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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어제 은형님이 챙겨준 깨찰도너츠를 먹고, 매태 어머니가 보내준 쌀강정을 먹었다. 달고 고소하다. 누가 챙겨준 걸 먹는 거 자체가




명절 장사하고 이틀만 쉬려고 했는데 수도가 얼었다.
사실 얼 줄 알았음....
물도 안 틀어놓고....
물 틀러 가기 귀찮아서 가게에 안 갔다가, 엄동설한에 더 귀찮은 짓을 해가며 그걸 녹였다만 1일 차 녹이기 실패....
그게 엊그제고, 어제는 반드시 녹이겠다는 결심을 더해 드라이기, 기름난로를 사랑님 차로 실어 가게로 갔다.



사실 가게로 바로 안 가고, ㅇㄹㅈ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며칠 전에 ㅇㄹㅈ사장님이 사랑님한테 부가세 신고를 했는데 너무 많이 나왔다고 푸념을 했다고 해서 그걸 봐드리러 갔다. 그렇게 두 시간 씨름을 했는데.... 내가 한 방법으로는 400만 원이 더 나오는 거 아님????? 요식업 협회에 3만 원 주고 맡겨서 해셨다는데.... 거기에서 쓴 암흑의 기술을 이길 방도가 없다는 걸 깨달음.... 아무 성과가 없이 멋쩍게 나오는데 사장님이 우리 귀여워하면서 점심값을 안 받으셨다.

사장님은 둔산동에서 10년 동안 만두집을 하셨다고 했다. 거기 만두도 분명 기가 막히게 맛있었을 것. ㅇㄹㅈ이 이미 백반계의 최고봉이므로... 밥부터 반찬, 찌개 모두 다른 식당보다 두끗 이상 맛있다. 한 끗 맛있기도 어려운 건데. 우리가 부가세 신고하는 동안 사장님은 바닥에 앉아서 엄청 큰 고무 다라이에 시금치를 가득 다듬었다. 그렇게 많이 재료 준비를 하세요?? 하니까 박스로 사야 싸니까 하면 이 정도 나오지. 그러심. 그리고 내가 장사하고, 김치말이국수 판다니까 자기가 만두집 할 때 김치만두에 넣었던 김치가 맛있었는데 그 집 소개시켜줄까? 하셨음. 이미 맛있는 걸 더 맛있게 할 방법을 찾는 사장님ㅠㅠ 그게 이 식당의 맛비결일 듯.



성과 없이 나와서 기름 난로에 넣을 등유를 사러 사랑님 차 타고 주유소에 갔는데 거기는 등유 안 팔더라. 대신 거기서 사랑님이 전에 놓고 간 노란 체크카드를 찾음. 주유소에서 알려준 다른 주유소에 가서 10L에 15000 원하는 등유를 사 가게로 갔다. 근데 기름 난로를 켜려면 r14라는 C4 건전지가 필요한 거였음... 그걸 사러 또 미니스탑을 들러 허탕치고 다시 GS25를 들러 샀다... 이렇게 생긴 건전지는 어렸을 때 많이 보던 큰 후레쉬에 넣어보고 첨인 듯. 무사히 잘 맞는 걸 확인한 후 기름난로에 기름을 넣는데 그것도 우여곡절을 겪고 겨우 난로를 켰다. 난로 켜는데만 이렇게 어려웠다는 걸 절절하게 쓰고 싶었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냐면 이것만 한 시간 걸렸기 때무네 ㅠㅠ



난로를 수도관 시작되는 밑둥에 놓고, 이번엔 물을 사러 갔다. 사실 어제도 샀던...2L 6개짜리... 무게만 12kg....를 들고 가게에 가서 끓였다.



그리고 트친이 보내주신 방법 : 수도관에 수건 같은 천을 돌돌 만 다음 천천히 뜨거운 물을 부어 녹이는 방법을 써먹음. 수건이 없는데 어쩌나 했는데 얼마 전에 커텐 간다고 그동안 썼던 커텐을 떼서 가게 아무 곳에나 쳐박아뒀는데 그걸 쓰면 되는 거 아니겠음??? 이래서 내가 물건을 못 버리네.... 다 용도가 생기니깬..... 커텐을 수도관 윗둥부터 돌돌 말았다.


물이 끓는 걸 기다리면서 사랑님이랑 젤다를 했다. 사랑님이 하는 젤다를 구경하는 것이었지만. 내가 못 깨는 라이넬을 깨 줬다. 라이넬을 깨야 얻는 라이넬 뿔로 야만족 수트를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기 때문에. 라이넬 깨는 거 첨 봤다. 개 멋있음.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수도관 윗둥에 물을 5병째 뿌렸는데도 물은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마지막 6병까지는 하고 가야지... 그 정도 마음으로 마지막 물이 끓기를 기다리고 있었음. 물은 5분 후에 끓을 것이고, 우리는 시도를 멈추고 이 자리를 떠난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이었고, 이젠 다시 하고 싶지도, 해봤자 소용없는 시도.... 를 했고, 결국 실패한 것이다. 엄청난 낙심을 하고서 기다리는데 근데 그때 갑자기 물소리가 들리는 게 아니겠음????? 설마 하고 주방으로 뛰어갔는데 물이 조금씩 나오고 있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두 시간 만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이 나오는 걸 보면서 웃기 시작했는데 웃음이 멈추질 않아서 한참을 웃었다... 그게 슬퍼서 꺼이꺼이 울 때랑 되게 비슷한 지점이라는 걸 느끼면서.


사랑님이 있어서 해냈다. 고 하니 사랑님이 양손으로 허리를 잡고 의기양양 포즈를 취했다. 좋다. 이 순간이. 같이 있어서 해낼 수 있었다는 걸 맛보는 거. 끈질기게 하니까 됐다는 성공의 맛도. 그건 무척 달았다. 방금 튀겨낸 뜨거운 꽈배기 겉에 발라진 설탕처럼.


사랑님이 우리 아빠 말투로 성아야 물이 언다는 건 참으로 귀찮은 일이구나. 를 시전함ㅋㅋㅋㅋㅋㅋㅋ 아 주말 장사를 할 수 있다. 씨발 !!!!


이후 퇴근 후 잠시 단잠을 청한 은형님을 깨워 맛있는 두부 두루치기에 칼국수를 먹고, 주문하면 그때부터 만들어준다는 꽈배기를 사 먹고, 구 충남도청에 가서 눈오리, 눈사람, 눈곰돌이를 40개 넘게 만들고 사랑님 집에 가서 젤다를 했다. 사랑님이 검의 시련을 깨 줬다. 이제 내 검은 레벨 30에서 40이 됐다. 그리고 나도, 아마도 사랑님도 레벨 40이 됐다. 언 수도의 시련을 깼으므로......



사랑님이 이 기쁨은 우리 둘만 알겠죠. 그랬다. 나 혼자서만 알 수도, 아니 아예 모를 수도 있던 일이었는데 둘이 알아서 좋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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