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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1205 할머니가 돌아가시고나서 1

 

 

펑크 난 자전거 타이어를 고치러 가야한다. 

 

물이 다 끓었다.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차를 마시려한다. 부르다가 내가 죽을 여자뮤지션 ost  플레이리스트를 찾아서 듣고있다. 가진 에너지로 집중에 좋다는 건 다 해보는 중.... 음악... 차.... 일기.... 아 진짜 존나 무기력하다.... 씨발 다 버겁다.....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헛된 기대는 실망만 안겨 줄 뿐이었네.... 빨래를 돌려야 한다. 차 맛이 생각보다 좋아서 좀 기분 좋아지네. 그뿐.... 머리도 깜고 양치도 해야한다. 세상 불가능한 일처럼 느껴진다. 씨발....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마음 껏 슬퍼도 못하는 이 몸뚱이가 싫다. 상담 쌤, 정신과 쌤 모두 내가 감당치 못할 슬픔을 차단하느라 에너지를 쓰는 중이라는데,,,, 그냥 슬퍼하라고,,,, 견딜 수 있으니까 임마,,,, 회피하느라 무기력해지는 게 더 싫다고,,,,,,

 

요즘 감정이란 게 없다. 감정을 끌어내려고 삼일 내리 금쪽같은 내새끼를 보며 온갖 기구한 사연에 내 마음을 실어 눈물 콧물 짜내보고 있는데 참담하게 실패 대행진 중이다... 감정부자던 내가 이런 날이 올 줄은....

 

아마도 마주해야겠지, 할머니가 나온 영상, 사진을 모아 영상을 만들어볼 생각이다. 편지도 써야지. 그래서 정정당당하게 슬퍼하고, 이 망할 무기력에선 탈출해야지.... 정말 존나 무거운 중력이 날 덮친 것 같음... 존나 짜증난다....

 

 

and



지금 내게 필요한 건 기매태와 같은 이불을 덮고 그 옆에 눕는 것. 기매태와 내 체온이 합쳐져 열기가 차서 후덥 해진 이불속 공기를 느끼는 것이다. 기매태가 자고 일어났을 때 나는 잠냄새를 귀여워하며 맡는 것이다. 기매태의 보드라운 피부를 쓰다듬다가 피부 표면에 내 입술을 대고 바람을 불어 방구소리가 나게 하는 것이다. 그러고서 깔깔 웃는 것이다. 기매태가 시도 때도 없이 하는 농담에 넘어가 어이없이 웃는 것이다. 살아있는 것에서 나는 열기가 필요하다. 죽음이 내는 정지, 차가움에 몰려있다. 열기가 차서 후덥 해진 이불속 공기로 그것을 밀어내자. 그러기까지 이틀 남았다.


and

 
 
어제 ㅁㅂㅈ에 갔을 때였다. 갑자기 조규찬, 잠이 늘었어를 듣지 않으면 미칠 것 같았다. 혼자 흥얼거리다가 못 참고, ㅎㅈ님한테 이 노랠 들을 수 있냐고 물어 청해 들었다. 벽면이 하얀 공간에 퍼지는 가사말에 귀를 기울였다.
 
 
 
영화를 보고 싶어 졌어
친구가 보고싶어 졌어
거울 속 날 피하지 않게 됐어
잠이 늘었어

커피의 향기를 즐기며
어여쁜 여인에 반하고
멋있게 날 꾸며보고 싶어져
웃음이 늘어

운동이 좋아 아침을 기다려
가능하면 밥을 거르지 않으려 해
너의 사진에 무표정 해졌어
슬프지 않은 내 모습이 보여
 
음악이 좋아 함께 듣던 노래도
처음 만난 그날도 무심히 지나가
요긴하다며 너의 선물도 써
슬프지 않은 내 모습이 보여

너의 사진에 무표정 해졌어
슬프지 않은 내 모습이 보여
 

슬프지 않은 내 모습이 보여. 눈물이 고였다.
 
 
 
멍한 상태가 계속된다. 울지도 못하고, 웃지도 못하는 상태에 놓여있다. 아니 사람들과 얘기하다가 웃을 지점이 되면 거슬려하지 않고 웃는다. 아직 누군가와 같이 있는 게 힘겹다. 아까는 영화를 보러 갔다가 쏟아지는 소리와 이미지에 머리가 아파 잠을 자버렸다. 두통은 영화를 보고 나왔는데도 지속됐다. 힘겹다. 그치만 슬프지 않은 내 모습이 보여. 
 
