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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초기에 나는 널 무지 그리고 싶었다. 네 요소요소를 선으로 따라가며 하얀 종이에 흑심 가루를 검게 묻히고 싶었다. 그러나 그게 네 온전한 형태를 훼손하는 일이 될까 봐, 어디 하나 흠집 낼까 봐 아까웠다. 지금 상태로도 아름다운데 내가 개입할 곳이 어디 있다고. 나는 그저 세상에 놓인 네 그대로를 바라보며 감탄하다가 너무 영글어 보이는 곳은 못 참고 맛보듯 조심조심 핥으며 보냈다.

그림으로 그리려면 정말 오래, 구석구석을 깊숙하게 봐야 한다. 그리지 않더라도 이미 그렇게 샅샅이 보고 있었지만 굳이 그리고 싶었던 건, 아직 안 본 곳이 행여 남아 있을까 봐서였다. 그건 싫었다. 네가 너무 아까운데... 그러면서도 모든 곳을 차지하고 싶었다. 간밤 소복하게 눈 쌓인 풍경을 그대로 지키고 싶으면서도, 밟는다면 내가 제일 먼저 밟고 다니고 싶었다. 디지털 세상 최소 단위라는 1픽셀씩을 옮겨 찍는 시선으로 네 표면을 다 건드려서 어디 하나 1픽셀 나간 곳 없이 온전한 형태를 구현해내듯 그렇게 모조리 내 눈으로 널 야금야금 깨물어보고 싶었다.

그러나 널 지금까지도 그리지 못했다. 네게 흠집을 내가 내놓고 내 가슴이 너무 아파 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던 시기도 사는 게 으레 그런 순서인 것처럼 지나갔다. 널 훼손하는 게 점점 쉬워졌고, 가슴은 덜 아파왔다. 어느 땐 내 가슴이 아프다는 이유로 일부러도 널 훼손했다. 그어도 자르지 못하는 문구용 칼날처럼 굉장하다는 사랑도, 미세하고 예리하던 사랑도, 반복되니 무뎌져 갔다.


결국 내가 널 이렇게 훼손할 건데. 예전에 아깝다고 그리지 않았던 게 바보 같다. 널 그렸다면, 아주 작은 단위씩 정확하게 옮겨 찍다가도 있잖아, 이제 그려 넣을 지점은 유독 더 사랑하니까 좀 전에 그은 선과 다른 표정의 선을 그어 넣을 거야. 떨리던 내 목소리, 네 상기된 뺨, 빨개진 귀, 자꾸 웃던 도톰한 아랫입술, 유난히 소리를 내며 넘어가 창피하던 내 침, 긴장하느라 떨어진 식욕 같은 선을 그려 넣을 거야. 그러는 사이 너를 아끼며 보던 나도 담겼을 거야. 그게 내가 네 형태에 입힐 내 사랑 선이었을 거야.

이런 생각을 하다가 한밤이 됐을 때 네게 지금 몇 시야? 물었고 네가 11시 35분. 조금 이따가 지금은? 물었고 네가 11시 43 분하고 대답했다. 그러다 조금 지나 네가 내게 고마워~ 그래서 나는 앗!! 생일 축하해!! 그랬고. 네가 또 고마워~ 그랬다. 한발 늦은 나도 웃고, 뒤죽박죽 생일 축하를 만든 너도 웃고, 같이 한참을 웃었다. 오래된 사랑은 그리고 싶으면 얼마든지 둥근 선으로 굵게 휙휙 그려낼 수 있는, 무뎌지고 덜 아파오는 사랑이라고 생각하면서.

 

 

 

 


+ 오늘의 노래

 

 

내 빈곳 없는 마음 앞에 모두 나를 외면한 외면한 그때도 그대만은 내 옆에 서 있었죠 함께 노래 부르며 함께.

 

내 잘못을 보았을 때도 기다려준 말없던 날 향한 믿음들 그럴 때마다 난 볼 수 있었죠 내가 가야 할 옳은 길을.

 


조규찬, 우리 한땐
https://youtu.be/2 m 25 CSBGW5 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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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긴 짜식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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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한 가게에 앉아 추위에 떨면서 내가 태어난 해에 출간된 책을 읽고 있다. 이번 스터디 모임 책이다. 역시 쉽게 읽히지 않는 책을 붙들고 내 집중력은 왜 이 모양인가 한탄을 하며 딴짓을 하다 책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하다가 결국엔 블로그까지 들어왔다. 모임까지 2일 남았는데 젠장 다 망해라.

