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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태 사촌동생 성은이가 대전에 와있다. 예전에 코스트코에 가고 싶다고 했던 말이 기억나서 어젠 같이 코스트코에 갔다. 쇼핑하는 걸 좋아한다고 했으면서 수줍게 살짝씩 구경했다. 이거 저거 어떠냐고 물어보면 좋다고 했고, 몇 개는ㅋ 사주려고 장바구니에 담았다. 사주려고 담은 건데 쇼핑을 다 하고 나왔을 때 내게 굳이 굳이 10만 원을 카카오톡으로 보냄. 안 받을 거라고 얘기했는데도 그렇게 하는 게 너무 귀여웠다. 

 

우리 집에 와서 좀 쉬다가 같이 수도산을 걸었다. 같이 하는 걷기 게임을 켜고. 걸을 때마다 심어지는 꽃을 같이 액정으로 구경하면서. 성은이는 걸으면서 "요즘엔 실패하는 게 무서워서요. 자꾸 망설이기만 해요." 라는 말을 했다. 이 얼마나 맑은 고민인가. 그 아이의 마음이 투명하리만큼 얇은 꽃잎 같았다. 마음이 간지러웠다. 실패는 나한테 더 연습하라는 말 같아. 안 되네? 더 연습해야겠다. 하고 계속 연습해 보는 기타 같아.(성은이는 기타 레슨을 받고 있다) 근데 실패할까 봐 안 하면 아무 일도 생기지 않겠지? 아무 일도 안 생기면 마음은 편하지만, 새로 좋아하는 것도 안 생기고, 더 할 줄 아는 것도 안 생기고... 일단 해봐. 성은아. 그런  뻔한 말들을 해줬는데, 성은이는 내 말을 들으면서 감명받을 때 내는 감탄사를 냈다. 잠시 후엔 언닌 좋아하는 사람한테 먼저 다가가요? 어떻게 해요? 같은 것도 물어봤다. 귀여워..... 쓰러져.......

 

오늘 성은이한테 전화가 와서는, "언니, 다시 서울에 가야 하는데, 기분이 이상해요. 가면 현실로 돌아가야 할 기분이 들어서요. 자꾸 안 가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어제 언니한테 좋은 얘기를 들었는데두, 오늘 다시 이렇게 되네요."라고 말했다. 아 이 귀여운 아이를 어쩔고. 전화 와서 기분이 이상해요. 하는 말을 하는 이 아이는 전혀 모를.... 이 예쁜 마음을... 갑자기 사는 게 존나 소중해진다. 동시에 인간의 삶이 너무 짧게 느껴졌다. 시간이 흐르면 이 마음도 어느새 지나갈 텐데, 그런 생각을 하니 벌써 조금 슬퍼진다. 그러니 이렇게 적어서 기억을 잡아두는 수 밖에 없네...

 

 

 

 

+ 오늘의 노래 

 

장필순, 제비꽃

 

https://youtu.be/GYxb3vlYvag

 

 

제비꽃 들어면서 엉엉 울고, 출근하려 눈물을 닦고 일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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