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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종종 뭘 쓰긴 하지만....) 읽는 쪽이 아찔하고 깊숙하게 취한다. 그러게 나는 글을 써서 누굴 취하게 만들 생각은 없고, 글을 읽고서 잔뜩 취해버리고 바보처럼 허우적거리고 싶다. 노래를 쓰고 싶은 마음은 없는데 노래 씨발 너무 좋아!!! 하면서 계속 계속 듣고 싶다. 잔뜩 사랑해버리고 싶다. 나라는 건 지워버리고서. 나라는 게 지워지게 짓눌려 납작하게 될만큼 허겁지겁 다른 것들을 잔뜩 집어 넣고서. 그러나 나를 지워낼 것이 지독하게 들러붙는 시커먼 기름때 같은게 아니라 스파크 일으키고 뜨겁게 반짝이다 타오르는 것이길, 사랑할 수 있는 것들이길 바라는 마음은 뭔지. 하여간 찰랑이는 캐롤이 흐르는 눈부시게 화려하고 하얀 크리스마스 풍경 한 쪽 구석에 구겨져 버려진 휴지처럼 가려지는데 무리없이 사라지고 싶다.
20201218 쪼아욧 !! (0) | 2020.12.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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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17 읽어야 하는데... (0) | 2020.12.18 |
20201125 꿈 (0) | 2020.11.25 |
20201124 (0) | 2020.11.25 |
20201123 터널 (0) | 2020.11.25 |
저 앞에 잔잔하게 파도가 치고, 오후 햇빛이 모래알 위에 부서져 내려앉아 있었다. 그 모래 위에 네가 왼팔을 배고 아무렇게나 누워 있었다. 나는 네 머리맡에 앉아서 저 멀리 파도와 햇빛과 모래 알갱이와 네 헝클어진 머리칼과 네 손을 보았다. 네 손가락의 구부러진 곡선 위에 내 손가락을 얹었다. 나도 모르게 그런 거라 떨려 바로 떼려다가 떼기 싫어서 되려 꼭 쥐었다. 너도 내 손가락을 꼭 쥐었다. 무슨 뜻일까. 다섯 번 정도 꼭 쥐다가 손을 떼고 좀 걸었다 온다고 하고 훌훌 일어났다.
걷고 있는데, 그 사이에 네가 어딘가에 적은 글이 내 눈에 보였다.(꿈의 장점) 글엔 내 마음을 알 것 같을 때 그게 아닌 듯, 관심이 없다는 듯 내가 휙 가버린다고 했다. 그래서 모르겠다고 써있었다. 읽으면서 나도 네가 그런데 라고 생각했다.
해가 지려고 해서 마음이 급해졌다. 네게 가서 우리 이 마을 오래된 학교를 찾아서 도서관에 가보지 않을래? 하고 말했다. 네가 기분좋게 모래를 털고 일어났다. 도서관에 도착했을 땐 조금 있으면 사라질 짙노란 햇빛이 창문살을 피해 나무 바닥 위로 길게 내려앉아 있었다. 너는 그 위에 엎드려 누웠다. 네 옆엔 네가 책장을 보다가 휙 휙 빼든 책이 여러 권 놓여 있었다. 우리 너머 책장 앞에 도서관 관리 쌤이 바닥에 앉아 등을 보이고 책을 정리하고 계셨는데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 엑스트라 같이 보였다. 나는 네 앞에 앉아 네가 빼든 책을 봤다. 너는 뭘 읽고 싶던 걸까. 책이 궁금한 게 아니고 책에서 니가 보려고 했던 걸 읽고 싶었다. 하지만 봐도 잘 모르겠고 나에겐 관심 없고 책에 관심 있는 너를 보다가 책을 잡고 있던 네 손을 잡고 너를 봤다.
그러고 꿈에서 깼다. 꿈이 뭐 이러지..... 너무 설레서 다시 잠에 들지 못했다.
