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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4.08
- 2021.04.08
- 2021.04.07
요즘에 명상 얘기를 종종 듣는다. 명상해보세요. 추천받기도 하고, 명상은 이런 거더라고요. 설명을 듣기도 한다. 그 얘기들이 재밌어서 종종 감정 컨트롤이 안 되면 해법을 찾듯 명상이나 해볼까 하게 된다. 안 해봐서 해법인지는 모르지만 뭔가 좋아질 것만 같은 기분!(늘 이런 기분엔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 식으로 뒤통수를 맞지만....)
명상 추천분께 방법을 물어봣는데 이렇게 하는 거랬다.
숨 마실 때 이름, 숨 내쉴 때 이름을 지어주고 그 이름을 부르면서 숨 쉬면 된다고 했다. 자신은 마실 때 <마신다>를 부르고 내쉴 때 <내쉰다>를 부른다고 했다 속으로. <마신다> 하면서 마시고, <내쉰다> 하면서 내쉬고. 이름을 뭐 아무꺼나 지어도 된다고 했다. 마실 때 <1> 내쉴 때 <2> 로 해도 되고 뭐....
숨 쉬면서 다른 생각이 들면 바로 떨치고 정한 이름만 부르면서 숨 쉬는 호흡에 집중하는 거랬다. 그러다 보면 지금 몸이 하고 있는 숨쉬기에만 집중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고. 인간은 동작에만 집중하는 법이 없으니까.(몸에 비하면 생각이나 느낌에는 집중하는 편이지?) 그런 식으로 내가 (예를 들면) 설거지를 하면 <설거지>만 생각하는 것이고, 영어 공부를 하면 <영어 공부>만 생각하는 것으로 확장해가는 것이라고.(가능?? 되면 진짜 좋겠다) 30분 정도 명상을 하면 좋다고 했다. 조만간 꼭 해봐야지. 일어나기 싫은 날 누워서라도.
며칠 전에 줌으로 미학 스터디하는데 책에서 (대강) '몸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길이 없다. 단지 해석을 시도할 뿐이다' 같은 말이 나왔다.(이건 집에 있는 책 찾아보고 올리겠음. 재밌는 대목이라)
이 대목에서 한 분이 요즘 요가를 한다며 요가쌤 얘기를 들려줬다. 명상은 마음보다는 몸을 느끼는 시간이고. 마음이 하는 말을 몸이 믿지 말고, 몸이 믿는 대로 움직이라는 말이었다.
마음이 하는 말을 몸이 믿지 말라는 말이 너무 재밌어서 원래 거의 듣기만 하는데 소리를 켜고 너무 재밌다, 마음과 몸은 종이 양면처럼 같이 붙어있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마음 말을 몸 보고 믿지 말라고 하는 건 새로운 갈래로 생각하게 한다고 마구 감탄을 하고 말았다. (스터디에서 말을 하고 나면 매번 좀 쑥스러운데 감탄사는 하고 나서도 견딜 수 있다. 나는 모임에서 공식 리액션 담당이니까)
명상이 어떤 효과를 주는지 전혀 모르지만 효과를 떠나서 존재만으로 벌써 재밌다. 이정도면 명상 뜻 풀이 <몸이 무슨 생각하는지 절대 모르지만 몸에게 잘 해주기> 아니냐. 그래서 한 번 해볼 생각이다. 재밌고 흥미로움. 해보면서 효과를 느끼면 좋지만 못 느끼더라도 사람들이 어떤 기분과 감흥으로 내게 명상 이야기를 들려준 건지 알고 싶다. 직접 해보면서까지 뭘 느끼려는 거,,,,, 느끼는 게 이렇게나 좋을까 나는.
20210515 돌아버리게 좋아,,, (0) | 2021.05.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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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1 세차게 일어나는 (0) | 2021.05.11 |
20210502 어제 술마시고 놀아서 휴일에 하는 설거지 (0) | 2021.05.02 |
20210423 가게 얘기(1) (0) | 2021.04.23 |
20210419 등산은 무엇인가 (0) | 2021.04.21 |
가만히 서서 두 시간 정도 설거지를 하는데 참을 수 없이 심심해졌다. 고무장갑을 벗고 주방을 나왔다. 나와봤자 그나마 옆 방 테이블에 앉았을 뿐이지만....
핸드폰에 충전선을 꼽고서 주로 가는 온라인 세상을 다 뒤져 보고 읽었는데도 똑같이 심심했다.... 으아 젠장 뭘 할까 아무 생각 안 들어 멍 때리다가 메일에 들어갔다.(갑자기 생각났다) 내가 가사를 쓰고 ㄱㅁㅌ가 작곡한 노래 두 곡을 받아놓은 게 있었기 때문이다.
이어폰 볼륨 최대로 키우고(그래야 와 닿음1) 처음 듣는 노래를 듣는 기분으로 모르는 척하고 듣는데(그래야 와 닿음2) 첫 곡 들을 땐 거의 손색없이 좀 찡했고, 다음 곡 들을 땐 고칠 곳이 많아 답답해져서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창문 쪽 벽에 기대서서 오가는 사람들을 보며 궁리하다가 '그러나 같은 접속사를 넣어야겠다' '감정의 덩어리 할 때 의를 빼야겠다' 같은 생각을 했다.
