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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0712 내가 처음 너를 만났을때 너는 작은 소녀였고

 
 
 



방금 전까지 세상에 지녔던 모든 열의를 잃은 것처럼 침대에 누워있었다. 그렇게 누운 지 14시간.... 날 소생시키려는 의지까지 잃던 그때쯤 인스타를 보다가 흠모하는 옷 브랜드가 블랙 프라이데이를 시작한 걸 보고 갑자기 열의에 차서 옷 목록을 빠른 속도로 훑고 옷 세장을 주문했다. 정신 차리고 나니 참 우스웠다. 자본주의의 술수에 넘어가서 그런 게 아니라, 열의라는 거 그냥 계속 내 안에 있던 거라는 게. 
 

그 우스운 마음을 일기를 쓰는 걸로 좀 만회해 보려고 쓴다. 사실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순간이 있었는데, 열의를 잃었다는 둥,,,, 그러느라 안 쓰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라 그냥 내가 안 쓰기 때문에 쓰이지 않고 있다는 걸 알았으니까 쓴다.
 




어젠 11월 1일 ㅇㅂ이랑 두번째 등산길에 올랐다. 출발시간을 두 번 늦춘 ㅇㅂ을 보며 내 욕심에 등산을 가는 것인가,,,, 그걸 쫓아와 주는 ㅇㅂ이 측은할 수도,,, 하는 생각을 하며 가차 없이 솟아오른 경사길을 헐떡이며 올랐다. 그러다 능선 어느 벤치에 앉았는데, 시원한 바람이 한참 쏴하고 불어와 온몸을 스치며 지나갔다. 좀 잊을 수 없는 순간인데???라는 생각을 하는데 옆에 앉은 ㅇㅂ이 "좋네"라고 했다. 나도 "좋다"라고 했다. 잔뜩 오른 열기가 바람에 식었다. 시원하고 눈앞은 가을이 무르익었다는 표현이 정말 잘 맞는 풍경이었다. 계절과 우리가 연관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름다운 기분이었다.
 
하산을 하고, 우리집에서 ㅇㅂ과 헤어졌다. 문을 나서는 ㅇㅂ의 뒤통수를 보는데 ㅇㅂ이 "다음 주에도 가자고" 그랬다. 먼저 가자고 해줘서 내심 기뻤다. 우리가 걸은 길이 귀찮음을 앞섰구나. 네게도 좋았구나. "그래 가자"고 대답했다. 다음 주에도 간다. 우리와 연관되어 있는 계절을 또 한 번 온몸으로 겪으러. 온몸으로. 겪으러. 
 




기매태 어머니께서 맛있는 떡을 먹었는데 내 생각이 났다며 보내주셨다. 받아보니 술떡이었고, 술떡이 100개나 있었다.... 저녁에 마실 오신 글씨 선생님을 보니 술떡이 생각나서 좋아하시냐고 물으니 좀 주쇼 하셔서 이번 주에 들르라고 말씀드렸다. 그 떡을 좀 전에 20개 챙겨 담았다. 여기저기 나누고 나니 이제 50개가량 남았다. 
 



심리상담 선생님이 내 무기력의 원인을 무리한 운동에서 찾으셨다. 정답이었다. 어제 낮에 등산하고, 오후에 필테에 다녀와서 일하고 집에 와 세상 피곤한 몸으로 골아 떨어진 후 조금 전 블랙 프라이데이 전까지 엄청난 무기력에 아무것도 못했으니까. 무리하면 탈이 난다. 쇼핑할 수 있을 정도로만....이지만....
 


기타 연습을 하고 있다. 좋아하지도 않는 노래를 연습하고 있지만(쉽기 때문에) 좋다. 치고 있으면, 내가 좋아진다. 상담쌤은 이걸 놀이라고 했다. 잘 놀아야 한다고. 그래야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그랬다. 
 



그래도 11월을 잘 시작하고 있다.
평온하다. 평온하고보니 평온한 게 짱이다. 
 
 
 
+ 오늘의 노래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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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가게 문을 열고 이 노래 저 노래 듣다가 요 라 텡고 앨범을 틀었다. 아 듣는데 비 오는 이 가을 날씨와 찰떡이라 아 스발 너무 좋다. 하고 혼자 방방거렸다. 그러나 사실 언제 어느 날씨에 틀어도 잘 어울림. 그게 요 라 텡고임.