짙노랗던 햇빛 톤, 슬로우 모션으로 일렁이며 햇빛에 부딪쳐가던 사물들이(물 위에 윤슬, 모래알, 책장, 나무 바닥) 빛에 노랗게 덮인 네가 너무 좋아서 뭐로든 어떻게든 다시 만나러 가고 싶다 거긴 꿈이니까 헝클고 싶은 대신 바람에 흔들리는 네 머리칼을 바라만 보는 거 말고, 들킬까 봐 거리 두느라 머리맡에 조심히 앉는 거 말고, 말고 네 옆에 아무렇게나 뎅구르르 누워서 네가 보는 책을 같이 보고 싶다 궁금해하지만 말고 어느 대목이 좋았어? 하고 묻고 싶다 그러다가 손을 뻗어 책만 보는 네 눈을 시샘이 난다는 듯 내게 돌리고 온종일 네 생각을 한다고 말하고 싶다 공기 중이 울리게 소리를 내서 말하고 내리쬐는 햇빛처럼 내보이고 싶다 온종일 네가 좋다고 밤이 오면 마음이 터질 것 같아 어쩔 줄 모르다가 울었다고 나 온통 너라고 너는 내가 그러냐고
+ 오늘의 노래
어쩌다 잠이 깨어서 이렇게 그리워하나
이정선(신촌블루스), 한밤중에
20201217 읽어야 하는데... (0) | 2020.12.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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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1 (1) | 2020.12.01 |
20201124 (0) | 2020.11.25 |
20201123 터널 (0) | 2020.11.25 |
작은 잔치를 향한 감상 (0) | 2020.11.16 |
노아 얘기를 쓰고 싶은데, 이름을 쓰고 나면 더 이상 못 쓰는 마음이 돼서 아 아직은 쓸 수 없구나. 알게 된다. 물리적인 고통이 가슴을 찌른다. 덜 아플 때 쉬엄쉬엄 써봐야겠다. 써서라도 뭐라도 더 붙들고 싶은 건가... 근데 빨리 쓰고 싶어서 마음이 급하다. 내 기억은 못 믿으니까 적어야 해.
노아가 없어서 불행하다. 안고 그 녀석의 체중 따뜻한 체온 보드라운 털 감촉, 코 박고 맡는 고소한 냄새 맡고 느끼고 싶다... 그래야만 채워지던 안도감이 있는데 이제 다시는 느낄 수 없다는 게 너무 괴로워 미치겠다. 노아는 인간의 말없이도 나를 너무 좋아한다고 선명하게 전하던 영특하고 다정한 아이였다. 매일 눈을 마주하며 그 사랑을 전해 받았는데 매일 반복하던 소중한 패턴이 왕창 빈다.
그럴 때 바로 떠올리려고 애쓰는 말들에 살아진다. 죽음은 끝이 아니고 사랑은 끝이 없다는 말, 세상에 재회라는 단어가 존재하는 이유 같은 벅찬 말들과 위로의 말들이 내 안에서 나를 자꾸자꾸 살게 만든다. 정말 이상하고 뜨거운 경험이다. 슬프고 괴로울 때 이런 뜨거움을 품게 된다고 하니까 ㅎㄴ님이 거저 주는 거 없어 사는 게 야속하다고 했는데 정말 그래ㅠㅠ 받은 위로의 말들을 언제 다 모아봐야지.
노아 없다고 그동안 못 했던 향기 나는 거 뿌리기도 하고, 손에 올려서 주던 영양제 준 다음에 발라야 했던 로션도 순서 고려 안 하고 그냥 막 바르고, 외출 할 때 하던 많은 챙김 동작들을 하지 않고, 좁은 집이 노아 물품 치우니까 조금 넓어지고, 털 때문에 못 입던 검은색 옷도 사고, ㄱㅁㅌ전담 달라고 해서 방에서 피우는 안 하던 짓도 하고... 그런데 이런 거 안 하고 노아가 있었으면.
+ 오늘의 노래
이 노래 들으면, 자꾸 저기에 노아가 있는 것 같아 돌아보는 내 모습이 그러나 없는 풍경이 조금 채워진다. 그래서 자꾸 듣는다.
그 많은 사람들의 물결 속에서 그리운 그대 모습을 본 것 같았기에 뒤돌아보니 당신은 없었어요
박인희, 당신은 없었어요
20201201 (1) | 2020.12.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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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25 꿈 (0) | 2020.11.25 |
20201123 터널 (0) | 2020.11.25 |
작은 잔치를 향한 감상 (0) | 2020.11.16 |
나와 함께 있어줘 (0) | 2020.11.13 |
서로이웃이라는 말 너무 웃기고 좋다.
