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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1.09.27
    성인 ADHD 55일차, 우울증 80일차 사람의 스트레스 아는 법

 

 

 

 

 

성인 ADHD 55일 차, 우울증 80일 차 사람의 스트레스에 관한 질문

 

 

오늘은 병원에 가는 날. 질문을 할 수 있는 날이다. 좋다. 일상에서 생긴 질문에 직접 답을 찾아보다가 진료 날 선생님께 물어보는 즐거움이 크다.

 

이번 질문은 <내 스트레스를 알자>이다. 스트레스를 받아도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감지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는 것을 깨달았다. 스트레스 저항력이 엄청 낮게 나온 나. 보통은 1400 정도 나온다는데, 나는 300대가 나왔다. 보통은 스트레스가 들어오면 저항을 해서 안 받거나 덜 받거나 하는 것인데, 나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저항력 없이 고스란히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수치이다. 친구들은 내가 스트레스를 받아도 티를 안 내니까 그걸 다 떠안고 있지. 했다. 그렇다. 티가 안 난다. 왜냐!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나: 선생님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아는 법이 있을까요? 친구들은 티를 안 낸다고 하는데, 저는 티를 낼 수가 없어요. 무슨 일이 생겨도 '그럴 수 있지 모' 하고 넘겼는지 알았는데, 저도 모르게 받고 있었나 봐요.

 

선생님 : 티를 안 낸다는 것, 그건 잘 모른다는 것과 같아요. 말할 수 없다면 모르는 것과 같아요. 그걸로 대화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을 할 수 있어야만 아는 거예요. 말을 하다가 알게 되기도 하구요. 말을 해보세요. 말을 하기 어렵다면 글을 써보세요. 글보다는 말이 효과가 좋지만 글도 괜찮아요.

 

나 : 저는 사람들한테 부정적인 얘기를 굳이 안 하게 될 거 같아요. 그런 습성이 있어서... 좋은 영향을 주고 싶지,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건 안 좋아해요. 그러면 글로 쓰게 될 텐데 그냥 쓰면 될까요??

 

선생님 : 쓴 다음에 다시 읽는 게 중요해요. 읽을 때 수긍을 해줘야 해요. 다른 사람들 스트레스받은 얘기 들을 때 어떻게 하시죠?

 

나 : 아이고 힘들었겠다. 그거 때문에 스트레스받았구나? 하죠.

 

선생님 : 네, 맞아요. 다른 사람들한텐 그게 잘 되잖아요? 근데 내 얘기에는 그렇게 안 될 거예요. 다시 읽으면서, '이건 이러지 말 걸,,, 나 왜 부족할까' 이렇게 할 가능성이 높아요. 내 얘기에는. 그렇게 읽지 말고, 다른 사람 얘기 들어줄 때처럼 수긍하면서 읽어보세요. 아 이런 게 힘들었구나. 나는 이런 걸 싫어하는구나. 있는 그대로 나를 읽어주세요. 관찰도 하고요.

 

나 : 스트레스받으면 배가 아파요.

 

선생님 : 그것도 좋은 감지법이에요. 그렇게 알아차리시면 되어요.

 

나 : 근데 배가 아프다는 건 이미 너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상태라,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할 때 스트레스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싶어요. 

 

선생님 : 일단 다 적어보세요. 

 

 

 

미쳤다...... 선생님...... 천재... 정말 그렇게 하면 알 수 있을까요. 진짜 선생님 말씀대로 해보고 싶어졌다. 하지만 정말 이걸로 스트레스를 감지할 수 있게 될까. 일단 나는 배가 아팠던 일, 또 그럴 수 있지 하고 생각했던 일들을 다 적어보려고 한다. 다 적고, 아 나는 이걸로 스트레스를 받았구나. 수긍해보려고 한다.

 

또 일을 미루는 걸 잘 바라보고, 왜 미루는 지도 적고 싶다. 말로 할 수 있어야 잘 알 수 있다. 느낌을 받는다. 는 지점에서 멈춰있고 싶지는 않다.

 

 

 

 

 

 

성인 ADHD 약 복용 55일 차, 우울증 80일 차 사람의 치료 효과

 

 

약을 먹은 지 3개월 가까이 되어가고 있다. 그동안의 변화를 적어 볼까나.

 

 

 

아침

- 과거  : 늦게 겨우 일어났다. 몸이 부서지는 것처럼 찌뿌둥하고 힘이 없다. 이미 지쳤다.

- 현재  : 일찍 일어난다. 마음먹으면 원하는 시간에 일어날 수 있다. 일어나면 풀 충전한 것처럼 개운하다.

- 원하는 미래  : 이제는 기상시간을 정해서 루틴을 만들고 싶다.

 

- 과거  : 늦었다. 뭐 돌아볼 겨를 없이 튀어 나가야 한다. 하지만 몸이 무기력하다.

- 현재  : 일찍 일어나 본 경험이 없지만 뭐든 하고 싶다. 일단 설거지를 한다. 빨래 정리도 하고. 깨끗해진 방에서 요가를 해볼까? 하고 요가를 하거나 아침 운동을 한다. 음식을 집에 있는 재료로 간단하게 차려 먹는다. 영어 공부를 하거나, 밀린 연락을 하거나, 블로그에 글을 쓰거나, 책을 읽어나 한다. 그런데 가을이 오면서 일어나도 침대에 누워 1시간 넘게 핸드폰을 보는 일이 생겼다. 예전으로 돌아가는 기분이라 무섭다. 선생님께 물어보니, 약효에 익숙해져서 그럴 수도 있고, 추워져서 그럴 수도 있다고??? 그럴싸한데?? 아침에 일어나서 바로 할 일을 계획하고 잠들라고 하셨다. 그러면 바로 일어날 수 있을 거라고.

