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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가 생일 선물로 데이빗 보위 space oddity LP를 받았다.

 

마우스 배터리가 다 돼서 연결이 자꾸 끊기길래, 마트 문을 닫기 전에 건전지를 사와야 곤란하지 않을 게 생각이 나서 급하게 일어나 잠바를 걸쳐 입고 나가 건전지를 샀다. 사는 김에 에쎄 체인지도 하나 샀다. 두 번째 사는 담배다. 집에 들어와 잠바를 걸어두고 무슨 의식처럼 lp를 틀고 1번 트랙(존나 현명해 사람 꼬실 줄 아는 분) space oddity에 바늘이 잘 놓이는지를확인했다. 바늘이 시작 3초쯤 후에 놓이는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네. 이어 향을 피우고 담배 한 개비 들고 세탁실로 갔다. 어떻게 피우는지 아직도 서툴러 재를 어쩌나 연기를 어쩌나 하다가 창문을 조금 열고 밖으로 연기를 내뿜었다. 먹다 남은 과자봉지에 재를 털었다. 아직 추우니까 옆집 윗집 창문은 안 열려 있겠지? 걱정이 됐다. 머리가 점점 핑 돌았다. 음악이 존나 맛있게 들렸다. 

 

가게에 손님이 놓고 간 담배에 2주 전부터 손을 대기 시작했다. 가게에 손님이 다 빠져나가고 나면 마음이 공허했기 때문에. 그렇게 마감할 때마다 하나씩 피웠는데, 음악이 존나 맛있게 들린다는 걸 알게 됐다. 알면 안 되는 진실을 깨달은 것 같다. 일주일쯤 지나 다 피우고 나니까 이름도 모르는데 뭘 사야 하나 일단 편의점에 갔다. 카운터에 홍보로 크게 붙은 에쎄 체인지 광고사진을 가리키며 이거 주세요. 라고 했다. 그렇게 가게에 하나 놨는데, 오늘 집에도 하나가 생겼네. 아침에 목이 아픈 게 싫어서 계속 피우고 싶은 마음은 없는데 음악이 맛있게 들리는 게 좋아서 마태한테 여분 전자담배를 놓고 가라고 했다. 이건 목이 안 아파? 하니까 안 아프다고 했다. 

 

친구 결혼식을 알릴 포스터를 만들고 있다. 오늘은 내 생일이었고, 내일은 ㄷㅈ옹 아기 100일 사진을 찍어주러 서울에 간다. 뭘 만드는 일이 이어져 좋기도 하고, 부담이 되기도 한다. 근데 좋은 게 먼저다. 부담은 내가 이겨내고 싶은 감정이다.

 

어젠 옥천 장련산 휴양림에 가서 친구들과 하룻밤 잤다. 6만 원에 이렇게 좋은 곳을 예약하냐며 칭찬을 들었다. 친구들이 불러주는 생일 노래에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췄다. 마태가 천안에서 유명하다는 뚜쥬르 빵집에서 맛있는 쌀케이크를 사 왔다. 딸기 와르르라는 이름을 가진 케이크라 맘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엔 재운이 챙겨 온 커피를 마시고 하늬가 챙겨 온 커피를 밖으로 들고나가 마셨다. 애들이 치는 배드민턴에 끼어 나도 배드민턴을 쳤다. 조금만 쳐도 힘들어 금방 라켓을 던졌다. 하늬랑 농구대가 없는지 찾으러 더 높이 올라갔다. 숨이 또 금방 찼다. 숙소에 새로 사서 받은 올인원 클렌징 샘플을 놓고 왔다. 귀가길에 좀 속상해했는데 매태가 또 사면 되지. 그랬다. 그러게 근데 그래도 속상해. 그게 생겨서 보면서 예뻐했단 말이야. 근데 두시간 후에 휴양림에서 클렌징 놓고 가신 걸 맡아두고 있는데 어떻게 할까요? 하고 물어보셨다. 택배비가 더 비싼데, 보내달라고 했다. 장련산 휴양림 아주 좋은 곳이다. 퇴실할 때는 옥천에서 쓸 수 있는 5000원권 지역 화폐도 줬거든.

 

40살 생일도 별 거 아니군. 담배를 집에서 엉거주춤하게 피워보고, 축하를 받고, 떨어진 컨디션을 회복하고, 새로 산 식물을 보며 좋아하고, 할 일을 한다. 사람들은 40에 의미를 부여하고 감정에 개입시키는데 내가 겪는 40에는 별 게 일어나지 않는다. 다 뻥인가. 오바인가. 왜 나는 이전과 같지. 좋아하는 건 여전히 좋고, 예전보다 더 좋아지는 게 있고, 몸이 힘든 건 싫다. 식물을 사러 가는 길에 운전하는 마태에게 몸이 힘들어서 힘들어. 하니까, 힘들면 힘들구나 하면 되지. 왜 힘드냐고 했다. 그러게. 힘을 내야 하는 게 힘들었나 봐. 오늘은 쉬는 날이고, 힘 낼 일도 없는데.... 네가 운전하는 옆에 앉아 힘을 빼보았다. 매태가 편하게 있어요. 쉬는 날이니까. 그랬다. 한결 편해졌다. 생일이 좋군. 사람들이 내게 하는 말에 다정함이 가득하다. 태어나서 좋다. 고 생각했다. 별 게 없어도 좋다. 아니 별 게 있다. 근데 그건 계속 있던 거. 없던 말을 적고, 거기에다 방점을 딱 찍는 게 아니라. 혜성처럼 등장한 대 명곡에 온몸이 저리고 들어오던 음악이 무용지물처럼 느껴지는 게 아니라. 내가 좋아해 오던 플레이리스트를 소중하게 듣다가 오 이것도 좋네, 하고 한 곡 더 추가하는 거. 그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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