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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11.25
    20201125 꿈

 

 

 

저 앞에 잔잔하게 파도가 치고, 오후 햇빛이 모래알 위에 부서져 내려앉아 있었다. 그 모래 위에 네가 왼팔을 배고 아무렇게나 누워 있었다. 나는 네 머리맡에 앉아서 저 멀리 파도와 햇빛과 모래 알갱이와 네 헝클어진 머리칼과 네 손을 보았다. 네 손가락의 구부러진 곡선 위에 내 손가락을 얹었다. 나도 모르게 그런 거라 떨려 바로 떼려다가 떼기 싫어서 되려 꼭 쥐었다. 너도 내 손가락을 꼭 쥐었다. 무슨 뜻일까. 다섯 번 정도 꼭 쥐다가 손을 떼고 좀 걸었다 온다고 하고 훌훌 일어났다.

 

걷고 있는데, 그 사이에 네가 어딘가에 적은 글이 내 눈에 보였다.(꿈의 장점) 글엔 내 마음을 알 것 같을 때 그게 아닌 듯, 관심이 없다는 듯 내가 휙 가버린다고 했다. 그래서 모르겠다고 써있었다. 읽으면서 나도 네가 그런데 라고 생각했다.

 

해가 지려고 해서 마음이 급해졌다. 네게 가서 우리 이 마을 오래된 학교를 찾아서 도서관에 가보지 않을래? 하고 말했다. 네가 기분좋게 모래를 털고 일어났다. 도서관에 도착했을 땐 조금 있으면 사라질 짙노란 햇빛이 창문살을 피해 나무 바닥 위로 길게 내려앉아 있었다. 너는 그 위에 엎드려 누웠다. 네 옆엔 네가 책장을 보다가 휙 휙 빼든 책이 여러 권 놓여 있었다. 우리 너머 책장 앞에 도서관 관리 쌤이 바닥에 앉아 등을 보이고 책을 정리하고 계셨는데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 엑스트라 같이 보였다. 나는 네 앞에 앉아 네가 빼든 책을 봤다. 너는 뭘 읽고 싶던 걸까. 책이 궁금한 게 아니고 책에서 니가 보려고 했던 걸 읽고 싶었다. 하지만 봐도 잘 모르겠고 나에겐 관심 없고 책에 관심 있는 너를 보다가 책을 잡고 있던 네 손을 잡고 너를 봤다. 

 

 

 

그러고 꿈에서 깼다. 꿈이 뭐 이러지..... 너무 설레서 다시 잠에 들지 못했다.

 

짙노랗던 햇빛 톤, 슬로우 모션으로 일렁이며 햇빛에 부딪쳐가던 사물들이(물 위에 윤슬, 모래알, 책장, 나무 바닥) 빛에 노랗게 덮인 네가 너무 좋아서 뭐로든 어떻게든 다시 만나러 가고 싶다 거긴 꿈이니까 헝클고 싶은 대신 바람에 흔들리는 네 머리칼을 바라만 보는 거 말고, 들킬까 봐 거리 두느라 머리맡에 조심히 앉는 거 말고, 말고 네 옆에 아무렇게나 뎅구르르 누워서 네가 보는 책을 같이 보고 싶다 궁금해하지만 말고 어느 대목이 좋았어? 하고 묻고 싶다 그러다가 손을 뻗어 책만 보는 네 눈을 시샘이 난다는 듯 내게 돌리고 온종일 네 생각을 한다고 말하고 싶다 공기 중이 울리게 소리를 내서 말하고 내리쬐는 햇빛처럼 내보이고 싶다 온종일 네가 좋다고 밤이 오면 마음이 터질 것 같아 어쩔 줄 모르다가 울었다고 나 온통 너라고 너는 내가 그러냐고

 



 

+ 오늘의 노래

 

어쩌다 잠이 깨어서 이렇게 그리워하나

 

 

 

이정선(신촌블루스), 한밤중에

youtu.be/Qa3-k8LpRg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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