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두 번 다 어버버하고 온 기분이 들던 차에 얼마 전 ㅁㅁㅋㄹ님과의 대화에서 진료 시 할 말을 적어가면 좋다는 방법을 배움. 노트를 펴는 내 모습을 학급 모범생 바라보는 담임 쌤 같은 의사쌤 시선이 느껴졌다. 아주 좋은 방법이라면서 웃으셨다. 흐뭇쓰...
할 말을 빠짐없이 성공적으로 해냈고, 쌤은 우울증이 많이 해결되었다면서 ADHD 약을 같이 써도 되겠다고 하셨다. 와... 드디어...
우울증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나니까, 내게 차있던 우울증이 뭐였는지 느껴졌다. 치료로 내가 겪던 많은 어려움이 해결되었다.
- 우선 일찍 일어난다. 일어나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가 정말 많았다. 그게 다 단번에 해결쓰....
약을 먹은 2주 동안 늦잠을 잔 적은 없다. 수면부족으로 일부러 더 자려고 노력한 적은 있어도.
- 할 일을 한다. 하면 될 거 같은 일은 바로 하는 편이 되었다.
- 뭐든 공들여서 완료하려는 습성을 버리고 가벼워졌다. 부담이 줄었다. 덜 비장하다.
- 마음이 편하다. 평소에 불안했던 듯....(전혀 몰랐음)
그러나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여전히 있다. 그 부분이 아마도 ADHD에 해당하는 부분일 것이다.
- 아직 자리가 정해지지 않은 물건은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그대로 두고 외면한다
- 아직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는 할 일은 시작도 안 하고 그대로 두고 외면한다.
- 일찍 일어나지만 제대로 할 일을 수행하지 못한다. 이거 했다가 저거 했다가 흥미로 움직인다.
- 책을 읽으려고 하거나 공부를 하려고 하면 맑았던 머리가 이내 멍해진다.
의사쌤은 약 메디키넷을 처방해주셨다.
구체적인 설명도 해주셨다.
- 집중력이 필요할 때만 먹어도 된다.(우울증 약은 빠짐없이 먹어야 하고)
- 컨디션을 많이 타는 약이다. 예민하고 긴장되고 심장이 유난히 두근거리는 컨디션에선 안 먹어도 된다.
- 잘 관찰하면서 커피를 먹어라. 커피 양을 조절하거나 마시지 않아야 할 수도 있다.
- "저.. 술은 괜찮나요?" 술은 괜찮으니 마셔라(웃음)
- 소화 불량이 생길 수 있다. 밥을 먹은 후에 먹고 그래도 심하면 우유와 함께 약을 복용해라.
- 식욕 부진이 생길 수 있다.
- 몸무게만큼 복용해야 하지만 처음엔 한 알 복용으로 시작할 것이다.
- 약효는 딱히 집중할 때 빼고는 안 느껴질 것이다.
방금 밥을 먹고 약을 먹었다. 어떨까. 내 오랜 괴로움이 사라질까. 뿅! 하는 마법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오래 힘들었던 나를 위해 뭐라도 해보고 싶은 것이다. 해보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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