 



치킨이 먹고 싶어져, 여전히 전화로만 주문을 받는 나의 정겨운 동네 페리카나 치킨에 전화를 걸었다.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 라는 안내가 나왔다. 이상하다. 집에 오다가 불 켜있는 거 봤는데?? 몇 번 다시 걸다가 잠바를 걸치고 직접 페리카나로 가봤다. 간판 대신 하얀 벽이 보였다. 간판이 떼어진 내부를 보니 주인 할아버지가 집기들을 정리하고 계셨다. 문을 열고, 사장님 안 하세요? 하니까 착한 목소리로 네,,,, 이제 장사 못해요,,,, 미안해요,,,, 하셨다. 그동안 너무너무 맛있었어요. 고마웠습니다. 하니 고마워요,,,,하고 미소를 지으셨다. 좋아하던 곳과 헤어지는 건 싫다. 힘겹다.
 
 
집에 오는 길에 다른 페리카나에 치킨을 주문했다. 그런데 집에 오니 먹기 싫어졌다. 
 
 
집에 오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담배를 사는데, 새로 나온 맛이 있어 그것도 샀다. 바로 피워봤는데 ㅅㄹ이 담배랑 비슷한 맛이 났다. 내가 맛있어한 구수한 고구마맛. 근데 지금은 그냥 그랬다. 
 
 
내일은 가게를 열려고 한다. 내일을 기다려도 될까. 아무리 애써보아도 눈물이 나지 않는다.





엊그제는 꽃집에 들러 꽃을 샀다. 작고 하얀 꽃에 (이름은 모른다) 흐리게 파란 그라데이션이 있는 카네이션을 섞어 샀다. 집에 꽂아놨는데 애도의 기분은 들지 않는다. 마비가 된 것 같다. 아니면 죽은 것 같다. 어느 한 부분이. 마음이 어떤가 들여다보면 전원이 꺼진 까만 스크린 같다. 아무것도 송출하지 않는다.
 
 
시간은 모든 것을 태어나게 하지만, 언젠간 풀려버릴 태엽이지. 시간을 모든 것을 사라지게 하지만, 찬란한 한 순간에 별빛이지.
 
 
다 아는 얘기를 노래로 들으면서 위로를 뒤져보는데, 아무것도 못 찾는다. 노래가 끝난다. 너의 사진에 무표정해졌어. 슬프지 않은 내 모습이 보여. 이 노랫말만 나를 건들 수 있다. 
 
 
오열하고 고통스러워하면서 추락하는 건 상상해 봤어도, 무감각해지는 건 생각해 본 적도 없는데. 그러고 보니 무감각해야 그 공포스러운 추락선 앞에 거침없이 설 수 있겠구나. 이해가 되었다. 그치만 지금 내 모습은 아무래도 이상하고, 이해가 안 간다. 내일 병원에 가는데, 이 마비증상에 대해 얘기를 해봐야겠다.   
  
 
 다들 내게 밥 잘 먹고, 잘 자고, 혼자 있기 싫으면 연락하라고 하는데. 입맛이 없지만, 배고프면 밥도 먹고, 두 시간에 한 번씩 깨서 헤매지만 잠도 자고, 누군가랑 같이 있으면 그것도 버티기 힘들어서 혼자 잘 있다. 괜찮은지 안 괜찮은지 모르겠다. 일단 내일은 가게를 열려고 한다. 그치만 내일이 기대가 되지는 않는다. 그냥 시간이 흐를 뿐이다. 무디게.
 
 
 
 

+ 오늘의 노래

 

조규찬, 잠이 늘었어

 
 
https://youtu.be/8fmH5x2E3ck?si=lhfa5QSHLhp1K_7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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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처음 들은 음악은 yo la tengo의 신보앨범이었다. 신보 앨범엔 fallout이란 제목을 가진 곡이 있다.

