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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10.16
카세트테이프, 마이마이 시절엔 원하는 트랙으로 넘기기 귀찮아 쭉 들었다. 한 곡 반복 재생, 트랙 넘기기 같은 기능이 있긴 했지만(없는 것도 있고) 실패율이 있었다.(그러게? 두 트랙 넘어가고 그랬음) 돌아가는 시간 동안 기다려야 하고, 불편하니 잘 안 쓰게 됐다. 애초에 세간에는 앨범 쭉 다 듣는 거지 라는 개념이 강하기도 했고, 한 곡만 반복해 들으면 테이프가 늘어날 수도 있다는 공포도 한 몫했다. 이런 식으로 카세트테이프는 기계적 기능 보단 화학반응 물질과 닮아있었다. 듣는 방식은 음악 청취에도 영향을 줬다. 들을수록 타이틀 트랙은 옅어지고 내가 좋아하는 트랙에 강한 잔상이 남았다. 이소라 1집 <그냥 이렇게>가 그러한 트랙.
나에게 이소라 1집은 <난 행복해>나 <처음 느낌 그대로>보단 <그냥 이렇게>가 우선으로 일으켜진다. 그냥 이렇게를 들으려고 테이프를 틀고, 테이프를 틀으면 그냥 이렇게를 기다리는 마음이 되는 그런 상태. 체념 가득 찬 여름밤 같은 분위기가 좋다. 여름밤은 열띠고 유연하고 경계가 녹아내려 끈적한 것인데, 이 노래는 건조하고 경계선이 날 서있고 열띰이 있다가 금세 식는 불안이 있다. 그런데 뉘앙스가 여름이잖아? 듣다 보면 오묘하게 그어진 금 위를 걷는 기분이 된다. 다 듣고 나면 마음이 어디로 가는지 모르게 가서 익숙하지 않은 곳에 도착한 모습이 된다.(5번 트랙 <더위>도 좋아하지만, 분명한 여름 낮이라 다 듣고나도 분명한 여름 낮)
이 글을 쓰는 이유는 그냥 이렇게가 아픔에 도착하게 한 적은 오늘이 처음이라서. 오늘 듣는데 가슴이 너무 아파서, 이제야 이 노래가 어디로 가는 건지 아는 건가. 이제야 들리는 건가. 그러고 있어서 쓴다. 흑흑. 썅썅바....
이소라 <그냥 이렇게>
나의 맘 모두 준다 해도
우린 다시 그 자린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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