- 원하는 미래  : 일어나서 할 일 루틴을 만들고 싶다. 그걸 실행해보고 싶다. 꾸준하게. ADHD는 계획이 없으면 일찍 일어나도 시간만 보내기 십상이다. 루틴을 만들자.

 

 

 

출근 전

- 과거  : 늦었기 때문에 처리할 일을 못하고 출근하는 게 일상. 모든 일은 미뤄졌다. 장사에 쓸 장보기도 미뤄졌고 영업에 차질이 생겼다. 그리고 문 여는 시간도 늦어졌다. 매일 지각이었다. 괴로웠다.

- 현재  : 아직 시간 계산을 못 한다. 그래서 촉박하게 나가긴 한다. 하지만 오전에 많은 일을 처리했기 때문에 허둥대지는 않아도 된다. 문을 늦게 여는 일도 거의 없다.

- 원하는 미래  : 출근 전에 역시 루틴이 있었으면. 그리고 시간을 좀 여유 있게 가지고 출발했으면 좋겠다.

 

 

 

업무

- 과거  : 주문을 까먹는다. 다음에 할 일이 뭔지 허둥대다가 한다. 실수를 한다. 동선이 비효율적이다.(뭘 해야 할지 머릿속에 정리가 안 되어있으므로....)

- 현재  : 주문을 잘 기억하는 데다가 손님한테 필요할 걸 챙기는 센스도 발휘한다. 다음에 할 일이 뭔지 머리에 그려져 있다. 그대로 움직이면 된다. 동선이 효율적이다. 그 방향에 간 길에 필요한 걸 다 챙겨서 온다.  

- 원하는 미래  : 마감한 후에 힘이 없다. 마감을 빠르게 해내고 싶다. 이외엔 없다. 아주 만족하는 시간이다.

 

 

 

퇴근 후 

- 과거  : 낮에 무기력하느라 소모하지 못한 에너지를 그나마 밤에 소모해야 한다. 낮에 한 일이 없기 때문이다. 할 일은 잠과 씨름하지 않는 가게 마감 후에나 할 수 있는 것이다. 일찍 일어나서 뭘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벽에나 하는 일은 몸에 무리를 준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할 수 있는 시간은 새벽 밖에 없고, 새벽엔 에너지가 그나마 돌기 때문이다.

- 현재  : 할 일을 낮에 대부분 한다. 활동량이 많이 늘었다. 그래서 마감하고 나면 시동이 꺼지듯 몸이 녹초가 된다. 좀 이르게 녹초가 되는 감이 있어 선생님께 상담을 했더니, 3시간 더 활동할 수 있게 하는 '필요시' 약을 처방해주셨다. 마감할 시간에 녹초가 될 게 뻔하므로 요즘엔 집에 가서 하다 잘 일이 있으면 미리 3시간짜리 약을 먹어둔다. 가방에 '필요시' 약이 늘 있다.

- 원하는 미래  : 체력을 길러서 필요시 약이 없어도 할 일을 잘하고 자고 싶다.

 

 

 

식사

- 과거  : 급한 대로 먹었다. 근데 또 잘 챙겨 먹고 싶어서 시간을 무리해서 먹었다. 낮엔 늦게 일어났으므로 종일 배고프다가 일 시작하기 전에야 겨우 먹었다.

- 현재  : 아침에 일어나서 바로 간단하게 먹는다. 이후 일 시작하기 전에 제대로 먹는다. 하지만 ADHD 약효가 도는 동안엔 입이 짧아진다. 조금 먹으면 들어가지 않는다. 그래도 적당량 먹으려고 노력 중이다. 퇴근 후에 먹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퇴근 후에 입맛이 제일 좋다. 아직 규칙적으로 먹지는 못하고 있다.

- 원하는 미래  : 식사 때를 맞춰서 먹고 싶다. 이건 아침 루틴을 만들면서 식사를 몇 시에 할지 정해봐야겠다. 식사 간격과 식사의 종류, 식사의 양을 규칙적으로 먹고 싶다. 

 

 

 

수면

- 과거  : 잠드는 건 문제가 거의 없었지만, 핸드폰을 보다가 늦게 자는 일이 일쑤였다. 다음 날 늦게 일어나고, 자도 피곤하고. 아주 비효율적인 삶....

- 현재  : ADHD 약의 약효시간인 12시간이 다 되면 시동이 저절로 꺼지기 때문에, 또 자기 전에 먹는 약을 먹으면 노곤해지기 때문에... 금방 잠이 든다. 딴짓 안 하고 잠을 자서 좋다. 수면의 질이 높다. 자다가 잘 깨는데, 다시 잠이 드는 건 어렵지 않아서 문제가 있지 않다. 일어나면 개운하기 때문. 완전 신난다.

- 원하는 미래  : 없다. 만족한다.

 

 

 

 

 

원하는 미래는 루틴 뿐이군ㅋㅋㅋㅋㅋ 굉장하고 좋다. 이런 시간을 줄곧 기다렸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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