지금 한 생각이 곡에 더 잘 맞을지는 ㄱㅁㅌ가 다시 불러봐야 알 것이다. 그치만 그러고 나니 확실하게 덜 심심해졌다는 효과가 생겼다. 그리고 내가 느낀 심심함의 정체를 조금 알 것 같았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허무해서 오는 텅 빈 기분.... 그런 것과 맞닿아있었다. 두 시간 동안 가만히 설거지하는 일에 숭고한 이유를 붙이더라도 설거지에다가 긴 시간을 들인다는 건 사실상 허무한 일인 것이니까.
그럴 땐 잠시 도망 나와서 작사를 수정하고, 블로그에 일기를 쓰는 게 도움이 된다. 는 게 오늘 심심함에서 얻은 으ㅣ외의 수확이네. 술이나 마실까 그랬는데. 이상하게 다시 설거지할 맛이 난다. 사람 마음은 왜 이렇게 변덕이 심한 것일까. 장단 맞추기 바쁘네. 그럼 마저 하러 이만........(휴)...........
20210511 세차게 일어나는 (0) | 2021.05.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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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03 명상상상 (0) | 2021.05.03 |
20210423 가게 얘기(1) (0) | 2021.04.23 |
20210419 등산은 무엇인가 (0) | 2021.04.21 |
20210415 아침부터 하는 음악타령 (0) | 2021.04.15 |
오늘은 저녁 8시 15분쯤에 손님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문 연 4시부터 내내 비어있었는데... 이럴 수가 있냐고... 요즘은 10시면 닫아야 하니까 8시 되면은 아~~ 오늘 장사 여기까지구나. 하는데 그때부터 들어오셔서 자리가 다 찼다. 정말 줄줄이 들어오셔서 첨엔 상황파악 못 하고 다 같은 일행인가?? 함... 매번 느끼는 거지만 가게 돌아가는 건 한치 앞을 알 수가 없다. 닥치는대로 그냥 움직여야한다. 서핑하려고 보드 들고 나가도 좋은 파도 안 오면 공치고, 파도 잘 들어오면 타는 그런 거. 서핑은 날씨로 얼추 오늘 파도를 읽을 수 있겠지만 장사는 그런 거 없다... (서핑으로 비교하니까 재밌넹)
그렇게 오신 손님들이 신청한 노래들!!! 너무 좋고 귀여워서(왜자꾸 뭐든 귀엽게 보이지) 오늘 노래 저장도 많이 했다. 서로 다른 테이블 신청곡이고 그걸 겹쳐 트는건데 흐름이 맞아떨어져서 너무 재밌었다. 예를들면 Parquet Courts, Already Dead 다음에 Nirvana, All Apologies 를 연속으로 틀은 게 좋았고. 몇곡 흐른 다음에 Toto, Africa 틀고, 다음에 Creedence Clearwater Revival, Have You Ever Seen The Rain 틀고, Talking Heads, The Great Curve 틀고 The Beach Boys, Surfin' Usa 튼게 개좋았다. 다 다른 테이블에서 신청한 노래고 시대도 장르도 다르고. 근데 템포나 톤 같은 게 이어 흐르는 거임. 골라서 틀면 이어지는 거 아님?? 할 수 있지만, 나도 음악이 흐르기 전까진 이게 맞아 떨어질지 잘 모르므로 이게 틀어봐서 실제로 이어지면 별빛이 모여 모여 은하수가 흐르는 기분이 된다. 서핑보드에 서서 파도를 타고 해변까지 쭉 흘러 들어오는 기분이 된다. 마라탕 한그릇 맛있게 다 비운 기분이 된다....(주접 그만...) Chic, Stage Fright 를 먼저 틀어서 따로 보내버린 것만이 아쉬웟지만 그건 다음을 기약하며 플레이리스트에 저장해놨다. 내일 Chic까지 붙여서 이렇게 또 들어야지 후후.... 손님들 계산하실 때 신청곡 좋아서 노래 몇곡 저장했다고 인사도 했다...(행복한 덕후 ♡)
오늘 사실은... 오픈 시간에 오시기로 했던 손님이 계셨다. 가게 초창기부터 오신 손님이다. 그래서 오시면 너무 반갑고 마냥 좋은 그런 분이다. 이 분은 매년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해주시고, 사실 크리스마스뿐만 아니고 오실 때마다 선물을 주시고(정말 몸둘바를 모르겠고, 내가 할 수 있는한 그분께 받은 걸 소중하게 품는 것으로... 아니 사실 품는 것으로 보답이 될지 모르지만?? 그런 마음으로 품고있다.) 노아가 떠났을 땐 편지와 동화책 선물을 받았다. 편지엔 그분도 작은 친구를 얼마 전 떠나보낸 일이 있으셔서 내 소식을 듣고 마음이 많이 아팠다고 써있었다. 동화책은 하늘로 떠난 강아지가 보이지 않아도 사실은 주인공 아이 곁에 있고, 아이와 같이 걷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읽은 당시보다는 시간이 몇달 흐르고 났을 때부터 강한 효력을 보여서 자주자주 생각한다. 여튼 그분께서 오늘 오셔서는 내 손에 또 선물을 쥐어주고 "사실은 오늘 못 놀게 돼서 이것만 전해드리러 왔어요" 하고 가셨다... 아니... 세상에.... 나는 자주 내가 이런 것을 받아도 되는 것일까. 내게 그런 자격이 있나?? 하는 생각에 빠진다. 그치만 그런 생각은 주신 분께도 내게도 하등 도움이 안 되니까 생각을 바꿔서 세상에 이런 일들이 일어날 수가 있단 말인가?? 근데 난 왜 이런 일들을 안 일으키고 살았지?? 나도 일으킨다!! 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해도 사실 계속 살던대로 살지만, 그렇게 하고 싶다는 마음이 마음에 생성하고, 세상은 살만한 곳이라며 생을 덜 비관하게 된다.