문 연지 얼마 안 돼서 글씨 선생님이 오셨다. 오늘 목욕을 했다고 하셨다. 냄새가 날까 싶어 옷을 싹 갈아입었다고도 했다. 그래도 선생님한테선 냄새가 났다. 그게 참 서글퍼지는 지점이다. 영화 기생충 냄새 어쩌구 대목을 끌어오지 않어두… 가슴 저린다. 충분히. 나는 선생님한테서 냄새가 난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런 타박은 어디서든 들으실 테니까 더 얹고 싶지 않다. 그 대신 김치통을 열어 김치를 썬다. 그게 내가 이 상황을 푸는 방식. 오늘도 선생님이 오신 덕분에 김말국용 김치통 꽉 채웠다. 이득.


가게 창으로 보이는 ㅇㅇㄷ 바테이블 3면에 사람이 다 차있다. 가게 마치면 나두 오뎅 먹어야징.


어제는 ㅇㅎ이랑 ㅅㅇ랑 밤시간에 같이 있었다. 어쩔 줄 모를 만큼 감정이 솟으면 서로의 손을 부여잡고 흔들었다. 근데 그걸 몇 번이나 했다. 헤어지고 다들 잘 잤을까. 안부가 심하게 궁금해지는 밤이었고… 가슴이 심하게 아프고……



ㅅㄹ이가 오늘 낮에 놀러와서 같이 우리집에서 얘기하다가 ㅁㅂㅈ에 커피 마시러 갔다. 거기 있는 ㅎㅈ, ㄱㅈ하고 담타하자고 밖으로 나왔는데 비가 많이 왔다. 우산을 쓰고 시야 앞 나무에 앉은 까치를 같이 바라봤다. 그 순간이 지나고 나니까 좋다고 느껴지네. 뭔가를 같이 보는 거.


ㅅㄹ이가 기타를 쳐서 나도 치고싶어졌다. 옮는 거 좋다.





ㅇㅂ이가 좀 전에 송편을 가져다줬다. 한가해서 몇 개 쪄서 먹는데. 맛있고 기분 좋아서 아까 낮에 인스타그램 릴스에서 배운 촬영 기법을 이용해 송편을 찍었다. 이 (과하게) 진지한 결과물이 웃기고 좋네.



요 라 텡고 들으니까 살 거 같다. 혼자 있어도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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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같은 거 보이지도 않고, 만져지지도 않는데 뭐 이렇게 티가 나냐. 마음 든자리가 난자리 되면서 생긴 공백 때문에 때문에 미쳐버릴 거 같았다. 그치만 나는 어엿한 어른. 허튼짓 안 하고 이 구멍을 메워보자! 결심함. 사실 자극을 자극으로 메운다고 허튼짓을 좀 하고 싶었는데, 이내 부질없게 느껴졌다. 그래봤자 나를 갈아먹는 짓이지. 원상복구가 더 귀찮음…. 그래서 세상 건강하게 운동 가고, 책도 읽고 사람들하고 얘기도 나누면서 며칠을 보내니까 좀 익숙해진다. 역시 시간이 짱이다.

그치만 입이 자꾸 쓰다. 내 맘대로 안 된(뭘 원했는데) 섭섭함…… 헛된 짓을 하고 난 후의 허탈함…… 마음 빈 곳에 딱히 채울 게 없어 에잇 하고 마는 헛헛함……… 때문에……………

쓸데없는 짓을 한 달이나 하고 나니 역시 쓸데없는 짓이 젤 재밌고, 젤 남는 게 없구나 하하하.

뇨즘 가게가 계속 한가하다. 딱히 슬프진 않고, 힘들지 않은데. 어젠 갑자기 울적해졌다. 세상에서 제외된 기분이 들었다. 아님 남의 집 잔치에 배가 아픈 건가…… 속이 이렇게 좁았나… 그러고 있는데, 약을 안 먹어서 그런 거였다. 이렇게 약이 중요하다. 속 좁은 사람 안 되고, 울적한 사람 안 되려면 잘 챙겨 먹자.

그래도 그 울적함을 떨치려 헬스에 갔지. 러닝을 30분 하고, 레그 컬, 암 풀 다운, 체스트 프레스 머신 같은 이름처럼 생긴 것도 낯선 기구에 내 몸을 고정하고 특정 근육을 조졌다. 생각보다 안 힘들고, 죠지는 기분이 좋다.
 