뭔지도 쓴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고 읽고, 모임 날이 오면 몇 시간 잠 못 자고 일어나 기차 타고 서울까지 가서 발제 듣고, 얘기 나누고, 몇 달에 한 번은 머리를 쥐어 뜯어가며 내 몫의 발제를 하는 스터디를 한 지 10년이 넘었다. 처음 참석할 당시 예언가가 당신은 이 모임을 10년 넘게 될 것이라고 했다면 나는 미친 소리잖아 라고 안 믿거나, 조금이라도 믿어졌으면 도망쳤을 거 같은데. 재밌어서 그다음 모임에도 가고 가고 하다 보니 10년이 지났다. 진짜 이상한 일이다. 사람은 재밌으면 계속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그게 나쁜 짓이라도 말이다. 왜일까. 재미가 뭐길래. 내 경우는 읽은 책을 책장에 꽂아 놓으면 폼이 나는 것을 재밌어하게 된 것이고 그것도 웃기다. 책장에 내가 고르지도 않은 책이 잔뜩 꽂혀있다. 그런 점이 한없이 웃기고(책장 보면서 웃는다) 맘에 든다. 뭔지도 모르고 재미있다는 이유로 따라가는 것. 이 과정에서 내가 결정한 건 읽고 나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 나누겠다는 행위 한 가지다. 그러고 나면 이 소득 없는 여정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한데 모여 이 어려운 책에 대해 자신이 느낀 것, 궁금했던 것에 대해 소상히 말하고 있는 것을 듣게 된다. 엇나간 이야기도, 책과 관련 없는 얘기지만 사람들 만나면 하고 싶었던 얘기도 섞여 있다. 주제를 꿰뚫는(그런 순간 좀 아름답지 않아?) 얘기를 듣게 될 땐 소름이 돋아 어디에 적어놓기라도 하면서 듣는다. 왜 이 모임에 오게 되냐고 물어보면 사람이 만나고 싶어서라고 대답하는 분이 계셨는데, 그 대답을 들었을 때 한참 웃었다. 내 마음을 대신 말하는 사람 말을 들으면 한참 웃게 된다. 내 마음을 대신 말하는 노래를 한참 듣게 되는 것처럼. 의미를 두지 않고 목적을 두지 않고 실익을 따지지 않고 학위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 강제성 같은 건 전혀 없는데도 사람이 만나고 싶어서 어려운 책을 끙끙거리며 끝까지 읽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좋아서 나도 10년을 넘게 어떤 책인지도 모르는 책 앞에 앉아 끙끙대고 있다. 그러다가 정신 못 차리게 나를 흔들어대는 문장을 만나기도 하고, 내 신념이 변경되기도 한다. 내 경우 신념이 여러 번 변경되었는데, 여러 번이나 변경되는 게 신념일 수 있냐고 빈정을 살 순 있지만, 누구나의 신념이 그러하듯 내가 지녔던 것도 웬만한 걸로는 깨부술 수 없는 단단한 성질의 신념이었다. 그런 신념이 여러 번 변경되는 경험은 진짜 신난다고!!! 그러니까 여러분, 우선 신중하게 신념을 지니고 그것을 기꺼이 여러 번 변경해!!! 20대 중반의 나는 지루하리만큼 모든 걸 선과 악으로 구분하길 좋아했고, 담배 같은 걸 악으로 놓을 만큼 하찮은 인간이었다. 그러나 웬만한 욕망을 선과 악으로 재단하지 않는 걸 배웠다. 가장 큰 변화가 찾아왔던 때는 ‘안티 오이디푸스’를 읽었을 때이고, 나는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긍정하는 사람으로 변경되었다. 그 과정이 없었다면 욜라탱고를 만들 수 없었을 것이다. 만들 수 없던 사람이 만드는 사람이 되는 변경, 지금 생각해도 신난다. 다시 찾아올까 그런 강렬한 변화가. 책을 읽으면서, 사람을 만나면서 신념이 깨부수어지는 순간을 계속 기다리고 있다.