그래서 그런 생각을 했다. 고마움을 표시하자고. 사실 내겐 자주 떠올리는 고마움이 있다. 노아가 떠나고서 수많은 위로를 받았다. 얼마나 많이 받았냐면 내 슬픔을 순간 압도할만큼... 간판정도는 종이장처럼 날려버리는 태풍정도로, 태풍 바람에 바로 서있을 수 없을 정도로 위로가 마구 밀려왔다. 살면서 그런 압도적 위로는 처음이었다. 그때의 체험은 나를 일정 어느 부분을 확실하게 변화시켰다. 그러니까 위로가 압도적으로 밀려오면 슬픔이 슬픔대로 거대하게 유지되고 있다 하더라도(슬픔이 줄거나 소멸하진 않는 것 같다) 사람이 당장 살 수 있다. 숨을 쉴 수 있게 되고, 이런 세상 뭐하러 사나 하다가도, 살아야겠다고 정신이 번쩍 든다. 그렇다고 그만 살아야겠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당시 뭐....살아있는 것도 아니었다. 근데 그런 상황에 압도적 위로를 받으면 살아있게 된다. 되살아난다고 해야하나. 내가 추스른 게 아니고 풍선에 숨을 불어넣듯 저절로 그렇게 빵빵하게 된다. 이런 경험을 해보고 나면 아무래도 그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될 수밖에..... 그래서 그런 생각을 했다. 위로를 할 일이 생기면 꼭 하자. 위로를 한다고 뭐... 이런 생각 하지말고 바로 위로하자. 그리고 오늘은 그분이 다녀간 후 그런 생각을 했다. 고마움을 표시하자. 여전히 노아가 떠난 사실이 나를 슬프고 힘들게 하지만, 그건 위로가 소용없어서가 아니고, 위로를 받은 덕에 이 정도로만 슬프고, 이정도나 회복한 것이라고 말하자. 다시한번 고맙다고 말하자. 그리고 그분께 편지를 써두자. 이런 생각.
짧게 쓸랬는데, 너무 길어졌네. 그래도 오늘 이런 얘기 써두고 싶었다. 오늘들은 음악들 그분께 받은 마음 잊고 싶지 않아.
+ 오늘의 노래
요즘은 노래 중간에 말하는 노래가 느므 좋다.
Parquet Courts, Already Dead
20210503 명상상상 (0) | 2021.05.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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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02 어제 술마시고 놀아서 휴일에 하는 설거지 (0) | 2021.05.02 |
20210419 등산은 무엇인가 (0) | 2021.04.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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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15 너무 좋은 댓글... (0) | 2021.04.15 |
언니~~ 설악산 갈래?
ㅇㄴ이 카톡을 보냈다. 생각 별로 안 하고 바로 가자가자! 라고 답장하고 알아보니 4월은 <산불예방 통행제한 기간>이었다.(세상엔 이런 기간이 존재했다) 설악산은 오를 수 있는 구간이 너무 적어서 지리산으로 변경했다.
지리산. 지리산은 무엇인가.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화개장터가 근방에 있고, 섬진강이 흐른다는 건 알았지만...... 나는 코끼리 다리만 만져 보고선 코끼리라고 알고 있던 것이었다. 지리산은.....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뭐 계룡산도 대전에서 오르고 공주에서도 오른다만 지리산은 그 정도가 아니었다. 코스만 해도 19코스다.(보통은 5코스 정도?) 산에 한 번 오르면 지형을 얼추 파악해서 다녀왔다는 잘난 척을 할 수 있게 되기 마련인데, 나는 내가 오른 백무동-천왕봉 코스만 알 뿐, 나머지는 아직도 짐작도 안 되고요........ 며칠을 종주하는 산을 만만하게 본 죄로 12시간을 등산하게 되었던 사연이 이제 펼쳐집니다.... 좌쟝.......
오르기로 한 <백무동-장터목대피소-천왕봉-장터목-백무동 코스>는 9시간 코스였다. 하루 전날 내려가서 숯에 구운 지리산 흑돼지에다 지리산 마천골 생막걸리를 기분 내서 마시고 얼큰해져서는 주먹밥 싼 후에 잔 다음, 다음 날 주먹밥을 소중하게 챙겨서 예약해놓은 콜택시를 타고 새벽 6시에 백무동 입구로 향했다. (근데 우리 묵은 숙소 좋더라. 지리산 생태 체험관이란 곳인데, 둘이 6만 원이면 통나무로 지은 깔끔하고 뜨끈한 온돌방에서 몸을 뒹구르르 지지며 잘 수 있다. 바베큐도 할 수 있고, 경치도 좋고, 한적하고. 에버랜드 다녀왔다고 뻥쳐도 될 만큼 튤립이 지천에 심어져 있고)
계곡물이 입구부터 길 따라 옆에 흘렀다. 계곡물을 손으로 꼭 만져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계곡 가는 길이 나왔을 때 주저없이 가서 손을 씻고 물을 튀기며 기분을 내봤다. 푸른색 야생화가 잔뜩 펼쳐진 구간에선 정말... 이게 등산하는 맛인가, 여기 동화 속인가. 나 헨젤과 그레텔인가. 그러면서 셔터를 막 누르고는 ㅇㄴ에게 "나... 아무래도 카톡 프로필에 꽃 사진만은 올리지 않겠다는 약속... 못 지킬 것 같아." 하니까 ㅇㄴ이 "언니... 그것만은 안 돼..." 해서 겨우 참았다. 이때만 해도 행복했네?
