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고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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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 질린다. 으아아악 질려서 못하겠다. 주방에서 손을 씻을 때마다 들린 마음의 소리,,,,, 완죠니 비상임,,,, 그걸 깨닫고도 3주 참고 드디어 이번 주에 쉬었다. 3일을 쉬었는데 화요일의 상태,,, 전혀 좋지 않았다. 오후 5시까지 바나나 두 개만 먹고. 쉰다는 공지를 겨우 올렸다. 그래도 가게는 가야 했다. 고양이 밥도 줘야 했고, 쉰다는 오프라인 공지를 적어놔야 했다. 택배에 실리려는 포장재 똘똘 말린 물건처럼 옷을 챙겨 입고 자전거 자물쇠를 풀었다. 밥만 주고, 공지만 내놓고 바로 집에 올 거야. 페달을 힘차게 밟게 한 유일한 안도였다.




1. 우리집
그러나 할 일을 마치자 배가 고팠다. 집에 가는 길에 우리 집엘 들러 반찬을 포장해야겠다. 결심이 섰다. 오늘 저녁으론 방탕하게 즉석 떡볶이를 주문해 먹을 계획이었지만 반찬을 사두는 건 내일 회복을 위한 건강한 대비였다.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줌마 사장님은 왜 이렇게 오랜만에 오냐며, 같이 오던 친구들은 요즘에 왜 안 보이냐고 궁금하다고 포옹만 안 했지 그 기세로 나를 끌어안아 주셨다. 따뜻해... 반찬은 뭘 줄까? 얼마나 줘? 오이장아찌를 보자마자 와 이거요. 오징어채 보자마자 이거요! 고추 장아찌 보자마자 이것도요! 그렇게 세 가지를 골랐더니 만 원어치 줄까 하시며 이미 잔뜩 담고 계시는 것... 사장님 만 오천 원어치 주세용. 했더니 거기에 더 담는 사장님... 명절에 싸주는 집 반찬이냐고요ㅠㅠ



떡볶이도 줄게 가서 저녁으로 먹어. 만들어놓은 건데 이거 안 가져가면 우리도 버려. 하면서 거기에 떡볶이 1.5인분을 더 싸주셨다.








2. 공주순대국밥
우리 집 사장님께 이쁨을 받고 났더니 뜨끈한 순대국밥이 먹고 싶어졌다. 마법같이 떡볶이도 생겼으니 순대국밥을 먹고, ㅆㄹ에 가서 사주를 보고 가자(못 볼 수도 있지만!) 마음이 막 열렸다. 순대국밥을 맛있게 먹고 맛있게 잘 먹었다고 인사하며 카드를 내미니 평소에 말수가 없으신 줌마 사장님이 밖에 춥죠 옷을 단단히 입었네. 하셔서 아 자전거를 타고 와서 꽁꽁 입었어요. 하니까 아이고 그랬구나. 앞에 옷 여며요. 추워. 그러셨다. 잉... 거드는 말 너무 좋아. 따뜻해.







3. 쌍리

마음이 열릴 대로 열렸다. 와 이게 회복인가 봐. 사주 보기 딱인 마음이군. ㅆㄹ에 갔다.



가서 진하디 진한 ㅆㄹ드립을 주문했다. 가게는 바빴다. 바쁜 와중에도 사장님이 나한테 와서 말을 걸어주시고.

사장님 : 일본 녹차 먹어볼래? 나무 컵이라 안 뜨거워.



이런 말을 붙이며 주시는 것이 좋았다. 내가 진한데 안 쓰고 맛있다고 하자.

사장님 : 한국 티백으로는 3개는 우려야 이 진하기가 나와. 이거 뭐랑 먹으면 맛있는 줄 알아?
나 : ????
사장님 : 초밥이랑 먹으면 진짜 맛있어. 초밥이 계속 들어가. 미소국 마시면 느끼하잖아? 녹차는 개운해.

와 바로 초밥 먹으러 가고 싶어졌다.

사장님 : 녹차는 80도 이하로 우려야 안 써.
나 : 오... 중국차는요?
사장님 : 중국차는 발효가 어떻게 됐냐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00도에서 바로 우리지. 녹차만 80도 이하야.

재밌다. 가만히 앉아서 녹차에 대해 3가지 비법을 얻은 기분이다. 한창 바쁜 시간이 지나길 기다린 후 물을 적게 넣은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둘 다 진하지만 드립과 아메리카노 성격이 크게 달라 만족스럽다. 산미가 날카롭게 있는 드립에 비해 아메리카노는 최대한 잘 볶아 다른 맛이 죽고 커피가 낼 수 있는 진한 맛만 남은 상태다. 한 모금 만족스럽게 마신 후 사장님께 사주를 봐주실 수 있냐고 했다.

10년도 전에 사장님께 사주를 두 번 본 적이 있는데, 한 번은 모내기를 하고 물까지 잘 채워놓은 논이 나라고 했다. 자라기만 하면 된다고. 근데 해가 안 드는 상태가 나라고 했다. 두 번째는 48세가 되면 이전에 어떤 삶을 살았는지 다 잊은 것처럼 다른 삶을 산다고 했다. 오 그게 좋은 건가요? 하니까 모르지. 달라진다는 거지. 하셨다. 이번엔?