 

 

 

 


명복을 빌어주거나 부의를 보내준 이들에게 감사인사를 하러 나섰다. 라하에 들러 ㅇㅇ님과 같이 울었다. ㅇㅇ님 외할머니도 우리 할머니와 같은 날에 돌아가셨다고 했다. 날씨가 참 좋았죠. 좋은 날 보단 슬픈 날에 꼭 참석해야 한다는 말이 뭔지 알 것 같아요. 그런 말들을 나눴다. 슬픈 눈이었다.

 


ㄹㄱㅉ와 ㅇㅁㄹㅇ에게 감사인사를 하는 겸, 혹시몰라의 책을 사러 가게에서 짐짐 한 병을 챙겨 ㄷㄷㄹㄷ에 갔다. ㄹㄱㅉ가 북토크 때문에 자리를 비웠다고 하다가 망설이더니 잠시 오는 게 가능할 거 같다고 익숙한 얼굴의 책방지기께서 얘기했다. 그러다 어딜 몇 번 왔다 갔다 했다. 나를 위해서 그러는 것 같았다. 잠시 후 내게 와서 ㄹㄱㅉ가 저녁 7시 이후에 시간이 되어 내게 방문하겠다 했단 말을 전했다. 슬픈 눈을 하고서.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내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상중을 알리는) 글을 봤구나. 나도 이렇게나 슬픈 눈일까. 내 눈을 볼 수 없으니 알 수 없다.

 


봉골레 파스타가 먹고 싶어져 집에 가다가 발길을 돌려 지도를 보고서 롤링파스타를 찾아갔다. 가보니 브레이크 타임이었다. 인근에 있는 삐아또에 들러 지금 봉골레 파스타를 먹고 있다. 좀 맵지만, 맛이 있다.

 

 

 

 


이거 먹기 전에 나온 식전 빵을 딸기잼에 찍어 먹었다. 그것도 맛있었다. 음료는 필요 없으시냐는 말에 즉흥적으로 주문한 복숭아 아이스티는 맛이 없다. 3500원이라 다행이다.

 


어제 집에 갔을 땐 ㅇㅂ이 맞아줬다. 갈 땐 나를 꼭 안아줬다. 오늘 오후엔 ㅇㅁㄱ, ㄴㅈ, ㅇㅇㄹ, ㄱㅇㅇ한테 전화가 와서 통화를 했다. 다들 괜찮냐고 물어봤다. 생각보다 괜찮다고 대답했다. 정말 괜찮을까? 알 길이 없다. ㄴㅈ는 전화 너머에서 엉엉 울었다. 나도 같이 울었다. 내게 전화했을 때 친구들이 슬픈 눈을 하고 있었을까. 보지 않는 이상 알 길이 없다. 많은 위로를 받고 있다. 원랜 일기장을 꺼내서 이러한 얘기를 쓰고 싶었는데, 가방에 일기장이 없었다. 그치만 어딘가에는 꼭 적고 싶어서 지금 봉골레 파스타를 먹으면서 블로그에 적고 있다. 멀리에서 나를 찾아와서 해준 많은 위로가 놀랍다고 ㅇㅁㄱ에게 그랬더니 니가 그렇게 살았다는 거야. 그랬다. 정말 그럴까? 알 길이 없다.

 


오늘 상담에서 할머니께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다. 있다고 했더니 할머니께 편지를 쓴 후 다음 시간에 가져오라고 했다. 무슨 말을 쓰게 될까. 쓰기 전엔 알 길이 없다.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돌아가셨다는 말이 새로 들린다. 할머니는 어디서 오셨길래 어디로 돌아가신 걸까. 알 길 없는 생각이 가득하다. 생각을 해봤자 알 수 없다. 모른 체로 살아보는 수밖에 없다. 열심히 살아서 열심히 알 길 없는 죽음으로 가보는 수밖에 없다.

 

 

 

 


yo la tengo 앨범은 아까 들은 신보보단, 2020년에 나온 sleepless night이 오늘과 어울린다. 봉골레 파스타를 다 먹고 나니 배가 부르다. 이젠 이만 집에 가고 싶다. 이것들은 분명히 알 수 있다. 앨범을 한 번 더 반복해 들으면서 집에 가자.



 

 

+ 오늘의 노래


Yo la tengo, Smile a Little Smile for Me

https://youtu.be/G60AKQ3oy7c?si=-6NADvUFCx7CJ9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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