산에 오를수록 기온이 눈에 띄게 달랐고, 곁에 보이는 나무가 달랐다. 오를수록 나무들 키가 작아졌다. 신기하지? 거센 바람길 구간에서 자란 나무들은 바람에 순응한 듯 비스듬하게 누워 자랐다. 유연한 풍경이었다. 오르며 내게 가장 신비했던 사실은 6시간 반가량 걸으며 본 땅 위에는 갖가지 식물이 계속 자라 있었다는 것이었다. 누가 봐주든 아니든 같은 건 아무 의미 없이 잔뜩 자라 있었다. 나 같은 인간은 관심받고, 사랑받는 걸로 누군가에게 내 존재를 반드시 인정받고야 말고 싶어 지는데. 그게 생에 있어 제일 중요한데. 안 그랬다가는 아프고 슬퍼지는데 여기 세상에선 그런 건 아무 의미 없다는 듯이. 때를 맞춰서 제 몫의 꽃눈 잎눈을 틔워내고 있었다. 그런 광경이 아름답고 신비했다. 지리산을 걷는 사이에도 벌써 몇 번이나 무엇을 욕망하고 떨치고 그랬는데 나는.... 거추장스럽게 지닌 이 얼기설기한 욕망은 버려버리고 그 자리에서 아무 돌멩이나 야생화가 되고 싶었다. 정상에 오를 쯤엔 이런 생각이 더욱 가열차게 가득해져선 아득하게 보이는 산 밑 풍경을 보며 "우주가 가깝게 느껴지네... 우주의 먼지가 되고 시프네"라고 말했고, ㅇㄴ은 "응??? 언니 뭐라고???" 했다.
등산은 무엇일까. 사실 모르고, 그게 알고 싶어서 오른다. 사람들이 오르는 까닭을 나도 내 두 다리로 직접 걸어보면 좀 알려나 하고 걸어보려고. 안 그러려고 해도 나는 자꾸만 동시대라는 묶음 속에서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우정을 지닌다. 그래서 누구라도 이해해보고 싶어진다. 그들이 느낀걸 나도 내 내부로부터 저절로 솟는 감흥으로 느끼고 싶어진다. 오은영 쌤은 타인과 마찰이 생기면 굳이 말을 섞어 우열을 가리려 하지 말라고 했고, 가까운 사람과 마찰이 생기면 "네가 그 지경까지 갔구나..." 하라고 했다. 양희은 쌤은 "그러라 그래"하라고 했다. 내 작년 좌우명은 날 공격한 사람을 이해하려고 하지 말고 "이 씨발 새끼가?" 하는 거였다. 그치만 아무런 소용이 없다. 나는 사람들 행적을 자꾸만 따라나선다.
정상에 오르니 정상을 나타내는, 한자로 천왕봉이라 적힌 돌덩이 앞에서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서로가 서로를 찍어주고 상대를 즐겁게 하는 말을 건넸다. 혼자 오셔서 셀카봉을 들고 찍던 분께 성큼 찍어드릴까요? 묻기도 하고 고맙다고 자기 핸드폰을 건네는 풍경에 우리도 합류했다. 조금 눈물 찡해지도록 사진이 잘 나왔다. 사진 잘 나왔어요. 고맙습니다. 하니까 아저씨가 "내가 찍은 사진이 그럴 리가 없는데... 고마워요" 멋쩍게 웃고 그랬다. 어떤 아저씨는 사진 찍으려고 자리를 이동하다가 흔들리는 돌을 밟고 넘어질 뻔 했다. 그러고 나서 이내 “이 돌 밟고 넘어지는 사람 있겠네...” 하면서 그 돌을 다른 곳으로 치웠다. 산 정상은 사람을 다정하게 만드는구나. 볼 거 다 보고 짐을 챙겨서 아래로 내려가려는데 오르시던 할아버지가 “내가 여길 아직은 오를 수 있구나."라고 혼잣말을 하셨다. 등산은 무엇일까. 산 정상에 오른다는 건 인간에게 어떤 의미를 전해주나. 나는 산에 오르기 전부터 오르는 중에도 이게 내내 궁금했다. 그러나 다 오르고 나보니 의미 같은 것이 아무 의미 없어졌다. 그냥 내 몫을 걸어보는 것뿐이었다. 걸어서 정상에 오르면 아 내가 여길 오를 수 있구나. 같은 혼잣말을 할 뿐이고, 즐겁게 기념사진을 찍고, 마냥 즐거운 이야기를 다정하게 나눌 그 뿐이었다. 걸어보고서야 가지려던 의미를 비울 수 있었다. 가벼워졌다.
