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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은어야, 안녕



나... 고백할 게 있어... 아직 널 다 읽지 않았어. 그치만 그건 내가 그런 것이 아니야. 나도 처음엔 한 번에 쭉 읽을 셈으로 너를 집어 들었지. 그게 아주 좋아한다고 표현하는 사랑 같았거든. 그렇게 내 사랑을 보여주리라. 빠져들어서 끝날 때까지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으리라. 깊게 빠져 들리라. 그런 결의가 내게도 있었단 말이야. 그런데 첫 글, <이국정취> 있잖아. 첫 줄 '처음 맡는 냄새 앞에서는 처음 사는 기분이 든다'를, 중간쯤 '모르는 외국에서 지내는 게 좋기도 좋았지만, 돈 벌 생각 없이 아침에 눈 뜨면 오늘 뭐 하지 밤에 눈 감기 전에 내일은 거기 가볼까 하는 게 좋았다'를 읽는데 네가 다음 장으로 넘어가지 못하게 나를 붙드는 거야. 저자는 빨리 읽길 바라겠지만(읽고 어서 후기를 써주길 바라겠지만) 너는 그래 주지 않았어. 그럴 셈이었다면 아마도 이국정취가 책의 처음에 나오지를 않았겠지. 너는 다시 처음 사는 기분이 들게 하잖아. 냄새를 다시 맡게 하고, 내일은 너를 데리고 거기 가볼까 하게. 내게 그런 사랑이 시작된 거야. 생각해보지 못한,,, 한 번에 다 하는 사랑 아니고 천천히 여기저기를 함께 다니며 하는 사랑. 그래서 나는 그러기로 했어. 네 냄새를 따라서 서울에 갑자기 가고, 많이 걸어 본 연희동을 다시 걷고, 홍제천이 집 앞에 있었지만 앉아 본 적 없던 오두막 정자에 처음 들어가 앉아 따뜻한 생강차가 된 기분을 맡아보고, 놀이터에 가서 어릴 때 맡았던 아쉬운 흙냄새를 다시 맡았어.


처음 너를 데리고 나간 정취는 자주 가볼까 했지만 몇 번 가지 않았던 집 앞 까페인데 그날은 왜 갔을까? 가서 너를 조금 읽다가 책장을 덮은 거야. 다음엔 기차에서 계곡에서 침대로 비추는 아침 햇빛 속에서 읽었어. 계곡에선 <계곡에 갔어>를 읽었어. 계곡은 첨벙첨벙이 아니라 찰박찰박. 손으로 물을 떠서 팔에 끼얹고, 심장과 먼 곳부터 천천히 적셔야 한다는 걸 알면서 친구한테는 물 튀겨도 보고 끼얹어도 보고 아예 손목 잡고 힘줘서 끌어내리기도 하다가 올라갈 때는 손을 잡는다. 를 읽고 계곡 수영을 하러 물속에 들어갔어. 물속으로 햇빛이 들어와 밝은 선을 만들어 일렁이더라. 그 사이를 헤엄치는 은어들을 봤어. 여기도 은어가 잔뜩 있다. 하고 생각했어. 분명 다른 거 아는데 이름이 같으면 난 너를 떠올려.


나 책을 이렇게 읽는 것은 처음이야. 이런 게 사랑의 은어야? 맞아 사랑의 은어야?











