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고픕니다.

블로그 이미지
암헝그리

Article Category

오늘 (302)
oh ↑ (66)
늘 → (236)
가방 (0)

Recent Post

Recent Comment

Calendar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 Total
  • Today
  • Yesterday
  1. 2021.10.23
    20211023 증말 2

 

 

 

 

 

손님이 다 떠난 가게가 썰렁해서 난방을 틀었다. 난방이라는 말이 낯서네. 애초에 썰물같이 사람이 빠져나가 아무도 없는 가게가 낯설지. 엊그제 오늘 그런 기분에 손님이 가게에서 나가던 중에 호주머니에서 떨어트렸을 주인 잃은 담뱃갑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여 피워봤다. 담배에 불이 쉽게 붙지 않아 누가 붙여서 내게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불러들이듯. 몇 번이나 붙여 본 담뱃불인데 여전히 잘 붙지 않는 걸 보며 익숙해지지 않는 일에 대해 생각했다. 엊그제는 혼자 피는 건 맛이 없구나. 담배 피우러 친구들이 나갈 때 따라 나가 한입 얻어 피울 때 나는 맛 하고 다르네 하고 바로 껐다. 그땐 잘 마른 장작에서 맡았던 모닥불 맛이 났는데. 오늘은 맥주를 한 병 해치운 후라 그런지 더디게 붙는 담뱃불에 씁쓸한 기척 없이 씩씩하게 불을 붙여 열심히 연기를 마셔봤다. 여지없이 한참을 콜록거렸지만… 혼자 콜록거리다가 빨갛게 타고 있는 담뱃불을 봤다. 재에 가려져 빨간빛이 옅어지면 손가락으로 담배 줄기를 톡톡 쳤다. 그렇게 공기 중에 날리는 회색 빛 재를 구경했다. 연기 줄기가 사라지는 걸 구경했다. 사라지는 걸 보고 있자니 어쩐지 밀물 때가 지나 썰물 때가 온 가게나 담배나 얼마 안 남은 가을이나 매한가지로 느껴졌다. 그것들과 섞여 빠져나가지 못하고 사라지는 걸 보고 앉아 있는 쪽은 왜 나일까. 그게 가게 주인의 숙명이자 운명이지만… 증말.

 

 




+ 오늘의 노래



당신은 거울처럼 솔직하다지만 헛된 약속은 깨지기 쉬웠지

그렇지만 사랑은 펼쳐놓은 얘기 책이야 덮어두면 모두 그만 인 것을

 

 


신승훈, 당신은 사파이어처럼


https://youtu.be/zhITm0dIFKY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