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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825 윤회와 블랙홀에 관한 이야기 4








너무 재밋다. 들어봐.









ㅇㅂ님이 계곡 가기 하루 전날 그니까 약 5일 전에 사랑방 포차에서 술을 마시고 차가 주차된 곳으로 걸어가던 중에 가게에 들른 거야. 볼이 발그레해서 가게에 왔어.(예쁜) 그 시간엔 내가 정리할 때라 왔다 갔다 하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몸을 돌리니까 입구에 짠하고 서있었어. 그렇게 반갑게 등장해서는 같이 앉아서 내일 비가 오는데 계곡을 어떻게 갈까 이런 얘기를 해야 할 텐데 안 하고 경지에 오르는 것과 윤회에 대해서 얘길 하기 시작한 거야. 무슨 이야기를 해도 결국 윤회로 이야기가 돌아오는 그런 날이었어. 이야기가 계속 윤회를 해서 재탄생하는 거야. 그래서인지 경지, 윤회, 구원이란 단어가 내 뇌에 실렸어. 무게 있게. 어느 사이에 내게도 윤회가 내 인생의 일부로 자리 잡는 기분 있잖아. 자연스럽게 선택지에 속하는 그런 거. 그런 대화는 참 좋지. 여행 같고. 없던 걸 보고. 새로 좋아하게 되고.










엊그제는 친구 ㅇㄴ한테 놀러 가서는 1박 2일 동안 얘기를 두루마기 휴지 후루루 풀듯 하다가 떠날 시간이 가까워져 온 때에 ㄱㅁㅌ한테 내가 가사 써 준걸 보여줬어. 그 가사에 언젠가 멈춘다는 사실이 더 흐르고 더 꿈꾸고 더 사랑하게 해 라는 말이 나오는데

ㅇㄴ : " 왜 헤어질 거라고 생각해? " 하고 물어보더라고.
그때 나 : ?????????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하고 되물었고,
ㅇㄴ : 그렇지 않다고 했어.
나 : 나는 모든 게 변하고, 모든 게 헤어질 거라고 생각하는데????? 심지어 내가 나와 내일 당장이라도 헤어질 수 있다고(죽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ㅇㄴ : 언니 신기하네??? 언제부터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거야??
나 : (20초 생각) 엄마가 어렸을 때 돌아가셔서 그걸 받아들이려다가 이런 생각을 했나? 당연히 떠날 수 있는 거라고.....

그 말을 하는데 마음이 짜르르거렸어. 그 계기가 맞다는 대답같이.









그래서 오늘 동생하고 통화를 하는 중에 물어봤징???

나 : 동생도 그렇게 생각해??? 우리 살아가다가 언제든 언제라도 헤어질 수 있는 거라고????
동생 : ???????????????????
나 : 엄마 돌아가신 계기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동생 : ???????????????????????
나 : 내일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니 오늘 최선을 다해서 즐겁게 지내다고 생각하는 건???
동생 : 아~~ 언니가 그래서 매 시간을 진지하게 사는 거구나??? 언니는 쓸데없는 대화 하면서 놀 때도 진지하게 재밌어해서 웃기고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ㅋㅋㅋㅋㅋㅋ 언니는 당장 죽을 수도 있으니까 최선을 다해서 지금을 사는 거야????
나 : 어............
동생 : 진짜 이상하다
나 : 엄마 돌아가신 거.... 어떻게든 괜찮다고 생각해야 했을 어린 내가.... 그렇게 받아들이기로 했나 봐. 누구나 어느 순간에든 죽을 수 있는 거라고. 그러니까 괜찮은 거라고. 그치만 엄마처럼 나도, 너도, 그럴 수 있다고. 그러니까 매번 최선을 다 해서 만나고 싶고, 시간을 보내고 싶고 그런가 봐.(이쯤부터 엄청 움. 무슨 상담받는 장면에서 사람들 우는 것처럼)
동생 : 난 엄마 보고 싶다고 하는데 언닌 보고 싶다고 안 하더라
나 : 난 보고 싶지 않더라. 근데 엄마를 알고 싶어. 어떤 사람이었는지.
동생 : 이상해!!! 일단 보고 싶어야지ㅋㅋㅋㅋㅋㅋ
나 : 그러게 나 왜 그러치???