 

 
 

헬스 (유료)어플을 쓰는데, 팔 뒤편 근육 죠지는 무슨 기구 무게는 내가 40대 여성 중 상위 20%라고 했다. 첨 해봤는데 상위 20%에 든다는 사실이 날 좀 우쭐하게 만들었다. 강하다는 거 기분 좋다.

 

밀물 썰물의 조차에 정신이 없는데, 시간은 잘도 흐른다. 오늘 한달 반만에 인바디 쟀는데 근육이 더 생겼다고 나왔다. 시간이 근육을 남겨줬다. 운동 열심히 해서 강해질래. 마음에 생긴 공백 같은 거, 오늘 아침 숙취 같은 거 거뜬하게 치워버리게.



위아피클스 전시에 갔다. ㅇㅅ작가, ㅂㄹ작가가 하는 전시였다. ‘보존’이 주제였다. 요즘 사전을 보면 이렇게 안 써있다는데, 옛날 사전에는 ‘보존’ 뜻이 ’잘 지니고 있음‘으로 써있댕. 잘 지니고 있음. 좋은 말이라고 생각했다.


전시엔 작가들이 보존해온 것, 앞으로도 보존하고픈 것을 풀어놨다. 거기에는 ㅇㅅ작가가 나를 그린 그림도 있었다.

5번

 
 
감명깊은 순간이었다. 내가 여기에 있다니말야! ㅎㅇㅅ작가가 만들어낸 나를 마주하니 내가 꽤 괜찮은 사람으로 느껴져서 좀 많이 감동 받았다. 고마워 작가님~~~~~~~


ㅂㄹ작가가 뿌린 찌라시를 들고와 가게에 붙여놨다. 나를 잘 보존하는 방법이 써있다.



 들어차고 빠져나가는 사이에 나약하게 서서는 보존하는 마음을 보고오니 역시 운동이나 하며 사는 게 짱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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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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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매태가 간만에 대전 (우리)집에 왔다. 보자마자 귀여워서 볼을 꼬집었다. 오자마자 자길 위한 웰컴 드링크는 어딨 냐고 당당하게 굴어서 토마토 주스를 내줬다. 맛이 어때?? 하니까 새침하게 먹을 만하네. 그랬다.

ㅅㄹ이네 집에 건조기를 옮겨야 해서 자고 있는 기매태를 깨워 부탁했다. 필요할 때 바로 와주고, 옮겨줬다. 고맙다고 하니까

 


ㅅㄹ이한테 나 더 잘 놀아주라고 부탁했다. 귀엽다. 세상에 이런 생명체가 내게 있다니. 볼 때마다 귀엽고 날 위해 움직여주고, 날 시도 때도 없이 웃게 해주는 애가 내 곁에 있다니. 정말 세상이 내게 부린 마법 같은 일.

그런데 그러는 동시에 내게 내민 그의 뺨을 쓰다듬은 그때를 떠올린다. 그때 기분을, 그때 우릴 감싼 공기의 온도와 조도를 떠올린다. 하나도 빠짐없이 기억하고 싶어 다시 감기를 해 차곡차곡 떠올려본다. 진한 술기운에 기억이 흐릿한데, 뭐가 더 생각날까 싶어 담배를 피우며 그때로 가본다.

어떤 말이라도 하지 않으면 터질 것 같은 마음을 누르려고 ‘나는 인내심이 강하지’ 하면서 인내심을 끌어올려본다. 헛된 짓이다. 그 실패의 결과로 이렇게 일기장에 쏟아내고 있는 것….

세상에 왜 이렇게 됐을까. 헛된 걸 지니고서 이걸 어쩌나 하고 있네. 정말 복이 차고 넘치는데, 미치게 갈증 난다……

이러나 말겠지. 근데 그게 언젠데???  혼자 불을 내고, 이거 저거 타들어가 폐허가 되어가고 있는데 앗뜨거 앗뜨거 하면서 불은 안 끄는 난 왜 이러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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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사랑과 취기



담배 피면서 즐거운 순간은,
고뇌에 빠졌을 때 담배를 꺼내 드는 걸로 더 시리어스한 제스츄어를 했단 만끽감이 찾아들 때. 그리고 새벽에 아직 잠들지 않은 친구에게 찾아가 깊은 맞담을 했을 때이다.

담배 연기를 내뿜는 만큼 이야기가 깊어진다. 연기가 흩날리는 만큼 내 고뇌가 덜어지는 기분(!)이 든다. 덜어지지 않지만…

욕심이 가득 차오르다가도 한순간에 꺼진다. 현타를 맞으면…. 현타에 장사 없다. 담배만 늘었다.

