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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ㅁㅌ가 자몽 알맹이처럼 빨갛고 한 입에 안 들어갈 만큼 커다란 오렌지 알맹이를 내 입에 넣어줬다. 입 안에 오렌지가 가득 차서 씹기 전부터 맛이 폭발했다. 씹는데 과즙이 입밖으로 뚝뚝 떨어졌다. 조금 이따가는 코스트코에서 파는 '가지랑 애호박 같은 걸 그릴에 구워 얼린 야채'를 올려 페퍼로니 피자를 해줬다. 피자는 진짜 맛있었는데 얹어진 페퍼로니는 이번에도 맛이 없었다. 페퍼로니를 맛있게 먹은 적이 아직 없다. 그치만 이걸 완전 싫어하는 건 보류하고 있다, 언젠가 진짜 페퍼로니를 먹으면 이 세상에 페퍼로니가 존재하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거란 여지는 품고 페퍼로니는 떼고 먹었다.


이건 레모네이드에서 겪은 참된 경험 때문이다. 스무살에 커피숍에 가서 레모네이드라는 것을 처음 먹어봤다. 그때쯤 본 영화에서 주인공이 레모네이드를 좋아해서 나도 그처럼 즐겨보고 싶었다. 그런데 너무나도 생각하는 맛이 아니었다. 실망스러웠다. 그 주인공은 왜 이런 걸 좋아했지? 대놓고 불량식품 맛인 그런 맛을? 불량식품은 불량식품으로 먹었을 때나 기쁨이 충족되지(호박쫀디기 먹고 싶다), 레모네이드라는 근사한 이름이 붙은 음료에서 불량식품 맛이 나면 배신감을 제대로 받게 된다. 그래서 다시는 먹지 않다가, 서른 즈음에 합정역 근처 스탠딩 커피에서 레몬 4개를 짜서 만들어 주는 레모네이드를 먹었다. 그때에야 이 음료가 왜 이 이름으로 세상에 존재해야 하는지 이유를 확실하게 깨달았고, 충격이었고 내 뇌에다 친 커다란 (레모네이드 노맛, 레모네이드 출입금지)장벽이 조선 총독부 건물 무너지듯 무너졌다. 그리고 그 즉시 레모네이드 러버가 되어서 그해 여름 가을 내내 입에 달고 살았다 ! 레모네이드 천재!!


어쩌면 페퍼로니도 그럴지 모르잖아? 페퍼로니의 원조를 먹기 전까지 판정 보류다.




이런 식으로 내게 가장 오래 보류중인 것은 단단멘이다. 단단멘을 처음 알게 된 건 활자로 이 음식 맛이 표현된 걸 읽으면서였기 때문에 환상을 지니기 충분했다. 멘보샤나 소룡포도 그때쯤 똑같이 활자로 처음 만난 음식이었다. 그래서 이 음식들을 기회를 엿보면서 마음에 품고 살다가 멘보샤는 (멘보샤로 개유명한) 진진에서, 소룡포는 만두천재맛집 향미에서 처음 먹어봤고, 때문에 의심의 여지없이 환호를 외치며 사랑에 빠졌다. 하지만 단단멘이라는 것은 대표 맛집이 있는 것도 아니고(지금 이시대엔 있을까?) 호주에서 먹어도 보고, 한국에서 눈에 띌 때마다 여러 차례 먹고 입맛에 안 맞기를 반복했다. 가장 마지막으로 먹은 건 사당에 있는 회사 다녔을 때 연말 회식 갔던 차에 갔던 고오급 중국집 메뉴판에 단단멘이 보여 이거 먹어도 되냐고 허락받고 주문했을 때였다. 보통은 눈치보여서 무난한 거 주문 하는데 빌딩 고층에 위치한 고오급 중식당이라면 단단멘 진가를 제대로 표현하겠지? 싶어 무리했다.(다른 분들은 식사로 짜장면(만원짜리)을 주문했던 상황이라 눈치...) 평소 먹었던 거와는 확실하게 훌륭한 면이 있긴 했지만 기대감을 충족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치만 아직 중국에서 단단멘을 먹어본 것이 아니지 않는가?? 그래서 아직 보류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판정,,,,,


ㅍㅌㅍ ㅋㅍㄹㅅ도 그런 사례다. 내겐 충격적인 경험이기도 하고. 이 밴드 초창기에 공연을 보는데 밴드 이름부터 분위기 노래 보컬의 제스츄어 다 싫어서 안 듣고 안 보며 지내다가, 10년이 흐른 후에 공연을 다시 보게 됐는데 개쩔고 미친듯이 좋아서 정신을 차리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그 앞에 ㅈㄴㅂ, 보이즈 인더 키친, 맨 공연이 있었고 초대 밴드로 ㅍㅌㅍ이 온 건데, 그냥 넘사였고 좋아서 어지러웠다. 세상에 이럴 수가 있나. 아닌가 당연한가?? 과거의 내가 내린 결론을 계속 믿고 사는 게 더 이상한 걸 수도???


단정 짓는 걸 싫어하는 습성에 이러고 있는지도..... 고집부리는 걸 수도 있고. 그치만 제대로 안 알아보고 단정 짓는 건 역시 싫다. 재미도 없고요.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누군가가 잘 알지도 못하면서 단정 지으려고 하면 (알레르기가 없다는 선에서)아무 개의치 않고 그의 입에 빨갛게 잘 익은 오렌지 알갱이 큰걸 집어넣어 주고프다. 내 입에 맛있는 걸 넣어주는 사람이 좋고, 즙이 가득 차는 그 맛을 보면 뇌가 알아서 장벽을 무너뜨리고 말 테니까.... 안 무너지면 말고, 무너지면 너무 좋고니까. 그래서 우선 내가 내 입부터 맛있는 걸 넣는다. 쉽게 멈추지 않기로 하고. 과거의 내게 과거완료라고 마침표 찍은 다음 장을 새로 써내려 가기로 하고.




+ 오늘의 노래


사람들 ㅍㅌㅍ ㅋㅍㄹㅅ 왜 안 좋아해..... 왜 나만 좋아해.......ㅠㅠ 공연보러 가서 어이없는 패션으로 어이없는 춤 추는 거 보고 싶다ㅠㅠ 나도 너도 끝내줄텐데ㅠㅠㅠㅠ

아주
조용한
수영장에
멋진 Diving
풍덩
숨을 참고
물속으로
가라앉지
한참을

고요한 이곳은 항상
편안하게 날 감싸주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결국엔 숨이 차오르네

아직 난 서툴러
엉킨 끈을 풀러



모두 수영장에
https://youtu.be/AC9ddW6t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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