중얼거리면서 앰프를 챙겨 왔다. 결론은 챙겨 오기 잘했고, 현재 잔뜩 먹고 잔뜩 움직이고 잔뜩 음악 듣고 잔뜩 술 마시고 있다. 친구네 거실에서 술을 진탕 마시다가 음악에 젖어(왜 음악에 젖는다는 표현 존재하게 된 건지 몰라도 최초 사용자분 표현력 개짱이다...) 우수 차오르다가 아 내가 아까 ㅋㄹㅎㅇㅅ에서 들은 질문인데 음악 내면 음반 낸다고 할 만큼 책 한 권처럼 음반이 하나의 온전한 완성본인 건데, 정작 요새는 음반 개념이 아니라 그걸 쪼개서(파편을) 모은 플레이리스트를 듣잖아. 플레이리스트 자체는 과거에도 있었고, 확실히 접근성이나 취향 디깅의 편의성에서 선호하게 되는 측면은 있긴 하지. 근데 요즘은 정작 1곡도 처음 20초 정도나 듣지, 맘에 안 들면 끝까지 안 듣는대. 이런 측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는 내 질문에 친구는 우리가 누군가가 힘을 쏟아 만든 창작물을 조작이 간편해졌다고 해서 가볍게 유희하다 쪼개고 넘기고 하는 건 매너도 없고 좀 별로지 않냐? 사람이 좀 불편해야 된다니까. 예를 들어 LP를 틀었다고 생각해봐, 20초 듣고 다음 곡으로 넘기는 게 더 번거로운 짓이니까 그냥 끝까지 듣게 될 거 아니야. 그럼 좋아하는 구석이 들릴 수도 있고, 이왕 듣는 거 이해해보려 들 테고 음악이 내 안의 뭔가에 개입되기 시작할 거 아니야. 그런 과정 없이는 깊이 좋아하는 곡이 저절로 생기지도 않잖아. 어떤 게 우리한테 소중한 과정이냐고. 너무 편리하고 너무 간편한 거 별로야. 친구의 이런 늙은이 같은 소리를 듣다가 마음이 찡해져서 씨발 니가 하는 말 너무 좋다. 그러다가 옥상에 올라갈래? 하면 제일 발소리 안 나는 신발을 신고 살금살금 옥상에 올라 친구가 담배 피우는 사이 인왕산 자락 저 멀리 북한산 자락 저 멀리 종로 건물 경복궁 청와대 지붕을 바라보며, 서울 치고 잘 보이는 밤하늘 별을 바라보며 아 좋다 축축하던 외로움이 다 증발돼서 바짝 마른 수건이 된 기분이다. 하게 되더라.
사실 이전의 내가 얼마나 외로웠는지는 모르는데, 지금 정말 외롭지 않다는 것은 안다. 몸을 움직여 잔뜩 (뭔가를) 한다는 건 꽉 차오르는 것과 같다. 그러다가 몸이든 관계든 감정이든 뱃속이 비었든 움직이던 게 움직이길 멈추면 외로움이 찾아드는 것이다. 여기에선 잔뜩 움직이고 있는데 그 이유는 뭘까. 그건 도파민 넘치는 친구의 활동성에 답이 있기도 하지만, 꼴보기 싫은 짓도 서슴지 않고 하는 친구 앞에서 나도 내 하고 싶은 대로 하다 보니까 신나서 뭐든 적당에서 넘쳐 잔뜩 하게 되는 경향도 있다. 그렇다고 대전에서 뭘 숨기거나 행동에 제약이 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뭐든 적당히 할 뿐, 잔뜩 표출할 쿵짝이 없다는 걸 이번에 보낸 시간에서 느껴 버렸고, 아 젠장 대전에서 적당히 술 마시고 마는 거나 쫌 그만 하고 술부터 진탕 마셨으면 좋겠네 투덜거리고 있다. 다들 잠들었고 나만 3박 4일 있을 걸 그랬나. 가만히 누워 미리부터 외롭고 있다.
+ 오늘의 노래
친구가 너무 좋아한다며, 왜 이렇게 좋치??? 오래 음악 했으면 좋겠는데 그러려면 응원과 인기를 받아야 힘이 날텐데 아 내가 응원하는 걸 알지도 못할테고 애가 탄다고 계속 틀어댄 노래들
다린, 소란스러운 마음
https://youtu.be/f0RQcjorURw
CHS, 땡볕(Too Much Sunshine)
https://youtu.be/teXv84f56TI
20210317 방문 (0) | 2021.03.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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찹찹하다를 차차파다 라고 읽는 점이 귀엽네
1. 번 뜻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쌓인 물건이 잠이 자서??? 에푸수수하지 않다고???
그래서 다른 사전을 찾아보니
라고 그랬다. 찹차파여 찹차파니.
알아듣지 못해도 위의 첫 번째 뜻이 재밌네
에푸수수
에푸수수라는 말 실제 대화에서 소리로 들어보고 싶다. 듣고 와 진짜로 쓰는 말이구나 하고 싶다. 뜻과 어감이 맘에 듦. 에푸수수
직성 / 직성 풀리다 뜻 (0) | 2021.09.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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