친구가 쭉 살아온 (나는 모르는) 동네를 놀러 가는 길에 터널을 통과해야 했기 때문에 센과 치히로에 나오는 터널을 지나는 기분이 났다. 그런 묘한 기분이 이어진 것은 꽃님을 만나서. 술 마시러 간다고 하니 젊음을 불싸르고 오라고 하셔서 와...(하트) 하고 있는데, 나를 보고 키 얘기를 하시다가 나이를 먹으면 키도 재미도 줄고 잠도 줄고 아픈 것만 는다고 하시다가 있는 그대로 사는 게 뭐 어때 그게 더 세련돼 보여. 하시다 운영하는 가게에 같이 놀러 오셨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리니 술은 잘 못 마시지만 분위기를 좋아한다고 하시며 무엇을 방금 맛 본 표정을 지으셨다. 내가 나이가 많아 ㅎㄴ가 손핸데 하셔서 와... 엄마다... 싶어 너무 좋았다ㅋㅋㅋㅋㅋ 단감을 깎아 주셔서 한 조각 입에 넣었는데 시원하고 아삭하고 단감 맛이 쨍하게 나서 신이 났다. 다 먹고도 그 맛이 신나서 단감 씨를 사탕처럼 물었다. 단감이 꽃님과 보낸 시간에서 나는 맛 같았다.
숯 한 덩어리로 지피는 화로 너무 귀엽고 온기 넘친다. 규모에 비해 과한 연기가 나는 것이 가소로워서 좋다.
막창 마늘 천재 맛
마약 옥수수 천재 술안주
ㅎㄴ랑 술 마셔보고 동네 친구 돼서 너무 좋다. 터널을 지나 모르는 동네를 걷고 듣고 맛있는 거 많이 먹는다.
20201125 꿈 (0) | 2020.11.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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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24 (0) | 2020.11.25 |
작은 잔치를 향한 감상 (0) | 2020.11.16 |
나와 함께 있어줘 (0) | 2020.11.13 |
20201103 편지 (0) | 2020.11.06 |
ㅇㅊ님한테 담배 터는 법 배웠다. 우선 엄지를 15도 각도 사선으로 담배 정면에 두고 중지로 그 뒷면을 지지해야 검지로 털 수 있다. 배운 후에 잡고 피우다가 터는 동작을 연속으로 (방금 배워놓고) 능숙하게 해낸 내가 너무재밌어서 한참 웃었다. 얼마 만에 이렇게 만취해서 몸을 흔들며 웃은지 모르겠네. 찬란하게 빛나는 은하수를 타고 두둥실 거린 것 같으네. 다들 가고자 하는 길로 씩씩하게 갔으면 좋겠다. 각자 위치에 있지만 멀리서 보면 함께 흐르는 은하수니까. 오늘 이 작은 잔치가 씩씩+2 만 보태엏다면 나는 별똥별이어도 충분해....
20201124 (0) | 2020.11.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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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23 터널 (0) | 2020.11.25 |
나와 함께 있어줘 (0) | 2020.11.13 |
20201103 편지 (0) | 2020.11.06 |
20201105 새벽에 읽은 (0) | 2020.11.05 |
20201123 터널 (0) | 2020.11.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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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잔치를 향한 감상 (0) | 2020.11.16 |
20201103 편지 (0) | 2020.11.06 |
20201105 새벽에 읽은 (0) | 2020.11.05 |
20201103 정오에 들은 노래 (1) | 2020.11.04 |
출산 선물을 사서 보낸다고 말하고 시간이 흘러 아기들이 50일이 되었네... 편지까지 썼으니까 내일은 꼭 보내자...
너는 중2 때 날 뭘 보고 친해지고 싶다고 생각했을까. 같은 반 돼서 처음 등교한 날 내 앞자리에 앉았던 너는 뒷자리 나를 돌아 보면서 처음 나를 봤을 때 내 눈이 반짝이고 머리 뒤로 후광이 환하게 비쳐 보였다고 그랬지. 마치 천사처럼 보였다고 그랬는데 내가 어떻게 그럴 수 있겠어. 니 눈이 그렇게 보는 재능을 지녔던 거겠지. 그래도 세상에 그런 말을 들어보기도 하고. 중2의 고작 14살의 나는 그 말에 크고 벅찬 기쁨을 느꼈을 거야. 고마워. 나를 그렇게 바라봐줘서. 그렇게 말 해준 이후로도 네가 지금까지 내 곁에 남아줘서 그 말이 정말 사실같아.
