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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5.02
가만히 서서 두 시간 정도 설거지를 하는데 참을 수 없이 심심해졌다. 고무장갑을 벗고 주방을 나왔다. 나와봤자 그나마 옆 방 테이블에 앉았을 뿐이지만....
핸드폰에 충전선을 꼽고서 주로 가는 온라인 세상을 다 뒤져 보고 읽었는데도 똑같이 심심했다.... 으아 젠장 뭘 할까 아무 생각 안 들어 멍 때리다가 메일에 들어갔다.(갑자기 생각났다) 내가 가사를 쓰고 ㄱㅁㅌ가 작곡한 노래 두 곡을 받아놓은 게 있었기 때문이다.
이어폰 볼륨 최대로 키우고(그래야 와 닿음1) 처음 듣는 노래를 듣는 기분으로 모르는 척하고 듣는데(그래야 와 닿음2) 첫 곡 들을 땐 거의 손색없이 좀 찡했고, 다음 곡 들을 땐 고칠 곳이 많아 답답해져서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창문 쪽 벽에 기대서서 오가는 사람들을 보며 궁리하다가 '그러나 같은 접속사를 넣어야겠다' '감정의 덩어리 할 때 의를 빼야겠다' 같은 생각을 했다.
지금 한 생각이 곡에 더 잘 맞을지는 ㄱㅁㅌ가 다시 불러봐야 알 것이다. 그치만 그러고 나니 확실하게 덜 심심해졌다는 효과가 생겼다. 그리고 내가 느낀 심심함의 정체를 조금 알 것 같았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허무해서 오는 텅 빈 기분.... 그런 것과 맞닿아있었다. 두 시간 동안 가만히 설거지하는 일에 숭고한 이유를 붙이더라도 설거지에다가 긴 시간을 들인다는 건 사실상 허무한 일인 것이니까.
그럴 땐 잠시 도망 나와서 작사를 수정하고, 블로그에 일기를 쓰는 게 도움이 된다. 는 게 오늘 심심함에서 얻은 으ㅣ외의 수확이네. 술이나 마실까 그랬는데. 이상하게 다시 설거지할 맛이 난다. 사람 마음은 왜 이렇게 변덕이 심한 것일까. 장단 맞추기 바쁘네. 그럼 마저 하러 이만........(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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