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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3.26
- 2023.03.23
음악이 짱이다! 어제 가게 마치고 m피플로 달려갔다.(실제론 걸어갔지만 심정은 달려감) 1층 입구에서 들리는 블루스 노래에 마음이 부풀었다. m피플은 아직 한참 위인 2층에 있는데!
오늘 정오가 다 되어 일어나서 m피플 생각을 했다. 계단을 올라 m피플로 들어가는 게 무슨 음악 속으로 들어가는 길처럼 느껴졌던 것. 바에 앉아 맥주를 마시는데, 내부에 들어앉아서 목소리가 밖으로 나가기 전 소리를 듣는(내 목소리를 듣는 것처럼) 느낌. 음악이 모처럼 가깝게 닿으면 키스를 하는 것처럼 좋다. m피플에서 듣는 음악은 살갗이 아닌 속살이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 얼마 안 남은 sense8을 틀어 봤다. 첨엔 과한 연출에 폼 잡는 대사가 너무 어색해서(이런 류의 영상물을 너무 오랜만에 접했어)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렸는데, 스토리가 겁니 잘 익은 과일 여러 개를 갈아 주스로 만든 것처럼 맛있어서 존니 쭉쭉 빨아 마시듯 며칠 동안 쭉쭉 봤다.
이제 보는 게 마지막 편. 중반을(근데 마지막 편이 무슨 영화 한편처럼 150분이나 해서 중반이라고 해도 한 시간 넘게 남은) 보는데도 이게 마지막 편이라고?? 싶을 정도로 해결할 게 많이 남았는데, 감독은 내 맘과 다르게 여유로웠다. 아무것도 생략하지 않고, 모든 걸 다 챙겨 가면서(인권, 등장인물 8명의 등장 배분까지도) 스토리를 이어갔다. 음악이 자주 나오진 않는데, 한 번씩 음악이 나올 땐 뮤직 비디오처럼 현장 사운드는 다 끄고, 영상과 음악만 흐르게 했다.(음악에 대한 존중도 잊지 않는) 음악 선택도 끝내준다. Bon Iver, Holocene 이 나올 땐 미칠 뻔했다. 너무 아름다워서. (그리고 지상에서 영원으로 영화에 헌사하듯 찍은 그 장면 때문에 지상에서 영원으로도 봐야겠음ㅇㅇ)
1편당 한시간을 잡아도(2시간짜리가 2편이나 있었음) 24시간인 이 드라마를 다 보고 나니 간만에 마음이 대단히 뻐렁친다. 알뜰살뜰 챙길 거 다 챙기며, 살필 거 다 살피며, 존중할 거 다 존중하며 만들었다는 게 너무 보이고, 또 그렇게 정성 들여 끝내주게 만든 이 드라마가 하고 싶었던 말이 사랑이라는 게 졸라 좋다. 마지막에 '팬들을 위해' 라는 문구를 띄우고 마치고, 자막 올라갈 땐 같이 만든 스태프들을 비춰주는데 그것마저 사랑이더라. (사랑을 방해하는 놈들을 다 죽여버리는 것도 너무 통쾌했다ㅋㅋㅋㅋ)
음악이 짱이고, 사랑이 짱이다.
230527 있는 그대로 (3) | 2023.05.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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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0 와중에도 쌓이는 경험치 (0) | 2023.05.10 |
230426 유키랑 여행하고 안 거 (0) | 2023.04.26 |
20230420 떠나는 비행기에서 (0) | 2023.04.21 |
230405 매일 뭐 (0) | 2023.04.05 |
같이 있을 땐, 내가 유키를 힘들게 하지 않을까. 하고 살피거나. 하 계속 같이 있으니까 힘드네. 그런 생각에 빠져 있었는데, 막상 헤어지니까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인간은 왜케 어리석냐....