솔직히 내가 네 쌍둥이 아기들에게 좋은 이모가 될 자신은 없지만은. 앞으로도 너를 궁금해하고 네 마음을 짐작할게. 너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게. 그리고 난 아기들보다 너를 더 좋아할래.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건 너니까.
(이런 말은 못 썼다)
작은 잔치를 향한 감상 (0) | 2020.11.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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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함께 있어줘 (0) | 2020.11.13 |
20201105 새벽에 읽은 (0) | 2020.11.05 |
20201103 정오에 들은 노래 (1) | 2020.11.04 |
박완서, 그 남자네 집 (후기) (0) | 2020.11.03 |
새벽에 읽은 서영님 글이 넘쳐흐르게 좋아서 오늘 일어나서 또 읽었다. 지금에 다부지게 서서 정확한 시선으로 당시의 촛불과(4년 전) 이후의 흐름을 다층으로 읽어낸 글(두근)
넘쳐흐르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붕괴하지 않는다.
본문에 쓰인 이 문장, 오늘 꼭 쥐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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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복합체의 생존 투쟁
<촛불혁명 4주년 학술토론회 : 촛불혁명과 포스트 코로나시대> 발제문 | 2016년 촛불 당시, 촛불 시민들은 박근혜에게 “미스 박”이라고 부른 DJ DOC를 무대에 서지 못하게 했다. 4년이 지난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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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읽고 너무 좋은데 댓글 남기기 수줍어서 남길까 말까 하다가 그렇잖아도 외로운데 우리에게 더 많은 표현과 공감이 필요하잖아? 생각하고 댓글을 남겼고, 아침에 일어나 따뜻함이 넘실거리는 대댓글을 받아 읽었다. 우리는 서로의 손을 잡고 서로를 싣고 살아가고 있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는 찰나.
나와 함께 있어줘 (0) | 2020.11.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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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3 편지 (0) | 2020.11.06 |
20201103 정오에 들은 노래 (1) | 2020.11.04 |
박완서, 그 남자네 집 (후기) (0) | 2020.11.03 |
20201028 (1) | 2020.10.29 |
과거엔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 ‘명’ 대사 ‘가면서 생각하지 머~’를 내 근본에 두고 지냈다면, 지금은 더 나아가서 가면 안 되는 곳까지 가고 싶다고 갈 수 없는 곳으로 가야만 한다고 생각해.
권력이 잘 작동하도록 구축된 억압 체계 속에 머물 때 아니 허용된 영토에만 머물러야 할 때 앞으로 나아가는 시간을 살 수 있을까.(물어보는 것 아님...) 권력은 애초에 (주변과 진동하고, 환경에 반응하는 다양한) 생명력을 억제, 감시해서 획일화하거나 고정시키려고 있는 건뎅.
그러니까 끝없이 분출하는 생명력으로 고정된 영토를 벗어나는 것. 영토가 없는 곳으로 뛰어넘어가서 없던 영토가, 구조가, 언어가 만들어지면은 다시 버리고 벗어나 또 나아가는 나아가는 나아가는 시간을 살아야 . 그래야 비로소 (나아)가는 운동성을 획득할 수 있다. 확장하고 분열하다가 소멸하는 생이 진행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뭐가 필요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분출하는 개인과 개인이 마주쳐 만드는 수많은 연결이 필요하다. 고정된 것들이 흔들릴 만큼 붕괴될 만큼 많은 연결과 분출이. 왜 연결이 필요할까. 단절로는 아무것도 생성되지 않기 때문. 상대와 결합하지 않고서 혼자로는 아무것도 새로 생성할 수 없다. 그게 자연이 우리에게 끝없이 보여주고 표현하는 대진리... 서로가 지닌 영양소를 흡수하고 결합하고 소화하고 배출하지 않는 한 이 굳게 다져진 고정된 영토를 넘어갈 수 없다. 나아갈 수 없다. 새로움으로 다름으로도 나아갈 수 없다.(그러나 수시로 연결되면서도 구조화되지 않는 연결-동시에-파편화가 가능할까. 이런 걸 실제로 어떻게 하면 되는지 길이 보이지 않지만....)
