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고픕니다.

블로그 이미지
암헝그리

Article Category

오늘 (302)
oh ↑ (66)
늘 → (236)
가방 (0)

Recent Post

Recent Comment

Calendar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 Total
  • Today
  • Yesterday
  1. 2021.03.29
    20210328 집에서 음악
  2. 2021.02.23
    20210222 이동

 

 

 

 

사진 출처 : https://totalaudio.net/entry/파이오니아-SX-980-대형-리시버-입니다-A급  [All about Antique Home Audio <종합전자>]

 

 

 

 

아끼던 파이오니아 앰프를 가게에서 쓰다가 고장 나서 한동안 못 썼다. 그러다가 최근에 대흥동 가까운 곳에 앰프 수리 장인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들고 가서 고쳤다. 고치시는 사장님, 의사 쌤 같은 면 너무 재밌음. ㅁㅌ가 들고 가서 이거 어디 어디가 고장 났다고 말하려는데, 자기가 보면 아니까 두고 가라고 그러셨대ㅋㅋㅋㅋ 그땐 허세인지, 찐 인지 구분이 안 돼서 물음표 달고 나왔다고.

 

찾으려 가는 날 비가 왔음. 가보니 다 고장인지 몰랐던 부분까지 고쳐주셨대. 라디오 음질이 더 좋을 수 있었는데, 옛날 주인이 가지고 있을 때 이걸 수리했던 것 같고 그때 라디오 부분을 좀 망가뜨려서 회복할 수 없다고. 그렇지만 지금도 듣기 나쁘진 않으니까 안테나 달아서 쓰라고 그러셨대.(라디오 상태 매롱인지 모르고 있었는데!!) ㅁㅌ가 안테나 달면 더 잘 들리냐고 했더니 그렇다면서, 근데 안테나 길다고 잘 잡히는 거 아니니까 딱 1m 길이로 달라고 그랬대ㅋㅋㅋㅋ

 

그리고 전원코드가 옛날 꺼라 접촉이 좀 안 좋아서 교체하면 어떠냐고 물으니, 원래 나온 그대로 써야 소리가 좋은 거라고. 만들 때 전원에서 들어오는 전력까지 다 어울리게 만드는 거라고 그러셨다고ㅋㅋㅋㅋ전력과 사운드의 연관성 얘기 들을 때마다 너무 재밌음ㅋㅋㅋㅋ 여하튼 그러하니 고장 나지 않는 한 그대로 쓰라고 그랬대. 치과 의사쌤이 치아 뿌리 살아있는 한 최대한 살려서 쓰는 게 좋다고 하는 거 같음. 비 오니까 물 안 들어가게 잘 싸서 주셨대. 이 에피 좋아해. 음악과 관련된 사람들의 특성 재밌음. 

 

이 앰프는 겉면이 나무색이고(나무색 시트지를 붙인 것 뿐이지만) 전원을 켜면 노란 불이 들어오는 게 맘에 든다. 아날로그 자동차 계기판에 속도 가리키는 초침같이 생긴 게 여기에도 두 개 달렸는데, 빨간색이고 작지만 좌우 볼륨 크키에 따라 움직이는 모습을 정말 좋아하고, 앰프 전원을 켠 즉시 스피커로 소리가 나오지 않는 점도 좋아한다.(아날로그라 출력에 약간 시간이 걸림)

 

여튼 앰프를 고쳐서 집으로 가져왔다. ㅁㅌ가 집에서 음악을 듣고 싶다면서. 가게에서 잔뜩 듣는데 굳이? 라는 생각이 들어서 나는 '네가 좋다면 해라' 라는 마음으로 지켜봤다. 몇 주 후 ㅁㅌ가 중고로 마란츠 스피커를 5만원 주고 사서 퇴근한 새벽에 안 자고 앰프와 스피커를 두꺼운 스피커 선으로 연결했다. 나는 그걸 보다가 잤다. 다음 날 일어나 보니 모양이 꽤 그럴싸하게 잡혀있었다. ㅁㅌ가 나 깬 거 보더니 dvd플레이어에 9와 숫자들 <수렴과 발산> cd를 넣고 틀었다. 첫 곡이 재생되면서 방에 음악이 퍼지는데, 너무 좋았다. 사운드 질감이 다르다?? 이런 기분 뭘까. 공기에 질감 좋은 소리 입자가 가득 찬 기분이었다. ㅁㅌ는 왜 집에서 음악이 듣고 싶었던 걸까. 아직 이유는 모르지만, 좋은 결정이었다. 