3일째 되는 날, 존나 피곤해서 유키 침대에 누워서 잠을 청하려는데 옆에 누운 유키가. 성아.. 내가 일정을 너무 힘들게 짰지. 그래서 힘들었지. 미안해... 라고 했다. 이 말을 다음 날 아침에도 했다. 너무 힘들었지?? 오늘은 탑만 보고 설렁설렁 다니자. 그래놓고 2만보 걸었지만.... 유키도 나를 힘들게 하는 게 아닐까 같은 걱정을 했던 거다. 근데 떠나는 비행기 타려고 아침 7시 반 지하철을 타러 가는데, 힘드니까 나오지 말래두 데려다주고 싶어. 그러면서 옷을 챙겨 입고, 지하철 역에 같이 같이 갔다. 성아가 과연 지하철을 잘 갈아탈 수 있을까. 걱정하면서 계속 나를 챙기던 유키는 내가 지하철 타려고 할 땐 성아 가지 마~~~~~ 그랬다. 사실 이때까진 빨리 집에 가서 눕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해서 안 갈래~~~ 라고 못하고, 나 또 올 거니까 유키,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같이 웃었다.
그래놓고 혼자 남자마자 유키가 좋아서, 헤어진 게 싫어서 엉엉 울었다. 진짜 왜 이러냐 인간은. 있을 때 잘해라.
비행기 타서 이륙하는데, 유키 생각만 났다. 날 위해서 휴가 내고, 2월부터 일정 짜고, 여행 내내 나 끌고 다니고, 자기 얘기를 한국말로 열심히 말하던 유키를 계속 생각했다. 고맙다는 얘기를 쓴 다음, 일본어로 번역해서 유키한테 보냈더니 번역기 일 잘 하네. 울었어. 하고 답장이 왔다. 유키는 이번 여행을 하면서, 자기가 여행 계획을 이렇게 잘 짤 수 있는 사람이란 걸 알았고, 더 좋은 사람이, 야사시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랬다. 이런 여행은 처음이라면서. 내게 이번 여행이 어땠냐고 물으면, 어디 온천이 끝내줬고, 뭐가 맛있었고가 아니고, 누가 내게 마음을 다해주는 경험을 한 여행이라고 대답하겠다. 그런 시간을 살고 나니 더 잘 살고 싶어졌다. 힘을 내서. 유키랑 다시 반갑게 만나 또 어떤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이건 가서 찍은 영상 편집 한 건데, 생각보다 안 나와서 맘에 안 들지만 또 편집을 했다는 게 어딘가 싶네요.
https://drive.google.com/file/d/1pBuqUYRdnjkORgHezAKMPQY2SyItLRh-/view?usp=share_link
230510 와중에도 쌓이는 경험치 (0) | 2023.05.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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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27 뻐렁치는 마음 (0) | 2023.04.28 |
20230420 떠나는 비행기에서 (0) | 2023.04.21 |
230405 매일 뭐 (0) | 2023.04.05 |
230403 다녀간 자리 (0) | 2023.04.03 |
비행기에서 눈물 콧물 흘렸다
조금 가라앉고나서 좀 졸다가 깼는데,
잠이 안 와서 책 읽었다
230427 뻐렁치는 마음 (0) | 2023.04.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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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26 유키랑 여행하고 안 거 (0) | 2023.04.26 |
230405 매일 뭐 (0) | 2023.04.05 |
230403 다녀간 자리 (0) | 2023.04.03 |
230330 매일 30분을 (0) | 2023.03.30 |
다를 게 없는 하루인데, 깨닫는 게 있다.
이젠!!! 일주일에 2만 원씩 내고 배운 덕에!!!! 무기력에서 탈출할 줄도 알면서!!! 일부러 탈출하지 않은 어제는,,,, 게임만 붙잡았다. 시간~~~ 잘~~~~ 가고, 기력도 소진하지 않는데. 그게 내가 원하던 바였는데도 내 모든 게 허무해졌다. 불만만 생생했다. 시간을 때우는 게 아니라 시간을 살아야 한다. 속속 떠나는 뮤지션의 부고에 그들의 음악을 틀어 들으면서 생각했다. 시간을 살아야 한다. 이들이 뿌려놓은 음률을 제대로 들으려면 귀를 기울여야 한다. 배경음악으로 틀어놓는다고 듣는 게 아니다.
