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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1.04.23
    20210423 가게 얘기(1)

 

 

 

 

 

 

 

 

오늘은 저녁 8시 15분쯤에 손님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문 연 4시부터 내내 비어있었는데... 이럴 수가 있냐고... 요즘은 10시면 닫아야 하니까 8시 되면은 아~~ 오늘 장사 여기까지구나. 하는데 그때부터 들어오셔서 자리가 다 찼다. 정말 줄줄이 들어오셔서 첨엔 상황파악 못 하고 다 같은 일행인가?? 함... 매번 느끼는 거지만 가게 돌아가는 건 한치 앞을 알 수가 없다. 닥치는대로 그냥 움직여야한다. 서핑하려고 보드 들고 나가도 좋은 파도 안 오면 공치고, 파도 잘 들어오면 타는 그런 거. 서핑은 날씨로 얼추 오늘 파도를 읽을 수 있겠지만 장사는 그런 거 없다... (서핑으로 비교하니까 재밌넹)

 

 

 

 

 

 

 

 

 

그렇게 오신 손님들이 신청한 노래들!!! 너무 좋고 귀여워서(왜자꾸 뭐든 귀엽게 보이지) 오늘 노래 저장도 많이 했다. 서로 다른 테이블 신청곡이고 그걸 겹쳐 트는건데 흐름이 맞아떨어져서 너무 재밌었다. 예를들면 Parquet Courts, Already Dead 다음에 Nirvana, All Apologies 를 연속으로 틀은 게 좋았고. 몇곡 흐른 다음에 Toto, Africa 틀고, 다음에 Creedence Clearwater Revival, Have You Ever Seen The Rain 틀고, Talking Heads, The Great Curve 틀고 The Beach Boys, Surfin' Usa 튼게 개좋았다. 다 다른 테이블에서 신청한 노래고 시대도 장르도 다르고. 근데 템포나 톤 같은 게 이어 흐르는 거임. 골라서 틀면 이어지는 거 아님?? 할 수 있지만, 나도 음악이 흐르기 전까진 이게 맞아 떨어질지 잘 모르므로 이게 틀어봐서 실제로 이어지면 별빛이 모여 모여 은하수가 흐르는 기분이 된다. 서핑보드에 서서 파도를 타고 해변까지 쭉 흘러 들어오는 기분이 된다. 마라탕 한그릇 맛있게 다 비운 기분이 된다....(주접 그만...) Chic, Stage Fright 를 먼저 틀어서 따로 보내버린 것만이 아쉬웟지만 그건 다음을 기약하며 플레이리스트에 저장해놨다. 내일 Chic까지 붙여서 이렇게 또 들어야지 후후.... 손님들 계산하실 때 신청곡 좋아서 노래 몇곡 저장했다고 인사도 했다...(행복한 덕후 ♡)

 

 

 

 

 

오늘 사실은... 오픈 시간에 오시기로 했던 손님이 계셨다. 가게 초창기부터 오신 손님이다. 그래서 오시면 너무 반갑고 마냥 좋은 그런 분이다. 이 분은 매년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해주시고, 사실 크리스마스뿐만 아니고 오실 때마다 선물을 주시고(정말 몸둘바를 모르겠고, 내가 할 수 있는한 그분께 받은 걸 소중하게 품는 것으로... 아니 사실 품는 것으로 보답이 될지 모르지만?? 그런 마음으로 품고있다.) 노아가 떠났을 땐 편지와 동화책 선물을 받았다. 편지엔 그분도 작은 친구를 얼마 전 떠나보낸 일이 있으셔서 내 소식을 듣고 마음이 많이 아팠다고 써있었다. 동화책은 하늘로 떠난 강아지가 보이지 않아도 사실은 주인공 아이 곁에 있고, 아이와 같이 걷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읽은 당시보다는 시간이 몇달 흐르고 났을 때부터 강한 효력을 보여서 자주자주 생각한다. 여튼 그분께서 오늘 오셔서는 내 손에 또 선물을 쥐어주고 "사실은 오늘 못 놀게 돼서 이것만 전해드리러 왔어요" 하고 가셨다... 아니... 세상에.... 나는 자주 내가 이런 것을 받아도 되는 것일까. 내게 그런 자격이 있나?? 하는 생각에 빠진다. 그치만 그런 생각은 주신 분께도 내게도 하등 도움이 안 되니까 생각을 바꿔서 세상에 이런 일들이 일어날 수가 있단 말인가?? 근데 난 왜 이런 일들을 안 일으키고 살았지?? 나도 일으킨다!! 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해도 사실 계속 살던대로 살지만, 그렇게 하고 싶다는 마음이 마음에 생성하고, 세상은 살만한 곳이라며 생을 덜 비관하게 된다.

 

그래서 그런 생각을 했다. 고마움을 표시하자고. 사실 내겐 자주 떠올리는 고마움이 있다. 노아가 떠나고서 수많은 위로를 받았다. 얼마나 많이 받았냐면 내 슬픔을 순간 압도할만큼... 간판정도는 종이장처럼 날려버리는 태풍정도로, 태풍 바람에 바로 서있을 수 없을 정도로 위로가 마구 밀려왔다. 살면서 그런 압도적 위로는 처음이었다. 그때의 체험은 나를 일정 어느 부분을 확실하게 변화시켰다. 그러니까 위로가 압도적으로 밀려오면 슬픔이 슬픔대로 거대하게 유지되고 있다 하더라도(슬픔이 줄거나 소멸하진 않는 것 같다) 사람이 당장 살 수 있다. 숨을 쉴 수 있게 되고, 이런 세상 뭐하러 사나 하다가도, 살아야겠다고 정신이 번쩍 든다. 그렇다고 그만 살아야겠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당시 뭐....살아있는 것도 아니었다. 근데 그런 상황에 압도적 위로를 받으면 살아있게 된다. 되살아난다고 해야하나. 내가 추스른 게 아니고 풍선에 숨을 불어넣듯 저절로 그렇게 빵빵하게 된다. 이런 경험을 해보고 나면 아무래도 그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될 수밖에..... 그래서 그런 생각을 했다. 위로를 할 일이 생기면 꼭 하자. 위로를 한다고 뭐... 이런 생각 하지말고 바로 위로하자. 그리고 오늘은 그분이 다녀간 후 그런 생각을 했다. 고마움을 표시하자. 여전히 노아가 떠난 사실이 나를 슬프고 힘들게 하지만, 그건 위로가 소용없어서가 아니고, 위로를 받은 덕에 이 정도로만 슬프고, 이정도나 회복한 것이라고 말하자. 다시한번 고맙다고 말하자. 그리고 그분께 편지를 써두자. 이런 생각.

 

 

 

 

 

 

 

짧게 쓸랬는데, 너무 길어졌네. 그래도 오늘 이런 얘기 써두고 싶었다. 오늘들은 음악들 그분께 받은 마음 잊고 싶지 않아.

 

 

 

 

 

 

 

 

+ 오늘의 노래

 

요즘은 노래 중간에 말하는 노래가 느므 좋다.

 

 

Parquet Courts, Already Dead

youtu.be/m_8g4R7OWK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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