갑자기 이런 얘기를 왜 하냐면 가게 자리 잡는 데에 혼신의 힘을 쏟느라 한동안 이 생각은 잊고 지내다가 오늘 정오에 김창완 아저씨 시간을 듣다 위의 생각들이 가슴을 둥둥 치며 떠올라서. (시간 가사에 나오는 시간은 진짜 미쳤고, 정말 수긍해...) 나 한 번 사니까, 내 욕망을 적극적으로 사용해서 사랑을 갈구하지 말고 사랑하는 힘을 갖고 싶다. 가보고 싶은 데로 가고 싶다. 가야 하는 대로 말고.
혁명은 인과율의 법칙 속에서 오지 않는다. -지젝
역사 발전의 법칙 속에서 혁명이 도래하기를 기다리는 자는 영원히 혁명을 기다리기만 할 것이다. 혁명은 필연적으로 도래하는 인식의 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필연성을 스스로 창조하는 실천이다. 욕망은 혁명을 원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 자체로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함으로써 혁명적이다. -들뢰즈-가타리
이 시점에 들뢰즈 너무나 다시 읽고 싶다ㅠㅠ 답 따위는 남겨놓지 않았지만.
+ 오늘의 노래
1:48:30 김창완, 시간
20201103 편지 (0) | 2020.11.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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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5 새벽에 읽은 (0) | 2020.11.05 |
박완서, 그 남자네 집 (후기) (0) | 2020.11.03 |
20201028 (1) | 2020.10.29 |
20201027 꿈 (0) | 2020.10.27 |
책 추천해주신 ㅎㄴ님이 후기를 기다린다고 5번 넘게 얘기하고 눈을 반짝거리셔서 책을 읽고 생전 처음 후기를 쓰게 되었다. 후기 대신 감탄사 같은 것을 간단하게 한 적은 있어도 후기라니. 후기는 어떻게 쓰는 걸까 처음엔 허둥대다가, 며칠 마음에 두고 지내니 읽으면서 했던 것, 떠오르던 잔상을 기록하면 되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굉장하고 거대한 소설을 읽는 동안 일어난 한 작은 인간의 움직임 기록 정도로.
책 뒷면과
뒷면 글이 적힌 본문.
뒷면 글인지 모르고 읽다가 요망해서 캡쳐했는데 발췌된 글이라 신기했다.
궁기
카바이트
'창백하게 일렁이던 카바이트 불빛' -36p 같은 문장과 책 후반에 나오는 카바이트 냄새(맥주 마셔서 어딘지 못 찾겠음)를 미루어 짐작해보면 카바이트 고체 연료의 가스를 이용해 불을 붙이는 램프로 추정. 이름은 낯설지만 본 듯한 과거의 생김새를 했고, 냄새까지 짐작이 된다.
홍예문
무슨 뜻인지 영문을 모르고 읽어도 분출하는 꽃봉오리가 문 주변에 가득 피어있을 것 같은 이름. 검색을 해보니 아치형의 돌담 모양을 공통적으로 하고 있다. 우아하고 기품 있고 근사한 모양새. 집에 이런 문이 있다면 드나들 때마다 문이 자아내는 느낌에 일정 압도되어 어떤 특정 상태가 될 것 같다.
이 책을 추천한 ㅎㄴ님, 정말 미친 추천이었습니다.
정말로 압도된 지점
마지막 쪽에 쓰인 '나도 애끓는 마음을 참을 수 없어 그 남자를 안았다. 무너지듯 안겨왔다. 우리의 포옹은 내가 꿈꾸던 포옹하고도 욕망하던 포옹하고도 달랐다. 우리의 포옹은 물처럼 담담하고 완벽했다.' 를 읽고 나서 소설 앞쪽에 쓰인 '나는 그의 어깨가 요동치는 걸 보면서 어쩔 줄을 몰랐다. 그를 보듬어 내 품 안에 무너져 내리게 하고 싶었다. 그때 그가 바란 건 어머니의 품속 같은 위안이었는지도 모르는데 나는 그렇게 해줄 자신이 없었다. 내가 감추고 있는 건 지옥불 같은 열정이었다' 을 다시 읽으러 갔다가 한참을 모든 감각이 정지된 상태로 소설에 표현된 상대의 무너짐을 대하는 화자의 다른 태도에 빠져들어 미칠 뻔했다. 지옥불에서 물처럼 담담이라니. 작가님. 진짜. 저 미쳐요ㅠㅠ
시간이 흐른다는 걸로는 한 사람이 어떤 상태를 대하는 태도가 저절로 변하진 않는다. 는 것을 나이를 먹어가는 사람은 알고, 그걸 안다면 태도의 변화가 얼마나 거대한 것인지도 안다. 차이가 나는 건 (그 차이가 아주 얇더라도) 다른 차원에 문을 내는 거니까.