재무부장이 퇴근할 때 오늘 하루는 망했다고 한탄을 했더니, 왜! 오늘 가게 문도 열고! 그것만 해도 해냈지. 그랬다. 맞는 소리네.... 무의미한 하루라고 그래버렸더니 애를 써서 한 것들마저 하락했다. 바로 저번 주에 심리상담쌤이 평가하지 않는 법을 가르쳐줬다. 판단은 '구별'과 '평가' 두 가지로 나뉘는데, 이중에 평가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그래서 평가하지 않고 그대로 보는 법을 알려주신 것임. 수업 말미에 평가가 난무한 이 시대의 태도는 우리에게 해가 되나요? 하고 물으니, 그렇죠. 아무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해가 되지요. 사회적 문제입니다. 우리는 그대로 바라보고, 그대로 인지할 줄 알아야 해요. 그게 이해예요.라고 그랬다. 그러나 배움이 무색하게도.... 어제 무의미한 하루라고 평가하고 만 것이다. 그랬더니 쌤 말대로 정말 아무 도움이 되지 않고, 기분만 망쳤다. 오늘 일어나서 어제를 그대로 보니 어느 땐 힘을 냈고, 어느 때는 무너졌다고 구별이 되었다. 이제야 날 이해했다. 어제 ㅇㅂ박사가 해준 건 이해구나.
그래도 그런 하루를 보낸 덕에, 집에 가봤자 아무것도 없다는 걸 깨달았다. 가게에서 도망갈 곳이 집일 뿐. 그렇게 도망 온 집에서도 도망만 다닐 뿐. 어디에서도 살고 있지 않다. 도망은 이제 재미없다. 도망만 다니면 아무것도 없다.
Running from the pull of tide
Fumbling from the creeping time
Running out...of whim and rhyme
We'll walk hand in hand
Till we understand
And everything to be despised
Right before our very eyes
Forced before our very eyes
Dies before our very eyes
We'll walk hand in hand (we'll walk hand, hand in hand)
We'll walk hand in hand (we'll walk hand, hand in hand)
We'll walk hand in hand (we'll walk hand, hand in hand)
We'll walk hand in hand (we'll walk hand, hand in hand)
Hand in hand (we'll walk hand, hand in hand)
230426 유키랑 여행하고 안 거 (0) | 2023.04.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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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0 떠나는 비행기에서 (0) | 2023.04.21 |
230403 다녀간 자리 (0) | 2023.04.03 |
230330 매일 30분을 (0) | 2023.03.30 |
230327 사랑의 역사를 읽다가 (2) | 2023.03.27 |
일요일에(어제) 기매태가 갑자기 불러서 예빈박사가 놀러 온 오후를 보내게 되는데....
아무것도 안 하고, 꿀참외 먹으면서 예빈박사 오디오에 블루투스가 연결되길 기다리는 시간이 좋았다. 밝은 햇빛 아래에 앉아서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다는 벌이 날아다니는 걸 보면서 담배를 피웠다. 이틀 동안 비처럼 내리던 벚꽃이 오늘 보니 다 졌다.
해가 다 졌네.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예빈이 돌아가고, 집에 왔는데 잠에서 막 깬 기매태가 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기매태 배웅을 하는데 코가 찡하게 눈물이 찔끔찔끔 났다. 인사를 하고 돌아와 혼자 남은 집에서 찔끔찔끔 울다가 잤다.
눈을 돌리는 곳마다 눈부시게 만들던 태양빛이 사라진 밤엔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고 어두움만 남는다. 어두움이 남았다고 말해도 되나? 빛이 사라져 빈 곳일 뿐 아닌가. 남은 건 뭔가. 쓸쓸함이 남았다고 말해도 되나?? 채워졌던 게 사라져 빈 곳을 느낄 뿐 아닌가. 빈 곳에 서서 꿀참외 껍질이 접시 위에 남아있는 것, 씻고 벗어 둔 기매태 옷가지들이 욕실 앞에 남아있는 걸 본다.
