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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처음 들은 음악은 yo la tengo의 신보앨범이었다. 신보 앨범엔 fallout이란 제목을 가진 곡이 있다.

 

 

 

 


명복을 빌어주거나 부의를 보내준 이들에게 감사인사를 하러 나섰다. 라하에 들러 ㅇㅇ님과 같이 울었다. ㅇㅇ님 외할머니도 우리 할머니와 같은 날에 돌아가셨다고 했다. 날씨가 참 좋았죠. 좋은 날 보단 슬픈 날에 꼭 참석해야 한다는 말이 뭔지 알 것 같아요. 그런 말들을 나눴다. 슬픈 눈이었다.

 


ㄹㄱㅉ와 ㅇㅁㄹㅇ에게 감사인사를 하는 겸, 혹시몰라의 책을 사러 가게에서 짐짐 한 병을 챙겨 ㄷㄷㄹㄷ에 갔다. ㄹㄱㅉ가 북토크 때문에 자리를 비웠다고 하다가 망설이더니 잠시 오는 게 가능할 거 같다고 익숙한 얼굴의 책방지기께서 얘기했다. 그러다 어딜 몇 번 왔다 갔다 했다. 나를 위해서 그러는 것 같았다. 잠시 후 내게 와서 ㄹㄱㅉ가 저녁 7시 이후에 시간이 되어 내게 방문하겠다 했단 말을 전했다. 슬픈 눈을 하고서.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내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상중을 알리는) 글을 봤구나. 나도 이렇게나 슬픈 눈일까. 내 눈을 볼 수 없으니 알 수 없다.

 


봉골레 파스타가 먹고 싶어져 집에 가다가 발길을 돌려 지도를 보고서 롤링파스타를 찾아갔다. 가보니 브레이크 타임이었다. 인근에 있는 삐아또에 들러 지금 봉골레 파스타를 먹고 있다. 좀 맵지만, 맛이 있다.

 

 

 

 


이거 먹기 전에 나온 식전 빵을 딸기잼에 찍어 먹었다. 그것도 맛있었다. 음료는 필요 없으시냐는 말에 즉흥적으로 주문한 복숭아 아이스티는 맛이 없다. 3500원이라 다행이다.

 


어제 집에 갔을 땐 ㅇㅂ이 맞아줬다. 갈 땐 나를 꼭 안아줬다. 오늘 오후엔 ㅇㅁㄱ, ㄴㅈ, ㅇㅇㄹ, ㄱㅇㅇ한테 전화가 와서 통화를 했다. 다들 괜찮냐고 물어봤다. 생각보다 괜찮다고 대답했다. 정말 괜찮을까? 알 길이 없다. ㄴㅈ는 전화 너머에서 엉엉 울었다. 나도 같이 울었다. 내게 전화했을 때 친구들이 슬픈 눈을 하고 있었을까. 보지 않는 이상 알 길이 없다. 많은 위로를 받고 있다. 원랜 일기장을 꺼내서 이러한 얘기를 쓰고 싶었는데, 가방에 일기장이 없었다. 그치만 어딘가에는 꼭 적고 싶어서 지금 봉골레 파스타를 먹으면서 블로그에 적고 있다. 멀리에서 나를 찾아와서 해준 많은 위로가 놀랍다고 ㅇㅁㄱ에게 그랬더니 니가 그렇게 살았다는 거야. 그랬다. 정말 그럴까? 알 길이 없다.

 


오늘 상담에서 할머니께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다. 있다고 했더니 할머니께 편지를 쓴 후 다음 시간에 가져오라고 했다. 무슨 말을 쓰게 될까. 쓰기 전엔 알 길이 없다.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돌아가셨다는 말이 새로 들린다. 할머니는 어디서 오셨길래 어디로 돌아가신 걸까. 알 길 없는 생각이 가득하다. 생각을 해봤자 알 수 없다. 모른 체로 살아보는 수밖에 없다. 열심히 살아서 열심히 알 길 없는 죽음으로 가보는 수밖에 없다.

 

 

 

 


yo la tengo 앨범은 아까 들은 신보보단, 2020년에 나온 sleepless night이 오늘과 어울린다. 봉골레 파스타를 다 먹고 나니 배가 부르다. 이젠 이만 집에 가고 싶다. 이것들은 분명히 알 수 있다. 앨범을 한 번 더 반복해 들으면서 집에 가자.



 

 

+ 오늘의 노래


Yo la tengo, Smile a Little Smile for Me

https://youtu.be/G60AKQ3oy7c?si=-6NADvUFCx7CJ9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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