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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1108 일기를 왜 쓰는가 하다가




지독하게 하던 게임을 지웠다. 그랬더니 칭구랑 전화통화도 하고, 쌓아놓은 옷을 개고, 급기야 일기가 쓰고 싶어 지네.


맘애드는 기마태 담타 사진을 두 장 모아봤다.



사진만 봐도 기마태가 너무 좋다. 당장 옆에 두고 볼을 꼬집고 싶다. 그러면 기마태는 볼에 바람 넣어서 못 꼬집게 방어함….


모으는 김에 oㅂ 박사두


ㅇㅂ박사 매력 터진다 ㅋㅋㅋㅋㅋㅋ 얄미운 이 두 명이 나란히 있으니 세상 즐겁네.



근래에 뭐를 했냐고 물으면 ㅇㅂ ㄷㅂ이랑 ㅌㅂ랑 등산가고 달리기를 했다고 대답할 거다. 걸으면서 뛰면서 리터럴리 존나 괴롭다. 그런데 또 1분 1초가 이렇게나 생생하게 간다는 게 존나 감명이네 하게 된다. 최대한 미루는 데다 현재를 쓰다가 이렇게 생생하게 사니까 졸린 눈을 비벼 맑게 뜬 눈으로 앞을 보는 거 같다.


걷고



물이 빛나는 걸 같이 보고



뛰다가 본 천둥오리 수2 암1



보문산 정상에서 기념사진 찍고



햇빛을 밟는 ㄷㅂ이를 본다



ㄷㅂ이가 제법 잘 뛴다. 고 하기엔 나보다 잘 뛴다. 그래서 옆을 뛰면 많은 도움을 받는다. 뛰고 있는데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싶다고 하더니, 아 맥주를 벌컥벌컥 마시고 싶다. 그래서 같이 뛰고 통나무집에 가서 두부두루치기에 암바사를 마셨다. 통나무집에서 술을 처음 마시는 것 같다고 그랬다. 나도 암바사를 만들어 보겠다고 잔에 술을 따르고 젓가락으로 쳐서 섞는데, 잘 안 섞여서 될 때까지 젓가락을 계속 두드렸더니, 연주 중인 거냐고ㅋㅋㅋㅋㅋ 술집 사장님들 중에 젤 못 섞는 사람일 거 같대ㅋㅋㅋㅋㅋ

얼마 전에 ㄷㅂ이랑 뛰고 나서 일기를 썼는데, 같이 뛰니까 덜 힘들고, 더 빨리 뛰더라. 같이 하는 건 수월해지는 일이군이라고 썼다. 같이 해줘서 고맙다 애두라. 내 고된 삶을 좀 더 수월하게 해 줘서.





어제는 ㅅㅇ이랑 서대전 공원에서 만났다. 공원을 걷던 ㅅㅇ이 날 발견하고 뛰어온다. 누가 나를 향해 뛰어오는 게 왜 이렇게 좋냐.



만난 이유?? 포케 먹으려고. 요즘 포케 광인이 돼서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만나는 사람들마다 포케 먹임ㅋㅋㅋㅋㅋㅋㅋ



까페에서 잠깐 다이어리를 썼는데, ㅅㅇ이가 다이어리 어디서 샀냐고 그래서 에스닷에 데리고 가서 선물해 줬다.

ㅅㅇ이는 검은색을 잘 입으니까, 포인트 되게 연두색을 사면 어때??라고 했는데, 진짜 연두색을 샀다. 귀여워…… 선물을 한사코 안 받으려고 해서(맨날 내가 사줘서 오늘은 자기가 다 사주는 날 이래) 다이어리는 선물 받는 거야라고 하니까 누가 그랬냐고 물어봤다. 누구긴.. 내가 지어낸 말이지. 근데 선물 받은 건 더 소중하니까 더 자주 쓰지 않겠어??라고 하니 내년 내 다이어리는 자기가 선물해 주겠다고 그랬다. 기특한 대딩 2학년이군…..




내 거랑 나란히 찍어 봄. 커플템.




짜우임사이…..고수 빼주세요 ……..
ㅈㄱ이 정말 웃긴다. 선물로 사다준 홍콩종이 화룡점정으로 웃긴다ㅋㅋㅋㅋㅋㅋㅋㅋ 고민해서 결정한 결과물이 종이라는 게ㅋㅋㅋㅋㅋㅋㅋ





어느 날엔 ㅇㅂ, ㅁㅎ, 기마태 나 모여서 라하커피 마시고 내가 찍자고 해서 기념사진 찍음. 찍은 이유?? 내 깔맞춤을 기록해두고 싶었음. 너무 재밌게 입은 것 같음ㅋㅋ



귀여운 것들ㅋㅋㅋㅋㅋㅋㅋ 헛소리 하면서 같이 나이 먹는 게 좋다.