모임이 끝나면 반드시 ‘맛있는’ 저녁 먹을 수 있는 곳에 가서 소주를 외치며(중국집에선 연태구냥을 외치며) 뒤풀이를 하는 사람들이라 지금 온라인 모임 방식은 굉장히 굉장하게 대단히 대단하게 형편없다.... 사람은 체온이 느껴질 만큼 가깝게 앉아서 술잔을 부딪치고 술잔 속 술이 출렁이고 웃느라 몸이 흔들리고 그래야 서로에게 엉킬 수 있단 말이다 그렇게 엉겨 붙는 게 생겨야 기억할만한 지점이 시간 위에 핀이 생기는 것이란다 이 망할 코로나야...... (코로나만 끝나면 대전에서 모임을 만들고 싶은데, 무슨 모임을 만들지 모르겠지만 그 모임은 반드시 뒤풀이가 존재할 것이다.... 그것만은 정해져 있다. 알겠냐 써글 코로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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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종종 뭘 쓰긴 하지만....) 읽는 쪽이 아찔하고 깊숙하게 취한다. 그러게 나는 글을 써서 누굴 취하게 만들 생각은 없고, 글을 읽고서 잔뜩 취해버리고 바보처럼 허우적거리고 싶다. 노래를 쓰고 싶은 마음은 없는데 노래 씨발 너무 좋아!!! 하면서 계속 계속 듣고 싶다. 잔뜩 사랑해버리고 싶다. 나라는 건 지워버리고서. 나라는 게 지워지게 짓눌려 납작하게 될만큼 허겁지겁 다른 것들을 잔뜩 집어 넣고서. 그러나 나를 지워낼 것이 지독하게 들러붙는 시커먼 기름때 같은게 아니라 스파크 일으키고 뜨겁게 반짝이다 타오르는 것이길, 사랑할 수 있는 것들이길 바라는 마음은 뭔지. 하여간 찰랑이는 캐롤이 흐르는 눈부시게 화려하고 하얀 크리스마스 풍경 한 쪽 구석에 구겨져 버려진 휴지처럼 가려지는데 무리없이 사라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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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앞에 잔잔하게 파도가 치고, 오후 햇빛이 모래알 위에 부서져 내려앉아 있었다. 그 모래 위에 네가 왼팔을 배고 아무렇게나 누워 있었다. 나는 네 머리맡에 앉아서 저 멀리 파도와 햇빛과 모래 알갱이와 네 헝클어진 머리칼과 네 손을 보았다. 네 손가락의 구부러진 곡선 위에 내 손가락을 얹었다. 나도 모르게 그런 거라 떨려 바로 떼려다가 떼기 싫어서 되려 꼭 쥐었다. 너도 내 손가락을 꼭 쥐었다. 무슨 뜻일까. 다섯 번 정도 꼭 쥐다가 손을 떼고 좀 걸었다 온다고 하고 훌훌 일어났다.

 

걷고 있는데, 그 사이에 네가 어딘가에 적은 글이 내 눈에 보였다.(꿈의 장점) 글엔 내 마음을 알 것 같을 때 그게 아닌 듯, 관심이 없다는 듯 내가 휙 가버린다고 했다. 그래서 모르겠다고 써있었다. 읽으면서 나도 네가 그런데 라고 생각했다.

 

해가 지려고 해서 마음이 급해졌다. 네게 가서 우리 이 마을 오래된 학교를 찾아서 도서관에 가보지 않을래? 하고 말했다. 네가 기분좋게 모래를 털고 일어났다. 도서관에 도착했을 땐 조금 있으면 사라질 짙노란 햇빛이 창문살을 피해 나무 바닥 위로 길게 내려앉아 있었다. 너는 그 위에 엎드려 누웠다. 네 옆엔 네가 책장을 보다가 휙 휙 빼든 책이 여러 권 놓여 있었다. 우리 너머 책장 앞에 도서관 관리 쌤이 바닥에 앉아 등을 보이고 책을 정리하고 계셨는데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 엑스트라 같이 보였다. 나는 네 앞에 앉아 네가 빼든 책을 봤다. 너는 뭘 읽고 싶던 걸까. 책이 궁금한 게 아니고 책에서 니가 보려고 했던 걸 읽고 싶었다. 하지만 봐도 잘 모르겠고 나에겐 관심 없고 책에 관심 있는 너를 보다가 책을 잡고 있던 네 손을 잡고 너를 봤다. 