+ 오늘의 노래


이상은, 사랑할 거야


우리 이제는 좋아하게 될거야
지나버린 시간들이
다시 되돌아오면

우리 이제는 사랑하게 될거야
달콤했던 추억들이
영원히 아름답도록

소중했던 그 날들은 지나도
아름다운 사랑을 할거야





https://youtu.be/BFH6Nz2ITl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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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갑자기 자기가 계약한 서브 아파트를 쓰라고 했다. 세상에 서브 아파트가 뭐냐고 물어보니까, 네 사람을 모아서 한 사람당 한 달에 15만 원씩 내고, 돌아가면서 1주씩 그 집을 쓰는 거랬다. 이번 주에 자기들이 쓰는 주라서 쓰라고 그랬다. 얘는 어렸을 때도 갑자기 낯설게 하고 그랬다. ㅁ를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을 앞두고 학교 도서관에서 처음 만났다. 도서관에 오는 애들이 없어서 하복을 입은 우리 둘만 있었다. 도서관엔 나는 놀러 왔고, ㅁ는 공부하러 왔다. 자를 들고 자기 허벅지를 때려가면서 공부를 했다. 공부에 있어 비장함이라고는 없던 나는 그 모습에 진짜 놀랬다. 그 광경의 강렬함에 공부할 때 나도 내 허벅지를 꼬집고 그래 봤지만, ㅁ의 비장함 같은 건 따라 품을 수는 없었다. 어디서 온 건지 모르니까. 그러다가 중3 때 전교 회장 선거가 열렸고, 국사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회장 선거 나가볼 사람 지원해라 그래서 나가볼까? 하고 지원했는데, 알고 보니 ㅁ도 지원했던 것. 내가 회장이 되고, ㅁ는 부회장이 됐다. 당선 발표가 난 직후 ㅁ가 교무실에 가서 회장이 아니면 의미가 없으니 사퇴하겠다고 했단 얘기를 어디서 전해 들었다. 울었다는 얘기도 들었다. 눈치가 보였다, 나는 부회장 해도 되는데... 그치만 그 말을 하면 ㅁ가 더 자존심이 상할 거라서 모르는 척을 했는데. ㅁ는 그만두지 않고 다행히 부회장을 해주었다. 그리고 훗날 내게 그때 사퇴하려고 했던 거 아냐고 물어봤다. 안다고 대답하니까 내게 미안하다고 했다. 나를 무시하려던 건 아니었다고. 그 모습에 또 놀랬다. ㅁ랑 교무실에 자주 갔는데 쌤이 “ㅅㅇ야 너도 ㅁ처럼 해놀 거 다 해놓고 놀아라. 너는 놀기만 하잖아, 쟤는 할 거 다 하고 너랑 노는 거다.” 그랬다. 쌤... 나도 그러고 싶은데 못 하는 건데요. ㅁ는 고등학교 올라가서 단전호흡에 다니고, 내게 만화 그려서 보여주고, 자기 집에 놀러 오라고 그래서 놀러 가고 그랬는데 갑자기 어느 날 전학 갔다. 그걸 이틀 전인가 교실에서 선생님이 말해서 알았다. 나도 울고 ㅁ도 울었다. 나는 ㅁ에게 ‘편지할게.’ 그랬는데 한 번도 안 했다.

그러다가 대학생 되고 자기 교대 갔다고, 여름방학에 기숙사 빼기 전에 놀러 오라고 그래서 자전거 8시간인가 타고 놀러 갔다. 그 날은 월드컵 개막식 날이었다. 엄청 거대한 행사가 국가에서 시작하고 있었고, 자취방에서 그 광경을 브라운관 티비로 보던 나는 가슴이 뻐렁쳐서 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이 일었다. 그래서 동네 자전거포에 가서 중고 기어 자전거를 5만 원에 사서 ㅁ에게 지금 갈게 전화하고 청주로 달렸다. 무섭고 힘들어서 죽는 줄 알았다. 폴더폰 네이트에 접속해야 볼 수 있는 지도를 보면서 겨우겨우 갔다. ㅁ에게 도착하니까 내게 삼겹살을 사줬다. 그걸 먹고 ㅁ 기숙사 이곳저곳에서 얘기 나누고, 잤다. 그렇게 며칠 동안 거기에 묵었다. 사실 얘기보다는 잠을 더 많이 잤다. 정말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잠은 ㅁ가 만들었다는 음악 감상 동아리방 쇼파에 누워서 음악 틀어놓고 푹 자는 맛이 젤 좋았다. 어느 날 밤에는 기숙사 옥상에 있는 세탁실에 갔다. 세탁물을 돌려놓고 옥상 ㅅ<-삼각 지붕에 올라가 같이 누워서 얘길 나눴다. ㅁ가 누우면 기분 좋다고 해서 좀 무섭지만 누워봤는데 좋았다. 살면서 지붕에 누워 볼 일은 없을 텐데, 별이 많이 보이네, 같은 생각을 하면서 말없이 있기도 했다. 다 놀고 집에 갈 땐 자전거는 버리고 갔다.

