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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부모님 전상서를 보다 보니까 일기가 쓰고 싶어졌다. 하루 말미에 대가족 아버지가 방에 혼자 앉아서 부모님께 편지를 쓰는 장면이 나오기 때문이다. 오늘 둘째가 찾아왔습니다. 같은 오늘 있었던 일을 들려 드리고, 그 애가 그러더군요 하면서 고민을 말하고 그런다. 그 편지를 듣다보면(읽어주기 때문에 들을 수 있다) 나도 무슨 말이 하고 싶어 진다. 어떤 '말'이 하고 싶다기보다는, 내 하루를 기록하는 행위가 하고 싶어 진다. 그래서 쓰기 시작하는 일기.

 

 

 

어젠 문 여는 시간 임박하게 출근해서 바쁘게 주방 정리를 했다. 이미 손님도 와계신 상태였으니 마음이 급했다. 손을 씻으려 수도를 틀려는데 풀벌레 한 마리가 앉아 있었다. 길을 잃은 것처럼 보였다. 내버려 두면 목숨이 위태해질 일이었다. 수세미를 집어 풀벌레를 수세미 표면에 앉게 하고 앞에 있는 창문을 열어 풀벌레를 보냈다. 거기서라면 근처에 은행나무도 있고, 위협도 덜하다. 또 다른 위협이 나타나겠지만 더 이상 내가 그 풀벌레에게 위협을 가할 일은 없겠지. 이제는 풀벌레 네게 달렸다. 길을 찾는 것도, 위협을 피하는 것도. 바쁜 와중에 시간을 내서 풀벌레를 보내준 게 좋았다. 손님은 조금 더 기다리시면 되고, 나는 조금 더 긴박해지면 되지만, 풀벌레는 죽을 뻔했던 거니까.

 

 

어젠 파프리카를 다듬어 길고 얇게 썰다가 '부끄럽게 살지 말아야지' 라고 생각했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모른다. 아니 안다. 주방에 물이 새서 바닥에 박스를 깔아놨는데 그게 영 오다가다 보는 풍경으로는 위생에 좋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주방이 누군가에게 부끄러운가를 생각했다. 생각해보니 부끄럽지 않았다. 잘 소독해서 닦은 작업대 위에 잘 닦은 손과 잘 마른 집기로 잘 닦은 신선한 파프리카를 꼼꼼하게 손질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끄러울 건 없었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앞으로도 부끄럽게 운영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계속 좋아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우선 내가 내게 켕기는 일은 만들지 말아야지. 그건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이니까. 파프리카는 잘 잘라서 채 썰어놓은 양배추 위에 얹고 뚜껑을 닫아 냉장고에 넣었다. 그동안 샐러드에 양배추만 나갔는데 손님들이 자꾸 샐러드를 남겼다. 아무래도 맛이 덜 한 가 해서 파프리카를 추가했다. 추가한 이후로 덜 남기시는 것 같다. 기분 탓일 수도 있지만. 파프리카야 부디 샐러드를 더 맛있게 해 주길 바란다.  

 

 

오늘 일어나서 작업을 바로 시작할까. 아니면 씻고 집정리하는 걸 먼저 할까. 경험상 씻고 집 정리 한 다음 작업을 해야 쫓기는 기분 없이 편안하게 작업해서 좋던데. 그리고 작업하다 보면 늘 대충 씻고 집 정리는 못하고 출근하게 되던데. 이런 생각 끝에 안 땡기지만 씻는 걸 먼저 하기로 했다. 작업을 당장 시작하고 싶었는데 참았다. 못마땅했다. 당장 하고 싶은 걸 미래를 위해 참아야 한다는 게. 근데ㅋㅋㅋㅋ 못마땅한 기분은 머리를 감자 사라졌다. 개운해! 게다가 미뤄둘 뻔한 일을 지금 수행하고 있다는 게 너무 좋았다. 이런 이유 다 필요 없고 아마 따뜻한 물에 몸이 데펴지는 이 상태가 맘에 들었겠지. 옷을 벗을 때까지는 너무 추웠으니 못마땅했던 거고. 사람은 복잡하려면 한없이 복잡하게 꼬여갈 수 있지만, 간단하고 가볍게 훌렁훌렁 해결할 수도 있다. 좋으면 해결되는 것이다. 너무 곤란하지 않으면, 좋으면 되는 것이다. 비싸도 지출이 너무 곤란할 정도만 아니면 맘에 쏙 드는 옷을 사고야 마는 것이다. 사랑은 더하다. 지나친 괴로움에 처할 줄 알더라도 사랑에 빠져보는 것이다. 좋아한다(명사 뭐임?? 좋아함임?)와 사랑은 고통을 감수해도 좋게 만든다. 뭘까... 고통이라도 선택하게 만드는 '좋아하는 마음'이란. 여튼 샤워를 시작하고나니 좋았다. 나는 영하의 밤을 지나온 인간이고, 아침이 오자 문명이 데펴준 뜨거운 물에 몸을 담구는 쪽으로 사랑에 빠진 인간이다. 다 씻고 향나무 냄새가 나는 바디로션를 몸에 바르고, 어제 돌려둔 빨래를 찬바람 맞으면서 널고 들어와 추워추워 하면서 황차를 뜨겁게 내려 마셨다. 아 행복하다. 그리고 날 쫓기게 만들-> 미뤄둔 집안일은 소멸 상태다. 이젠 하고 싶은 만큼 작업을 하다가 출근시간에 나가면 된다. 말끔하다. 내일의 나도 이 선택을 하길 바란다. 하지만 내일의 나는 내일의 내가 느끼는 대로 하겠지... 부디 오늘의 내가 내일의 나에게 강렬한 영향을 끼치기를,,,,소망한다,,,,일기로 적는 이유도 그 이유다,,, 강렬한 영향을 끼치려고,,, 제발 오늘 여정 쪽으로 사랑에 빠져서 내일도 이 여정에 머물고 싶어 하기를,,, 사랑은 계속 그 상태에 머물고프게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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