책은 긴 세월을 빠르게 돌리다가 잠시 멈춰 재생하는 테이프처럼 화자가 겪었던 일들을 보여줬지, 세세한 심정을 일일이 밝히진 않으니 시종일관 새침한 화자의 툴툴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풍경을 따라 걷던 내가 이 변화를 만났을 때는 두 인간의 기나긴 세월에도 어디 절 5층 석탑처럼 동일한 그것을 어떻게든 완벽하게 소화해 낸 감동과 마주했다.
인간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건, 모습이 달라지는 게 아니라 같은 모습으로 과거와 다른(전환된) 이해를 품고서 지금을 안아내는 것일까. 요?? 작가님ㅠㅠ ??? 계속 무너져내리는 질문을 버리지도, 질문을 변형하지도, 쉽게 아무 답을 내리지도 않고서 끝끝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물처럼 담담하게 안아내는 광경인가요??? ㅠㅠ 캡쳐한 글을 다시 읽을 때마다 영문 모르고 거대한 파도에 휩쓸려서 망망대해로 하염없이 흘러가는 파편같이 아주 작은 인간이 된다. 너무 커다란 것이 나를 덮쳐 오 므 로....
앞 내용
뒷 내용
또 나를 미치게 한 지점은ㅋㅋㅋㅋㅋ으아ㅋㅋㅋㅋ 130p 앞 뒤로 내리 이어지는 50-60년대 한국인의 밥상편. 며느리인 화자는 시어머니의 지극정성 유난스러운 사계절 음식 장만을 경멸스럽다고 분명하게 말했고, 얼마나 유난스러운지 상상 이상을 보여준다는 듯 험담처럼 얘기를 쭉 펼치는데, 중간중간에 친정엄마도 이와 같은 요리를 하지만 엄마의 요리는 여기에 댈 게 아니라면서 험담인지 찬사인지 모르게 정말 많은 분량을 들여 음식 이야기를 담아낸다. 사계절 특미를 담아낸 단락이라 읽는 내가 속한 계절의 음식이 언급되는데 어찌나 맛있게 표현하는지 이걸 못 먹고 이 계절을 보내고 있는 내 자신이 서러워지는 증세를 앓게 된다. 그리고 반드시 이것을 먹고 말겠다는 목표가 생기고.. 이쯤 되면 사랑에 빠지라고 쓴 글인데, 그것을 툴툴대며 말하는 화자의 매력에 빠져 아니 뭐 이런 화법이 다 있지??? 하게 되는 기이한 한국인의 밥상편. 잃은 입맛을 찾고 싶은 분이 계시다면 130p 근방의 글을 읽는 것 추천합니다.
맛의 조화의 극치, 먹는 즐거움이 행복감까지 가는 민어
이쯤에서 한번 더 미칠 뻔했다. 나는 젊은이들한테 삐치려는 마음을 겨우 이렇게 다둑거렸다. 로 장이 끝나는 부분을 읽을 때였다. 마지막 온점에 이르렀을 때 자연스럽게 소설 앞쪽에 나온 그해 겨울은 내 생애의 구슬 같은 겨울이었다. 시절이 떠올랐기 때문.
내 생애의 구슬 같은 그해 겨울부터 온갖 꽃이 분출시킨 참을 수 없는 힘은 남아돌아 주춧돌과 문짝까지 흔들어대는 듯 오래된 조선 기와집이 표류하는 배처럼 출렁이는 5월까지 젊음이 빛나는 한가운데 서서 빛나던 자신의 모습을 말하던 소설은 이후 늙은이가 마지못해 자리를 뜨는 마음을 적는다. 어느 시절 아무도 의심하지 못할 정도로 중심에 빛나게 서있던 화자가 스스로 바깥으로 걸어 나가는 것이 한 책에 담기는 것이 왜 이렇게 미칠 것 같이 가슴을 치지.
구슬같은 그해 겨울
마당에서 분출하듯 피어나는 온갖 꽃
나는 어디를 가야하나.