그 밖에 여러 가지로 (지인 중 채식을 최초로 했다던가, 그래서 다니던 대학원 학생식당에 시위해서 채식메뉴를 만들게 했다던가, 예상 너머로 빨리 결혼을 하고, 경매를 겁나 공부해서 집을 저렴하게 사고, 자기가 가르치는 학생을 데리고 털게 이동 연구를 해서 그 자료로 대전에서 열리는 과학 박람회에 오던 날 나를 초대한다던가 하는 내가 모르는 세계로 자꾸 가있어서) 나를 놀라게 하던 ㅁ가 이번엔 서브 아파트로 연락을 한 것이다. 원래라면 부담스러워서 안 갔을 텐데, 여행도 가고 싶고 흔쾌히 베푸는 호의가 고마워서 갔다.

숙소는 횡계에 있었다. ㅁㅌ가 운전을 하고, 나는 옆에 앉아 음악을 틀었다. 강원도는 도로 주변으로 산이 첩첩이 있어서 대전과 완전 다른 곳을 달리고 있다는 감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해가 뜨기 전에 출발했는데, 숙소에 가까워질 때쯤엔 해가 뜨고 있었다. 어스름한 풍경을 달리며 듣는 노래는 진짜 끝내주네. 감탄이 나왔다. 음악이고 커피고 접하는 시간과 장소가 언제냐가 맛을 좌우한다. 고불고불한 도로를 타고 달리는 중에 음악을 듣다가 이따금 눈물이 났다. 패닉 기다리다와, 미안해가 유독 그랬다. 따라 부르다가 눈물이 나서 목이 메었다. 널 기다리다 혼자 생각했어. 떠나간 넌 지금 너무 아파 다시 내게로 돌아올 길 위에 울고 있다고. 이 노래가 이렇게 슬펐나??? 낯설었다. 해가 지는 바다에 앉아서 언젠가는을 부르는데 ㅁㅌ가 젊음이 너무 지나가버린 기분이 든다고 그랬을 때에도 눈물이 났다. 젊은 날에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 하지만 이제 뒤돌아보니 우린 젊고 서로 사랑을 했구나. 눈물 젖은 음악은 추억에 남는다. 이렇게.

떠날 시간이 와서 ㅁ가 카톡으로 알려준 대로 방을 정리했다. 안 시킨 청소기 먼지통도 비우고, 전자레인지 문, 냉장고 문, 싱크대 서랍들 손 닿는 부분에 맺힌 손때도 닦았다. 얻어 쓴 침구는 베란다 햇빛 속으로 들고 가 털고서 챙겨간 바디 향수를 몇 번 뿌린 후 잘 접어 원래 있던 옷장에 넣었다. ㅁ한테 잘 있다가 간다고 전화했는데, 다음에 또 놀러 오라고 그랬다. 얘는 왜 이럴까. ㅁ를 가까이에서 보며 지내는 건 아니라 자세한 건 볼 수 없지만, 멀리서 얘가 긋는 삶의 궤도를 보고 있자면, 삶이 이런 길로도 갈 수 있는 거구나, 하면서 그제야 지나간 궤적을 짐작해보게 되는 것이다. 자꾸만. 그런 얘기를 떠나기 직전에 부엌 식탁에 앉아서 편지에 적었다. 다 쓴 편지는 이불을 접어둔 옷장 안에 넣어놨다.


