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천에 내려가면서 가을을 봤다. 건들면 다 쏟아져 내릴 만큼 단풍이 든 나무들이 도로 좌우 풍경으로 빼곡했다. 가을빛은 세고 따가웠다. 내가 잎이었다면 바짝 말라 낙엽이 되는 게 가능한 강도의 햇빛이었다. 그러나 나는 인간이므로 그 정도의 햇빛에 타격은 없었다. 다만 따뜻한 햇빛을 쬘 때 차오르는 뜻 없는 충족감에 노란색 행복이 배어 나왔다. 노란빛이 입혀진 세상을 덜 악하고, 더 부드럽게 보였다. 현실 모습을 알아도 풍경 수채화를 보면 세상이 좀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효과가 생기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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