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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익은 김치를 물에 세 번 씻은 후 물기를 꼭 짰다. 잘게 잘라 큰 그릇에 담고 올리고당 조금, 참기름 많이, 다진 마늘 한 스푼 듬뿍 넣어 비닐장갑을 낀 손으로 주물주물 거렸다. 많이 주물 거릴수록 맛이 좋아진다. 단맛, 마늘맛, 참기름 맛 밸런스가 좋은지 맛을 본 후 ‘음 좋아’ 하고 유리로 된 반찬통을 꺼내 담았다. 미리 사둔 두부를 꺼내 3등분을 한 후 나박하게 잘라 접시에 담았다. 내가 좋아하는 두부김치 완성. 오랜만에 만들어봤네. 침대에서 6일 만에 쉬는 꿀맛을 느끼던 매태군을 불러 테이블에 앉히고. 뭘 보면서 먹지? 하다가 서울 체크인이 생각났다. 매태는 예전부터 <여배우들> 같은 미디어를 좋아하니까 아마 좋아하겠지, 나도 보고 싶었구. 하고 틀었다.

이효리가 방송 시스템에서 자기만 동떨어진 기분을 얘기하고, 엄정화와의 대화를 이어갔다. 언니는 언니 없이 어떻게 버텼어? 몰라 술마셨어. 둘 다 우니까 매태가 술 얼마 안 마시고도 같이 울면서 대화하는 여자들을 부러워했다. 그래 너넨 이런 대화할 줄 모르지? 영상은 중반을 훌쩍 넘겨 마마 무대를 화려하게 마치고 엄정화 집에서 간단한 술자리를 한 후 술자리 정리를 홀로 하고 자기 방(임시)에 들어가 침대에 풀썩 눕는 이효리가 나왔다. 아이고 아이고 끝났다. 하고 누웠다. 그 간극이 컸다. 다음 날 새벽에 일어난 이효리가 보이차를 마시는 장면이 나와서 매태에게 차 줄까? 하니까 좋다고 했다. 구수하고 뜨끈하게 우려진 황차를 마시면서 이효리가 요가하는 모습을 봤다. 황차를 마시다가 매태군 전담을 빌려 피우다가 하니까 몽롱하고 뜨끈하고 좋았다. 영상은 이후 김완선, 보아, 화사를 불러 브런치를 먹었다. 별 감정선은 없었는데 매태가

매태 : 쓸쓸해 쓸쓸해서 못 보겠어요(하고 눈물을 보였다)
나 : 뭐가 그렇게 쓸쓸해?
매태 : 모르겠어요. 영상이 너무 쓸쓸해.
나 : 간만에 같이 모여서 브런치 먹는 장면인데?
매태 : 지나간 시간이 자꾸 느껴져요.
나 : 네 지나간 시간도 같이 느껴져? 그게 슬퍼?
매태 : 응…

그러더니 영상을 멈추고 잠깐 다른 걸 보자고 했다. 누나도 기뻐할 거라고. 레드핫칠리페퍼스 신곡이 나왔는데 존 프루시안테가 다시 합류해서 원 멤버라고 했다. 틀자마자 californication 전주 같은 사운드가 시작됐고, 짜릿했다. 존 프루시안테가 기타 솔로 할 땐 서로를 보고 우아 존나 죽인다. 이거다잉! 하고 감탄했다. 떠났던 과거가 고스란히 돌아온 기분이었다. 옛 모습을 품고도 현재를 보여주는 밴드가 리스너에게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지ㅠㅠ 그들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상태가 우릴 쓸쓸함에서 구제해줬다. 같이 짜릿해져서 아 존나 멋지다. 몇 번 한 후 매태는 양치질하러 가고 나는 마저 남은 서울 체크인을 봤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과거가 많아졌다. 과거란 대부분이 현재와 연결이 끊긴 게 많고, 그나마 개중에 현재까지 이어지는 몇 안 되는 요소를 붙잡고 내가 시대의 중심이던 시절이 지금도 살아있긴 함을 느낀다. 왜 과거 특정 시기의 문화는 내 꺼였고, 지금 시기의 문화는 내 것이 아닌가. 아니 내 것이라고 느끼지 못 하는가. 언제 (내가) 제외됐고, 어떻게 (나 자신을) 제외했는가. 영문도 모르고 지나 보니 그렇게 되어있다.

그러나 자기만 동떨어졌다고 느낀 방송 시스템이 준비한 무대에 이효리가 오르면 정말 멋진 걸. 레드핫이 앨범을 내면 바로 존나 죽이는 걸. 과거와 동떨어지고 자시고 그런 건 아무것도 아니게 되는 걸.

이효리를 보며 레드핫을 보며 그들은 그냥 있는 그대로 멋있는데 동떨어졌다느니 왜 그런 기분을 느끼세요??? 하면서도 정작 나는 동떨어진 기분에 쓸쓸해지는 시간. 영문을 모르는 시간. 이런 건 배운 적이 없다. 황차를 다시 우려 마시고, 전담을 한 모금 더 들이키고. 뭐로든 제외된 공간을 채우려 뒤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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