 

 





+ 오늘의 노래


패닉, 기다리다

https://youtu.be/rjeDvcHOr9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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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 대보름이 뜨는 밤에는 바닷가를 걷고 싶어 진다. 자꾸 움직이는 바닷물 끝자락을 따라 걷고 싶다. 하늘에 떠있는 과하게 크고 밝은 달을 보다 바다 위에서 물결치는 달을 보다 하면서 걷고 싶다.

 

정월 대보름 하면 기억에 남는 달 이야기가 있다. 과거 강릉에 처음 놀러 갔던 날, 여행도 할 줄 모르던 때라 종착지를 정해두지 않고 그냥 걸어 다녔는데, 몇 시간을 걷다가 해 질 때쯤 해서 어느 마을 입구에 멈췄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분위기였다. 마을 입구에는 정월 대보름 맞이 쥐불놀이 행사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고, 저 멀리 논에 사람들이 꽤 모여서 하얀색 간이 테이블 위에 비닐 깔고 놓인 음식들을 먹고 있었다. 그 옆에는 상당히 크고 높은 짚더미가(한 3m 높이?) 고깔 모양으로 쌓여 있었는데 그만한 규모를 살면서 본 적이 없어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걸 이따가 태운다고?? 싶고, 태우면 어떤 광경이 되는지 상상이 되면서도 안 됐다. 짚으로 만든 노끈이 트리 전구 장식처럼 짚더미를 감고 있었다. (조선식 트리 같은 뉘앙스...) 노끈엔 소원을 적은 종이를 끼웠다. 사람들은 천 원짜리를 끼워두기도 했다. 더 큰 효능을 바라고 끼운 듯하다. 사람 마음은 참 신기하다. 영험함이 돈과 이어져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신자유주의의 영향일까, 유전자에 배인 토속신앙일까. 나도 가서 시간이 지나면 뭐라고 썼나 기억에 남지 않는 소원을 적어 끼우고 음식이 놓인 테이블을 기웃거렸다. 낌새를 눈치챈 마을 주민께서 저리 가면 음식이 차려져 있으니 먹고, 이따가 짚 태우는 걸 보고 가라고 했다. 눈치 좋은 오지랖 사람 최고. 알려주신 곳으로 가서 이렇게 공으로 먹어도 되나 약간 눈치를 보며 음식을 먹고 나서 사람들이 하는 쥐불놀이를 먼발치에서 구경하면서(내향인 습성) 불 피우는 시간이 오길 바라며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그때 양푼 주전자를 든 아저씨가 우리에게 다가와서 막걸리 한 사발 하라고 했다, 강릉 막걸리 안 마시고 가면 강릉 온 거 헛것이라고 하면서. 원래도 처음 가는 동네에 가면 그 동네에서 만드는 막걸리를 마시는 걸 좋아해서(모든 지역엔 그 지역 이름이 붙은 막걸리가 존재한다. 그중 제조일과 유통기한 간극이 한 달 이내인 것을 마셔야 한다. 그게 생막걸리이기 때문에....) 마시고 싶다고 대답했다. 아저씨는 종이컵에 막걸리를 따라주면서 기가 막히게 맛있는 안주를 띄워 줄 테니 잠깐 따라오라고 했다. 아저씨는 조금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따라 올라갔다. 아저씨가 저 멀리를 가리키며 저기 저기가 바다라고 했다. 바다가 가로로 길고 두껍게 그어놓은 파란 선같이 보였다. 그리고 가까운 곳을 가리키며 여기는 경포대 호수라고 했다. 내가 바다인 줄 알았다고 하자 약간 무시하는 뉘앙스로 에 강릉에 왔으면 경포대는 알아야지 그랬다. 강릉 대보름에는 달이 다섯 군데 뜬다고 하셨다. 달 하나는 하늘에(같이 하늘을 봤다) 하나는 저기 바다 위에(역시 같이 봤다), 또 하나는 경포대에(같이 말했다) 또 하나는??? 이 막걸리 잔에ㅋㅋㅋㅋㅋ 그럼 또 하나는 어디냐, 바로 님의 눈동자에 뜨지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아저씨 갑자기요ㅋㅋㅋ 갑자기 닥친 달 낭만. 내 흥을 돋웠다ㅋㅋㅋㅋ 과연 정월 대보름의 밤이군 하게 되는 상황. 막걸리 잔에 달 띄우고 님 눈동자에 뜬 달을 보면서 마시는 게 최고의 안주라며 다섯 개 달을 다 본 다음에 쭉 마시라고 하셨다. 강릉 사람들은 정월 대보름에 경포대에서 그렇게 마신다며. 미쳤다ㅋㅋㅋㅋㅋ