주먹밥은 정말 귀중한 식량이었고, 챙겨간 한 박스에 6개 들은 칙촉은 한계에 닿은 세 번의 순간에 나눠 먹었는데 칙촉은 천재 과자였다... 엥꼬 난 배터리 두 칸은 칙촉이 거뜬히 채워줬다. 너무 힘들 땐 ㅇㄴ이 00-10년대 아이돌 노래를 틀었고 그걸 들으며 걸었다. 카라나 씨스타도 좋았지만 샤이니와 투애니원이 단연 짱이었다. 신기하게 진짜 힘이 난다고 하니까 ㅇㄴ이 "어른들이 트로트 틀고 걷는 이유가 다 있다잉?" 그랬다. 어쩜. 정말 그러네. 우리 세대의 트로트 자리는 00-10년대 아이돌 노래가 차지하지 않을까?? 맞장구치면서 정말 그렇다고, 그러고 보면 오늘 본 사람들도 우리보다 다 어른들이고, 우리도 어른들이 하는 거 해보기 전엔 저런 걸 왜 해?? 하다가도 막상 해보면 왜 하는지 알겠고 그렇다고 했다. 그래도 카톡 프로필에 꽃 사진만은 올리지 말자고도 했다..... 왜 난 올리고 싶은뎅....
내리막길을 정말 겨우 겨우 내려가고 있었다. 남들은 3시간 반 만에 내려간다는데, 우린 5시간 넘게 걸리고 있었다. 이 정도면 조난 아니냐?? ㅠㅠ 하면서 내려가는데, 우리보다 늦게 올랐던 수녀님이 휘휘휙 하면서 내려가셨다. 아..... 수녀님 저희에게 가르침을.....ㅠㅠ 다들 도인 같아 보였고 우리만 너무 힘든 이유는?? 우리 4시 반에는 내려갈 테니까 입구 쪽에 있던 식당에 가서 맛있는 거 먹고 막차(저녁 6시) 타고 휭 가자~~~ 했던 계획은 커녕 막차 놓치기 직전이 돼서 막판에는 속도를 가열차게 내야 했다..... 장장 12시간 등산..... 지리산이라는 것은 겁네 크고 무섭고, 그런데 돌아오고 나니 내리막길 잘 내려가는 트레이닝이 하고 싶어지네?? 담번엔 더 잘 내려갈 하체가 갖고 싶어지네???
다음 날 몸져누워있는데 ㅇㄴ에게 카톡이 왔다.
"언니 우리 담부턴 짧고 굵게 등산하자." 그래.... 내 맘도 마찬가지야.... 맞장구 답장했는데 이렇게 답장 왔다. "우리 한라산(같이 등반했다) 지리산 올랐으니까 이제 설악산 가야 하는 거 알지??" 얜 내가 아는 애 중에 젤 아침잠 없고, 젤 바지런한 애지만 오늘도 아침 8시 반에 눈 떠서 극장 가서 영화 두 편 보고 왔다는데... 나만 왜 이럴까... 몸 회복되면 설악산 갈 준비나 슬슬 해야겠다.
+ 오늘의 노래
등산요로 최고다.
너무 아름다운-다운-다운 (그곳으로)
너무 아름다운-다운-다운 (데려가 줘)
더 보여줘 다음-다음-다음 (더 보여줘)
너무 아름다운-다운-다운-다운 view
샤이니, 뷰
20210502 어제 술마시고 놀아서 휴일에 하는 설거지 (0) | 2021.05.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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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23 가게 얘기(1) (0) | 2021.04.23 |
20210415 아침부터 하는 음악타령 (0) | 2021.04.15 |
20210415 너무 좋은 댓글... (0) | 2021.04.15 |
20210412 잼잼 (0) | 2021.04.15 |
눈 뜨자마자 악 노래 듣고 싶어!! 할 때가 있다. 보통 자기 전까지 들었던 노래가 또 듣고 싶다. 이불 온기 속에 누워 그 노랠 듣다보면 으 좋쿠나 녹아 내릴 때도 있고, 새벽 단내가 빠져 밋밋하게 들릴 때도 있다. 방금껀 좋았다.
어젠 ㅁㅌ군 녹음 길어져서 새벽 5시쯤이 되어서야 집으로 출발했다. 요즘은 차에 타면 영어방송을 트는데 ㅁㅌ가 이거부터 들어보자고 그랬다. 직전까지 연습실에서 녹음한 노래였다. 깜깜한 도로를 달리며 들었다. 아무 것도 필요 없을 정도로 좋앟다. 방금 전에 녹음한 노래라니. 그런 걸 듣는 건 생소한 일이다. 방금 오븐에서 꺼낸 뜨거운 빵을 먹는 기분이다. 조금 전까지 쓸데없는 농담이나 하던 애가 어떻게 이렇게 노래를 부르지? 밀가루가 빵이 되는 것은 알겠는데...
음악 뭐길래.... 온종일 좋을까 싶고, 드럼 있는 공연 보고 싶다... 사운드에 땅이 울리고 몸이 울리는 공연!!! 다들 들떠서 미친 사람 같은게 기본값인 곳에 있고 싶다. 밤새 술 마시다가 자러 들어간지 얼마 안 됐는데 아침부터 리허설 하는 소리 시끄럽지, 텐트는 벌써 숨이 턱 막히게 덥지... 으어 죽겠다 하면서 텐트 밖으로 기어 나올 수 밖에 없는.... 종일 더위에다 음악을 때려붙는 여름 락페 가고 싶다...
