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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개님 블로그에서 과습보다 무서운 건 물 말리는 거란 걸 읽은 후로 물 주는 주기를 좀 더 빠르게 해서 주고 있다. 식물이 성장하고 있지 않다면, 뭔가 힘들어하는 거라는 걸 읽고 미안해졌다. 겨울이라 안 크는 건 줄 알았지....... 식물 영양제를 샀다. 응애가 핀 삼각 아카시아 잎에 과산화수소를 뿌려가며 닦아주고, 너무 심한 줄기는 잘랐다. 창문을 여는 것뿐만 아니라 선풍기도 3시간씩 틀어주고 있다. 관심이 갑자기 너무 과해서 식물들이 놀래지 않을까 싶네. 내 사랑으로 받아줘....
 
 

 
 
예빈박사 플레이리스트를 틀어놓고 일기를 쓰고 있다. 예빈박사 플리가 짱이다. 근데 왜 음악 듣는 걸 심드렁해하는지 모르겠다. 아니 음악뿐만이 아니네. 모든 것에 심드렁해졌다. 아까워 죽겠다. 뭔가를 꿰뚫어 보는 지혜롭고 빛나는 눈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 눈으로 보는 건 정작 삶의 따분함이다. 삶은 분명 가슴을 흔들어댈 여러 요소로 구성되어 있는데. 시선이 따분함에만 정착해 있는 게 마음 아프다. 예빈박사의 눈을 부시게 할 뭔가를 찾아내주고 싶다. 그치만, 내겐 이런 걸 찾아낼 혜안은 없고, 내게는 뭉근함 뿐... 뭉근한 온기, 뭉근한 관심, 뭉근한 반김뿐.... 
 
 
아마 삶에 더 이상 특별한 게 없다는 걸 알아챈 후 생겨난 실망이겠지. 그치만, 특별한 게 아니라, 소중한 것에서 눈부신 물질이 발생한다는 것도 빨리 알아챘으면 좋겠다. 그래서 예빈이 가지고 있는 특별함으로 세상에 특별해지지 말고, 소중해졌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우선 예빈 박사 스스로 자신의 특별함을 소중히 여겨야 할 텐데.... 갈 길이 멀구먼... 뭉근하게 계속 말해주는 수밖에....
 
 
라고 편지를 써버렸네???? 소중하니까..... 그렇지. 내 사랑으로 받아줘.... 식물들처럼.....
 
 
소중한 건 뭘까. 소중한 할머니가 떠나버렸는데, 소중하지 않았던 것처럼 별 감흥이 없다. 이건 내게 크나큰 충격이다. 내가 알던 '소중'에 관한 관념은 이런 게 아니다. 상담 쌤이 시간이 필요하다 했으니, 의심하는 것보단 나를 믿고서 조금 더 지켜보자. 꼭 방어기제를 걷어내고 용기 있게 슬퍼하고 고통받을 것이다. 
 
 



꼭...이라고 결심했던 달리기를 방금 해내고 왔다. 2차 숙제였고, 메트로놈을 176으로 맞춰 거기에 발맞춰 5분씩 네 번 뛰는 숙제였다. 총 20분을 뛰기 두려워 몇 주를 미뤘다. 그러다 아까 갑자기 짜증이 올라왔다. 씨발 해야 하는데라고 100번 생각하고 나니까 그냥 해버리고서 죄책감 같은 마음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뛰고 나니까 개운하다. 뛰면서 힘들긴 했는데(씨발 이 고생을 왜 하고 있나) 뛰고 나니까 기분이 좋아져 버렸다. 육체가 가벼워진 느낌. 군더더기가 증발한 기분. 무엇보다 죄책감 비슷한 그 마음에서 벗어난 게 존니 좋다. 무거운 마음이 사라지니 개운하고 가뿐하다. 해낸다는 건 가벼워지는 일이구나. 하지 않는다는 건 무거워지는 일이구나. 
 
 
 

 
 
물을 주지 않는 일은 뿌리를 마르게 하는 일. 뿌리가 한 번 마르면 회생하지 못한다고 했다. 물을 자주 주자. 대신 바람을 불어주고, 햇빛을 비춰주자. 할 일을 하자. 내게도 바람을 불어주고 햇빛을 비춰주자. 그게 과습을 피하면서 성장할 수 있는 길. 가벼워지는 길. 잠에서 깨고, 눈을 뜨자. 그리고 저쪽을 보자. 저쪽 어딘가를 바라봐야 눈이 부시기도 하는 것이다. 
 
 
 

+ 오늘의 노래

 

서울전자음악단, 꿈에 들어와

 
 
나는 널 위해 여기에 있어 나의 꿈에 들어와 
나는 널 바라보고 있어 나의 꿈에 들어와 
 
나의 손을 잡고 다 잊어버려봐 다시는 오지 않을 나쁜 날들을
나의 잠을 깨워 나의 꿈에 들어와
다시는 외로운 건 없는 꿈 속에
 
나의 얘기들을 들어봐
함께 있다고 느껴질 땐 날아갈 수 있어 날아갈 수 있어
 
 
 
https://youtu.be/N66MEXY5kfw?si=Ta5wqMqWp0bjCkA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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