 

 

 

 

and

 

 


자기 경치 좋은 곳으로 이사 왔는데 안 놀러 오냐고 열 번 조른 친구 ㄷㅈ네 놀러 왔다. 이사 오면서 장만한 올드 오디오 장비를 내게 하루빨리 자랑하고 싶어서 그러는 건데, 이렇게나 꼴 보기 싫은 모습을 누가 나한테 대놓고 보여 주나ㅋㅋㅋㅋ싶어 하며 웃는 게 또 꿀잼이라 놀러 가기로 했다. 사실 나는 가게 문 여는 것도 있고 1박 2일만 놀러 가고 싶었는데, 놀러 오려면 3박 4일은 있다가 가야지 그래서 2박 3일 머무르기로 했다. 근데 그러하던 친구는 3일 전에 술 마시고서 스피커에 웅- 하는 노이즈 끼는 거 짜증 난다고 이거 저거 해보다가 앰프를 태워먹었다... 그래서 내 가게에 있는 올드 앰프를 가져오라고 그랬다. 정말 귀찮은 스타일이다... 귀찮다를 스무 번 중얼거리면서 앰프를 챙겨 왔다. 결론은 챙겨 오기 잘했고, 현재 잔뜩 먹고 잔뜩 움직이고 잔뜩 음악 듣고 잔뜩 술 마시고 있다. 친구네 거실에서 술을 진탕 마시다가 음악에 젖어(왜 음악에 젖는다는 표현 존재하게 된 건지 몰라도 최초 사용자분 표현력 개짱이다...) 우수 차오르다가 아 내가 아까 ㅋㄹㅎㅇㅅ에서 들은 질문인데 음악 내면 음반 낸다고 할 만큼 책 한 권처럼 음반이 하나의 온전한 완성본인 건데, 정작 요새는 음반 개념이 아니라 그걸 쪼개서(파편을) 모은 플레이리스트를 듣잖아. 플레이리스트 자체는 과거에도 있었고, 확실히 접근성이나 취향 디깅의 편의성에서 선호하게 되는 측면은 있긴 하지. 근데 요즘은 정작 1곡도 처음 20초 정도나 듣지, 맘에 안 들면 끝까지 안 듣는대. 이런 측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는 내 질문에 친구는 우리가 누군가가 힘을 쏟아 만든 창작물을 조작이 간편해졌다고 해서 가볍게 유희하다 쪼개고 넘기고 하는 건 매너도 없고 좀 별로지 않냐? 사람이 좀 불편해야 된다니까. 예를 들어 LP를 틀었다고 생각해봐, 20초 듣고 다음 곡으로 넘기는 게 더 번거로운 짓이니까 그냥 끝까지 듣게 될 거 아니야. 그럼 좋아하는 구석이 들릴 수도 있고, 이왕 듣는 거 이해해보려 들 테고 음악이 내 안의 뭔가에 개입되기 시작할 거 아니야. 그런 과정 없이는 깊이 좋아하는 곡이 저절로 생기지도 않잖아. 어떤 게 우리한테 소중한 과정이냐고. 너무 편리하고 너무 간편한 거 별로야. 친구의 이런 늙은이 같은 소리를 듣다가 마음이 찡해져서 씨발 니가 하는 말 너무 좋다. 그러다가 옥상에 올라갈래? 하면 제일 발소리 안 나는 신발을 신고 살금살금 옥상에 올라 친구가 담배 피우는 사이 인왕산 자락 저 멀리 북한산 자락 저 멀리 종로 건물 경복궁 청와대 지붕을 바라보며, 서울 치고 잘 보이는 밤하늘 별을 바라보며 아 좋다 축축하던 외로움이 다 증발돼서 바짝 마른 수건이 된 기분이다. 하게 되더라.

사실 이전의 내가 얼마나 외로웠는지는 모르는데, 지금 정말 외롭지 않다는 것은 안다. 몸을 움직여 잔뜩 (뭔가를) 한다는 건 꽉 차오르는 것과 같다. 그러다가 몸이든 관계든 감정이든 뱃속이 비었든 움직이던 게 움직이길 멈추면 외로움이 찾아드는 것이다. 여기에선 잔뜩 움직이고 있는데 그 이유는 뭘까. 그건 도파민 넘치는 친구의 활동성에 답이 있기도 하지만, 꼴보기 싫은 짓도 서슴지 않고 하는 친구 앞에서 나도 내 하고 싶은 대로 하다 보니까 신나서 뭐든 적당에서 넘쳐 잔뜩 하게 되는 경향도 있다. 그렇다고 대전에서 뭘 숨기거나 행동에 제약이 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뭐든 적당히 할 뿐, 잔뜩 표출할 쿵짝이 없다는 걸 이번에 보낸 시간에서 느껴 버렸고, 아 젠장 대전에서 적당히 술 마시고 마는 거나 쫌 그만 하고 술부터 진탕 마셨으면 좋겠네 투덜거리고 있다. 다들 잠들었고 나만 3박 4일 있을 걸 그랬나. 가만히 누워 미리부터 외롭고 있다.

 

 

 

 



+ 오늘의 노래
친구가 너무 좋아한다며, 왜 이렇게 좋치??? 오래 음악 했으면 좋겠는데 그러려면 응원과 인기를 받아야 힘이 날텐데 아 내가 응원하는 걸 알지도 못할테고 애가 탄다고 계속 틀어댄 노래들

다린, 소란스러운 마음
https://youtu.be/f0RQcjorURw

 


CHS, 땡볕(Too Much Sunshine)
https://youtu.be/teXv84f56TI

 

'늘 → > 오늘'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10317 방문  (0) 2021.03.17
20210226 정월 대보름이면 달이 다섯 군데 뜨는 강릉  (0) 2021.02.27
20210209 공놀이  (0) 2021.02.09
20210207 종합 제리  (0) 2021.02.07
20210119 싱숭생숭  (0) 2021.01.20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