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고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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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없죠 어차피 시작해 버린 것을

 

쏟아지는 햇살 속에
입이 바싹 말라와도
할 수 없죠.
창피하게 멈춰 설 순 없으니.

 

 

 

 

달리고 들어왔다. 집 근처에 천변이 펼쳐져 있다던가, 해변가라던가 그랬으면 좋겠다. 도로 위를 뛴다는 게 아쉬웠다. 그런데 막상 뛰니 빛이 드는 골목길이 제법 예쁘고, 무성하게 자란 대나무밭도 구경할 수 있었다. 공터를 보고, 무너져가는 빈집도 보고, 건물을 짓느라 옥상 위에 올라있는 사람도 봤다. 

 

 

삶에 찔려 아야 아야 하며 움찔움찔 움직였는데, 요즘엔 내가 삶을 굴린다. 여기로. 저기로. 내가 이끄는 곳으로 굴러간다. 오늘은 달리기로 굴렸다. 앞으로 달려 나갔다. 종아리 가운데가 아파와서 계속 뛰지는 못했다. 러닝머신에서 뛸 때와는 또 다른 감각이다. 처음 시작하면 탈이 나는군. '적응'

 

 

 

일정한 조건이나 환경 따위에 맞추어 응하거나 알맞게 됨. 생물이 주위 환경에 적합하도록 형태적, 생리학적으로 변화함. 또는 그런 과정. 주위 환경과 생활이 조화를 이룸. 또는 그런 상태. 환경을 변화시켜 적응하는 경우와 스스로를 변화시켜 적응하는 경우가 있다.

 

라고 직접 타자를 쳐가며 읽으니 감동이 밀려와 눈시울이 간지럽다. 뜻이 아름답다. 적응. 응 자가 들어가는 것도 좋다. 응하거나 알맞게 됨. 흐엉 좋다. 젠장. 

 

 

 

달리면서 느리게 말하는 시인이 나와 말하는 팟캐스트를 들었다. 비선형, 명징, 흐릿한 눈, 초안 같은 말들을 썼다. 그 느린 말을 들으면서 달리는 게 세상의 법칙을 위반하는 것 같아서 통쾌했다. 정적인 시인의 정제된 말과, 몸을 움직여 달려 나가는 일이 동시에 일어났다. 

 

 

 

 

11시 24분이다. 아침에 일어나 라하 ㅇㅇ님이 주신 중국 차 단콩 5g을 우려 마시면서 게임을 하기도 하고,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하고, 달리기를 했는데도 아직도 정오가 찾아오지 않았다. 이게 내가 일상을 굴리는 맛이군. 이 생활에 적응하고 싶다. 응

 

 

 

 

1km에 페이스 7이 되고파.

 

 

 

+ 오늘의 노래

윤상, 달리기

 

 

단 한가지 약속은
틀림없이 끝이 있다는 것.
끝난 뒤에 지겨울 만큼
오랫동안 쉴 수 있다는 것.

 

 

https://youtu.be/EGQYx_eiNsw?si=9uagP0TIqCv-s8v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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