아침에 일어나 마저 비웠다. 그릇을 치우고, 옷가지들을 빨래통에 넣으면서 흔적이 귀엽다고 생각했다. 노란 꿀참외 껍질과 작은 포크 두 개, 기매태가 옷가지를 벗어둔 모양이. 뭐가 다녀간 자리엔 흔적이 남는다. 글씨 선생님이 숨어 사는 쥐도 소리를 낸다고 했다. 채워줬다가 비워진 자리에 음악을 틀어 듣는다. 이땐 음악이 제대로 채워진다. 음악을 사랑한 이유가 또 있었군.
오늘은 뭐가 다녀갈까. 그 후엔 뭐가 남을까. 오라고 부르지도 않고, 가는데 잡지도 않으면서, 오는 걸 기다리는 나는, 빈 곳에 어떤 흔적을 남기고 있을까. 내가 남긴 건 볼 수가 없다. 내가 떠나온 자리라서.
어제 오후엔 예빈박사랑 라디오를 틀고 코스트코 갔다. 가서 장을 보는데, 내가 안 듣는 사이에 흘러갔을 라디오 노래들을 못 듣는 게 아쉽단 생각을 했다. 내가 거길 떠나온 거면서.
아침에 일어나 류이치 사카모토의 부고 소식을 들었다. 난 이제야 그의 음악을 꺼내 듣는다. 아니 이따가. 우선 이것부터 듣고.
I waited outside
Then you took me in the room
And you offered up the truth
My eyes crawling up the window to the wall
From dusk 'till dawn
Let me talk to em
Let me talk to em all
...
You're back and forth with light
20230420 떠나는 비행기에서 (0) | 2023.04.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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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05 매일 뭐 (0) | 2023.04.05 |
230330 매일 30분을 (0) | 2023.03.30 |
230327 사랑의 역사를 읽다가 (2) | 2023.03.27 |
230320 호박식혜가 달다 (1) | 2023.03.20 |
걷거나 수영을 하고 있다.
주로 걷는다. 걷는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숨이 차오를 뿐이다. 숨이 차면 힘들 뿐이다.
나무에 꽃피고 잎나는 변화를 보면서 걷는 건, 거대한 개념이랬다. 상담쌤이. 내게도 시간이 흐르는데 여기도 시간이 흐르네. 하는 연결감. 여긴 시간이 흐를수록 변화하네. 하는 우리의 차이. 걸으면서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느끼는 건, 우울증으로 정지된 나를 다시 움직이게 일깨운다고 했다. 연결감. 그런 게 일어났는가. 아직 모르겠다. 다만 꽃을 보면 기분이 좋다. 세상에 아름다운 게 다행히 아직 유지되고 있단 걸 확인한다.
아까 어느 구간에선 새가 규칙적으로 울었다. 도시에서 듣는 날카로운 울음소리와는 달라 안심이 됐다. 좋은 일이다. 새 좋아하는 친구가 생각나 집에 와서 새도감이 가득 들은 보드게임 윙스팬을 샀다.
걸으면 힘들 뿐인데, 내일도 걷자고 생각하는 건 날씨가 좋고, 햇빛이 따뜻하고, 숲에 꽃이 피기 때문이다. 연결되고 싶은 쪽으로 가고 싶은 것이다. 내일도 거길 가서 진짜 여길 또 왔네. 하고 싶은 것이다. 이렇게 걷다 보면 어느 쯤엔 심박수 180을 넘지 않고도 수월하게 도달하는 몸이 되는지 확인하고도 싶다. 걸으면 뭐가 좋을까 싶어서 망설이는 걸 그만두고, 걸으러 나가는 내가 돼보고 싶다.
내일은 걸으면서 이장혁, 봄을 들어야지. 그래서 < 작은 벌레들은 깨어나, 아무도 몰래 집을 짓고. 주어진 만큼의 날들을 위해 힘을 다해 싸우네. 그리고 난 다시 자전거를 꺼내 봄이 오는 언덕을 향해 페달을 밟아> 이 가사를 들어야지.