 

소방차가 여러 대 도착해서 짚더미 근처에 주차되었다. 이제 하이라이트 행사를 시작하는 분위기였다. 꽹과리, 장구 같은 걸 치고 이장처럼 생기신 머리 희끗한 분이 뭘 읽기도 하다가 마을 사람들 몇 명이 짚더미 주변을 돌며 노끈에 끼워진 돈을 뺐다. 돈도 태우나?? 궁금했는데 그럴 리 없었군. 짚에 불을 붙였다. 짚더미 전부에 불이 붙자, 불 높이는 짚더미 1.5배 높이로 솟았다. 치솟다는 단어를 이럴 때 쓰는 거구만. 살면서 이렇게 거대한 불덩이를 본 적이 있던가? 절대 없지. 생각보다 무서웠고 좀 오바 아닌가 싶었던 소방차 꼭 필요했고, 바람이 세차게 불어 불이 흔들리면 더 무서워 그때마다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그러나 동시에 신비하고, 아름다웠다. 마음을 홀라당 뺏겨버렸다. 이 광경을 본다면 불을 신으로 모셨을 과거 인간의 심경을 현재의 인간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말 그대로 눈을 떼지 못하고 계속 바라봤다. 보면서 아까 적은 소원을 다시 한번 마음속으로 말해보기도 하고(그렇게 하면 더 영험해질 것 같은 기분), 평생 잊지 못하겠지? 내년 정월 대보름에 또 오고 싶다. 같은 생각을 하면서 봤다. 짚이 다 타기 전에 고속버스 막차 시간이 다 되어서 떠나야 했다. 아쉬웠다. 택시를 타러 도로가로 나가면서도 자꾸 뒤돌아 불덩이를 바라봤다.(그날 사진을 올리고 싶은데 사진이 싸이월드에 있다... 싸이월드가 사라진 현재 찾을 수 없다는 이야기)

 

이후 정월 대보름에 강릉에 다시 간 적은 없고 행사 이름도 모르기 때문에 여전히 그 행사를 하는지는 모르겠다, 그치만 우연한 경험치고 굉장했던 그 일로 정월 대보름을 좋아하게 됐다. 일 년 중에 제일 크게 뜨는 달을 기념하는 일은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 언젠가는 꼭 정월 대보름 밤에 달을 보면서 해변을 걷다가 해안가 어느 쯤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잔을 꺼내 들어 술을 담고 달을 띄워서 마시고 싶다. 일행에게 여기에 지금 달이 네 개 떠있는데 알고 있냐고 말하면서.

 

 

 

 

 

 

+ 오늘의 노래

달 관련 제일 좋아하는 노래.

 

 

오늘에야 비로소 사랑한단 말을 들었네

하지만 왜 더욱 허전한지 몰라

 

기다렸던 만큼의 기쁨을 느끼지 못했네

그리고 왜 더욱 허전한지 몰라

 

사랑한다고 말하지 마세요 단지 아픈 마음의 위로일 뿐

 

 

이상은, 달

www.youtube.com/watch?v=R0LbT739Z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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