2주 정도 입양할까 고민하게 만든 녀석 설이



말 안 듣게 생긴 게 딱 내 타입인데, 아직 키울 자신이 없다. 미야 내………


그리고 얘랑 쫌 닮은 거 같음.




새해에 있던 일



새해엔 ㅇㄷ님이 다녀갔다.

209km 사진 찍어줌. ㅇㄷ님은 작업을 깊이 있게 꾸준히 하시는 분이라 이야기 나누면 재밌다. 나도 덩달아 성장하는 기분! (기분만!) 종종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힌트를 얻어 요긴하게 잘 쓴다.


앰프를 고쳤다. 장장 3대에 62만 원이 들었다. 그래도 다 잘 나오니 음악 들을 때 종종 행복해서 감탄한다. 소리가 쭉쭉 뿌뿌 뻗는다.




ㅅㅇ님이 대만에서 사 온 코끼리 인형이랑 음표연필이랑 엄청난 달력을 선물로 줌. 이제 내 가보임.





ㅇㅊ가 다녀가고(사랑해)



ㅎㅅ이 다녀갔다(사랑해2)




보령(대천)에도 다녀왔다.





할머니 49제 지내러



지내고, 할머니가 김 따고 굴 따고 조개 잡던 은포리에 가서 할머니 옷 한 벌을 태웠다.



이런 의식들이 할머니가 정말 떠났다는 걸 느끼게 해 준다. 그래서 드디어 (속으로) 할머니 안녕!이라고 인사했다.





가족들이랑 여행도 갔다. 논산 양촌 휴양림 시설 좋음.


꼬맹이가 뭐 불렀더라 암머 퀸카 암머 퀸카 하는 노래 불렀는데.




이번 가족여행이 재미없어서 왜일까 하고 상담해 봄. 그렇게 알게 된 중대한 사실 하나.

할머니가 없어서이다. 그전 가족여행은 ‘이렇게 가족이 다 모여 있으니까 할머니가 기뻐하시겠지???’ 하면서 가족이 모여 있는 시간을 좋아했다. 면 이번엔 모임을 좋아할 이유가 크게 없었다. 물론 가족들을 좋아하지만, 그전에 비한다면.

내가 행복하면 할머니가 행복해진다. 할머니가 행복하면 내가 행복해진다. 그러니까 행복하자 의 굴레가 깨진 것이다. 나를 행복하도록 하던 동력이 멈췄다. 그걸 깨닫자 “아니야, 나는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행복할 자격이 있어”라는 생각으로 새로운 동력으로 다시 행복회로를 켰다. 아직 이 동력은 힘이 약하지만, 계속 살아갈 나를 위해 자꾸 켜는 연습을 해야 한다.


이렇게 시간이 흐르고 있다. 종종 달리기, 등산을 하면서 흐르는 시간 속을 살아내고도 있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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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개님 블로그에서 과습보다 무서운 건 물 말리는 거란 걸 읽은 후로 물 주는 주기를 좀 더 빠르게 해서 주고 있다. 식물이 성장하고 있지 않다면, 뭔가 힘들어하는 거라는 걸 읽고 미안해졌다. 겨울이라 안 크는 건 줄 알았지....... 식물 영양제를 샀다. 응애가 핀 삼각 아카시아 잎에 과산화수소를 뿌려가며 닦아주고, 너무 심한 줄기는 잘랐다. 창문을 여는 것뿐만 아니라 선풍기도 3시간씩 틀어주고 있다. 관심이 갑자기 너무 과해서 식물들이 놀래지 않을까 싶네. 내 사랑으로 받아줘....
 
 

 
 
예빈박사 플레이리스트를 틀어놓고 일기를 쓰고 있다. 예빈박사 플리가 짱이다. 근데 왜 음악 듣는 걸 심드렁해하는지 모르겠다. 아니 음악뿐만이 아니네. 모든 것에 심드렁해졌다. 아까워 죽겠다. 뭔가를 꿰뚫어 보는 지혜롭고 빛나는 눈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 눈으로 보는 건 정작 삶의 따분함이다. 삶은 분명 가슴을 흔들어댈 여러 요소로 구성되어 있는데. 시선이 따분함에만 정착해 있는 게 마음 아프다. 예빈박사의 눈을 부시게 할 뭔가를 찾아내주고 싶다. 그치만, 내겐 이런 걸 찾아낼 혜안은 없고, 내게는 뭉근함 뿐... 뭉근한 온기, 뭉근한 관심, 뭉근한 반김뿐.... 
 