+ 오늘의 노래
이장혁, 봄
바람이 불어오고
철새는 날아가고
그대는 없는 봄에 난 흠뻑 취해
할 일도 잊어가네
작은 벌레들은 깨어나
아무도 몰래 집을 짓고
주어진 만큼의 날들을 위해
힘을 다해 싸우네
그리고 난 다시 자전거를 꺼내
봄이 오는 언덕을 향해 페달을 밟아
미칠 듯 꽃은 피고
슬픈 저녁이 찾아오고
우린 저마다의 식탁에 앉아
쓸쓸히 밥을 먹지
할 말이 많았는데
항상 난 머뭇거렸었어
어쩌다 그대를 만난다해도
건넬 수 없는 말들
미쳐가는 봄밤 그댄 또 어디서
나도 없이 잘도 지내고 있는 건지
그리고 난 여기 부는 바람 속에
쓰라렸던 지난 겨울의 탄식들을 씻어가
https://youtu.be/FZeFve5jPdY
230405 매일 뭐 (0) | 2023.04.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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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03 다녀간 자리 (0) | 2023.04.03 |
230327 사랑의 역사를 읽다가 (2) | 2023.03.27 |
230320 호박식혜가 달다 (1) | 2023.03.20 |
230317 술의 중력 (0) | 2023.03.17 |
아궁이가 생각났다. 그건 우리 집 마루에서 바라보면, 대문 나가기 전 왼쪽에 놓여 있었다. 거기서 할머니는 소에게 줄 여물을 삶거나, 사료에 먹다 남은 음식을 모아 넣고 개죽을 쑤거나, 밭에서 캔 나물을 찌거나 하셨다. 할머니가 뭘 삶냐에 따라 마당에 퍼지는 냄새가 달랐다. 마루에 앉아서 햇빛 쬘 때, 마당에 빨래를 널 때, 등하교하러 대문을 지나 방으로 들어가는 길에 그 냄새를 맡았다. 아궁이를 땔 때 보통은 나무 태우는 흰 연기가 나는데, 어느 날은 매캐한 검은 연기가 났다. 할머니가 엄마 옷가지를 태우고 계셨다. 사진도 태우고, 물건도 태웠다. 그걸 보고 달려 나갔지만, 엄마의 일로 슬픈 표정을 보이지 말잔 이상한 결심을 했던 나는 내가 지을 수 있는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 그 어색한 표정으로 호기심이라는 듯 할머니한테 이건 왜 태우는 거냐고 물어봤다. 사실은 화가 나서 따지고 싶었던 것 같다. 그치만 내색할 수 없었다. 할머니는 사람이 하늘나라에 가면 그 사람이 썼던 물건을 태워 하늘로 같이 보내주는 거라고 했다. 그리고 나머지는 성아가 마저 태워라. 하시고 방으로 들어가셨다. 좋은 일을 내게 넘기는 것처럼 하셨기 때문에 나는 그 말을 철썩같이 믿고, 엄마가 찍힌 사진들을 이어 마저 태웠다. 주로 독사진이거나, 아빠랑 찍은 사진이었다. 타들어가는 사진을 다시 얼른 꺼내들고 (불을 끄고)다시는 볼 수 없는 걸 보는 듯 한참 보기도 했다. 그러나 태우는 걸 멈출 수 없었다. 할머니가 시킨 일이었다. 그리고 이걸 태워야 엄마나 외롭지 않게 지내실 거 같았다. 태울 수록 마음이 아파 엉엉 우는데 쪼끄만 동생이 와서 언니 뭐 해 하고 옆에 앉았다. 응, 엄마 물건을 태워야 하늘나라에서 엄마가 이걸 쓴대. 동생도 같이 태우면서 울었다. 나는 다시 태연한 척 했다. 엄마 지갑을 태웠던 차례가 유독 기억에 남는다. 숭고한 일을 하는 어른처럼 엄마 지갑을 들고 그 안에 꼽혀진 것들을 기억하려고 하나씩 빼서 한참씩 바라본 다음 태웠다. 엄마 주민등록증을 볼 땐 주민번호를 외워보려고 숫자를 몇 번이나 읽었다. 엄마 물건이 불 속으로 사라질수록 엄마가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나도 다시는 기억 못 하겠지. 나도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매일 엄마가 차고 다니던 시계를 태울 차례가 오자 이건 태우지 말자. 동생에게 말하고 내 호주머니에 넣었다. 엄마 증명사진도 호주머니에 넣었다. 이거면 됐다고 생각하고, 나머지는 마저 다 태웠다. 그러고나서 할머니 다 태웠어요 하면서 저녁 밥 짓는 부엌으로 들어갔던가. 증명사진은 어디론가 사라졌고, 엄마 시계는 내가 학창 시절에 소중하게 여긴 걸 모아둔 작은 파란색 박스 속에 들어있다. 이 얘기는 지난 개인상담 때 하려다 못 했던 말이다. 이 얘기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 속에 다시 집어넣었다. 그러다가 오늘 사랑의 역사를 읽다 다시 꺼내 쓴다. 나는 누가 죽으면 다시는 그렇게 무자비하게 태우지 않을 것이다. 그날 태웠던 게 구체적으로 어떻게 생겼던 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궁이에서 나던 검은 연기보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겨우 날 위해 남긴 시계만 기억할 수 있다. 그것만 남았다. 그리고 지금 읽는 사랑의 역사가 그때 기억을 꺼내줬다. 내 사랑의 역사를.