+ 오늘의 노래
2012 지산밸리록. 기억으론 이때 개신나서 김창완 아저씨가 “개구쟁이” 할때 사람들 다 뛰어가지고 땅이 울리는 기분이었는데 영상 보니까 기분이 아니고 사실이구만??? 다 미쳤구만??? 너무 좋다ㅠㅠ
김창완 밴드, 개구쟁이
https://youtu.be/N5G-6NZMljo
20210423 가게 얘기(1) (0) | 2021.04.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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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19 등산은 무엇인가 (0) | 2021.04.21 |
20210415 너무 좋은 댓글... (0) | 2021.04.15 |
20210412 잼잼 (0) | 2021.04.15 |
20210408 영혼을 달래주는 나의 돈지루... (0) | 2021.04.08 |
최백호 아저씨 노래 들으로 갔다가 할머니 댓글 읽었는데 너무 좋다... 그냥 듣던 것도 훅 치는 댓글 읽고 나면 노래 감동인지 댓글 감동인지 구분 할 수 없는 눈물 난다.
할머니들 댓글 여기저기에서 많이 보고 싶다. 듣읍니다로 끝나는 문장으로.
댓글 읽고, 나도 어쩌면 80 가까워도 며칠 째 눈물 흘리며 음악 들을 수 있다는 가능성에 기쁨이 차오른다. (얘기해주셔서 고마워요. 댓글 자주 남겨주시고 건강하세요!) 근데 ㄱㅂㅎ 할머니 댓글 밑에 할머니 감상 평가하고 뭐 추천하고 가는 사람 뭔지... 좋은 글 읽으면 음미나 하세요....
+ 오늘의 노래
최백호, 바다 끝
20210419 등산은 무엇인가 (0) | 2021.04.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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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07 4월이 울고있네 (0) | 2021.04.08 |
블로그에 비공개 해 놓은 글이 제일 재밌네... 그 글들을 모아다가 가사를 썼다. 가슴 떨리는 노래를 틀어놓고.
가슴이 터질 것 같았는데 뭐라도 쏟으니 좀 낫다. 이 가사는 노래가 될까. 사실 알 수 없다. 알고 쓰는 건 없는 거 같애...
가사가 맘에 들게는 써졌는데, 쓰고나서 나이트오프 <친구>를 들었다가 짜져 버렸다... 친구 가사는 애초에 미친 가사니까 내가 쓴 거 다시 읽고서 어떻하지 하지말고 기운내자ㅠㅠ
새벽에 커피는 그만 마셔야겠다,,,, 생각이 나를 잡아먹으려고 해서 달아나려고 보면. 이미 심장이 크게 뛰고 있으니까 그대로 서서 그냥 내 생각을 믿어버리고 싶어져. 그럼 안 되는데.
+ 오늘의 노래
나이트 오프, 친구
우리 좋은 친구죠
그대에게 묻고서
그대 눈 속에 담긴
진심을 보고파
https://youtu.be/2hjsIFZnxjc
20210415 아침부터 하는 음악타령 (0) | 2021.04.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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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15 너무 좋은 댓글... (0) | 2021.04.15 |
20210408 영혼을 달래주는 나의 돈지루... (0) | 2021.04.08 |
20210407 4월이 울고있네 (0) | 2021.04.08 |
20210407 이런 저런 생각 (0) | 2021.04.07 |
요즘엔 돈지루를 자주 끓여 먹는다. 미소된장 벽돌 크기만 한 거 한 봉지를 가게에 사다둔 이후로 생긴 식습관이다. 라면 세개 끓일 수 있는 냄비에 물을 절반쯤 담아 가스렌지에 올린다. 가게에 있는 당근 감자 알배추 어쩔땐 고구마 무우 대파 양파 단호박 애호박... 뭐 있는 대로 넣는데 다 잘 어울리고 맛있다. 고기는 땡기면 넣고 안 땡기면 안 넣는다. 넣는 날엔 대패 삼겹살, 사태, 베이컨, 소세지,,, 뭐 있는 대로 넣는다 이것도. 뭘 넣든 영혼을 달래주는 맛이 나고 다 맛있다. 당근이 특히 신기한 게 당근 한 개 다 넣어야지 하다가,,, 당근을 음식에 이렇게 많이 넣어도 되는 걸까 하면서 주저하게 되는데. 재료 남기면 꼭 버리게 되더라고... 하면서 다 넣어 끓인 완성된 돈지루를 먹을 땐 다 넣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당근이 잘 어울릴 정도면 웬만한 된찌 야채는 다 어울린다고 보면 된다. 아직 시도하지 않은 것은 고추 종류. 아마도 뭐 어울릴 것인데, 모든 걸 포근하고 부드럽게 감싸는 돈지루 성격에 고추의 찌르는 맛은 평화를 깨트리는 기분이 들어 넣을 생각이 잘 들지 않는다.
미소된장은 모든 재료가 다 익어보일 때 넣는다. 된장을 가장 마지막에 넣는다는 게 매번 신기하고 된장 넣은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불을 꺼도 될까? 주저하게 되지만 꺼야한다. 그게 레시피니까... 물 끓는 사이에 야채 손질되는 대로 냄비에 넣어서 끓이고 다 익으면 된장 넣고서 한소끔 끓이면 끝. 만드는 과정이 간단한 데에 비해 행복 레벨업이 잘 되는 이 음식을 사실 심야식당에서 눈으로 보고, 요상한 집에서 먹어본 게 다다. 그래서 사실은... 내가 먹고잇는 돈지루는 세상의 돈지루와 다를 수도 있다는 사실에 대해 각오를 하고 있다. 그래두 내가 끓인 돈지루... 나에게만은 소중한 걸....
