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고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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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5.07.14
    250714 요가하다가 죽을 뻔한 이야기






와… 지금 몸에 땀이 안 식고(사바하사나를 10분이나 했는데) 온몸이 후들거리는데도 집에 걸어가면서 이 일기 쓴다.

왜냐…. 존나 충격적이게 힘들었기 때문에…. 그니까 이게 얼마나 크나큰 고통이었는지를, 그런데도 끝까지 해냈다는 것을…. 남겨놔야 망각의 동물인 내가 두고두고 기억할 것이므로….




오늘 15분 정도 늦었다. 다들 누워서 몸풀기 동작 같은 걸 하고 계셔서 ‘오, 오늘 요가, 수월하겠군?’ 하고 나도 누워 옆분 동작 보고 따라서 슬슬 하고 있었음. 근데 그 동작이 끝나자마자 바로 ‘그’….ㅎㅈ, ㄴㄹ언니랑 요가 후 밥 먹으면서 (그땐 웃으며 말했던… 지금은 절대 웃으며 말할 수 없음. 이제부턴 웃으며 말할 수 있는 동작이 아님…) ‘아 난 이 동작이 젤 싫어요’ 라고 수다 떨듯 말했던 그 동작을 하라고 하시는 것임……


그리고 그 동작을 유지한 상태로 다리 각도만 몇 번 변형한 동작을 하니까 요가 수업이 끝났다. 그 말인즉슨… 그 동작 하나로 오늘 요가 수업시간을 다 썼다는… 그니가 수업시간 내내 그 동작을 했다는 뜻.

사바하사나만을 존나 기다리면서 존나 버텼는데… 머릿속으로 존나 별생각이 다 들다가(하, 제발 선생님… 부처님 말씀 같은 말 그만하고 사바하사나를 외쳐주세요…, 복근힘이 진짜 약하군, 아 목 나가는 거 아님??(목으로 내 온몸을 받혀야 했음), 다들 어케 이 동작을 심지어 완전한 자세로 해내는 거임????, 담배 끊자… 아니 못 끊어…등등…) 열어둔 창문으로 바람이 들어오는지 풍경소리가 울리면 갑자기 최면에서 깨어나는 것처럼 정신이 차려지고, 지금 여기에 있는 내 몸에 집중이 됐다. 신기하네. 그냥 ‘띵~’하는 소리에 생각이 중단되면서 내 몸에 다시 집중하고, 제대로 된 자세를 해보기 위해 더 시도를 했다. 존나 힘든데도….(쌤이 바로 내 옆에 앉아있는 게 신경 쓰여서 더 그랬지만)


다 끝나고 사바하사나를 절로 충분히 하고…(일어날 수 없음) 일어나니, 옆자리 고수님이 “성아님, 오랜만에 요가 왔으면서 어케 끝까지 했어요?”하고 물었다. 역시…. 이거 나만 존나 힘들었던 게 아니구만. 갑자기 큰 위안ㅠㅠ

“그냥 다들 하시길래 했어요ㅠㅠ 너무 힘들었어요” 하니까

“아니, 아무리 정신력으로 버틴다 해도 이게 근육이 없으면 할 수가 없는데. 평소에 운동해요?? (중략) 저도 근래 한 운동 중에 오늘이 젤 힘들었어요. (수다 떤 거 중략) 앞으로 성아님 오는 날은 각오해야겠다^^”

같은 얘기를 나누고, 요가원을 나와서 걷다가 담타하기 좋은 곳이 나와서 거기에 앉아 이 글을 마저 쓰고 있다.





근데 존나 기분이 좋다. 그냥 이건 끝까지 버티기만 해도 대단한 것이니까. 근데 그걸 (동작은 엉망이었지만) 해냈으니까. 그 과정이 얼마나 힘든지를 아는 분이 내게 감탄할 정도의 일이었으니까. 그니까 그만큼 힘든 걸 정말 열심히 끝까지 해냈으니까.





오늘 ㅇㅈ이가 우리 집에 왔다. 가방에서 선물이라고 하얀 종이가방을 꺼내 줬다. 그걸 여니 하얀 박스가 나왔고, 그걸 또 여니까 정말 군더더기 없이 맑게 생긴 종과, 그 위에 자개로 만든 투명한 하늘색 바다철새가 달린 풍경이 나왔다.


집에 가면 그걸 바람이 드는 곳에 걸어둬야지.

풍경소리가 들릴 때마다, 존나 잡념에 빠졌던 내가 지금으로 돌아올 수 있게 만들었던 오늘을 경험해야지.



존나 일기도 이만 끗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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