 

 

 

그러고 꿈에서 깼다. 꿈이 뭐 이러지..... 너무 설레서 다시 잠에 들지 못했다.

 

짙노랗던 햇빛 톤, 슬로우 모션으로 일렁이며 햇빛에 부딪쳐가던 사물들이(물 위에 윤슬, 모래알, 책장, 나무 바닥) 빛에 노랗게 덮인 네가 너무 좋아서 뭐로든 어떻게든 다시 만나러 가고 싶다 거긴 꿈이니까 헝클고 싶은 대신 바람에 흔들리는 네 머리칼을 바라만 보는 거 말고, 들킬까 봐 거리 두느라 머리맡에 조심히 앉는 거 말고, 말고 네 옆에 아무렇게나 뎅구르르 누워서 네가 보는 책을 같이 보고 싶다 궁금해하지만 말고 어느 대목이 좋았어? 하고 묻고 싶다 그러다가 손을 뻗어 책만 보는 네 눈을 시샘이 난다는 듯 내게 돌리고 온종일 네 생각을 한다고 말하고 싶다 공기 중이 울리게 소리를 내서 말하고 내리쬐는 햇빛처럼 내보이고 싶다 온종일 네가 좋다고 밤이 오면 마음이 터질 것 같아 어쩔 줄 모르다가 울었다고 나 온통 너라고 너는 내가 그러냐고

 



 

+ 오늘의 노래

 

어쩌다 잠이 깨어서 이렇게 그리워하나

 

 

 

이정선(신촌블루스), 한밤중에

youtu.be/Qa3-k8LpRg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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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 얘기를 쓰고 싶은데, 이름을 쓰고 나면 더 이상 못 쓰는 마음이 돼서 아 아직은 쓸 수 없구나. 알게 된다. 물리적인 고통이 가슴을 찌른다. 덜 아플 때 쉬엄쉬엄 써봐야겠다. 써서라도 뭐라도 더 붙들고 싶은 건가...  근데 빨리 쓰고 싶어서 마음이 급하다. 내 기억은 못 믿으니까 적어야 해.

 

 

노아가 없어서 불행하다. 안고 그 녀석의 체중 따뜻한 체온 보드라운 털 감촉, 코 박고 맡는 고소한 냄새 맡고 느끼고 싶다... 그래야만 채워지던 안도감이 있는데 이제 다시는 느낄 수 없다는 게 너무 괴로워 미치겠다. 노아는 인간의 말없이도 나를 너무 좋아한다고 선명하게 전하던 영특하고 다정한 아이였다. 매일 눈을 마주하며 그 사랑을 전해 받았는데 매일 반복하던 소중한 패턴이 왕창 빈다.

그럴 때 바로 떠올리려고 애쓰는 말들에 살아진다. 죽음은 끝이 아니고 사랑은 끝이 없다는 말, 세상에 재회라는 단어가 존재하는 이유 같은 벅찬 말들과 위로의 말들이 내 안에서 나를 자꾸자꾸 살게 만든다. 정말 이상하고 뜨거운 경험이다. 슬프고 괴로울 때 이런 뜨거움을 품게 된다고 하니까 ㅎㄴ님이 거저 주는 거 없어 사는 게 야속하다고 했는데 정말 그래ㅠㅠ 받은 위로의 말들을 언제 다 모아봐야지.

 

 

노아 없다고 그동안 못 했던 향기 나는 거 뿌리기도 하고, 손에 올려서 주던 영양제 준 다음에 발라야 했던 로션도 순서 고려 안 하고 그냥 막 바르고, 외출 할 때 하던 많은 챙김 동작들을 하지 않고, 좁은 집이 노아 물품 치우니까 조금 넓어지고, 털 때문에 못 입던 검은색 옷도 사고, ㄱㅁㅌ전담 달라고 해서 방에서 피우는 안 하던 짓도 하고... 그런데 이런 거 안 하고 노아가 있었으면.

 

 

 

 

 

 

+ 오늘의 노래

이 노래 들으면, 자꾸 저기에 노아가 있는 것 같아 돌아보는 내 모습이 그러나 없는 풍경이 조금 채워진다. 그래서 자꾸 듣는다.

 

그 많은 사람들의 물결 속에서 그리운 그대 모습을 본 것 같았기에 뒤돌아보니 당신은 없었어요

 

 

 

 

박인희, 당신은 없었어요

youtu.be/kWJlcm33at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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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이웃이라는 말 너무 웃기고 좋다.