230403 다녀간 자리 (0) | 2023.04.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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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30 매일 30분을 (0) | 2023.03.30 |
230320 호박식혜가 달다 (1) | 2023.03.20 |
230317 술의 중력 (0) | 2023.03.17 |
230311 차안에서 노래를 듣다가 (0) | 2023.03.11 |
어제 올려보니까 재밌길래 다시 해보는 식물일기 1년 성장기ㅋㅋㅋㅋㅋ 기대는 금물 ㅋㅋㅋㅋㅋ
2203 무늬 싱고니움은
그니까 아름다웠던 무늬 싱고니움은.....
1년 후) 2303 무늬 싱고니움
잎 없이 줄기만 너무 길어져서 잘랐다.....
이렇게 심긴 상태로 비루하게 남았고, 남은 줄기는 수경으로 갔음.
힘내라 넌 싱고잖아~~~~~~
2203 필로덴드론 실버스워드.
요만했던 애가~~~~~
1년 후) 필로덴드론 실버스워드
분갈이도 안 해줬는데, 이렇게 무럭무럭 자라줬다.
내가 너를 사랑해!!!
2203 아스파라거스 팔카투스
데려왔을 때 무성하게 떡잎을 달고 있던 얘는
1년 후) 2303 아스파라거스 팔카투스
떡잎은 벗어내고, 키가 자라고 있음. 요즘 길쭉하게 새 줄기를 내는데, 너무 기특해.
이게 바로 봄인가 봐????
여기 중간에 (아직 잎은 거의 없지만) 길쭉하게 자라는 새 줄기가 보임???
본인이 아스파라거스인 걸 기억해 내고 드디어 자라나고 있음….
2203 론데리 파티타임
잎이 매력 터지는 너
이렇게 예뻤구나????
1년 후) 2303 룬데리 파티타임
파티타임이 끝났는지… 줄기만 길어짐.
댕강 자르고, 윗 줄기는 수경으로 돌렸다ㅠㅠ 잘 자라줘 다시ㅠㅠㅠㅠ 다시 파티 열어줘 ㅠㅠㅠㅠㅠ
2203 코르딜리네 핑크 다이아몬드
21년 9월에 데려와서 수경으로 뿌리 받아내고 식재한 모습
1년 후) 2303 코르딜리네 핑크 다이아몬드
달고 있던 묵은 잎은 한 장 남기고 다 떨군 후, 새잎을 미친 듯 쭉쭉 내고 있음.
얘 베트남 길거리에서 봤는데, 진짜 이뻤음.
우리 집에서도 부탁해 홍죽아(다른 이름)
2203 싱고니움 밀크 컨페티
화분 작은 거 보임??? 잎은 더 작음….
1년 후) 2303 싱고니움 밀크 컨페티
화분도 커지고, 잎도 많이 내고 있다~~~!
잎 한 장이 손바닥 만한 미래의 너를 기대해~~~!
2203 필로덴드론 베멜하
데려와서 처음 식재했을 때 모습이군. 뽀짝하구만.
