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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에(어제) 기매태가 갑자기 불러서 예빈박사가 놀러 온 오후를 보내게 되는데....
 
 




아무것도 안 하고, 꿀참외 먹으면서 예빈박사 오디오에 블루투스가 연결되길 기다리는 시간이 좋았다. 밝은 햇빛 아래에 앉아서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다는 벌이 날아다니는 걸 보면서 담배를 피웠다. 이틀 동안 비처럼 내리던 벚꽃이 오늘 보니 다 졌다. 
 
 
해가 다 졌네.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예빈이 돌아가고, 집에 왔는데 잠에서 막 깬 기매태가 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기매태 배웅을 하는데 코가 찡하게 눈물이 찔끔찔끔 났다. 인사를 하고 돌아와 혼자 남은 집에서 찔끔찔끔 울다가 잤다.
 
 
눈을 돌리는 곳마다 눈부시게 만들던 태양빛이 사라진 밤엔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고 어두움만 남는다. 어두움이 남았다고 말해도 되나? 빛이 사라져 빈 곳일 뿐 아닌가. 남은 건 뭔가. 쓸쓸함이 남았다고 말해도 되나?? 채워졌던 게 사라져 빈 곳을 느낄 뿐 아닌가. 빈 곳에 서서 꿀참외 껍질이 접시 위에 남아있는 것, 씻고 벗어 둔 기매태 옷가지들이 욕실 앞에 남아있는 걸 본다. 
 
 
아침에 일어나 마저 비웠다. 그릇을 치우고, 옷가지들을 빨래통에 넣으면서 흔적이 귀엽다고 생각했다. 노란 꿀참외 껍질과 작은 포크 두 개, 기매태가 옷가지를 벗어둔 모양이. 뭐가 다녀간 자리엔 흔적이 남는다. 글씨 선생님이 숨어 사는 쥐도 소리를 낸다고 했다. 채워줬다가 비워진 자리에 음악을 틀어 듣는다. 이땐 음악이 제대로 채워진다. 음악을 사랑한 이유가 또 있었군. 
 
 
오늘은 뭐가 다녀갈까. 그 후엔 뭐가 남을까. 오라고 부르지도 않고, 가는데 잡지도 않으면서, 오는 걸 기다리는 나는, 빈 곳에 어떤 흔적을 남기고 있을까. 내가 남긴 건 볼 수가 없다. 내가 떠나온 자리라서.  
 
  
어제 오후엔 예빈박사랑 라디오를 틀고 코스트코 갔다. 가서 장을 보는데, 내가 안 듣는 사이에 흘러갔을 라디오 노래들을 못 듣는 게 아쉽단 생각을 했다. 내가 거길 떠나온 거면서.
 
 
아침에 일어나 류이치 사카모토의 부고 소식을 들었다. 난 이제야 그의 음악을 꺼내 듣는다. 아니 이따가. 우선 이것부터 듣고.
 
 
 
 
 

+ 오늘의 노래

Bon iver, hey ma

 

 

I waited outside
Then you took me in the room
And you offered up the truth
My eyes crawling up the window to the wall
From dusk 'till dawn
Let me talk to em
Let me talk to em all
 
...
 
You're back and forth with light

....

 
 

 
https://youtu.be/HDAKS18Gv1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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