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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병원 가려고 집을 나설 때 기마태가 한 번 안 자고 해서 꼭 안았다가 눈물이 주룩주룩 나가지구 한참 엉엉 울었다. 원랜 씩씩하게 기차 타고 단대병원에 갈랬음. 근데 우니까 힘 빠져서 다울고 기마태한테 태워 다 달라고 그랬다. 내비 찍으니까 1시간 14분 걸린다고 뜨는데 지옥에 도착하기까지 남은 시간 같더라. 할머니 보러 가는 건데…….
할머니 보는 건 좋은데,,,,,,, 할머니 모습이 너무 나쁜 상태일까 봐 무서웠다. 그리고 상주 보호자를,,, 정확히 말하면 상주 보호자가 하는 ‘일’ 내가 할 수 있을까. 두려웠다.
그러나 하루 있어보니 생각보다 나는 잘 해내었고, 있을만했다. 그치만 그게 ‘와 잘했다!’ 하면서 마음을 붙드는 게 아니고, ‘내가 안 하면 누가 하랴’하는 맥이 빠진 낙심에 가깝다. 그래도 잘하고 있다. 내가 안 하면 누가 해…. 정말 답이 없잖아…..
할머니가 말은 못 해도 들으실 테니까 이 얘기 저 얘기해드리고 싶은데, 영 안 나온다. 내가 그런 말을 할 기분이 아니라는 게……… 그래서 작전을 바꿔서 아침부터 할머니가 좋아하는 트로트를 틀어 핸드폰을 귀 옆에 두었더니 따라도 부르시고, 노래가 끝나면 ‘멋져~ 멋져’라고도 하셨다. 노래 가사는 따라 부르시면서 나는 왜 못 알아보나. 이상한 일이다.
오늘 오전에 신경과 선생님이 방문했을 때 할머니는 처음 눈을 떠서 앞에 일어나고 있는 일을 바라봤다. 그니까 그때 날 처음 본 것. 선생님이 ‘이 분 누군지 아시겠어요??’ 하니까 할머니가 나를 빤히 보시더니 ‘이쁘네유~~~ ^.^’ 하고 웃으셨다. 몰라봐도 알아봐도 할머니가 나를 이뻐하는 건 분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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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두 권 가져왔다. 한 권은 알랭 바디우 <세기> (이번 달 내가 발제자다…….) 한 권은 청년농부님이 사랑을 가득 담아서 내게 준 <사랑의 역사> 이번엔 다 읽고 돌아가야지. 근데 아까 정오에 읽다가 금방 잠들었다. 그 사이에 ㄷㅈ옹 부재중이 와있어서 전화해서 어쩐 일이냐고 그러니까 괜찮냐고 물어봤다. ㄷㅈ옹이 어제 나 병원에 있단 소식 듣고 아는 분 통해서 간병인도 알아봐주고, 어쩌겠어, 별 수 없으니까 하면서 위로도 해줬다. 그러고 오늘도 전화해주니 고마워서 좀 힘이 났다. (그렇게 얻은 힘으로 아 담배피러 나가고 싶다! 고 외쳤다… 속으로….) 오빠가 뭐하냐 그래서 책 좀 챙겨왔는데 좀 전에 읽다가 잤어요. 그러니까 넌 책 읽으면 자자나 그래서 같이 좀 웃었다ㅋㅋㅋㅋㅋㅋㅋ
현수좌 말씀 잘 들으려고 할 말도 없는데 일기를 쓰고 있다. 어디 이러저러 말하는 것도 싫어서 아까 걸려온 동생 전화도 빨리 끊었는데 쓰는 건 써진다. 그리고 쓰기 전보단 확실히 마음이 가벼워진 듯. 오 좋은 듯. 또 쓰러 올께. 상주 보호자의 세계에서 쓸 말이 뭐 생기겠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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