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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빈 박사의 마지막 12월 일기를 읽는데 말미에 <저는 여전히 일기인입니다. 여러분 모두 일기 하셨으면 좋겠습니다.>하고 마쳐서 일기 뽐뿌가 왔당. 흘러가는 시냇물에서 반짝이는 돌을 건져 올려 햇살에 올려 둔 듯한 일기를 읽으면, 내 시냇물 바닥에두 뭐가 있나 뒤져보게 된다.
 
 
 
 
 
 
상담에서 듣는 얘기가 단순해서 좋다. 애들한테 상담받은 내용을 들려주면, 그렇게 순진무구하게 받아들이는 게 세상 이치에 안 맞는다고 타박하는 말을 한다. 나도 애들처럼 그렇게 생각한다. 그치만 쌤은 들은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한다. 봄에 핀 진달래처럼. 진달래를 보고 와 봄이 왔구나. 하고 느끼는 것처럼. 사람 마음을 과하게 공부했을 쌤이 있는 그대로 보고, 느끼라고 하는 게 좋고, 단순하고 맘 편하다. 역시....정말 그렇게 살아도 될까 싶어 찜찜하지만..... 선생님 말대로 해보고 싶다. 해보고 아니면 말고.
 
 
 
 
 
 
엄마 제사가 일요일인 줄 알았는데, 금요일이었다. 목요일에 작은 고모가 전화로 알려줘서 알았다. 바부..... 이 나이 먹도록 고모가 알려줘야 아네요. 하니가 고모는 그럴 수두 있지라고 하셨다. 우리 집 어른들은 왜케 너그러울까. 좀 미친 것처럼 매진인 srt를 새로고침해서 겨우 표를 잡았는데 존나 이른 시간이었다. 그래도 예매한 게 어디여 체념스러운 안도를 하고 아침에 중앙 시장에 들러 제사 지낼 음식을 샀다. 중앙시장 짱이다. 방금 부친 전을 사고 조금 걸으면, 생선찜을 팔고, 그 옆에 떡집이 있고, 제사 나물도 판다. 제사 거리였네 여기가. 
 
산 걸 들고 동생네를 갔다. 존니 피곤한데 동생 보니까 좋더라. 동생이 날 보고 너무 좋아해서 사랑받는 기분이 들었다. 얜 왜 나를 이렇게나 좋아할까. 동생네 앉아서 갈비에 들어갈 무랑 당근 모서리를 동그랗게 자르고 있는데(왜 이렇게 하는 거여. 동생이 하라니까 함. 하고 나니 이뻐서 기분은 좋았음) 아빠한테 연락을 안 한 게 생각이 나서 아빠한테 오라고 연락했다. 아빠가 "방금 출발"이라는 답장을 바로 보내셨다.
 




가족이 다 모였다. 모여서 내가 사들고 온 음식과, 동생이 만든 갈비와 소고기 뭇국을 얹고 나니 그럴듯했다. 동생 남편이 알려주는 대로 절을 하고 제사를 마치고 나니까 아빠가 엄마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한 마디씩 하자고 했다. 나는 엄마가 우리를 돌봐 주시는 거 같아요. 그래서 잘 지내고 있어요. 고마워요. 그랬고, 동생은 엄마 보고 싶어요. 사랑해~ 그랬다. 아빠가 "성아 엄마" 하고 말을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눈물이 났다. "성아 엄마 덕분에 성아 성은이 내가 잘 지내고 이렇게 만났어. 고마워. 거기서 잘 지냈으면 좋겠어" 같은 말을 하셨는데 그땐 눈물 콧물이 다 흘러내렸다. 허공에다가 하는 말인데, 정말 엄마에게 하는 말처럼 들렸다. 맑은 말을 내뱉는 아빠를 덜 미워하게 되네. 
 



제사상에 올렸던 소주를 나눠 먹고 아빠는 취해서 가셨다. 가족이 모이는 일이 드물게 일어나다 보니 애틋했다. 
 
 
 
 
 
 
동생네서 하루 자고 집에 와서 일기를 쓰고 있는데, 기매태가 문 열고 들어왔다. 내가 달려가서 꼭 안아주니 기매태가 날 안고 번쩍 들어 올려줬다. 진달래 꽃을 보는 것처럼 매태가 날 좋아하는구나 하고 받아들였다. 있는 그대로. 내가 겪는 그대로.     
 
 
 
 
 
 
+ 오늘의 노래
 
홍갑, 나는요
 
 
난 과학자가 아니야 엄마
난 선생님도 아니고 아빠
친구야 난 잘 나가는 직장인도 아니고
자기야 난 면허증도 없어
 
야 너는 지금껏 뭐 하고 살아 왔냐고 혹시 내게 물어보면
야 내가 지금껏 뭐 하고 살아 왔냐면
나는 아무 생각 안 했어 그냥 싫은 거는 안 했어
 
나는 백수예요 나는 노래해요
조금 조금 모아서 가지고 싶은 물건들을 사고요
노래를 만들고 혼자 기뻐하다가 며칠 지난 다음 다시 꺼내보면 어떡하지 합니다
 
 
 
https://youtu.be/jukpx3vpRG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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