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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뭐가 남기에 충분한 1년 남짓 기간 동안 했던 규방 글방 모임 시절(?)이 삶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묻는다면 물질 형태의 증명 가능한 것을 꺼내 보일 순 없지만.

지금 그 시절(시절이라고 쓰는 거 오래된 이야기 하는 것 같아서 쓸 때마다 웃긴ㅋㅋ) 추천받은 책을 읽고 있다. 읽다 보면 문장 어느 쯤에서 그분이 좋아하는 향기같은 게 나서 추천해주신 분 생각이 난다.  몸 한쪽에 글 쓰는 근육이 있을 사람들. 그 근육으로 써낸 글들, 모니터에 뜨던 활자, 들뜬 동시에 적당히 긴장한 표정, 다른 이의 문장을 몇 번 곱씹던 눈을 기억한다. 그리고 써온 서로의 글을 깊게 읽고 나서 정확하게 칭찬하려 애쓰던 목소리를 기억한다. 목소리의 높낮이를 기억한다. 글은 말과 달라서 그 사람을 글로 읽으면 새겨지는 감각이 든다. 휘발되는 소리의 재질과 달리 글은 눈에 담긴달까. 

각지에서 만난 분들이라, 종종 봬는 분도 있지만 다시 만날 기약이 없는 분도 있다.(좀 울적) 그래도 눈 안에 잔뜩 쌓인 글 더미를 떠들다 보면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고밀도로 새겨진 이 무형의 것이 살면서 만나기 어려운 빛나는 순간이라는 것을 이해하므로.(그러다가도 너무 그리우면 연락해서 더 쓰신 것이 있다면 내놓으라고 구슬리기도 하고, 없다고 하면 좀 쓰시라고 재촉도 하고)  지금은 없어도 과거의 것을 품고 지내는 정도로도 만족감이 차오르니 어느정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돌아가신 엄마가 나를 소중하게 꼭 안고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을 보는 것처럼. 그 시절 분명하게 존재했던 무엇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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