 
아마 삶에 더 이상 특별한 게 없다는 걸 알아챈 후 생겨난 실망이겠지. 그치만, 특별한 게 아니라, 소중한 것에서 눈부신 물질이 발생한다는 것도 빨리 알아챘으면 좋겠다. 그래서 예빈이 가지고 있는 특별함으로 세상에 특별해지지 말고, 소중해졌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우선 예빈 박사 스스로 자신의 특별함을 소중히 여겨야 할 텐데.... 갈 길이 멀구먼... 뭉근하게 계속 말해주는 수밖에....
 
 
라고 편지를 써버렸네???? 소중하니까..... 그렇지. 내 사랑으로 받아줘.... 식물들처럼.....
 
 
소중한 건 뭘까. 소중한 할머니가 떠나버렸는데, 소중하지 않았던 것처럼 별 감흥이 없다. 이건 내게 크나큰 충격이다. 내가 알던 '소중'에 관한 관념은 이런 게 아니다. 상담 쌤이 시간이 필요하다 했으니, 의심하는 것보단 나를 믿고서 조금 더 지켜보자. 꼭 방어기제를 걷어내고 용기 있게 슬퍼하고 고통받을 것이다. 
 
 



꼭...이라고 결심했던 달리기를 방금 해내고 왔다. 2차 숙제였고, 메트로놈을 176으로 맞춰 거기에 발맞춰 5분씩 네 번 뛰는 숙제였다. 총 20분을 뛰기 두려워 몇 주를 미뤘다. 그러다 아까 갑자기 짜증이 올라왔다. 씨발 해야 하는데라고 100번 생각하고 나니까 그냥 해버리고서 죄책감 같은 마음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뛰고 나니까 개운하다. 뛰면서 힘들긴 했는데(씨발 이 고생을 왜 하고 있나) 뛰고 나니까 기분이 좋아져 버렸다. 육체가 가벼워진 느낌. 군더더기가 증발한 기분. 무엇보다 죄책감 비슷한 그 마음에서 벗어난 게 존니 좋다. 무거운 마음이 사라지니 개운하고 가뿐하다. 해낸다는 건 가벼워지는 일이구나. 하지 않는다는 건 무거워지는 일이구나. 
 
 
 

 
 
물을 주지 않는 일은 뿌리를 마르게 하는 일. 뿌리가 한 번 마르면 회생하지 못한다고 했다. 물을 자주 주자. 대신 바람을 불어주고, 햇빛을 비춰주자. 할 일을 하자. 내게도 바람을 불어주고 햇빛을 비춰주자. 그게 과습을 피하면서 성장할 수 있는 길. 가벼워지는 길. 잠에서 깨고, 눈을 뜨자. 그리고 저쪽을 보자. 저쪽 어딘가를 바라봐야 눈이 부시기도 하는 것이다. 
 
 
 

+ 오늘의 노래

 

서울전자음악단, 꿈에 들어와

 
 
나는 널 위해 여기에 있어 나의 꿈에 들어와 
나는 널 바라보고 있어 나의 꿈에 들어와 
 
나의 손을 잡고 다 잊어버려봐 다시는 오지 않을 나쁜 날들을
나의 잠을 깨워 나의 꿈에 들어와
다시는 외로운 건 없는 꿈 속에
 
나의 얘기들을 들어봐
함께 있다고 느껴질 땐 날아갈 수 있어 날아갈 수 있어
 
 
 
https://youtu.be/N66MEXY5kfw?si=Ta5wqMqWp0bjCkA_

 
 
 
 

and

 

 

펑크 난 자전거 타이어를 고치러 가야한다. 

 

물이 다 끓었다.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차를 마시려한다. 부르다가 내가 죽을 여자뮤지션 ost  플레이리스트를 찾아서 듣고있다. 가진 에너지로 집중에 좋다는 건 다 해보는 중.... 음악... 차.... 일기.... 아 진짜 존나 무기력하다.... 씨발 다 버겁다.....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헛된 기대는 실망만 안겨 줄 뿐이었네.... 빨래를 돌려야 한다. 차 맛이 생각보다 좋아서 좀 기분 좋아지네. 그뿐.... 머리도 깜고 양치도 해야한다. 세상 불가능한 일처럼 느껴진다. 씨발....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마음 껏 슬퍼도 못하는 이 몸뚱이가 싫다. 상담 쌤, 정신과 쌤 모두 내가 감당치 못할 슬픔을 차단하느라 에너지를 쓰는 중이라는데,,,, 그냥 슬퍼하라고,,,, 견딜 수 있으니까 임마,,,, 회피하느라 무기력해지는 게 더 싫다고,,,,,,

 

요즘 감정이란 게 없다. 감정을 끌어내려고 삼일 내리 금쪽같은 내새끼를 보며 온갖 기구한 사연에 내 마음을 실어 눈물 콧물 짜내보고 있는데 참담하게 실패 대행진 중이다... 감정부자던 내가 이런 날이 올 줄은....