 

 

 

친구가 쭉 살아온 (나는 모르는) 동네를 놀러 가는 길에 터널을 통과해야 했기 때문에 센과 치히로에 나오는 터널을 지나는 기분이 났다. 그런 묘한 기분이 이어진 것은 꽃님을 만나서. 술 마시러 간다고 하니 젊음을 불싸르고 오라고 하셔서 와...(하트) 하고 있는데, 나를 보고 키 얘기를 하시다가 나이를 먹으면 키도 재미도 줄고 잠도 줄고 아픈 것만 는다고 하시다가 있는 그대로 사는 게 뭐 어때 그게 더 세련돼 보여. 하시다 운영하는 가게에 같이 놀러 오셨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리니 술은 잘 못 마시지만 분위기를 좋아한다고 하시며 무엇을 방금 맛 본 표정을 지으셨다. 내가 나이가 많아 ㅎㄴ가 손핸데 하셔서 와... 엄마다... 싶어 너무 좋았다ㅋㅋㅋㅋㅋ 단감을 깎아 주셔서 한 조각 입에 넣었는데 시원하고 아삭하고 단감 맛이 쨍하게 나서 신이 났다. 다 먹고도 그 맛이 신나서 단감 씨를 사탕처럼 물었다. 단감이 꽃님과 보낸 시간에서 나는 맛 같았다.

 

 

 

숯 한 덩어리로 지피는 화로 너무 귀엽고 온기 넘친다. 규모에 비해 과한 연기가 나는 것이 가소로워서 좋다.

막창 마늘 천재 맛

 

 

 

 

 

 

마약 옥수수 천재 술안주

 

ㅎㄴ랑 술 마셔보고 동네 친구 돼서 너무 좋다. 터널을 지나 모르는 동네를 걷고 듣고 맛있는 거 많이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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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ㅊ님한테 담배 터는 법 배웠다. 우선 엄지를 15도 각도 사선으로 담배 정면에 두고 중지로 그 뒷면을 지지해야 검지로 털 수 있다. 배운 후에 잡고 피우다가 터는 동작을 연속으로 (방금 배워놓고) 능숙하게 해낸 내가 너무재밌어서 한참 웃었다. 얼마 만에 이렇게 만취해서 몸을 흔들며 웃은지 모르겠네. 찬란하게 빛나는 은하수를 타고 두둥실 거린 것 같으네. 다들 가고자 하는 길로 씩씩하게 갔으면 좋겠다.  각자 위치에 있지만 멀리서 보면 함께 흐르는 은하수니까. 오늘 이 작은 잔치가 씩씩+2 만 보태엏다면 나는 별똥별이어도 충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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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꿈들이 끝나지 않게,

나와 함께 있어줘

 

 

 

 

서울전자음악단, 나와 함께 있어줘

 

youtu.be/K23Y0dK9M3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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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선물을 사서 보낸다고 말하고 시간이 흘러 아기들이 50일이 되었네... 편지까지 썼으니까 내일은 꼭 보내자...



너는 중2 때 날 뭘 보고 친해지고 싶다고 생각했을까. 같은 반 돼서 처음 등교한 날 내 앞자리에 앉았던 너는 뒷자리 나를 돌아 보면서 처음 나를 봤을 때 내 눈이 반짝이고 머리 뒤로 후광이 환하게 비쳐 보였다고 그랬지. 마치 천사처럼 보였다고 그랬는데 내가 어떻게 그럴 수 있겠어. 니 눈이 그렇게 보는 재능을 지녔던 거겠지. 그래도 세상에 그런 말을 들어보기도 하고. 중2의 고작 14살의 나는 그 말에 크고 벅찬 기쁨을 느꼈을 거야. 고마워. 나를 그렇게 바라봐줘서. 그렇게 말 해준 이후로도 네가 지금까지 내 곁에 남아줘서 그 말이 정말 사실같아.

 

솔직히 내가 네 쌍둥이 아기들에게 좋은 이모가 될 자신은 없지만은. 앞으로도 너를 궁금해하고 네 마음을 짐작할게. 너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게. 그리고 난 아기들보다 너를 더 좋아할래.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건 너니까.

 

 

 

(이런 말은 못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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