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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살았네 같은 생각은 안 했었음. 알고 싶은 게 계속 생겼고, 이것도 저것도 재밌고, 흡수하느라 바빴으니까. 그래선지 내가 어리다는 생각은 더이상 안 했지만, 그렇다고 많이 산 기분이 드는 것도 아니었다. 이런 상태를 부르는 말ㅇㅣ 있다면 알기 편했을 텐데, 말로 없는 상태에 놓이면 아리송.....? 이거 뭐지??? 하다가 끝남....



근데 이젠 울퉁불퉁 길을 달려오던 마차가(마차 타본 적도 없는데 뭔데ㅋㅋㅋㅋ) 한 고개를 완전 넘었다. 시점(시간 흐름 위에 어느 한 순간)을 완전히. 세상에 새로 나오는 것들이 내 세대를 위한 게 아닐 때마다 아...... 하다가 납득한 걸 수도 있고. 뭐 그냥 계절처럼 자연스럽게 이런 느낌이 스미고 있기도 하고. 이제는 새로 나온 걸 하려고 들면 초등학교 문방구 짱껨보 게임기를 나같은 어른이 하고 앉은 기분이 든다. ㅇㅏ..... 이젠 뭘 하면 되나. 그런 생각이 드네.






그래서 대부분 나이를 먹으면 팩맨같은 학생은 그만 하고, 한 영역에 놓이는 전문가가 되거나 한 영역에 고이다 못해 썩어 꼰대가 되거나 아님 가만히 거기서 점잖아지고 하나보다. 윤여정쌤이 아효 나같은 늙은이가 같은 말을 쓰는 게 이젠 이해가 된다.




그래도 문화는 다르다. 여전하다.(문화를 어디부터 어디까지 말하냐 하면 또 다르지만) 글도 음악도 그림 영화도 여전히 마음을 떨리게 만들고, 내꺼가 된다. 그걸 창작한 사람이 나보다 어리던 말던 그런 건 상관없이 그렇다. 이런 영역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나를 좀 덜 외롭게 해주는구려.......




이런 생각을 하고 앉은 이유가 뭐냐면 은희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길순이도 생각나고, 정아언니도 생각나고. 오늘은 내 앞에 걷는 사람이 은희 같았다. 은희야~~~ 하고 불러보고 싶었다. 그치만 부르지 않았다. 왜냐면 내가 17년전에 보던 은희 뒷모습이었기 때문이다.(17년 전이라니... 이런 말을 쓰는 게 개어색해...)




은희, 길순이, 정아언니, 또 얼굴은 선명한데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자꾸 요즘 떠오른다. 오늘 또 어떤 사람이 떠올랐냐면 예전에 인사동 라임트리에서 오전 알바할 때 매일 7시 반에 오셔서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2층에서 30분동안 다이어리를 쓰다가 가시던 손님이 떠올랐다. 그 분을 매일 아침 4개월 가량 보다가, 몇 년 후에 씨네큐브에서 근무할 때 또 뵈었다. 분명 나만 기억할텐데 얼굴을 뵈자마자 나도 모르게 인사를 해버렸다. 그래서 구구절절 (인사동라임트리 어쩌고 아침마다 오시던 어쩌고 하면서) 설명을 붙여 내가 인사를 드린 이유를 설명하게 되었고, 그분이 아 그런 시절이 제게 있었어요, 맞아요. 하며 기억을 떠올려주시고 인사 나눠서 좋고 고맙다고 하셨다. 악수도 나눴나 그랬다. 인연을 이어갈 길이 없는 사이인데 내가 반가움을 표시하고 고마움을 교환하는 시간이 무슨 소용일까 싶었지만. 지나오니 좀 알 것 같다. ㅇㅣ 사람과 다시는 만나지 않게 되더라도. 지금 우리가 마주친 이 순간에 나눈 행동은 기억 속에 섬광으로 남는다는 것. 그 번뜩이는 범위만큼 <사람이 나에게 건네는 무엇>이란 구획 영역에 확장이 일어난다... 존재가능범위가...






그리운 사람들이 자꾸 생겨나는데..... 연락할 길 없고. 더 분명하게는 다시 연락하는 의미는 크지 않을 것이고. 그치만 우리가 그 시절에 따뜻하게 나눴던 것. 내가 모르던 영역에서 터지던 섬광들. 그렇게 모르던 별을 찾고 가보고 별에 노을지는 걸 보고 별에서 보낸 시간을 기억하고 그렇게 사는 것인가 모르겠네. 다들 어떻게 나이를 먹어 가나..... 사실 이제 좀 아나보다하고 아는 척하고 썼는데 쓰고보니 나는 여전히 아리송이다. 다들 어떻게 나이 먹는 거 이해하고 사나 궁금해..... 사람들 데리고 여행가서 술마시면서 이런 거 물어보고 얘기 들으면서 밤 깊어가고 싶다......

(사진은 올리고 싶어서 그냥 아무거나 올림)




+ 오늘의 노래

요즘 이장혁만 듣는다. 이장혁 공연 왜 미쳤다고 안 봤지 살면서 몇번이나 본다고??? 갑자기 그런 현타가 왔다. 이제 공연 뜨면 가게 문닫더라도 보러 갈 것임.... 아니 왜 안 봤지????? ㅠㅠ 그리고 스페이스공감도 더 많이 가둘껄 싶다. 너무나 또다시 저기에 앉아 공연 보고 시프다,,,,,



이장혁, 스무살
https://youtu.be/KOPtWO2tcU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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