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ㅂㅅ님이 방문하셨다. 어느 때처럼 갑자기 방문하셨다. 그리고 밖에서 술을 마시다 간다고 하셔서 나를 곤란하게 했다. 지금 온도는 영상 2도. 안엔 좌석이 꽤 비어있다. 밖의 스피커 사운드는 무척 구리다. 역시 이것저것이 신경 쓰인다. 그래서 한번 더 안에서 드시길 권했는데 타고 온 자전거가 밖에 있어 그 옆에서 드신다고 하셨다. 사실 매번 곤란한 티를 내며 안에서 드시길 권해도 밖에서 드셨으므로 이건 꺾을 수 없는 부드러운 완고함이다 하며 맥주를 밖으로 내어드렸다. 곤란하긴 하지만 이런 쪽으로 고집스러운 사람을 만나면 재밌는 게 더 강하다. 어떤 상황으로 흘러갈 지 모르므로.

작업실로 떠났던 ㅁㅌ를 불렀는데 ㅂㅅ님이 왔다니까 바로 쪼르르 왔다. 둘이 하는 얘기를 엿듣고 싶어서 손님들이 다 나가시자마자 나도 그 옆으로 갔다. 추웠다. 근데 술 생각이 나서 얼음잔에 스위트 베르무스를 조금 따라 가지고 나가 마셨다. 작업 얘기가 한창이었다.

ㅂ : ㅁㅌ씨는 어떤 곡을 만들고 싶어요?
ㅁ : 전에 오셨을 때 해주신 얘기를 듣고 나니, 역시 방향을 뚜렷하게 잡아야 할 거 같아서 팀원들이랑 우리 딱 정하자. 어느 밴드의 어느 앨범이 좋은지 구체적으로 표현해야 안다. 하고 얘기 나눠서 잡아놨는데, 곡 작업하면서 자꾸 방향이 바뀌더라고요.
나 : 맞아, 얘네는 지금 꽂힌 밴드로 자꾸 변해요.
ㅂ : (캐치한 듯) 아아, 지금 대답해주신 건 제 생각으로는 편곡 쪽의 대답이고요. 제 질문은 ㅁㅌ씨가 곡으로 하고 싶은 말이 뭐냐는 것이었어요.

나 이때... 너무 뻔한 표현인데, 영화 속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 뭘 그리고 싶냐고 질문한 건데, 어떤 물감으로 그릴 거라고 대답하고 있었다는 게 우리가 빠진 맹점이었다. ㅂㅅ님은 우리가 그 맹점을 직접 바라보게 하고 있었다. 그건 자기가 못 돼서 그렇다고 하시는데 민망한 동시에 재밌어서 죽을 뻔했다. 그래서 내가 방금 영화같았다고 하니까 자기가 영화과에 나와서 그렇다고 하셨다. 네....

ㅁㅌ는 좀 생각해보더니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이 뭔지 모르겠다고 했고, ㅂㅅ님은 ㅁㅌ씨는 자기를 못 꺼내는 거 같아요. 그랬다. 자기가 다니던 영화과에 왔다면 꺼내 주려고 엄청 공격을 했을 거라고 그랬다. 다른 학번도 다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다니시던 과는 그랬다고. 그리고 시간이 좀 걸리는 일 같다고 하셨다. 본인도 사실 시간이 걸렸는데 생각해보면 겁을 먹어서 그랬던 거 같다고. 그리고 요즘 쓰게 된 일기가 도움이 된다고 했다. 나는 자기를 꺼낸다. 는 말이 재밌다고 생각하면서, 저는 조금 딴 얘긴데 글을 트위터에도 쓰고, 블로그에도 쓰고, 인스타에도 쓰고, 일기도 쓰는데. 어디에 쓰냐에 따라서 글이 달라지더라고요. 라고 했다.

ㅂ : ㅅㅇ님은 수필은 쓰시는 데에는 자연스러우실 거 같아요. 그러니까 소설 써보시면 어떠세요?
나 : (엥? 자연스러운 쪽으로 쓰는 게 맞는 것 아닌가??!!) 저... 소설은 생각해본 적 없는데용!
ㅂ : 오랜 연애를 하는 애인은 자기 자신을 꺼내지 못하는 사람이고, 주인공은 애인을 꺼내 주고 싶어 하는 이야기... 재밌을 거 같은데. 가게에 오기만 하면 이상한 노래만 신청하는 손님 이야기. 재밌을 거 같은데??
나 : 그러네???

ㅂㅅ님은 자전거 타시고 가셨다. 재밌다와 재밌을 거 같은데?? 를 내게 남기고, 마시던 맥주도 남기고. 그리고 나는 일단 이 얘기를 써둔다. 자극받아서. 목요일 ㅇㅈㄹ공연을 같이 보기로 했다. 곧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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