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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2.06.05
    220605 소리가 커져서

 

 

일요일 공연을 하면서 재밌었고(힘을 들여야 하니 피곤은 하지만) 흥미로웠던 것은, 욜탱에 고정되다시피 놓여있던 물건들을 이동하고 다시 돌려놓은 후에 일어난 일이다. 큰방, 작은방에 설치한 T5 조명들, 구석에 방치해둔 빔프로젝터, 손님이 늘 앉던 테이블, 창고 구석 어디쯤 뒀던 전선들, 화분, 인형들, 거실의 음향장비들,,,,,옥상에서 쓰고선 다시 도로 설치했다. 그렇게 모두 있던 제자리로 돌아온 셈이지만 신기하게 미세한 변화가 느껴진다. 멀티탭을 좀 더 활동도 높게 재배치해서 활용도가 높아진 건 내가 의도한 일. 그것도 벼르던 일인데 이번 기회로 했다. 그리고 마태군 말로는 아무것도 건들지 않고 그대로 설치했다고 하는데, 바깥 마당에 설치된 스피커 볼륨이 커졌다. 이건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다. 그동안 바깥 스피커 볼륨만 높이고 싶어 이리저리 볼륨을 만져도 되지 않았던 것이(바깥 볼륨을 만지면 같은 선으로 연결된 내부 스피커 볼륨까지 같이 과하게 높아져서 불가능했던 것) 저절로 원하는 볼륨이 된 것이다. 어찌 된 거지???? 정말 어쩌다 된 건데 맘에 든다. 바깥에 앉아서 음악을 듣고 있자면, 아 이거지 하는 볼륨이다.

 

잠시 제자리에서 이탈을 하고, 소풍 혹은 여행같은 걸 하고 나면 뭔가 변화를 보이는 인간처럼 물건도 다른 면모를 보여주는 것인가. 평소와 똑같이 돌아왔는데, 미세하게 다른 걸 보면서 재미를 느낀다. 맨날 보는 공간은 관성으로 보게 되는 경향이 있는데 지금은 조금 더 보게 되고, 약간씩 달리 보이는 게 좋다. '이동했다가 돌아왔다'는 사실만으로 금이 난다. 흐름은 금이 난 곳에서 생긴다. 

 

이러한데, 내가 호주에 가면 어떻게 될까. 거대한 이동을 한 것만으로 어떤 변화를 가질까? 생각해보면 그동안은 제자리를 찾고 싶었다. 정지하고 싶었고, 뿌리를 내리는데 집중을 했다. 그렇게 꿈만 같은 욜탱을 만들었는데, 애틋한 친구들이 생겼는데,,,,,, 어처구니없게 이렇게 좋을 수 있나. 싶은 때에 이동에 흥미가 생긴다. 분갈이를 할 때라고, 뿌리를 새로 다시 내릴 때라고 느껴진다. 애써 자리 잡은 곳에서 떠나고 싶어 진다는 건 참 이상한 습성이다. 식물이라면 그 자리에 계속 있을 텐데. 그치만 생각해보면 나무도 제 자리에서 있는 것 같지만서도 규칙적으로 생성한 일부를 계속 떨구고, 어느 시기에는 제 체취든 꽃가루든 바람에 실어 보내 수정을 해서 씨를 만들지. 공기와 물은 평생 순환을 하고, 별도(궤도를 지녔어도) 계속 움직인다. 이제 내게도 바람이 닿는다. 사실 계속 닿았지, 바람은. 그동안은 여기에 있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던 건데, 이젠 몸을 싣고 이동하고 싶어 진다. 흐름이 발생한다. 

 

그렇게 되면 어떤 소리가 커질까, 내가 모르는 사이에 어떤 볼륨이 커질가. 어떻게 재배치될까. 이동으로 멀어지는 것들과는 어찌 될까. 가까워지는 건 무얼까. 내가 만들어온 것들은 어떻게 될까. 이동이라는 운동은 그동안 아주 잘 알던 걸 더 이상 알지 못하게 만든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가는 것. 그 자체가 이동인 듯. 그러나 떠나서 후회한 적이 있던가. 없다. 이동엔 기대가 있다. 평소에 잘하지 않던 기대를 하게 한다. 동시에 이동하면서 발생할 거센 마찰을 견뎌야 한다. 존나 피곤하겠지,,,,, 그치만 마찰 없이 사건이 일어나던가, 그런 일은 없다. 사건은 적어도 다른 대상과 부딪쳐야 발생한다. 기타 줄을 손으로 쳐야 소리가 나는 것처럼,,,,,,, 근데 자리를 잡는다는 건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고정한다는 것인데, 다시 사건 속으로 몸을 던지려는 (내가 지금 느끼는) 습성이 얼탱이 없긴 하다. 그치만 재밌겠지.....? 매태군이 호주에 가려는 이유는 가서 구축하고 싶은 삶이 있는 것인데, 내가 호주에 가려는 이유는 여기에 구축해놓은 걸 다 부수고, 뭐가 지어질지 모르는 상태로 돌입하려는 것에 있네. 가서 구축하고 싶은 것이 뭔지는 모르겠다. 예측 자체가 불가능하다. 다만 다시 잔뜩 흔들려보고 싶을 뿌니다...... 매태군 손을 잡고 같이 가보고 싶을 뿌니다.... 다시 생각해도 얼탱이 없지만....

 

 

 

 

+ 오늘의 노래

 

송창식, 둘이 둘이만

 

 

둘이 둘이 와 둘이 둘이 와

단 둘이만 와 단 둘이만 걸어와

 

손을 잡고 와 손을 잡고 와

떨어지지 마 꼭 잡고 와 잡고 와

 

소리 내지 마 소리 내면 안돼

소리 내면 남들이 봐

 

귓속말로 해 귓속말로 해 귓속말로

가만 가만히 속삭여

 

 

 

https://youtu.be/iGc8nAnte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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