 

아마도 마주해야겠지, 할머니가 나온 영상, 사진을 모아 영상을 만들어볼 생각이다. 편지도 써야지. 그래서 정정당당하게 슬퍼하고, 이 망할 무기력에선 탈출해야지.... 정말 존나 무거운 중력이 날 덮친 것 같음... 존나 짜증난다....

 

 

and



지금 내게 필요한 건 기매태와 같은 이불을 덮고 그 옆에 눕는 것. 기매태와 내 체온이 합쳐져 열기가 차서 후덥 해진 이불속 공기를 느끼는 것이다. 기매태가 자고 일어났을 때 나는 잠냄새를 귀여워하며 맡는 것이다. 기매태의 보드라운 피부를 쓰다듬다가 피부 표면에 내 입술을 대고 바람을 불어 방구소리가 나게 하는 것이다. 그러고서 깔깔 웃는 것이다. 기매태가 시도 때도 없이 하는 농담에 넘어가 어이없이 웃는 것이다. 살아있는 것에서 나는 열기가 필요하다. 죽음이 내는 정지, 차가움에 몰려있다. 열기가 차서 후덥 해진 이불속 공기로 그것을 밀어내자. 그러기까지 이틀 남았다.


and

 
 
어제 ㅁㅂㅈ에 갔을 때였다. 갑자기 조규찬, 잠이 늘었어를 듣지 않으면 미칠 것 같았다. 혼자 흥얼거리다가 못 참고, ㅎㅈ님한테 이 노랠 들을 수 있냐고 물어 청해 들었다. 벽면이 하얀 공간에 퍼지는 가사말에 귀를 기울였다.
 
 
 
영화를 보고 싶어 졌어
친구가 보고싶어 졌어
거울 속 날 피하지 않게 됐어
잠이 늘었어

커피의 향기를 즐기며
어여쁜 여인에 반하고
멋있게 날 꾸며보고 싶어져
웃음이 늘어

운동이 좋아 아침을 기다려
가능하면 밥을 거르지 않으려 해
너의 사진에 무표정 해졌어
슬프지 않은 내 모습이 보여
 
음악이 좋아 함께 듣던 노래도
처음 만난 그날도 무심히 지나가
요긴하다며 너의 선물도 써
슬프지 않은 내 모습이 보여

너의 사진에 무표정 해졌어
슬프지 않은 내 모습이 보여
 

슬프지 않은 내 모습이 보여. 눈물이 고였다.
 
 
 
멍한 상태가 계속된다. 울지도 못하고, 웃지도 못하는 상태에 놓여있다. 아니 사람들과 얘기하다가 웃을 지점이 되면 거슬려하지 않고 웃는다. 아직 누군가와 같이 있는 게 힘겹다. 아까는 영화를 보러 갔다가 쏟아지는 소리와 이미지에 머리가 아파 잠을 자버렸다. 두통은 영화를 보고 나왔는데도 지속됐다. 힘겹다. 그치만 슬프지 않은 내 모습이 보여. 
 
 



치킨이 먹고 싶어져, 여전히 전화로만 주문을 받는 나의 정겨운 동네 페리카나 치킨에 전화를 걸었다.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 라는 안내가 나왔다. 이상하다. 집에 오다가 불 켜있는 거 봤는데?? 몇 번 다시 걸다가 잠바를 걸치고 직접 페리카나로 가봤다. 간판 대신 하얀 벽이 보였다. 간판이 떼어진 내부를 보니 주인 할아버지가 집기들을 정리하고 계셨다. 문을 열고, 사장님 안 하세요? 하니까 착한 목소리로 네,,,, 이제 장사 못해요,,,, 미안해요,,,, 하셨다. 그동안 너무너무 맛있었어요. 고마웠습니다. 하니 고마워요,,,,하고 미소를 지으셨다. 좋아하던 곳과 헤어지는 건 싫다. 힘겹다.
 
 
집에 오는 길에 다른 페리카나에 치킨을 주문했다. 그런데 집에 오니 먹기 싫어졌다. 
 
