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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506 부처님 오신날 전날

암헝그리 2025. 5. 6. 03:00






부처님 오신 날 전날은 뭐냐. 엄마 제삿날이다.



근데 그걸 매년 까먹는다. 부처님 오신 날 담날이던가? 그러면서 가늠을 해야 아 전날이지. 그런다. 달력을 안 보고 사는 자영업자 최씨는(=나) 음력으로 치루는 부처님 오신 날을… 알 길이 없으므류… 엄마 제삿날을 며칠 전에야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동생한테 문자 했는데, 동생은 다담주인줄 알고 있었음… 아 유전자…..



그치만, 으레 하듯 동생이 음식을 준비하고, 난 느지막이 일어나 중앙시장에 들러서 전, 떡 같은 걸 사고, 먹고 싶은 게 있음 더 담는 식으로 검정봉지 보따리를 몇 개를 만들어 들고 동생네로 갔다.



기차표가 매진이라(무려 황금연휴였음..) 기매태가 데려다준다고 그래서 매태 옆자리에 앉아, 나오는 노랠 따라 부르다, 풍경이  유난히 좋으면 찍다 한참 잠들고서 깨니 서울 대교를 건너고 있었다. 아 서울이네… 싶은 그런 풍경.


아빠한테 카톡 하니, 바로 출발한다고 하셨다. 원랜 주저하다 오시는 편이라 잔소리 장착하고 있었는데, 순순히 오신다고 그래서 기분이 이상했다.


가족이 동생 집에 다 모였다. 다 모인 건 1년 만이다. 엄마가 모이게 했다는 기분이 들어 아직 엄마의 영향력 아래 있는 느낌이었다.


제사 준비를 하는데, 아빠가 이제 내년이면 70이라는 얘길 하시다, 성아가 몇 살이지? 그러셔서 저요? 43이요. 하니까, 아직도 애기같은데 43살이야? 하고 웃으셨다. 아빠 눈에 내가 애기로 보인다니…. 기분이 이상했다.


엄마 제사를 하는 도중에 잠시 방에 들어가 있는 시간이 있는데(엄마 식사하시라고) 방이 작아서 동생과 아빠가 가깝게 앉았다. 동생이 쓴 동화책을 보고 아빠가 좋아하고, 동생을 기특해했다. 아빠가 동생 뺨을 살짝 쓰다듬었다. 그 낯선 모습에 또 기분이 이상했다.


제사를 마치고 둘러앉아 식사를 했다. 동생이 장만한 음식과, 내가 사 온 음식을 번갈아 먹고 있는데 아빠가 가려고 하셨다. 아니 아빠 5분만 있다가요. 마저 먹고 전철역까지 배웅이라도 하게요. 하니까 다시 앉으셨다.


아빠가 얘길 하시는데, 나는 얘긴 안 듣고 아빠 목소리가 참 좋네. 아빠 연세가 많네. 그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기억해두고 싶어서 동생 핸드폰을 달라고 해서 아빠를 동영상으로 잠시 찍었다. 아빠가 엄마 영정 사진을 보며, “엄마 사진이 아름답네, 성아 엄마가. 노란 옷까지 입어가지고. 아빠가 좋아하는. 노란색이 행복한 색깔이라고 그러더라고. 성아 성은이가 엄마처럼 아름답네” 그랬다.



아빠를 배웅하는데, 아빤 종로에 사는 게 너무 좋다고 그랬다. 뭐가 그렇게 좋냐고 물으니, 좋아하는 게 다 있다고 했다. 좋아하는 백석시인, 피천득 시인도 종로에서 살았고, 중요한 문화행사도 종로에서 열리고, 궁궐을 산책할 때마다 계절을 만난다고 했다. 궁궐을 걸으면서 거기있는 나무를 세고, 쓰다듬는다고 했다. 그 말을 듣는데, 할머니 주공아파트 주변을 할머니 따라 산책할 때가 생각났다. 할머니는 걸으며 단지 나무들을 쓰다듬으면서 “예쁘다 예쁘다”하셨다. 그러다 젤 크고 곧은 나무 앞에 서서는 그 나무를 꼭 안아줬다. 얠 보면 큰아들 같아서 안아준다며 몇 번이고 쓰다듬고 토닥이며 “사랑한다~~”고 말하셨다. 아빠는 할머니가 그런 줄도 모를 텐데, 그건 나만 아는데…… 근데 할머니처럼 나무를 세고, 쓰다듬네… 기분이 정말 이상했다.



전철역에 도착하자, 아빠랑 악수를 나눴다. 애교 많은 동생은 악수하고 나서 아빠를 안아줬다. 아빠가 바로 발걸음을 안 떼고 우릴 봤다. 그래서 나도 아빨 안고 토닥토닥했다. 아빠가 검지 손가락 등으로 동생 뺨과 내 뺨을 두세 번 부볐다. 우리가 예쁜가보다. 아빠는 에스칼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면서 우리가 안 보일 때까지 몇 번이나 돌아봤다. 아빠가 안 보이자 우린 바로 동생 집으로 걸어갔다. 동생한테 농담을 던지고 같이 웃었다. 그건 아무도 모르게 좀 울고 싶었기 때문에….



동생 집에서 나와 ㅅㅎㄴ네를 갔다. 술을 좀 마시다가 거실로 나와 담배를 피는데, ㅅㅎㄴ가 지금 읽고 있는 이상 문학상 책이 좋다며, 대상 수상작이 너무 좋다고 몇 번을 말해서 그 자리에서 읽었다. 마침 또 아빠 얘기였고, 소설을 다 읽고 또 한참을 울었다.



언제 또 아빠를 볼까. 그런 생각을 했다. 생이별한 사람처럼 마음이 아팠다. 현실은 맘만 먹으면 언제든 아빨 볼 수 있지만…. 내가 안 보러 가는 거지만….. 그래두…… 그런 날이었다.