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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1.10.03
    20211003 부서져 흩어지는 소리가 부서져 흩어지는 것을 노래하면





오지은 님 None 좋아해서 자주 들었는데 어느 사이에 기매태도 이 노래가 좋아졌다고 그랬다. 요즘 천안에서 듣는다고 했다. 왜 좋아해? 물으니 가사가 좋고.. 라고 말하고 좀 생각하다가 으 첫 소절 시작하면 바로 좋아요. 했다. 가끔은 듣는 중이라면서 통화 중에 따라 불렀고 통화 끝나도 잔상이 남았다.

어제는 일하는데 머릿속으로 기매태가 부른 None이 들렸다. 머릿속으로 들리면 바로 틀어서 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내게는 이건 본격적으로 듣고 싶다는 신호였다. 그러나 들을 길이 없으니 None 몇 번을 틀어 들으며 갈증을 조금 날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좋았다. 10월이라 그럴까. 자꾸 듣고 싶은 까닭은.



모든 것은 지나가
갖고 있고 싶은 것들
비루한 나를 남겨두고
모두 지나가네

아주 가끔 세상이
명료하게 보일 때가 있지
비루한 나의 눈에도
아주 잠시뿐인



기매태도 나도 혼자 있을 수 있는 새벽이 왔다. 얼른 전화를 걸어 None을 불러달라고 했다. 매태가 이 노랜 박자 연습을 해야 한다고 했다. 전공하는 애들은 그냥 애들 놀듯이 하는 법이 없네,,, 난 당장 듣고 싶은데! 겨우 앞부분 한 소절만 들었다. 1분 미리 듣기 같잖아.. 그래도 몇 시간 후면 6일 만에 기매태가 오는 날이므로 이따 만나. 하고 전화를 끊었다.

같이 자고 정오에 우린 침대에서 눈만 떴다. 기매태가 일어났어요? 묻더니 핸드폰으로 None을 틀었다. 그러고서 오른손을 높이 들었다. 노래 박자를 원투쓰리 원투쓰리 원투라고 읽으면서 검지 중지 약지 순으로 둥글게 말아 엄지에 닿았다 떼며 박자를 셌다. 박자가 원투쓰리 원투쓰리 원투인 거 같아요. 그쵸? 난 모른다. 그런 것도 같고. 매태는 이런 박자에 노래를 부른 적이 없어서 연습을 해야 할 거 같아요. 랬다. 말을 마치고 앉더니 남은 노래를 불러줬다.



눈을 뜨고
오늘 하루도 힘들고
산다는 것은 무얼까
나는 이제 할 말이 없어
아름다움 속에서도
무정함 속에서도
나는 이제

허무함을 노래해
피고 질 것을 노래해
열심히 삶을 노래해
죽 노래를 해



좋았다. 노래가 기매태 목소리에 잘 어울리고 더 슬프고 더 허무하다는 게 좋았다. 이 노래는 왜 이리 처연하다 부서지고 흩어지고 끝날까.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사실만이 잔여 하고 노래가 마쳐지는 게 좋아 자꾸 듣는 거겠지. 애초에 부서져 흩어지는 소리가 부서져 흩어지는 것을 노래한다. 서로 다른 부서짐이 동시에 일어나 더 세게 None으로 남는다. 아 내 마음까지 포함하면 동시에 세 개가,, 앉아 노래하는 매태를 누워 듣다가 매태야 이 노래 연습해서 나 파일로 줘, 듣게. 했고 매태는 알겠다고 했다.



매태는 먼저 준비해서 밴드 작업하러 나갔다. 새로 산 마이크를 들고 신나서 가는 모습을 배웅했다. 문을 얼굴만 내밀게 열고 서서 엘리베이터 기다리는 매태를 부르면 매태가 자기 얼굴을 내밀어 나를 보고 예쁘네 하고 웃었다. 나는 왜인지 눈물이 났다. 어제는 내내 갈증이 심했는데 오늘은 다 채워지고도 넘치는 걸 어찌할지 몰라 블로그에 쓴다. 하루가 이렇게 다를까 사람이 뭐고 사랑이 뭔지 모르겠지만 아주 가끔 세상이 명료하게 보일 때가 있지 비루한 나의 눈에도 아주 잠시뿐인. 그게 지금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있다.






+ 오늘의 노래

오지은, None



https://youtu.be/2r2Cfwsi7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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