ㅅ : 실속 차릴 줄 알고, 사람이 곁에 질식할 정도로 많네
나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실속??? 제가요 ??? 사람 많은 거 맞아요.
ㅅ : 작년부터는 사람 정리도 할 줄 알고 관계를 좀 만질 줄 아네. 나아졌네.


오 맞아. 예전엔 가만히 내 곁에 오는 사람들을 만났다면, 이제는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러 내가 간다.


ㅅ : 실속을 차릴 줄은 아는데 모양 빠지는 걸 싫어해서 아직은 실속이 없지? 그래. 타고나기를 즐거워할 줄 알고, 계속 배워가며 사는데 그게 장점이야. 일은 아주 질리게 하네. 28살 때부터 지금까지 일은 아주 혼자 질리게 해. 근데, 나이 먹어서 그렇게 계속 못해. 줄일 거야 이제.
나 : ㅠㅠ 네 힘들어서 지금 쉬고 있어요.
ㅅ : 이젠 그렇게 하라고 해도 못해. 그리고 장사를 해야지, 봉사를 하지 말고.
나 : 그래도 재밌어요.
ㅅ : 그게 장점이긴 한데 만족이 가난해.
나 : 만족이 가난한 게 뭐예요??
ㅅ : 조금 차면 금방 만족한다고. 그게 뭐야. 가난한 거지.
나 : (재밌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ㅅ: 내년엔 이동수가 있네? 어디 멀리 가. 이사를 가던지, 그걸 못하면 여행이라도 갈 거야.
나 : 헉,,,, 호주 하려고 했는데,,,,
ㅅ : 어 여행이라도 가. 근데 내년에 못 가면 내후년부턴 못가. 그리고 이사 가면 4-5년은 있어야 한국에 올 거야.
나 : 다시 온다고요???
ㅅ : 모양 빠지는 거 싫어하는데 거기서 밑바닥 대우받으면서 있겠어? 못 참어 그거
나 : 차별은 못 참죠....
ㅅ : 그래. 그러니까 다시 온다고.
나 : ..... 저 가면 공부할 건데.
ㅅ : 아니야. 여기 공부는 없어. 가면 견문 넓히고, 뭐 경험하고 그럴 거야.
나 : 공부가 없다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 삼재 이런 건 없나요….?
ㅅ : 그런 건 안 봐
나 : 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ㅅ : 만족이 가난하니까 목표가 없어. 본인은 모르겠지만, 뭘 목표로 잡든 그걸 해낼 능력이 있는데. 근데 목표가 없지?
나 : 목표가 뭐죠?? 그냥 하루하루 즐겁게....
ㅅ : 그래, 그렇지. 근데 해맑게 아무 생각 없이 살지도 않잖아. 고민하고 살지. 그래서 하는 말이야. 생각해봐. 왜 사는지. 의미 있는 삶이 뭔지.

그때 줌마 사장님 : 난 목표 있는데. 작은 거. (내가 뭔지 알려주셔도 되나요?) 내 건물 가지는 거.
나 : 오... 저 그런 것도 없는데.
ㅅ : 돈 벌 목표는 작은 거야. 큰 걸 가져야지. 사람들 마음을 움직이는 그런 거
나 : 헉... 그게 뭐죠
ㅅ : 48살 되면 알게 될 거야. 내가 안 알려줘도 그게 마음에 생겨. 그때는 목표가 있어서 그걸 안 하고 살 수는 없지. 지금 사주에 다 있는데, 목표 의식만 없거든? 근데 그게 48세에 생겨. 그땐 실속도 생기고, 돈도 생기는데 그거 말고도 인생을 바꿀 만한 게 생겨.
나 : ?????????????????
ㅅ : 하루하루 즐거운 것도 좋지만, 지금 가게에서도 즐겁지 사람들하고? 그것도 좋지만, 생각해봐. 내가 뭘 만들 수 있는지.
나 : 저는 실속 없이 그냥 즐거우면 됐다 하고 살 줄 알았는데 실속이 생긴다는 게 기쁘네요
ㅅ : 마흔 넘어서도 실속 못 챙기면 바보지
나 : 아 또 그건 그렇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ㅅ : 계속 뭘 배워가면서 사는 게 본인 큰 장점이야. 즐거울 줄 아는 건 타고 난 거고. 사람 많은 건 나중에 나이 먹어서 에너지 떨어지면 치여.
나 : 사람도 에너지 떨어지면 힘들어요?
ㅅ : 지금 힘 있어서 안 힘든 거야. 사람도 에너지 있어야 좋은 거지. 나이 먹으면 힘들어.
나 : ㅠㅠ 네
ㅅ : 좋아. 계속 그렇게 지내. 가게도 계속하겠네. 좋아하니까.
나 : 가게 너무 좋아요.
ㅅ : 그래. 그래도 이젠 돈도 벌고 해야지. 실속은 한참 못 챙기겠지만, 챙겨.
나 : 만족이 가난해서 불가능....할 거 같지만, 생각해보면서 지낼게요!


복채는 안 오르고 그대로 3000원이었는데, 내가 계좌이체로 한다고 하자 복채는 현금 박치기야. 담에 줘. 그러셨다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또 가고 싶다. 재밋어.


그렇게 댕동 사장님들한테 이쁨 받고 꽁꽁 싸맨 포장지 다 풀어헤친 꽃성아 돼서 집에 왓다 우하하하하하 사장님들 짱 나도 말 잘 거는 사장 되어야지! 이게 내 새로 생긴 결심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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