 
집에 오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담배를 사는데, 새로 나온 맛이 있어 그것도 샀다. 바로 피워봤는데 ㅅㄹ이 담배랑 비슷한 맛이 났다. 내가 맛있어한 구수한 고구마맛. 근데 지금은 그냥 그랬다. 
 
 
내일은 가게를 열려고 한다. 내일을 기다려도 될까. 아무리 애써보아도 눈물이 나지 않는다.





엊그제는 꽃집에 들러 꽃을 샀다. 작고 하얀 꽃에 (이름은 모른다) 흐리게 파란 그라데이션이 있는 카네이션을 섞어 샀다. 집에 꽂아놨는데 애도의 기분은 들지 않는다. 마비가 된 것 같다. 아니면 죽은 것 같다. 어느 한 부분이. 마음이 어떤가 들여다보면 전원이 꺼진 까만 스크린 같다. 아무것도 송출하지 않는다.
 
 
시간은 모든 것을 태어나게 하지만, 언젠간 풀려버릴 태엽이지. 시간을 모든 것을 사라지게 하지만, 찬란한 한 순간에 별빛이지.
 
 
다 아는 얘기를 노래로 들으면서 위로를 뒤져보는데, 아무것도 못 찾는다. 노래가 끝난다. 너의 사진에 무표정해졌어. 슬프지 않은 내 모습이 보여. 이 노랫말만 나를 건들 수 있다. 
 
 
오열하고 고통스러워하면서 추락하는 건 상상해 봤어도, 무감각해지는 건 생각해 본 적도 없는데. 그러고 보니 무감각해야 그 공포스러운 추락선 앞에 거침없이 설 수 있겠구나. 이해가 되었다. 그치만 지금 내 모습은 아무래도 이상하고, 이해가 안 간다. 내일 병원에 가는데, 이 마비증상에 대해 얘기를 해봐야겠다.   
  
 
 다들 내게 밥 잘 먹고, 잘 자고, 혼자 있기 싫으면 연락하라고 하는데. 입맛이 없지만, 배고프면 밥도 먹고, 두 시간에 한 번씩 깨서 헤매지만 잠도 자고, 누군가랑 같이 있으면 그것도 버티기 힘들어서 혼자 잘 있다. 괜찮은지 안 괜찮은지 모르겠다. 일단 내일은 가게를 열려고 한다. 그치만 내일이 기대가 되지는 않는다. 그냥 시간이 흐를 뿐이다. 무디게.
 
 
 
 

+ 오늘의 노래

 

조규찬, 잠이 늘었어

 
 
https://youtu.be/8fmH5x2E3ck?si=lhfa5QSHLhp1K_7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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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처음 들은 음악은 yo la tengo의 신보앨범이었다. 신보 앨범엔 fallout이란 제목을 가진 곡이 있다.

 

 

 

 


명복을 빌어주거나 부의를 보내준 이들에게 감사인사를 하러 나섰다. 라하에 들러 ㅇㅇ님과 같이 울었다. ㅇㅇ님 외할머니도 우리 할머니와 같은 날에 돌아가셨다고 했다. 날씨가 참 좋았죠. 좋은 날 보단 슬픈 날에 꼭 참석해야 한다는 말이 뭔지 알 것 같아요. 그런 말들을 나눴다. 슬픈 눈이었다.

 


ㄹㄱㅉ와 ㅇㅁㄹㅇ에게 감사인사를 하는 겸, 혹시몰라의 책을 사러 가게에서 짐짐 한 병을 챙겨 ㄷㄷㄹㄷ에 갔다. ㄹㄱㅉ가 북토크 때문에 자리를 비웠다고 하다가 망설이더니 잠시 오는 게 가능할 거 같다고 익숙한 얼굴의 책방지기께서 얘기했다. 그러다 어딜 몇 번 왔다 갔다 했다. 나를 위해서 그러는 것 같았다. 잠시 후 내게 와서 ㄹㄱㅉ가 저녁 7시 이후에 시간이 되어 내게 방문하겠다 했단 말을 전했다. 슬픈 눈을 하고서.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내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상중을 알리는) 글을 봤구나. 나도 이렇게나 슬픈 눈일까. 내 눈을 볼 수 없으니 알 수 없다.

 


봉골레 파스타가 먹고 싶어져 집에 가다가 발길을 돌려 지도를 보고서 롤링파스타를 찾아갔다. 가보니 브레이크 타임이었다. 인근에 있는 삐아또에 들러 지금 봉골레 파스타를 먹고 있다. 좀 맵지만, 맛이 있다.