20210415 너무 좋은 댓글... (0) | 2021.04.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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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31 구조주의자는 아니지만... (0) | 2021.04.01 |
4월이 오면 노영심 1집 <4월이 울고있네>를 들어야 한다. 이것은 아득하게 오래된 나의 의식 같은 것. 아 사는 거시 왜냥 힘들다냐.... 하고 보면 4월이 와있다. 그럴 때 이 앨범을 틀고 눈물을 또르르 또르르 흘리며 듣는다. 그러다 보면 어느덧 지녔던 슬픔이 맑아진다. 맑은 슬픔이라는 거 너무 좋지 않은가. 노영심 1집은 슬픔을 맑게 통과시키는 성질이 있으니 내 4월을 그 영향권에 슬그머니 놓는 것이다. 화분을 봄 햇빛 속에 내놓듯. 맑아진 슬픔은 창에 내려앉은 뽀짝한 햇살 온기에도 마른다. 그래서 자주 슬퍼도 괜찮다. 맑은 건 이미 가볍고, 눈물은 이내 마를 테니까.
왜 1번 트랙에, 앨범 제목에 <4월이 울고있네>를 뒀을까. 왜 당신은 4월을 두고, 울고있다고 했을까. 그다음 트랙 <꿈에 본 겨울>은 왜 이렇게 행복할까. 행복을 왜 겨울에서, 꿈에서 봤을까. 봄에는 없을까? 테이프로 이 앨범을 들은 내게는 자연스럽게도 <눈물이 마를때까지만>이 앨범 A면의 실질적 마지막 트랙이라 여겨진다. 실제로는 < 별걸다 기억하는 남자>가 A면 마지막 트랙이자 타이틀곡이지만, 타이틀곡으로는 훌륭하나 별걸다를 빼야만 1번 트랙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막힘 없이 흘러가는 한 편의 소설을 얻을 수 있다. A면의 소설 1장은 그렇게 끝난다.
B면으로(?) 돌려 틀면 <프롤로그>로 시작해서 <미련>, <잊혀지기 전에>, <나>까지 장장 네 트랙이 피아노 연주곡으로 이어진다. 너무 너무 좋다. 좋아서 차 한잔이라도 해야지 안 되겠다고 벌떡 일어나게 만든다. 맑은 봄 햇살에 마음이 이렇게나 뒤숭숭해질 수 있다니 여기에 놓인 나를 흔들어대서 과거 어느 시절을 너울너울 깨워버리는 젊은 피아니스트의 뜨거운 감정선은... 말없이도 내 마음을 저기로 저기로 데려가버린다. 차로 여기 마음을 깨워야지 그냥 두면은 안 되겠는 것... 연주가 무겁고 비장하진 않은데(앨범 자체가 슬프고도 가벼운 게 신기. 피아노라는 악기의 표현인가, 노영심의 표현인가 알 수 없음) 서예가의 필력처럼 짜릿하게 전해진다. (게다가 <잊혀지기 전에>는 가사가 있는 곡인데, 실제로는 연주곡이다, 이 점이 완전소중포인트라고! 여러분!) 그렇게 흘러 흘러 최종 마지막 트랙 <안녕>에 도착하면, 세상 다산 아저씨와 세상을 이제 시작하는 뽀얀 20대의 대화에 아아 이 앨범 뭐람. 나를 어디까지 데려간담. 하고 자포자기가 돼서는 내 4월을 이 앨범의 영향권에 놓구 속수무책으로 앨범의 궤도를 타고 돌며 4월을 보내게 되는 것이다. 참 근사한 일이다. 이 앨범이 매년 4월마다 내게 가져다주는 만끽이.
추신
과거 내 고향 대천에 언니가 공연하러 온다는 소식에 보러 갔다, 가기 전에 대천바다에 가서 부서진 조개 모래를 투명한 비닐에 담아 입구를 종이 리본으로 묶어 동그라미 초록색 스티커를 한쪽에 붙여 호주머니에 넣어갔다. 공연 끝나고 그걸 드리러 대기실로 갔고, 대기실 입구에서 막혔으나 인기척을 듣고 언니가 나왔다. 내가 드린 선물과 사인을 요청하느라 내민 오래된 1집 2집 테이프를 보고 언니는 "이 예쁜 마음을 제가 어떻게 갚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다음에 앨범 만들 때 지금 받은 고마움을 담아서 만들게요." 라고 인사해주셨다. 그 말 꼭 품고 20대를 지나왔다. 그러하게 하나로 이어지는 마음을.
+ 오늘의 노래
노영심, 4월이 울고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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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한쪽 어두운 구탱이를 볼 때마다 ‘저기에 조명 뭔가를...’ 하고 고민해오다가 투이터에서 괜찮은 조명 도는 걸 보고 구입했는디,,,, 이미 다른 멋쟁이 가게들이 이 조명을 쓰고 있었다. 끙,,, 획일화 노잼 복제 자본주의에서 하나 뿐인걸 기대한 건 아닌데... 이렇게나 많이 쓰고 있을 줄은 몰랐징.... 나 역시 노잼 복제를 하고만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건 뼈아프다....
