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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828 사랑의 은어에게 (독자 후기)






사랑의 은어야, 안녕



나... 고백할 게 있어... 아직 널 다 읽지 않았어. 그치만 그건 내가 그런 것이 아니야. 나도 처음엔 한 번에 쭉 읽을 셈으로 너를 집어 들었지. 그게 아주 좋아한다고 표현하는 사랑 같았거든. 그렇게 내 사랑을 보여주리라. 빠져들어서 끝날 때까지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으리라. 깊게 빠져 들리라. 그런 결의가 내게도 있었단 말이야. 그런데 첫 글, <이국정취> 있잖아. 첫 줄 '처음 맡는 냄새 앞에서는 처음 사는 기분이 든다'를, 중간쯤 '모르는 외국에서 지내는 게 좋기도 좋았지만, 돈 벌 생각 없이 아침에 눈 뜨면 오늘 뭐 하지 밤에 눈 감기 전에 내일은 거기 가볼까 하는 게 좋았다'를 읽는데 네가 다음 장으로 넘어가지 못하게 나를 붙드는 거야. 저자는 빨리 읽길 바라겠지만(읽고 어서 후기를 써주길 바라겠지만) 너는 그래 주지 않았어. 그럴 셈이었다면 아마도 이국정취가 책의 처음에 나오지를 않았겠지. 너는 다시 처음 사는 기분이 들게 하잖아. 냄새를 다시 맡게 하고, 내일은 너를 데리고 거기 가볼까 하게. 내게 그런 사랑이 시작된 거야. 생각해보지 못한,,, 한 번에 다 하는 사랑 아니고 천천히 여기저기를 함께 다니며 하는 사랑. 그래서 나는 그러기로 했어. 네 냄새를 따라서 서울에 갑자기 가고, 많이 걸어 본 연희동을 다시 걷고, 홍제천이 집 앞에 있었지만 앉아 본 적 없던 오두막 정자에 처음 들어가 앉아 따뜻한 생강차가 된 기분을 맡아보고, 놀이터에 가서 어릴 때 맡았던 아쉬운 흙냄새를 다시 맡았어.


처음 너를 데리고 나간 정취는 자주 가볼까 했지만 몇 번 가지 않았던 집 앞 까페인데 그날은 왜 갔을까? 가서 너를 조금 읽다가 책장을 덮은 거야. 다음엔 기차에서 계곡에서 침대로 비추는 아침 햇빛 속에서 읽었어. 계곡에선 <계곡에 갔어>를 읽었어. 계곡은 첨벙첨벙이 아니라 찰박찰박. 손으로 물을 떠서 팔에 끼얹고, 심장과 먼 곳부터 천천히 적셔야 한다는 걸 알면서 친구한테는 물 튀겨도 보고 끼얹어도 보고 아예 손목 잡고 힘줘서 끌어내리기도 하다가 올라갈 때는 손을 잡는다. 를 읽고 계곡 수영을 하러 물속에 들어갔어. 물속으로 햇빛이 들어와 밝은 선을 만들어 일렁이더라. 그 사이를 헤엄치는 은어들을 봤어. 여기도 은어가 잔뜩 있다. 하고 생각했어. 분명 다른 거 아는데 이름이 같으면 난 너를 떠올려.


나 책을 이렇게 읽는 것은 처음이야. 이런 게 사랑의 은어야? 맞아 사랑의 은어야?











+ 오늘의 노래


이상은, 사랑할 거야


우리 이제는 좋아하게 될거야
지나버린 시간들이
다시 되돌아오면

우리 이제는 사랑하게 될거야
달콤했던 추억들이
영원히 아름답도록

소중했던 그 날들은 지나도
아름다운 사랑을 할거야





https://youtu.be/BFH6Nz2ITl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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