방에서 좋은 냄새가 난다. 팬티만 입고 이불속에 폭 들어가 있다. 쌀쌀해진 공기가 피부를 적당히 차갑게 만드는 촉감이 좋닽 그리고 햇빛에 널어둔 이불을 갓 거둬 덮은 기분이 든다. 그를 생각하면 깨끗하게 씻고 싶어 진다. 그런 후 옆에 누워 그의 냄새를 맡고 싶다. 그러던 와중에 그가 인스타 스토리로 올린 갓 일어난 얼굴을 한 사진을 보게 되어서 하염없이 봤다. 막 잠에서 깬 냄새랑 이불 냄새가 나서 너무 좋다. 정말 미쳤나 보다………

취했다. 취하고 싶었는데 취해서 그래서 좋은데 서글프네. 취하면 왜 눈물이 날까. 그렇지만 울지 않았다…. ㅇㅂ이 엄마는 우셨지만… 우리 엄마도 계셨다면 날 위해 울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그런 엄마를 봤다면 너무 싫었을 거 같다. 마음이 아픈 동시에 내가 내 인생 사는데 그게 슬퍼도 어쩌라고… 엄마 날 거부하지 마…. 같은 생각이 들 거 같다. 소중해하는 만큼 달아나고 싶어지는 마음. 그게 독립이겠지. 그러니 저러니 ㅇㅂ이 고달프겠어…. 참…. ㅇㅂ이가 갈마동 빌라에 살길…. 간절히 바라본다.

이모한테 낮에 전화가 왔다. 이모 목소리에 울음기가 가득했다. 동생이 28년 전에 떠났어도 눈물은 마르지 않는다. 내겐 엄마인데도 이모가 동생을 떠나보낸 슬픔이 가늠되지 않는다. 난 엄마 영정을 봐도 울지 않는데, 이모는 품에 가득 안고 엄마 얼굴을 어여삐 쓰다듬으며 운다. 나는 그런 이모를 봐야 그제서 눈물이 난다… 이모가 명절에 어디 안 가면 이모가 너 좋아하는 거 해줄 테니까 놀러 와. 그랬다. 이모 음식은 엄마가 한 음식과 닮았을까?? 알 길이 없다…..

나는 취해서 내게서 먼 사람들 얘기만 잔뜩 하네. 야속하다. 내게서 멀리 있을 거면 소중해지지나 말지……. 이불을 코끝까지 끌어 덮고 자야지. 모든 슬픔을 이불속에 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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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 없는 연락을 기다리는 마음 뭘까.

떠올릴리 없는 나를 오늘 한 번쯤 떠올렸을까 생각해보는 마음 뭘까.

 

 

이이언 그냥 찾아 들어야겠다. 이럴 때 들으라고 세상에 있는 노래지

 

 

 

and

 
 
쉬는 날이라고 누워서 뒹굴거리다가 오늘이 국민연금 납부 마지막 날이라는 게 생각나 벌떡 일어나 납부를 했다. 분납 신청 하길 몇 차례,,, 더 이상 분납 신청조차 안 된다고 엄포를 들은 터라 이번 분납을 놓치면 골치가 아파진다.
 
일어난 김에 유튜브로 노랠 틀어놓고, 기록할 걸 기록하고(상담숙제), 치울 걸 치웠다. 아빠가 준 소금을 꺼내 소리도 내봤다. 아리랑을 한소절 부를 수 있었다. 어릴 때 단소를 곧잘 불었는데, 그 감각이 아직도 살아있어 신기했다. 뭘 하나 잘 단련해 놓으면 몸이 기억한다는 게.
 
노랠 틀면 눕기보단 일어서있을 맛이 생긴다. 기록은 매일 할일을 했는가 체크하는 건데, 정서 기록하기란에 x가 계속 이어지길래 일기장을 열었다.
 