동생하고 전화를 마치고, ㄷㅈ사마한테 전화를 걸었어. 아마도 이 사람은 내게 어떤 얘기를 들려줄 거 같아서. 첨엔 이런저런 궁금했던 안부를 묻다가 물어봤어.

나 : 언젠간 헤어지고, 언제든 죽을 수 있다는 생각 저만 하는 기분이 들어요....
ㄷㅈ : 뭐~~~ 언젠간 다들 죽고 그러지? '모든 건 변한다'는 사실만 변하지 않잖아
나 : 그쵸!!! 저도 그래서 그렇게 생각하는 건데, 그렇다고 그 사실을 매일 다짐하듯 떠올리면서 지내지 않는다고 그러더라고요. 망각하며 지내다가 아 그렇지 한대요. 근데 저는 매 순간, 지금이 지나면 이제 없지. 하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금이 너무 소중해요. 사라지고 떠나고 그러니까.
ㄷㅈ : 그렇치~~~ 그런 거지. 근데 성아야 니가 며칠 전에 올린 게시글 읽으면서 쫌 그런 생각을 했는데...
나 : 뭐요?
ㄷㅈ : 어릴 적 사진 올리고 과거 이야기한 거 있잖아
나 : 아아 그거. 근데 그렇잖아요
ㄷㅈ : 과거는 지나가고 미래는 아직 없고 그렇긴 한데~~~ 과거는 말이다. 우리를 구성하고 있잖아. 그러면 형태는 없어도 있는 것 아니냐??
나 : 아 !!!!!!!!!!!!!!!!!!!!!!!!!! (여기 이 순간에 ㅇㅂ님의 윤회를 떠올렸다)




ㄷㅈ : 그래~~~ 없지만 그렇다고 소멸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거야. 블랙홀이 말이다.
나 : (갑자기 블랙홀????) 네네
ㄷㅈ : 다 빨아드리잖아. 근데 그러면 블랙홀이 부피가 커져야 하는데 그렇지는 않단 말이지. 그래서 사람들이 흡수한 걸 배출하는 화이트 홀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대. 근데 화이트 홀이 없는 게 밝혀진 거야. 대신 블랙홀이 빨아드린 걸 빛으로 방출하고 있다는 게 밝혀진 거야.
나 : 오!!!!!!


ㄷㅈ : 그래, 이게 복잡한데, 단순하게 말하면 그렇다더라. 그니까 블랙홀에 흡수되더라도, 어떤 형태로든 존재하게 된다는 게 내가 하고 싶던 요지야.
나 : 뭐로든 구성이 되겠군요...!!
ㄷㅈ : 그래, 그렇다는 얘기지.















이쯤 되니까 이야기가 계속해서 돌고 돌아 윤회하듯 재탄생했다는 생각이 든 거야. 이야기가 살아서. 경지에 도달할 때까지 계속하여 이 세상으로 재탄생한다 는 윤회가 '이야기’의 생에도 해당되는 걸까 싶어.

세상에서 겪는 삶의 경험이 자신의 발전에 더 이상 필요치 않는 상태 또는 경지에 도달할 때 비로소 이 세상으로의 윤회가 끝난다. 라는데. '이야기'도 태어나 경지에 도달해 구원을 받으면 이 세상으로의 윤회가 끝나는 걸까. 나는 지금 이 이야기가 이젠 블랙홀을 만나 빛이 된 기분이 들거든. 윤회는 즉, 어둠을 극복하여 깨달음 또는 구원에 이르는 여정이다.

여하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하나의 이야기>가 며칠 동안을 죽었다 살아나고 하면서 윤회의 여정을 걸었다는 이야기였지 모야. 이야기 다 했다. 이제 이만이야. 나 끝이라고 잘 말할 수 있어. 왜냐면 끝이 나도 끝이 아니거든. 내게 뭐로든 구성되어 있을 거거든. (사진을 올렸을 때 엄마와 닮았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걸로 봐서도 엄마는 내게 뭐로든 구성되어 있는 거야. 그렇지?) 그럼 정말 이야기 끝이야~~~ 이야기 안녕~~~~~~~~~~~~~~~~~~~~~~~~ (하지만 안녕을 말할 때 여운이 긴 편)













+ 오늘의 노래

한 시간을 앉아서 이 음반 두 번 들으면서 썼는데, 너무 좋다. 내일부터 명상할 건데, 그때도 이 음반 들을래.


정수민, Lament
https://youtu.be/-K3Mm-F_FJ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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