이 외 너무 좋았던 문장들은 참지 못하고 사진 찍었다.
화면서 찍힌 글 모두 좋다. 특히 자신에게도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것. 그것을 비밀이라고밖에 말할 수가 없는 것이다. 비밀이라고 해서 부끄럽거나 부도덕한 것 하고는 다르다. 이 문장은 내가 답을 내리지 못한 내 내부의 질문에 답을 해주는 것만 같아 엄청 떨렸다. 그대로 품어도 된다고, 비밀이라고 해서 부끄럽거나 부도덕한 것과 다르다고 말하시면 저는요 선생님만 믿고 갑니다ㅠㅠ 하고 그 돌멩이를 손에 계속 그대로 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ㅠㅠ
선생님 이렇게 쓰시면 저도 그날 밤 잠을 이루지 못해요ㅠㅠ 읽는데 마음 들뜨고 야릇해져... 강풍같은 감정을 생생하게 전하는 것 너무 경이로웠다. 아마 소설에 빠져든 것도 여기서부터일 것이다.
나중에 다시 들춰보는데 적어도 감정 묘사가 10쪽은 되는 줄 알았던 것이 많아야 한 쪽에 쓰인 게 다라는 것에 충격을 금하지 못함. 이렇게 짧게 다뤄지고 지나갔다면 제 뇌리엔 왜 소설의 절반을 차지한 것처럼 느껴지나요.
은행원이라는 게 웬만한 허물은 덮고도 남을 만큼 대단해 보였다. 도대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보면 모르냐. 허둥대고 있었다. 미쳐...
나는 전혀 생각지도 않은 소리를 하면서 남편의 팔뚝을 세게 꼬집었다. ~ 나는 그까짓 한 번 꼬집어주는 걸로 시어머니의 종교요, 제왕인 남편을 여봐란듯이 학대하는 쾌감을 맛보려 했지만 그의 팔뚝은 단단하고 성질은 유들유들했다. 참을 수 없이 좋다. 참고 싶은 의지도 없지만.
신랑도 아마 처가 마련해준 게 이바지라기엔 너무 약소해 보였나 보다. 나는 속으로 인절미라도 한 말 해줬으면 저 사람이 저러지 않아도 되는 건데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모른 척했다. 나만 마음고생해야 된다는 법 있나, 하고 그 사람 몫의 신경 쓸 일에는 개입하지 않기로 했다. 모른 척했다. 에서 저만 기절했나요? 체면 생각하고, 심지어 여성이 남자 체면까지 다 짊어지던 시대에 나의 몫, 그 사람의 몫을 읽는 이에게 들려주는 선생님의 목소리를 듣는 일이 기쁘고 즐겁다.
분수에 넘치는 사치가 암울하고 극빈하던 흉흉한 전시 시대를 만나 시가 되는. 이 흐름에 제 무의식을 맡기고 이대로 떠내려 가볼게요ㅜㅜ 시였다. 에서 정신을 잃었다.
나는 보석보다 그의 허황된 약속이 더 좋아 자꾸자꾸 부추겼다 / 나는 내 식구의 밥줄의 존엄성을 무시할 만큼 연애질에 눈이 멀지 않았다
그리고 춘희 얘기 비중이 왜 높아지는지 읽을 때는 의문이다가 나중에 비비탄처럼 터지는 엠병이 날아가 박히는 곳이 죄다 역사가 여성을 써먹다 버린 후 지워버린 곳이어서 돌 뻔했다. 중산층에 머무는 화자가 춘희를 계속 끌어오는 이유는 계급의 의무감일까 여성이라는 동질감일까 시대의 죄책감일까. 춘희가 말을 쏟아내며 엠병을 내뱉을 때마다 아무 곳에서 환대받지 못한 이의 고통이 내 것인 것처럼 닿아 견디기 어려웠다. 책은 그 남자의 집이라 하며 그 남자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춘희를 말하면서 그 남자가 누구인지를, 집이 누구를 살게 했는지를, 이민 간 춘희가 머물지 못한 집이 무엇인지를. 그래서 다시 한번 그 남자의 집이 무엇을 말하는지 생각하게 했다.
읽으면서 자꾸 생각나는 노래가 있어 그것을 기록해보면
피터팬컴플렉스, 다모두그냥
곽진언, 나랑 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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