몇 주 후에 신하늬한테 선물 받은 화분에 옮겨 심은 모습.
화분 넘 이뿌징~~~~~~
1년 후) 2303 필로덴드론 베멜하
그리고 지금! 너무나 잘 자란 모습!! 하하하하하하
정말 고맙다. 내 너만은 물 잘 챙겨줬재~~~~~
보람이 있구만. 잎이 몇 개여
2203 필로덴드론 그린 벨벳
진한 색깔에 반해서 데려온 애.
오자마자 새잎을 냈음.
1년 후) 2303 필로덴드론 그린 벨벳
하…….. 진짜…… 식물은 이 맛에 키우나 봐.
얼마 전에도 새잎 냈다.
너무 이쁨 ㅠㅠ
2203 에피프레넘 피아텀
얘는 크면 잎이 손가락처럼 갈라진다는데??????
그래서 일단 데려옴.
근데 어느 세월에 그런 잎을 보여줄지 감도 안 옴.
1년 후) 2303 에피프레넘 피아텀
여전히 잎 모양은 그대로지만??????
잎도 커지고, 덩쿨 식물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음?!??
2203 히메 몬스테라
잘 자란다고 그래서 데려옴.
이쁘다아아 아
1년 후) 2303 히메 몬스테라
잎 개수는 비슷한데, 길어지고 커짐
오오 이쁘다잉
2203 필로덴드론 미칸
처음 데려왔을 때 잎이 풍성했네????? 반성 ㅠㅠ
1년 후) 2303 필로덴드론 미칸
잎은 적어지고, 줄기가 길어졌을 뿐…
얘도 잘라서 수경으로 돌릴까 고민 중….
다음 식물 일기도 기대해죠~~~~~~!
끗~~~~~~~!
230326 1년치 성장 비교 좀 해볼까 (0) | 2023.03.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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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렇게 못 해줬는데!!!!!!
1년 동안 잘 자라준 녀석들 중에
두 녀석 공개~!
분갈이 하면서 얘네들 때문에 감동 좀 해짜나...
22년 3월 필로덴드론 버럴막스
사진에 보이는 큰 잎은 탈락돼서, 오른쪽에 보이는 작은 두 잎이 성장했다고 보면 되는데……
1년 후) 23년 3월 필로덴드론 버럴막스
버럴막스 뽀대를 갖추고 있음… 귀엽다 얘두라……
22년 4월 이름 아무리 찾아두 모르겠음….
1년 후 ) 23년 3월
원래 넌…. 덩쿨처럼 자라는 거니????
이름 모르는 애 토끼귀 잎모양이 귀욤….
더 쓰기 귀찮으니까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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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갈이를 해버렸네 ???? *^^*
수태봉 못생겨서 치워버리고 싶던 싱고 분리해서 줄기만 남은 건 수경으로 가고, 뿌리 쪽은 심었다.
내 수박이.... 흙 파보니까 내가 물 자주 줘서 뿌리 녹았더라잉ㅜㅜㅜㅜ 수박이도 수경으로 갔다.
가게에서 화분 떨거지들 데려와야 하는데.... 화분 없어서 아직 분갈이할 게 잔뜩..... 뭐 슬슬 하면 되겠지.
작은 화분에 심은 게 잘 살더라. 큰 화분에 심은 작은 화초 파보면 ㅋㅋㅋㅋ 뿌리 ㅋㅋㅋ 왜케 없엉 미안하다ㅋㅋㅋㅋㅋㅋㅋ 다 작은 화분으로 옮겼다. 그릇에 맞게 살라고 하는 말 있잖아. 그런 것임 ㅇㅇ...
뿌리파리 두둔지 찾아내고 싶었는데, 오늘 분갈이 한 것 중엔 없네.... 아니 우리 수박이 뿌리파리한테 당한 거 아녀??? 아니지... 무른 줄기들 생기는 거 보면 과습이지ㅠㅠㅠㅠㅠ
이제 청소기 돌려야 하는데.............. 좀 눕고 싶네???
화초 이름들 다 까먹어서 다시 외워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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