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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1.04.08
    20210407 4월이 울고있네

 

 

 

 

4월이 오면 노영심 1집 <4월이 울고있네>를 들어야 한다. 이것은 아득하게 오래된 나의 의식 같은 것. 아 사는 거시 왜냥 힘들다냐.... 하고 보면 4월이 와있다. 그럴 때 이 앨범을 틀고 눈물을 또르르 또르르 흘리며 듣는다. 그러다 보면 어느덧 지녔던 슬픔이 맑아진다. 맑은 슬픔이라는 거 너무 좋지 않은가. 노영심 1집은 슬픔을 맑게 통과시키는 성질이 있으니 내 4월을 그 영향권에 슬그머니 놓는 것이다. 화분을 봄 햇빛 속에 내놓듯. 맑아진 슬픔은 창에 내려앉은 뽀짝한 햇살 온기에도 마른다. 그래서 자주 슬퍼도 괜찮다. 맑은 건 이미 가볍고, 눈물은 이내 마를 테니까.

 

왜 1번 트랙에, 앨범 제목에 <4월이 울고있네>를 뒀을까. 왜 당신은 4월을 두고, 울고있다고 했을까. 그다음 트랙 <꿈에 본 겨울>은 왜 이렇게 행복할까. 행복을 왜 겨울에서, 꿈에서 봤을까. 봄에는 없을까? 테이프로 이 앨범을 들은 내게는 자연스럽게도 <눈물이 마를때까지만>이 앨범 A면의 실질적 마지막 트랙이라 여겨진다. 실제로는 < 별걸다 기억하는 남자>가 A면 마지막 트랙이자 타이틀곡이지만, 타이틀곡으로는 훌륭하나 별걸다를 빼야만 1번 트랙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막힘 없이 흘러가는 한 편의 소설을 얻을 수 있다. A면의 소설 1장은 그렇게 끝난다. 

  

B면으로(?) 돌려 틀면 <프롤로그>로 시작해서 <미련>, <잊혀지기 전에>, <나>까지 장장 네 트랙이 피아노 연주곡으로 이어진다. 너무 너무 좋다. 좋아서 차 한잔이라도 해야지 안 되겠다고 벌떡 일어나게 만든다. 맑은 봄 햇살에 마음이 이렇게나 뒤숭숭해질 수 있다니 여기에 놓인 나를 흔들어대서 과거 어느 시절을 너울너울 깨워버리는 젊은 피아니스트의 뜨거운 감정선은... 말없이도 내 마음을 저기로 저기로 데려가버린다. 차로 여기 마음을 깨워야지 그냥 두면은 안 되겠는 것... 연주가 무겁고 비장하진 않은데(앨범 자체가 슬프고도 가벼운 게 신기. 피아노라는 악기의 표현인가, 노영심의 표현인가 알 수 없음) 서예가의 필력처럼 짜릿하게 전해진다. (게다가 <잊혀지기 전에>는 가사가 있는 곡인데, 실제로는 연주곡이다, 이 점이 완전소중포인트라고! 여러분!) 그렇게 흘러 흘러 최종 마지막 트랙 <안녕>에 도착하면, 세상 다산 아저씨와 세상을 이제 시작하는 뽀얀 20대의 대화에 아아 이 앨범 뭐람. 나를 어디까지 데려간담. 하고 자포자기가 돼서는 내 4월을 이 앨범의 영향권에 놓구 속수무책으로 앨범의 궤도를 타고 돌며 4월을 보내게 되는 것이다. 참 근사한 일이다. 이 앨범이 매년 4월마다 내게 가져다주는 만끽이.

 

 

추신

과거 내 고향 대천에 언니가 공연하러 온다는 소식에 보러 갔다, 가기 전에 대천바다에 가서 부서진 조개 모래를 투명한 비닐에 담아 입구를 종이 리본으로 묶어 동그라미 초록색 스티커를 한쪽에 붙여 호주머니에 넣어갔다. 공연 끝나고 그걸 드리러 대기실로 갔고, 대기실 입구에서 막혔으나 인기척을 듣고 언니가 나왔다. 내가 드린 선물과 사인을 요청하느라 내민 오래된 1집 2집 테이프를 보고 언니는 "이 예쁜 마음을 제가 어떻게 갚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다음에 앨범 만들 때 지금 받은 고마움을 담아서 만들게요." 라고 인사해주셨다. 그 말 꼭 품고 20대를 지나왔다. 그러하게 하나로 이어지는 마음을. 

 

 

 

 

+ 오늘의 노래

노영심, 4월이 울고있네

youtu.be/uRUj7571g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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