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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때 밤이 오면 거실에 있는 무선 전화기를 몰래 내 방에 들고 가 어디로든 전화를 걸었다. 한때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짝궁이어서 잠시 친했고 서로 속으로 좋아했던 애한테 전화를 자주 했다. 걔한테 왜 걸었는지 모르겠다. 길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때 모른 체 안 하고 인사를 나눴던 계기련가? 우린 그 이후로는 쭉 안 친했는데, 한때 각별했다는 기억으로 계기만 생기면 쉽게 가까워졌다. 내가 무선 전화기를 몰래 챙겨 방으로 들고 들어가던 그 시절도 잠시 그랬다. 원래 이럴 수 있던 사이었던 듯이 초등학교 졸업앨범을 꺼내 뒷쪽에 적힌 졸업생 전화번호 목록에서 걔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 그 애가 받았다. 아녕 나야 성아. 라고 하니 그 애가 응, 안녕. 그랬다. 우리가 친하던 초등학교 5학년 때 얘기를 했다. 공통점이라고는 그때뿐이니까 뭐. 자긴 학교 끝나서 집에 가는 게 싫었다고 했다. 왜냐고 물었더니, 문 열고 집에 들어가면 혼자, 밥도 혼자, 노는 것도 혼자. 외동이고 부모님은 맞벌이라 잠들 때나 오셨다고. 외로웠다고 했다. 대가족에서 살던 나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종류의 외로움이었다. 어떻게 외로워? 하고 물었던 것 같다. 그러면 그 애가 요즘도 여전히 그래, 똑같아. 그랬던 것 같다. 내가 전화하면 좀 덜 외로워져? 하니 응, 도움이 돼. 그랬다. 한껏 귀를 기울인 수화기에서 들려오는 말에 몸이 짜릿하고 간지러웠다. 어느 날 통화에서는 내가 자기 첫사랑이라고도 했다. 뜨거워진 얼굴이 돼서 덜 외롭단 기분이 이런 거구나 했다.

그렇다고 그런 기분 하나로 통화가 오래 이어질 수는 없었다. 우리 통화는 몇 번 이어지다가 멈췄다. 걘 내 타입이 아니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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