어젠 ㅁㅈ이 떠났다. 난 누가 떠나면 어릴 적부터 그렇게 눈물이 난다. ㅁㅈ을 안고 배웅하는데, 눈물이 났다. 내가 울어서 ㅇㅂ도 울었다. 왜 우냐고 했더니 ㅇㅂ은 누가 울면 눈물이 난대. 부산 친구들이 각자 있던 곳에서 이탈하고 있다. ㅇㅊ는 연극에서, ㅁㅈ과 ㅇㅂ은 한국에서 떠나거나 떠나고 있다. ㅇㅂ은 우리가 나이를 먹고 있단 게 실감 난다고 했다. 이동은 달라지는 기분을 준다. 한 페이지가 끝난 기분도 주고. 들뢰즈가 하도 탈영토를 노래해서 그런지, 언젠가부터 머물던 곳에서 떠나는 일이 내 삶에 내가 할 수 있는 혁명이라 여기고 있지만,,,,, 그런데도 이별을 눈물 없이 할 방도는 없다.
 
나는 여기에 있다. 나는 떠나봤고, 돌아와봤다. 아니 이곳은 내가 있던 곳에서 떠나서 도착한 곳이다. 그런데도 고정되어 있다는 기분을 진하게 준다. 도착한 곳에 오래 머물면 또 고정이 되는 것이다. 며칠 전에 팟캐스트를 듣는데, 한 영역에 오래 계신 분이 "여러분의 가장 찬란한 시기가 지나더라도 이 자리에 계속 머물러주셔라"는 말을 했다. 그렇게 하는 것에도 의미가 있겠지. 거주지에서 탈영토하는 것만이 들뢰즈가 말한 이동은 아닐 것이다. 
 
며칠 전 토요일 가게엔 사람이 없었다. 그것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내가 너무 고정되어 있던 것이다. 새로운 메뉴를 만들고, 환기를 하는 전환이 필요한데, 가만히 있었다. 내 일상도 그렇다. 하던 일만 하고 있다(며칠 전 사진 촬영하고 온 거 빼고). 그치만 10월에 처음으로 영상촬영을 하러 간다. 불안하고 설렌다. 새로운 걸 한다는 마음이 그렇듯. 이번에 할 촬영은 혁명 같은 일이다. 내 삶의 일부를 전복시키는. 기대가 된다.(불안하기도 하지만....)
 


ㄱㅇ언니가 ㅇㅂ에게 화장실에 가면 하늘을 보라고, 구름이 예쁘다고 했던 말이 자꾸 생각난다. 그런 말이 우리 삶을 행복하게 해.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소중해.....
 
기매태가 쉬는 날이 하루뿐인데도 대전에 왔다. ㅁㅈ이한테 인사할 겸 나를 볼 겸 왔다. 사실 택배 가지러 온 건가 싶었는데, 아니었다. 기매태는 마음이 참 그대로네, 뜨겁거나 차가워지거나 하지 않고, 그냥 그 자리에 부표해 있다. 그래서 우리가 어느 자리에 있는지 찾기 쉬워진다. ㅇㅂ을 내려주고, 뒤숭숭한 마음을 소비로 해갈하려 현대 아울렛에 구경갔다.....가 보라색 점퍼와 보라색 신발을 샀다. 기매태는 자꾸 나보고 사라고 예쁘다고 했다. 그렇게 후한 마음을 내게 주는 게 좋았다. 기매태가 너무 좋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돌멩이를 만지면 으레 느껴지는 일정한 온도가 있는 것처럼 같은 온도로 있다. 그래서 쇼핑을 마치고 날 집에 데려다주고 일터로 떠나는 기매태를 보면서 조금 서글퍼졌다. 뽀뽀라도 더 하고 보낼 것을....
 
내가 좋아하는 걸 곁에 붙들어 놓고 싶은 마음과(수집욕) 그들의 삶 속으로 진하게 들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별) 이 사이에서 사랑과 내 욕심과 응원과 내 고정됨을 느끼네~~~~~~~~

오늘은 정서 기록하기에 o를 치겠네.




 
 
 
 
 

and

 
 
 
상담에서 내 준 이번 주 과제는 <알아차리기>다...
 
어제는 뭘 알아차렸냐면, 빡센 필라테스를 하면서 아 나 체력 늘었구나... 하고 알아차렸다. 체력이 알게 모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근육통으로 몸이 쑤시지만 기분 좋다. 강해져라 나야. 
 
그리고 내게 해리 증상이 있다는 걸 어제 앎. 멍해지는 게 현실감 상실이었나 봐. 오늘 일어나서 멍하게 부유하는 나를 현실에 부착시키려고 이불 커버를 교체하고 노래를 따라 불렀다. 접착력 다한 테이프처럼 지금에서 자꾸 떨어지는 나를 <지금>에다가 가져다 붙여야 한다. 자꾸만 그래야 한다. 그러려면 떨어졌다는 걸 알아차리기....
 