사람이 우르르 빠지고 한 방에 한 테이블만 남았을 땐 그 방 (갈 일이 있어도) 방문을 늦추고는 한다. 한창 사진 촬영 중일 확률이 높기 때문에. 그래서 들어가기 전에 슬쩍 보고 그 턴이면 지나가길 기다렸다가 간다. 근처 자영업자 친구는 자기가 운영하는 가게에서 손님들이 사진 찍는 게 너무 싫다고 그랬다. 한 날엔 우리 가게에 놀러 와서 그 얘기를 하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하길래 마음 좀 풀어 질라나 싶어서 이런 저런 각도로 얘기를 꺼내봤던 적이 있다. 물론 내 얘기는 전혀 도움이 안 됐고, 나중에 들어보니 촬영금지하는 쪽을 선택햇떤데. 그 편이 그 친구와 어울리기도 하고, 부디 스트레스가 줄었길 바라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
그 친구는 왜 사람들이 가게 사진 찍는 것을 싫어했을까. 근원적인 생각을 해봤다. 그러다가 나는 어떨까 생각해봤는데 나는 사진 찍으면 사진 찍나보다. 하고 생각할 뿐이었다. 가게 문을 열어놓은 동안은 여러 사람들이 와서 돈을 내고 잠시 묵는 거주지 같은 게 된다. 그 시간 동안 나는 재현하고, 서로의 사이로 움직이고, 서로를 견디고 경험해야 한다. 이따금은 사람들이 어떻게 찍어갔나 검색을 해본다. 잘 찍은 게 있으면 오 잘 찍는구만, 나도 담에 이렇게 찍어보고 싶다. 고 생각한다. 그 친구 말로는 너무 오랜시간 많이 찍거나 플래쉬 터트리면서 찍으면 주변 사람들한테 피해를 주니까 싫다고 했다. 그 말도 맞다. 근데 좀 싫을 순 있지만 상황은 테이블 사이사이로 그냥 저냥 알아서 돌아가다 망각되어버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난 사실 친구 얘기를 들으면서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아마 넌, 누군가가 가게 내부와 테이블을 멋드러지게 사진 찍는 그 행위가 너무 세속적이라 싫었을 거라고. 네 가게를 그런 방식으로 소비하는 물신성에 네 일부가 기만당한 기분을 느꼈을 거라고, 사람들이 특별한 것을 대하듯 네 가게를 조심스럽게 대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거라고. 난 그 친구 말을 이렇게 해석했고, 그렇게 우아한 산책자인 체를 했다....
그런 내가 날 찍으세요. 라고 적극적으로 내보이는 이 조명 녀석을 여기에다가 사놓고선, 다른 곳에서 포토존으로 잔뜩 쓰이는 걸 보며 꽤 실망을 했다... 고 하는 건 더이상 산책자인 체를 할 수 없게 만든다. 그 친구는 다른 사람한테 피해주는 게 싫어서 사진 찍는 게 싫다고 했을 뿐 다른 얘기는 하질 않았다..... 그 친구가 이렇게 느꼈을 거라고 속으로 생각한 얘기는 내가 생각해낸 얘기고, 내 생각의 일부인 것이다... 나는 그(사진 찍는) 상황을 그 친구보다 수월하게 넘어가는 유형인 뿐인 것인데... 욕망의 물꼬를 막는다고 가둬지나... 그러면서 고고한 척을 해버렸다. 게다가 애초에 이 조명을 산 게 투이터에서 본 사진 속 조명 모습이 멋졌기 때문이면서....
며칠 전에 ㄱㄱ님이 소주를 잔뜩 마시고 오랜만에 가게에 왔다. 신나서 ㄱㄱ님 테이블에 껴앉아서 한참을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세상이 어쩌다 이렇게 되었나. 같은 얘기로 흘러 갔는데. ㄱㄱ님이 혀 잔뜩 풀려선 남탓 할 게 아니고 뭐... 우리 책임이죠. 우리나 잘 해야죠. 이러는데 존나 멋지다고 생각했다. 대중이 멍청하다고 말하면서 자기가 대중에 속한 줄은 모르는 바보짓 이제 고만 해야하는데,,,, 고고한 체 하는 버릇 고친다고 고쳐도 하수에 끝없이 흘러 들어가는 똥물처럼 나의 어딘가에서 끝없이 구린내 총량은 채워져있구나.
lampchop 라이브 공연 영상 중에 캡모자 쓴 보컬 할아버씨가 무대 중앙에 앉아 노래 부르다가 보컬 없는 연주 구간에 다다랐을 때쯤 할아버지 양쪽을 채운 악기들이 현을 출렁거리며 소리를 잔뜩 채워내고있고 아저씨는 담배를 꺼내 가만히 피우는 영상 있었는데, 삭제 되서 이제는 더이상 찾을 수가 없다. 오늘같이 내 구린내에 헛구역질 나는 날엔, 속에 있는 걸 토하긴 한듯 속이 잔뜩 허해져서.... 그런 아름다운 광경과 소리를 잔뜩 집어넣고 싶은데..... 아쉬운 대로 음반을 찾아 듣는다.....
+ 오늘의 노래
Lambchop, is a woman
https://youtu.be/5jfaqxcuebs
20210408 영혼을 달래주는 나의 돈지루... (0) | 2021.04.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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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07 4월이 울고있네 (0) | 2021.04.08 |
20210331 구조주의자는 아니지만... (0) | 2021.04.01 |
20210328 집에서 음악 (0) | 2021.03.29 |
20210327 어디로 흘러가는지 모르는 이야기 (0) | 2021.03.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