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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받은) 일일 다이어리를 제대로 쓰게 되었다! (와~~~~) 그래서 (오래전에 선물 받은) 연필도 드디어 깎았다. (와아~~~~~) 이 다이어리의 하루 치 한 장에다 계획도 쓰고 일기도 쓰고 할 참이다. 계획을 적은 부분은 글이 아니고, 또 계획이라는 건 다시 볼 때 어쩐지 지끈거리니까 눈에 거슬리지 않게 적히면 좋겠는데 색이 예쁜 펜으로 쓸까나 어쩌나 하다가 색이 비교적 흐린 연필로 적기로 했다. 그렇게 써보니 좋은 결정이었다는 확신이 든ㄷㅏ. 일단 연필 색은 기분이 좋기 때문에 적힌 게 계획이든 망친 그림이든 그리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 마음에 안 들면 지울 수 있다는 여지가 시각에도 여유를 준다. 어느 도구로 그리냐 유화로 그리냐 오일 파스텔로 그리냐에 따라 그림이 전혀 다르게 읽히는 것은 오래전에 이해한 일인데, 글도 마찬가지일 거란 사실을 이제야 이해한 기분이다. 재밌다.

쓰는 곳을 통일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던 건지(정리 못 하는 자의 정리 조급 증세) 오래 묵힌 일기는 블로그에 하고... 순간순간 일기는 트위터에 하고... 일기의 용도는 이런 곳들에 다 했는데 다이어리에 또 쓸 필요가 있을까나~~ 했는데 써보니 다른 글이 나오는 것을 느끼고 말았다. 다이어리에 일기를 쓰다가 자연스럽게 그림을 그려 부연설명을 넣었는데, 트위터에는 블로그에는 한 번도 하지 않던 일이다. 연습장에 그리냐 오일 파스텔 전용 종이에 그리냐에도 그림이 달라지는디 글을 어디에 쓰느냐도 크게 다른 것이었다. 이러저러한 차이는 해보고 나서야 느꼈고, 해보지 않고서는 느낄 수 없는 거시였다.

비록 연필, 종이 같은 것에서지만 이런 것에서 연달아 깨닫고 나니 무엇을 어디에 고정하는 일이 한순간에 무의미하게 보였다. 뭘 새로 깨닫고 나면 이전에 내가 믿어 왔던 것들이 시시하게 보인다지만, 무엇을 어디에서 하냐에 따라 서로 이만큼이나 다른걸? 고정이 꼭 필요해? 어딘가 오래 꽂혔던 핀이 스스로 구멍을 빠져나와 달음박질하고, 핀이 고정해왔던 것들이 제자리를 벗어나자 탈주하는 걸 지켜보는 해방감이 들었다. 고정된 정물을 분해하고 분해하고 분해해서 아주 작은 단위인 원자 상태가 되면 이 원자를 저 원자에도 붙여보고 저 원자에도 붙여보면서 새로운 분자가, 새로운 정물이 생겨나는 게 보고 싶어졌지, 박자를 정확하게 맞춰 연주하는 일은, 네모 칸에 바른 글씨를 적어 넣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아졌다. 피카소의 그림이 이전보다 이해가 가고, 혁명에 더 당위가 부여됐다. 

 

한순간에 뭘 가득 깨닫는 강렬함은 이렇게 극단적인 것이다. 눈이 부시면 빛만 보일 뿐, 주변은 보이지 않게 된다. 그러나 나는 여러 가지를 경험해 온 어른이므로, 능수능란하게 이것을 기억해낸다. 자음과 모음이 너무 다른 위치에 있어버리면 제 의미를 내는 글자가 되지 않는다는 걸, 음계를 적절히 벗어난 연주는 자유로운 연주가 되지만, 아예 벗어나버리면 합주가 불가능하다는 걸. 사랑이라던가, 거주지, 일상의 루틴 같은 걸 이 깨달음에 대입하고 실행해보면 너무나 재밌겠지만, 그러지 않고 때때로 적절하게 길을 잃어보는 일에 망설이지 말자는 정도에서 이 즐겁고도 짧은 유희를 마쳤다.


엊그제는 눈이 아주 많이 내렸다. 그랬다는 사실을 SNS에서 읽었다. 사람들이 올린 눈 사진과 영상도 구경했다. 밖에 다녀온 ㄱㅁㅌ가 와 밖에 눈 진짜 많이 왔어요 하는 말에서도 눈을 알았다. 그래서 눈이 아주 많이 왔다는 걸 아주 잘 알고 있다 생각했다. 그러다가 밤중에 베이킹소다를 꺼내러 베란다를 열었을 때 창밖으로 쌓인 하얀 눈을 봤고, 멈칫했다. 그제야 무엇을 언제 제대로 알게 되는지를 새로 알았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고 무척 기뻤다. 내가 지닌 힘을 잘 표현 할 수 있는 문장을 얻었기 때문에. 내가 지녔으나 힘이라는 무언의 상태인 것이 비로소 정확한 형태가 되었다. 글은 정말 훌륭해. 글이 어디에 있냐면, 해보고 나서야 알게 되는 '사실'과 같은 곳에 놓여있다. 글은 알은체하는 곳 말고, 아는 곳에서 글이 된다. 게다가 글은 글이 되고 나서도 '존재'를 자꾸 다른 말로 새롭게 쓴다.
















+ 오늘의 노래



이미 수백만 번 불려진 유명한 곡을 연주하는 일도 다른 연주자가, 다른 악기로, 다른 시대에 연주하면 음표가 달음박질해 ~~~ 게다가 베이스 포지션으로 여겨지는 콘트라베이스와 하프만으로 합주 된 곡이라니. 그동안 조연 역할을 훌륭하게 해낸 배우가 주연이 된 영화를 보는 기분이다. 너무 새로운 구성이고 이 사실들이 재밌어서 어깨춤을 춘다.

 

Dezron Douglas & Brandee Younger, You Make Me Feel Brand New

youtu.be/uuNPfpZtNO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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