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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처한 나를 위해 쓰기 시작하는 일기.

 

 

 

정신과 쌤이 회복을 위해서는

 

1. 설렁설렁 살기(쉬는 건 무기력이 아니라, 회복이다)

2. 햇빛 보면서 많이 걷기

3. 잘 자기

4. 일기를 쓰고 그 일기를 제삼자의 눈으로 객관화해서 다시 읽기 

 

이런 것들을 하라고 했다. 

 

 

 

1번은 시도하고 있고, 2-3번은 잘 안 하게 되어서 이제라도 하려는 중.

 

 

뭘 쓰지. 

은채가 곧 온다. (내가 가게를 혼자 운영하기 어려운) 시기도 그렇고, 은채가 스스로 온다는 움직임도 그렇고 여러 가지 좀 말이 안 되게 놀라움..... 그냥 놀라움. 인생은 알 수가 없고, 알 수가 없는 일 중에 살아가고 싶게 하는 일들이 생긴다는 것이... 알 수가 없다는 걸 긍정하게 하는 듯. 새로운 바람이 불 거라고, 그리고 나아질 거라고(사실 안 나아져도 되는뎅, 즐거울 거니까) 생각해. 재밌게 지내야지.

 

 

기매태가 오전에 가게에 가서 외부 등 달고, 집에 와서 같이 밥 먹구 피곤하다구 자고 있다. 기매태 잘 때 만지면 짜증을 빡 내는데 매번 웃긴다. 그리고 자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다. 가끔 자고 있는 기매태를 보다가 귀여워서 쓰다듬으면 자다가 엄청 놀랜다. 그럴 때 내가 '니 옆에 있는 사람이 나일 텐데 뭘 그렇게 놀래. 안심해' 하면 응 하고 다시 자는데, 그럴 땐 묘한 기분을 느낀다. 경계심 많은 생명체가 내 옆에서 마음을 놓고 편하게 잘 때 느끼는 감정을 부르는 이름이 있으면 좋겠다. 노아는 경계심이 없는 고양이였는데 (여행 가느라 집을 비우면 친구들이 와서 밥을 줬는데 그러면 옆에 와서 귀여운 포즈로 눕거나 앉는다고) 그래도 어느 순간이던 자세를 흩트리지 않는 고양이였다.(였다라고 쓰는데 바로 슬프네) 이상한 포즈는 없었다. 언제나 우아하고 단정했다. 그런 노아가 내 베개에 올라와 웅크리고 자면 그렇게 행복했지. 그럴 때만 느끼는 감정이 있다. 기매태가 자는 모습에서도 느끼는 그런 것. 어느 정도 이상 같은 공간에서 시간을 보냈을 때에 만들어지는 그런 것. 뭐라 부를까. 어느 나라에는 이걸 부르는 이름이 있을 것 같아. 호주에 가서 다양한 나라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면 이 상태를 설명하고 부르는 이름이 그 나라에 있는지 묻고 싶어졌다.

 

 

여기까지 쓰니까 기분이 좋아지고, 피로감이 뿌옇게 덮인 구름이 바람에 걷어지듯 걷어진다. 이게 일기의 효능???

 

 

가게 문을 여느라 쓰는 에너지 때문에 이렇게 피로하진 않을 텐데. 할머니가 병원에 계시고, 의식이(과거 기억이) 없는 것, 쇠약해지신 것,,, 그런 것에 계속 마음을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내게 할머니는 엄마와 비슷하다. 미성년 때 유일한 나의 보호자, 그리고 내 안위를 누구보다도 걱정하는 사람, 늘 "성아가 건강하고 행복만 하면 할머니도 행복하다~~~~ 사랑해~~" 하고 전화를 마치던 소중한 사람. 그리고 내게 소중한 사람 중 가장 나이가 많아 세월이 흐르는 걸 두렵게 만든 사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 내는 사람, 나보다 날 아끼던 사람. 그런 분이 그 기억들을 잃고 누워있다. 평소엔 안 나던 눈물이 흐르네... ㅠㅠ 할 수 있는 게 없는 상태라 나는 여기서 내 할 일을 하면서 그 전과 다른 변화 없이 지내지만, 사실 거대한 상실 속에 있는 중인 듯.... 힘든 게 당연하네. 그치만 할머니는 내가 건강하고 행복만 하면 할머니도 행복하다고 하셨자늠??? 잘 지내고 싶고, 잘 지내야 한다. 그러려면 회복을 해야지. 쌤이 말한 1-4를 잘해야지.

 

 

여기까지 쓰니까 동기부여가 되네??? 이게 일기의 효능이라면, 내가 3일 동안 누워서 쉬던 것보다 훨씬 효과가 좋은데???

 

 

앞으로도 많은 일정이 있고, 하고 싶다. 내 일정엔 내가 하고 싶은 것들로만 채워져 있고, 그래서 하고 싶다. 그러려면 체력 대필요... 사실 체력보다는 신경을 과사용하지 않는 게 젤 중요하다. 나는 일에 돌입하면(좋아하는 상황도 마찬가지) 내 상태를 감지하지 못하고 최대의 몰입을 한다. 성의를 다한다. 그러고 싶어서 그러는 거니까 괜찮은 거라고 생각했는데, 몰입도 좀 줄여야겠단 생각을 하게 됐다. 덜 즐겁자가 아니라, 음... 넘치지 말자는 말일까?? 물을 끓일 때 끓는 걸 내버려 두면 물이 닳잖아. 딱 끓을 정도만 하자.

 

 

뭘 쓰지 해놓고 많이 쓸 수 있는 게 개 놀랍네.

 

 

월요일엔 내 중학생 때부터 친구인 남주 아기들 두 돌 기념사진을 찍어주러 간다. 사실 다녀와서 너무 지치면 어쩌지가 걱정이었는데, 이제는 덜 두렵다. 체력 분배를 좀 할 줄 알게 되는 중이라는 것. 그리고 은채가 온다는 것이 큰 북돋음이 된다. 분명 8월보다는 나은 상태다. 이해력도 실행력도. 오 괜찮네. 위기에 처한 나, 화이팅!(힘내라는 게 아니라 코어를 잡고 몸을 일으키라는 의미에서)

 

끗~~~!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