오늘은 가게가 한가해서 문을 닫고 싶지만,,,,, 문을 계속 열어놓으면 손님이 들어온다는 걸 알아차림,,,, 오늘 꺼내놓은 얼음은 다행히 다 썼다,,,
 
약속시간이 다가오면 초조해했는데, 두시간 전부터.... 안 초조해도 된다는 걸 알아차림... 초조해하면 남은 시간을 쫄쫄쫄 나오는 수돗물처럼 쓰게 된다.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저번 주엔 헬스장 가는 게 그렇게 지루하지도 힘들지도 않는 일이란 걸 알아차림... 헬스장 방향으로 쌓여있던 마음의 벽을 좀 무너뜨렸다....
 
스우파를 보면서.... 춤을 배우고 싶어하는 나의 수줍고 거친 욕망을 알아차렸다..... 
 
듀오링고로 영어가 좀 많이 늘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상대방 마음을 보느라, 내 마음을 못 보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티켓이 생겼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좀 편하다는 걸 알아차렸다....
 
이번 주에 존니 바쁘다는 걸 일정을 다 잡아둔 다음에야 알아차렸다....
 
그만 쓰고 싶어하는 나의 마음을 지금 알아차렸다....
 
끗.....
 
 
 
 
 
 
 

and

 

 

매태 사촌동생 성은이가 대전에 와있다. 예전에 코스트코에 가고 싶다고 했던 말이 기억나서 어젠 같이 코스트코에 갔다. 쇼핑하는 걸 좋아한다고 했으면서 수줍게 살짝씩 구경했다. 이거 저거 어떠냐고 물어보면 좋다고 했고, 몇 개는ㅋ 사주려고 장바구니에 담았다. 사주려고 담은 건데 쇼핑을 다 하고 나왔을 때 내게 굳이 굳이 10만 원을 카카오톡으로 보냄. 안 받을 거라고 얘기했는데도 그렇게 하는 게 너무 귀여웠다. 

 

우리 집에 와서 좀 쉬다가 같이 수도산을 걸었다. 같이 하는 걷기 게임을 켜고. 걸을 때마다 심어지는 꽃을 같이 액정으로 구경하면서. 성은이는 걸으면서 "요즘엔 실패하는 게 무서워서요. 자꾸 망설이기만 해요." 라는 말을 했다. 이 얼마나 맑은 고민인가. 그 아이의 마음이 투명하리만큼 얇은 꽃잎 같았다. 마음이 간지러웠다. 실패는 나한테 더 연습하라는 말 같아. 안 되네? 더 연습해야겠다. 하고 계속 연습해 보는 기타 같아.(성은이는 기타 레슨을 받고 있다) 근데 실패할까 봐 안 하면 아무 일도 생기지 않겠지? 아무 일도 안 생기면 마음은 편하지만, 새로 좋아하는 것도 안 생기고, 더 할 줄 아는 것도 안 생기고... 일단 해봐. 성은아. 그런  뻔한 말들을 해줬는데, 성은이는 내 말을 들으면서 감명받을 때 내는 감탄사를 냈다. 잠시 후엔 언닌 좋아하는 사람한테 먼저 다가가요? 어떻게 해요? 같은 것도 물어봤다. 귀여워..... 쓰러져.......

 

오늘 성은이한테 전화가 와서는, "언니, 다시 서울에 가야 하는데, 기분이 이상해요. 가면 현실로 돌아가야 할 기분이 들어서요. 자꾸 안 가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어제 언니한테 좋은 얘기를 들었는데두, 오늘 다시 이렇게 되네요."라고 말했다. 아 이 귀여운 아이를 어쩔고. 전화 와서 기분이 이상해요. 하는 말을 하는 이 아이는 전혀 모를.... 이 예쁜 마음을... 갑자기 사는 게 존나 소중해진다. 동시에 인간의 삶이 너무 짧게 느껴졌다. 시간이 흐르면 이 마음도 어느새 지나갈 텐데, 그런 생각을 하니 벌써 조금 슬퍼진다. 그러니 이렇게 적어서 기억을 잡아두는 수 밖에 없네...

 

 

 

 

+ 오늘의 노래 

 

장필순, 제비꽃

 

https://youtu.be/GYxb3vlYvag

 

 

제비꽃 들어면서 엉엉 울고, 출근하려 눈물을 닦고 일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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