 

 

 

 


이거 먹기 전에 나온 식전 빵을 딸기잼에 찍어 먹었다. 그것도 맛있었다. 음료는 필요 없으시냐는 말에 즉흥적으로 주문한 복숭아 아이스티는 맛이 없다. 3500원이라 다행이다.

 


어제 집에 갔을 땐 ㅇㅂ이 맞아줬다. 갈 땐 나를 꼭 안아줬다. 오늘 오후엔 ㅇㅁㄱ, ㄴㅈ, ㅇㅇㄹ, ㄱㅇㅇ한테 전화가 와서 통화를 했다. 다들 괜찮냐고 물어봤다. 생각보다 괜찮다고 대답했다. 정말 괜찮을까? 알 길이 없다. ㄴㅈ는 전화 너머에서 엉엉 울었다. 나도 같이 울었다. 내게 전화했을 때 친구들이 슬픈 눈을 하고 있었을까. 보지 않는 이상 알 길이 없다. 많은 위로를 받고 있다. 원랜 일기장을 꺼내서 이러한 얘기를 쓰고 싶었는데, 가방에 일기장이 없었다. 그치만 어딘가에는 꼭 적고 싶어서 지금 봉골레 파스타를 먹으면서 블로그에 적고 있다. 멀리에서 나를 찾아와서 해준 많은 위로가 놀랍다고 ㅇㅁㄱ에게 그랬더니 니가 그렇게 살았다는 거야. 그랬다. 정말 그럴까? 알 길이 없다.

 


오늘 상담에서 할머니께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다. 있다고 했더니 할머니께 편지를 쓴 후 다음 시간에 가져오라고 했다. 무슨 말을 쓰게 될까. 쓰기 전엔 알 길이 없다.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돌아가셨다는 말이 새로 들린다. 할머니는 어디서 오셨길래 어디로 돌아가신 걸까. 알 길 없는 생각이 가득하다. 생각을 해봤자 알 수 없다. 모른 체로 살아보는 수밖에 없다. 열심히 살아서 열심히 알 길 없는 죽음으로 가보는 수밖에 없다.

 

 

 

 


yo la tengo 앨범은 아까 들은 신보보단, 2020년에 나온 sleepless night이 오늘과 어울린다. 봉골레 파스타를 다 먹고 나니 배가 부르다. 이젠 이만 집에 가고 싶다. 이것들은 분명히 알 수 있다. 앨범을 한 번 더 반복해 들으면서 집에 가자.



 

 

+ 오늘의 노래


Yo la tengo, Smile a Little Smile for Me

https://youtu.be/G60AKQ3oy7c?si=-6NADvUFCx7CJ9s1

 

and

 

 

 

 

 

할 수 없죠 어차피 시작해 버린 것을

 

쏟아지는 햇살 속에
입이 바싹 말라와도
할 수 없죠.
창피하게 멈춰 설 순 없으니.

 

 

 

 

달리고 들어왔다. 집 근처에 천변이 펼쳐져 있다던가, 해변가라던가 그랬으면 좋겠다. 도로 위를 뛴다는 게 아쉬웠다. 그런데 막상 뛰니 빛이 드는 골목길이 제법 예쁘고, 무성하게 자란 대나무밭도 구경할 수 있었다. 공터를 보고, 무너져가는 빈집도 보고, 건물을 짓느라 옥상 위에 올라있는 사람도 봤다. 

 

 

삶에 찔려 아야 아야 하며 움찔움찔 움직였는데, 요즘엔 내가 삶을 굴린다. 여기로. 저기로. 내가 이끄는 곳으로 굴러간다. 오늘은 달리기로 굴렸다. 앞으로 달려 나갔다. 종아리 가운데가 아파와서 계속 뛰지는 못했다. 러닝머신에서 뛸 때와는 또 다른 감각이다. 처음 시작하면 탈이 나는군. '적응'

 

 

 

일정한 조건이나 환경 따위에 맞추어 응하거나 알맞게 됨. 생물이 주위 환경에 적합하도록 형태적, 생리학적으로 변화함. 또는 그런 과정. 주위 환경과 생활이 조화를 이룸. 또는 그런 상태. 환경을 변화시켜 적응하는 경우와 스스로를 변화시켜 적응하는 경우가 있다.

 

라고 직접 타자를 쳐가며 읽으니 감동이 밀려와 눈시울이 간지럽다. 뜻이 아름답다. 적응. 응 자가 들어가는 것도 좋다. 응하거나 알맞게 됨. 흐엉 좋다. 젠장. 

