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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ㅁㅂㅈ에 갔을 때였다. 갑자기 조규찬, 잠이 늘었어를 듣지 않으면 미칠 것 같았다. 혼자 흥얼거리다가 못 참고, ㅎㅈ님한테 이 노랠 들을 수 있냐고 물어 청해 들었다. 벽면이 하얀 공간에 퍼지는 가사말에 귀를 기울였다.
 
 
 
영화를 보고 싶어 졌어
친구가 보고싶어 졌어
거울 속 날 피하지 않게 됐어
잠이 늘었어

커피의 향기를 즐기며
어여쁜 여인에 반하고
멋있게 날 꾸며보고 싶어져
웃음이 늘어

운동이 좋아 아침을 기다려
가능하면 밥을 거르지 않으려 해
너의 사진에 무표정 해졌어
슬프지 않은 내 모습이 보여
 
음악이 좋아 함께 듣던 노래도
처음 만난 그날도 무심히 지나가
요긴하다며 너의 선물도 써
슬프지 않은 내 모습이 보여

너의 사진에 무표정 해졌어
슬프지 않은 내 모습이 보여
 

슬프지 않은 내 모습이 보여. 눈물이 고였다.
 
 
 
멍한 상태가 계속된다. 울지도 못하고, 웃지도 못하는 상태에 놓여있다. 아니 사람들과 얘기하다가 웃을 지점이 되면 거슬려하지 않고 웃는다. 아직 누군가와 같이 있는 게 힘겹다. 아까는 영화를 보러 갔다가 쏟아지는 소리와 이미지에 머리가 아파 잠을 자버렸다. 두통은 영화를 보고 나왔는데도 지속됐다. 힘겹다. 그치만 슬프지 않은 내 모습이 보여. 
 
 



치킨이 먹고 싶어져, 여전히 전화로만 주문을 받는 나의 정겨운 동네 페리카나 치킨에 전화를 걸었다.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 라는 안내가 나왔다. 이상하다. 집에 오다가 불 켜있는 거 봤는데?? 몇 번 다시 걸다가 잠바를 걸치고 직접 페리카나로 가봤다. 간판 대신 하얀 벽이 보였다. 간판이 떼어진 내부를 보니 주인 할아버지가 집기들을 정리하고 계셨다. 문을 열고, 사장님 안 하세요? 하니까 착한 목소리로 네,,,, 이제 장사 못해요,,,, 미안해요,,,, 하셨다. 그동안 너무너무 맛있었어요. 고마웠습니다. 하니 고마워요,,,,하고 미소를 지으셨다. 좋아하던 곳과 헤어지는 건 싫다. 힘겹다.
 
 
집에 오는 길에 다른 페리카나에 치킨을 주문했다. 그런데 집에 오니 먹기 싫어졌다. 
 
 
집에 오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담배를 사는데, 새로 나온 맛이 있어 그것도 샀다. 바로 피워봤는데 ㅅㄹ이 담배랑 비슷한 맛이 났다. 내가 맛있어한 구수한 고구마맛. 근데 지금은 그냥 그랬다. 
 
 
내일은 가게를 열려고 한다. 내일을 기다려도 될까. 아무리 애써보아도 눈물이 나지 않는다.





엊그제는 꽃집에 들러 꽃을 샀다. 작고 하얀 꽃에 (이름은 모른다) 흐리게 파란 그라데이션이 있는 카네이션을 섞어 샀다. 집에 꽂아놨는데 애도의 기분은 들지 않는다. 마비가 된 것 같다. 아니면 죽은 것 같다. 어느 한 부분이. 마음이 어떤가 들여다보면 전원이 꺼진 까만 스크린 같다. 아무것도 송출하지 않는다.
 
 
시간은 모든 것을 태어나게 하지만, 언젠간 풀려버릴 태엽이지. 시간을 모든 것을 사라지게 하지만, 찬란한 한 순간에 별빛이지.
 
 
다 아는 얘기를 노래로 들으면서 위로를 뒤져보는데, 아무것도 못 찾는다. 노래가 끝난다. 너의 사진에 무표정해졌어. 슬프지 않은 내 모습이 보여. 이 노랫말만 나를 건들 수 있다. 
 
 
오열하고 고통스러워하면서 추락하는 건 상상해 봤어도, 무감각해지는 건 생각해 본 적도 없는데. 그러고 보니 무감각해야 그 공포스러운 추락선 앞에 거침없이 설 수 있겠구나. 이해가 되었다. 그치만 지금 내 모습은 아무래도 이상하고, 이해가 안 간다. 내일 병원에 가는데, 이 마비증상에 대해 얘기를 해봐야겠다.   
  
 
 다들 내게 밥 잘 먹고, 잘 자고, 혼자 있기 싫으면 연락하라고 하는데. 입맛이 없지만, 배고프면 밥도 먹고, 두 시간에 한 번씩 깨서 헤매지만 잠도 자고, 누군가랑 같이 있으면 그것도 버티기 힘들어서 혼자 잘 있다. 괜찮은지 안 괜찮은지 모르겠다. 일단 내일은 가게를 열려고 한다. 그치만 내일이 기대가 되지는 않는다. 그냥 시간이 흐를 뿐이다. 무디게.
 
 
 
 

+ 오늘의 노래

 

조규찬, 잠이 늘었어

 
 
https://youtu.be/8fmH5x2E3ck?si=lhfa5QSHLhp1K_7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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