 

 

 

달리면서 느리게 말하는 시인이 나와 말하는 팟캐스트를 들었다. 비선형, 명징, 흐릿한 눈, 초안 같은 말들을 썼다. 그 느린 말을 들으면서 달리는 게 세상의 법칙을 위반하는 것 같아서 통쾌했다. 정적인 시인의 정제된 말과, 몸을 움직여 달려 나가는 일이 동시에 일어났다. 

 

 

 

 

11시 24분이다. 아침에 일어나 라하 ㅇㅇ님이 주신 중국 차 단콩 5g을 우려 마시면서 게임을 하기도 하고,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하고, 달리기를 했는데도 아직도 정오가 찾아오지 않았다. 이게 내가 일상을 굴리는 맛이군. 이 생활에 적응하고 싶다. 응

 

 

 

 

1km에 페이스 7이 되고파.

 

 

 

+ 오늘의 노래

윤상, 달리기

 

 

단 한가지 약속은
틀림없이 끝이 있다는 것.
끝난 뒤에 지겨울 만큼
오랫동안 쉴 수 있다는 것.

 

 

https://youtu.be/EGQYx_eiNsw?si=9uagP0TIqCv-s8vu

 

 

 

 

 

 

 

 

and

 

 

생각보다 잘 된다.라고 자주 말한다고. 심리상담쌤이 그랬다. 엥??? 그런가? 그랬지만 상담 내내 "생각보다 잘 되더라고요."를 연발하고 있는 나..... 이럴 수가..... 과연.... 뭔 '생각'을 했길래????? 그것보다 잘 된다고 그러냐. 자꾸.....

 

상담에서 알아낸 나는 "p면서 j처럼 하려고 한다 /  경험을 통해 몸을 부딪혀 배워가는 타입인데 / 기대가 크다 / 근데 자신을 과소평가한다" 이 간극들 때문에 두달 전에 찍은 영상파일을 못 열어본 거여...... 쌤이 생각하지 말고 행동으로 옮기라고 했다. 그래서 상담 마치고 집에 가서 (사실 갑자기 물티슈를 꺼내서 바닥 먼지를 훔쳐가며 현실을 열심히 회피하다가 다시 정신 차리고) 암 생각 안 하고 파일을 열었다. 열고 나니까 이게 뭐라고 그렇게 힘들었나 싶고, 말끔한 기분이 들었다. 오늘 뭔가를 해냈다!

 

상담은 이걸 반복한다.

나 : 두 달째 영상 파일을 못 열겠어요

쌤 : 어떤 기분이 드나요?

나 : 막막하구요....

쌤 : 또 어떤 기분이 드나요?

나 : (또....? 또 있을까?) 음.... 겁이 나요.(찾으면 찾아짐)

쌤 : 왜 막막한 기분이 들까요? / 왜 겁이 날까요?

나 : 파일 양이 방대해서 엄두가 안 나요. / 잘할 수 있을까 싶어서요

쌤 : 두가지 문제가 있군요.(막막/겁) 우선 양이 방대해서 엄두가 안 나는 걸 어케 하면 좋을까요?

나 : 블라블라 (긴 말)

얘기하면서 엄두가 안나는 걸 어케 접근하면 되는지 방법이 찾아짐.

쌤 :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건 잘하고 싶어서네요. 어떻게 잘 하고 싶어요?

나 : 블라블라 (하면서 어릴 때 얘기도 꺼내고 말이 길어짐)

그러다가 역시 얘기 중에 방법이 찾아짐. 이런 식이다. 그러니까 여러분도 막히는 부분이 생기면 이 방법을 써봐~~! 이왕 하는 거 적으면서 하면 좋대.(이게 바로 팩트체크) 

 

상담 결과, 두둥 나의 해결책은

"하면 생각보다 잘한다" (자꾸 생각보다 잘 되네 하는 거 보면) 

"그러니까 생각하지 말고 행동할 것"

"몸을 부딪히면서 배울 것"

"밖에 나와서 작업할 것(집은 장애물이 많음)"

"먼 곳을 보지 말고 발밑을 볼 것(작업량 전체를 보고 시작하면 질려서 시작 못함)"

"한 걸음부터(당장 할 거 하나만 보기)"

 

뻔한 말인데, 체내에 쏙쏙 흡수된다. 말이 몸으로 들어온다. 한톨이라도 주워 먹으려고 노트를 펼쳐 바쁘게 적게 된다.

 

상담하고 나오면 몸과 마음이 말끔해지는 기분이다. 목욕 다녀온 것처럼. 머리가 맑고, 몸이 가볍다.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거 같다. 구체적인 희망이 차오른다. 나도 할 수 있을 거 같다. 친구들과도 일주일에 한 시간씩 좋은 얘기를 나누고 싶다. 좋은 대화가 주는 힘을 믿고서. 한 시간에 10만원에서 나온 힘일 수도 있지만....

 

 

 

+ 오늘의 노래

 

Dameer দামীর, Believe

 

 

https://youtu.be/Un5NU2eYKms?si=P_8OAxV2iBO4afsG

 

 

 

 

 

 

 

 

 

and

 
 
 
 
핸드폰 배터리가 다 돼서 이제야 할 게 없나 본다. 없다. 그래서 편 일기장.
 

밖에 있던 화분을 안으로 다 들여놨다. 0도 밑으로 내려가는 날이 왔다는 거고, 겨울이 당도해 있다. 
 


머리를 볶았다. 머리를 볶았다는 말이 웃기네. 머리 볶고 귀여움을 받고 있다.
 

파이오니아 앰프를 6년 전에 20만원에 샀는데, 고장 나서 20만 원에 고쳤다는 계산법에도 안 맞는 일이 일어났다.... 그 앰프를 집에 연결해 뒀는데 며칠 전에 그 앰프로 우리 집에 온 친구들이 좋아하는 노래를 틀었다. 크게 볼륨을 높이고 같이 들었다. 브라질 노래도 있고, 일본 노래도 있고 보노 아들 노래도 있고 그랬다. 그러고 나면 계속 비슷한 노래들을 찾아 듣게 된다. 지금은 브라질 노래를 듣고 있다. 72년도 노래고 novos baianos의 preta pretinha 라는 노래다. 들으면 내 몸이 햇빛에 잘 마른빨래가 된다.
 

 오늘 심리상담에 다녀왔다. 메뉴판을 완성했다는 말씀을 드렸더니, 박수를 치며 좋아하셨다. 잘 했다고, 너무 좋다고 하셨다. 이게 내가 어린 시절에 부모에게 받았어야 했던 긍정경험이구나. 그걸 선생님이 해주신다. 내 일에 누군가 박수를 치며 좋아하는 모습이 감동이고, 기쁘다. 선생님은 내게 긍정경험이 부정경험보다 먼저 떠오르면 좋겠다고 하셨다.



선생님의 말씀에 힘입어 시작을 목도하면 온몸으로 두려움을 느끼던 성아 아이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하고 싶다는 긍정이 생겼답니다. 하는 예쁜 동화를 만들고 싶다. 선생님이 응원하면 힘이 생긴다. 1시간에 10만 원도 넘는 힘이.
 
여튼 메뉴판을 만들었다. 만들면서 내가 더 좋아졌다.
 
손님이 다 나가셨다. 끗
 
 



+ 오늘의 노래
Novos Baianos, Preta Pretinha
나 나나나나 나 나나나나~~~~
 
 
https://youtu.be/0FVPQzKw9bk?si=PmZ-gMFr5ARkeD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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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기를 읽어보니 참 재밌다. ('참'이라는 말을 오랜만에 써본다?) 일기를 왜 쓰나 싶다가도 이 맛있는 추억팔이 맛에 하는 거구만.

 

 

좋은 얘기를 써볼까. 나중에 다시 읽을 나를 위해. 좀 전에 손님이 가슴에 손을 얹고 올해 가장 맛있게 먹은 게 두 개 있는데, 하나는 (우리 가게) 하이볼이고, 하나는 (우리 가게) 김말국이라고 그랬다. 그 말을 하고는 눈을 질끔 감으셨다. 내가 연극배우라면 진심을 말하는 대목에서 지금 이분의 표정을 짓겠다 싶은 표정으로 말씀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나도 진심으로 말했다. 그러고 잠시 후에 그분의 옆테이블 손님들이 가셔서 테이블을 치우러 가보니 주문하신 김말국을 거의 남기셨더라고. 평소 같으면 주눅 들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분의 진심이 주눅 들려는 나를 일으켰기 때문에. 진심은 사람을 일으키는구나. 그래서 좋은 거구나. 해해.

 

일기를 진탕 써보려고 했는데, 손님이 다 가셨다. 이럴 땐 지체하지 말고 문을 닫고 나서야 한다. 누구보다도 빠르게. 번개처럼 쉭쉭. 하루종일 기다린 건 퇴근하는 나이기 때문에 그런 나를 만나러. 쉭쉭. 종일 별 거 안하지만, 문을 열어야 한다는 중압감이 종일 있다. 그 중압감을 내려놓는 순간이 바로 지금! 쉭쉭. 나는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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